+. 대림 제2주일
제1독서 이사 11, 1-10
제2독서 로마 15, 4-9
복 음 마태 3, 1-12
회개는 무너짐과 채워짐의 지속적인 체험
“너희는 주님의 길을 마련하여라.”
대림 2주일인 오늘 주님께서는 세례자 요한의 입을 통해
주님께서 우리 안에 오실 수 있도록 평탄한 길을 마련하라고 당부하십니다.
높은 산이 된 우리의 이기심, 깊은 골짜기가 된 우리의 상처들이
주님의 사랑 안에서 무너지고 채워져야 합니다.
무너짐의 두려움과 억울함의 상처들을 주님께 내어 맡기며
그분의 자비를 청하도록 합시다.
오늘은 우리 인생 여정에서 “무너짐과 채워짐의 체험”을 통해
우리를 진정 회개의 길로 인도하시는 하느님의 크신
섭리에 대해 묵상한 것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먼저 제가 아는 분의 감동적인 무너짐과 채워짐의 체험을 소개할까 합니다.
토론토 유학 시절이었던2013년 8월 어느 날...
제가 이곳 토론토에서 처음 공부를 시작할 때 저의 academic adviser 셨던
할머니 교수님께로부터 메일이 왔습니다.
자기 남편이 베네딕도회 봉헌회에 입회하려고 준비중이었는데
절벽에서 떨어지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미국에 있는 St. Vincent 수도원에 갈 수가 없어
베네딕도회 신부인 제가 대신 와서 미사와 함께 입회식을 거행해 달라는 부탁이었습니다.
저는 기꺼이 교수님 댁에 가서 입회식을 거행해 드렸고,
그것이 인연이 되어 그 교수님 남편 할아버지와 자주 만나
저는 베네딕도회 영성에 대해 가르쳐 드리고 그분은 저의 영어를 봐 주시면서
아주 친밀한 가족과 같은 사이가 되었습니다.
그분께서 자신의 사고 후의 변화된 삶에 대해 이렇게 고백하셨습니다.
자신은 사고 나기 전까지 세상에서 실로 잘나가는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사업에도 성공하고 인생을 즐기며 자신만의 세상에서 행복해 하며 지냈습니다.
그런데 등산을 하다가 높은 절벽에서 떨어졌습니다.
떨어지는 순간 “이제 나는 죽는구나” 하는 생각이 드셨다고 합니다.
하지만, 마침 지가는 사람이 발견을 하고 헬기가 와서 수송을 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생존할 가능성이 없다고 했는데
기적처럼 살아났으며 재활에 성공했습니다.
육신의 죽을 위기에서 다시 살아난 체험이 그분에게는
영적인 눈을 뜨게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 후 그 할아버지는 늘 이렇게 말합니다. “Everything is Miracle!”
그 사고 이후 지난 시간의 모든 허영과 아집과 교만이
절벽에서 함께 떨어져 죽었습니다.
그리고 매 순간 모든 것이 감사와 기적이요 은총임을
깨닫고 있는 중이라고 고백하십니다.
지금은 자신만을 위해 살았던 지난 시간을 뒤로하고
베네딕도 봉헌회 회원으로써 기도하고 일하며,
특히 어려운 이웃을 도우며 예전에 느껴보지 못했던
평화로움으로 충만한 삶을 살고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형제 자매 여러분,
비단 이 할아버지뿐만 아니라 우리는 우리의 삶의 여정에서
무너짐을 통한 채워짐의 충만을 체험할 때가 있습니다.
아픔과 시련을 통해서, 혹은 감당하기 힘든 감사로운 체험을 통해서도
자신이 온전히 무너지고 하느님의 사랑으로 충만함을 체험하고
새롭게 태어나는 체험을 할 때가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높은 산은 우리가 주님을 볼 수 없도록
가로 막은 우리의 이기적인 마음을,
그리고 깊은 골짜기는 우리가 주님께로 갈 수 없도록 방해하는
과거의 아픔과 상처를 비유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나의 내면에 쌓아 올린 높은 아집의 산이 무너지고
과거의 상처들이 주님의 은총으로 채워질 때
주님께서 오실 평탄한 길이 마련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회개는 무너짐과 채워짐의 체험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나의 내면에 가득 쌓여진 자아의 높은 이기심의 산을 무너뜨려
나의 내면에 가득 고여 있는 어둠의 죄스러운 상처들 안에 쏟아 부을 수 있을까요?
이것은 단적으로 말해, 우리 인간의 힘으로는 불가능한 것 같습니다.
오늘 제1독서인 이사야서에서도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이 당신 영광 안에서 안전하게 나아가도록,
높은 산과 오래된 언덕은 모두 낮아지고, 골짜기는 메워져 평지가 되라고 명령하셨다.”
여기서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것은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을 위해
높은 산을 낮추고 골짜기를 메우라고 명령하셨다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인 것입니다.
우리는 다만 정화와 기도를 통해 은총의 선물을 깨어 기다릴 수밖에 없습니다.
하느님께서 당신이 원하시는 때에 이 무너짐과 채워짐의 체험을 선물로 주시기 때문입니다.
이런 영적인 체험을 통해 우리는 하느님의 눈으로 하느님의 마음으로
자신과 이웃과 세상을 보기 시작하게 되고,
그래서 어쩌면 그곳에는 높은 산도 골짜기도 없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마치 지구 밖에서 지구를 바라보면 그저 둥근 원의 모습인 것처럼,
그렇게 우리의 울퉁불퉁한 삶의 모습 그 자체가
하나의 은혜로운 선물들의 순간이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내가 보기에는 그것이 전부였던 것이
그저 하느님을 향해 가는 여정에 작은 도구에 불과했고,
내가 보기에는 그것이 너무도 아픈 골짜기 같은 시간이었지만
깊은 곳에 흐르는 마르지 않는 영적인 지하수를 얻기 위해
뚫어지는 아픔을 감내해야 했던 시간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앞서 말씀드린 할아버지 이야기처럼 절벽에서 떨어져도 그것이 은총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골짜기도 산도 모두 그분 안에서 무너지고 채워져
우리의 삶이 하느님의 구원이요, 하느님의 영광이 되는 것입니다.
자매 형제 여러분,
예수님께서 우리 모두가 하느님의 구원을 지금 여기에서 체험할 수 있도록
우리 삶의 산과 골짜기에 찾아 오십니다. 그분의 오심을 알아뵈올 수 있도록
메마른 광야와 같은 우리 마음을 용서와 회개의 눈물로 정화하고,
당신 성령의 불로 활활 타오를 수 있도록 우리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주님께 내어 드립시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에게서 나오는 자비와 의로움으로,
당신 영광의 빛 속에서 우리 모두를 즐거이 이끌어 주실 것입니다.” 아멘.
- 분도 명상의 집에서 박 안셀모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