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부의 혼(魂)
혼(魂)이라는 말은 어떤 사람에게 어울릴까? 그 말에 어울리는 선수는 과연 몇 명이나 될까?
90년대 이후 한국 여자농구대표팀의 혼이라고 할 수 있는 선수라면 정은순과 전주원 정도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두 누님은 실력은 물론이고 강력한 카리스마와 고비때 뭔가 해줄 수 있다는 믿음을 동료와 밴치 그리고 팬들에게 심어준 선수다. 우리는 그런 선수들을 팀의 혼이라고 한다. (Horn(나팔)이 아니다... 魂이다.)
고등학교 선수들은 한창 배우는 단계에 있고, 정신적으로도 아직 흔들림이 많을 나이다. 그래서 팀의 에이스라 할찌라도 팀의 혼이 되는 선수는 거의 없다. 하지만 필자는 팀의 나아가서는 여고부 전체의 혼이라고 할 수 있는 선수를 보게 됐다. 이는 실력만으로 얻어지는 명성이 아니다. 코트에 서 있는 모든 선수와 밴치, 그리고 그 경기를 숨죽여 관전하는 많은 팬들이 "저 선수라면 뭔가 해줄 것이다. 팀 전체를 일으켜 세울 것이다"라는 믿음을 갖게 하는... 그런 魂이 여고부에 있다면... 박세미 말고는 생각나는 선수가 없다!
박세미는 은광을 이끄는 魂인 동시에 여고부 대다수 선수들에게 존경받고 부러움을 사는 여고부 전체의 魂이다. 현재 2학년 아래 가드들이 가장 닮고 싶어하는 선수는 박세미며, 최종적으로 넘고 싶어하는 장애물 또한 박세미다. 여고부를 얘기할때, 더 깊이는 가드에 대해서 얘기할때 박세미를 빼놓고는 아무런 대화가 되질 않는다. 앞서 설명드렸듯 그런 박세미의 엄청난 영향력은 단지 실력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작년 서울시협회장기때의 모습
비록 팀은 졌지만...
박세미를 막을 선수는 아무도 없었다.
강한 승부욕 속의 침착함
현재 여고부에서 승부욕이 가장 강한 선수를 꼽으라면 열이면 열 모두 박세미를 꼽는다. 하지만 강한 승부욕만큼 경기중에 위험한 마인드도 없다. 너무 강한 승부욕은 시야를 좁게 만들며 동료들을 전혀 배려하지 않게 된다. 이런 증상이 계속되면 결국 1:5로 싸우게 되고 점점 따라잡기 힘든 스코어보드만 보이게된다. 그러나 박세미는 다르다.
박세미는 강한 승부욕 속에 놀라울만한 침착함을 가지고 있다. 팀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절대 슛을 난사하는 법이 없으며 득점이 필요할땐 득점을, 패스가 필요할땐 패스를 넣어준다. 경기결과를 떠나 그 상황에서 가장 두려운 존재는 뛰어난 슈터도 아닌, 장신의 센터도 아닌, 똘망똘망한 박세미인 것이다.
여고선수에게 카리스마를 느낀건
박세미가 처음이다
보라! 이 넘치는 카리스마~
즐기는 농구, 그것이 최강의 길
박세미는 절대 억지로 농구를 하지 않는다. 어릴때부터 농구밖에 할 줄 아는것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농구를 한다는 명제는 박세미에게 통하지 않는다. 10년 넘게 지겹도록 해온 농구지만 박세미는 꾸준히 연구하고 연습하며 그것을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 쉬는날은 친구들과 어울려서 영화도 보고 맛있는것도 먹고 이쁜 악세사리도 구경하러 다니는 것이 일반적인 여고생의 모습이지만, 그때도 박세미는 농구공을 보고 농구공을 잡으며 농구경기를 구경하러 다닌다. (가끔은 일반적인 여고생의 모습으로 돌아갈때도 있다... 하지만 진짜 가끔이다...)
이렇게 지독하게 연습하는 것도 농구가 좋아서 하는 것이다. 박세미의 진정한 두려움은 실력이나 재능이 아니라 지독한 연습광이라는 사실과... 그것을 즐긴다는 것이다. 그녀의 머리속엔 오로지 농구만이 자리잡고 있으며, 예배를 드리러 교회에 가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오로지 농구뿐이다. 그것도 즐겁게...
전주원 누님이 그랬단다... 선일여고 황신철 선생님의 말씀을 빌자면... 전주원은 재능보다 연습벌레였다고... 그것이 전주원을 한국 최고의 가드로 만든 길이었다고... 전주원 역시 즐기는 농구를 하며 그 길을 박세미도 똑같이 걷고 있다. 그렇다면 그 결과도 비슷하게 나오지 않을까?
때로는 이렇게 귀여울때도 있다.
아니... 늘 귀엽게 보인다
코트 위에서의 표정을 알기에
밖에서는 그렇게 귀여울수가 없다
180˚
MC몽의 노래제목이기도 하다. 하지만 필자는 그 노래엔 관심이 없다. MC몽은 개그맨이라고 생각하는 필자다...;; 이는 박세미의 심성을 얘기하고자 꺼낸 단어다.
코트위에서의 강인함, 자기보다 훨씬 큰 선수와의 볼다툼에서 절대 지지 않으려는 악착스러움, 도저히 건질 수 없는 아웃오브바운드 될 공을 끝까지 쫒아가서 살려내는 허슬플레이... 하지만 박세미를 직접 만나보면 의외로 겁도 많고 순진하며 따뜻한 성격이다.
필자가 작년 서울시협회장기대회에서 박세미의 놀라운 플레이를 보고 접선을 시도했다. 처음에는 조금 무서워했지만 기자라니 일단 만나보겠다는 느낌으로 박세미는 조심스레 필자와의 인터뷰에 응했다. 그리고 양재역 근처에서 박세미를 만났다.
세미: 처음에는 전화목소리듣고 무서워서 고민했어요... 근데 만나보니 전혀 그렇지 않네요 ^^;
아이비: ㅜ0ㅜ (사투리가 무슨 죈가 ㅠㅠ 경상도 사투리가 그리 무섭게 들리남? ㅠㅠ)
사실 이 얘길 듣고 상당히 놀랬다. 자신보다 훨씬 큰 상대를 만나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던 그녀가... 바람불면 날아갈 필자를... 단지 목소리만 듣고 무서워했다니...;;
하지만 그것이 박세미의 또 다른 매력이다. 농구밖에 몰라서 너무 순진하고, 농구밖에 몰라서 다른 것은 무섭게만 보이는 것이다. 그나마 필자의 첫인상이 허해보여서 다행이지... 떡대가 벌어졌다면 치한으로 오해받았을지도 모른다...;;
어쨋건 이날 만남은 필자의 일방적인 칭찬과 박세미의 일방적인 겸손함이었다. 부족한게 많아서 그렇게 지독하게 연습하고, 모자란것 같아서 하나라도 더 배운다는 박세미... 왜 박세미가 최고의 선수인지를 알 수 있었다. 어찌보면 상대도 되지 않는 선수를 라이벌로 삼아서 그 선수와 맞붙었을때 절대 지지 않으려고 끊임없이 연습하는 것이다. 그런 박세미에게 넘어야 할 상대가 떡하니 나타난다면... 박세미는 그것을 넘기위해 더 열심히 연습하다가 쓰러질지도 모른다...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선수다...
여하튼 박세미는 코트에서 본 이미지와는 완전 반대되는 심성을 지녔다. 그때의 만남 이후로 박세미는 필자와의 통화나 문자에 일일이 성심껏 답해주며, 볼때마다 늘 편안한 웃음으로 필자를 맞아준다. 카페에서 뽑은 2003 최고의 2학년 선수에 세미가 뽑혔다는 문자를 줬을때... 박세미는 "정말요? 다 기자님 덕분인것 같아요~"라고 했다. 누가 봐도 당연한 결과였는데... 뽑힌 것이 의외라는 표정인양 너무나 겸손하다.
웃는 모습이 너무 이쁜 박세미
필자가 경기중 표정이 너무 무섭다니까
"저 웃으면 얼마나 이쁜데요 ^^;" 웃는 얼굴은 자신있단다...
이쁘긴 이쁘다...
늘 그렇게 자신있게 웃길...
나이를 헛먹었구나...
필자는 박세미를 볼때마다 "내가 나이를 헛먹었구나"라는 생각을 한다. 뭐 필자가 그리 나이를 많이 먹진 않았지만... 그래도 철들 나이는 지났는데... 박세미를 보면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워진다. 아직 스무살도 안된 어린 선수가 저렇게 겸손하고 모든 일에 열심인데... 우리는 작은것 하나에 목숨걸고 남을 음해하며 모든 것을 거저 먹으려 드는...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금이 끝이 아니다
지금까지 박세미의 활약상이나 그녀가 가진 재능, 실력 등에 대해선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지면만 아까울 뿐이며 필자의 손가락만 아플 뿐이다. 지금껏 은광여고 경기결과나 박세미에 대한 글을 쓸때마다 자세하게 소개해 드렸고, 그것을 또 다시 언급한다는 것은 대하드라마 대본을 쓰라는 얘기와 마찬가지다...
최근들어 은광여고는 팀의 하락세 때문에 필자를 비롯한 팬들이 적잖은 실망을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세미는 보여줄 것은 다 보여주고 있다. 시즌 마지막 대회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지만, 박세미는 지금까지 많은 것을 이뤄왔고 그럼에도 아직도 발전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선수다. 중요한 것은 그럼에도 자신이 최고라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고, 아직도 최고라는 목표를 상당히 높이 잡고 있다. 박세미 신화는 이제부터 시작이며 그 끝은 아무도 모른다. 이제 프로라는, 자신이 접할 수 있는 최고의 무대에 서게 될 것인데 거기서도 박세미의 끝없는 최고를 향한 집념과 노력은 계속될 것이며... 팬들의 사인공세를 차마 뿌리치지 못하는 따뜻함에 늘 팔이 저릴 것이다. 박세미의 고교때의 모습을 볼 수 있었던 우리는 그동안 너무나 행복한 꿈을 꾸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여고농구의 魂 박세미!
이제 졸업을 앞두고 있지만
팬들의 기억속에
그 魂은 영원할 것이다.
세미야~
한국 여자농구의 魂이 되어라! |
첫댓글 정말 최고의 선수.. 여자농구계의 허재가 나타났다고 감히 표현하고 싶음
여자 농구계의 허재까지는 절대 아닐텐데요-_-;
외모도 센스 있게 생기셨네 ㅋ..전주원타입인가? 김지윤 타입인가?....어디로 간대여? 저두 여자농구에 관심많은데 ㅋ...현대가서 꼴찌 반란하면 좋겠다 ㅋ..윗글 말엔..이미 신세계인가여?
티맥 신고잇구나~~ ㅎ
너무 작던데....
왠만한 남자선수들과 비교해도 스피드만큼은 안떨어집니다.
얼굴 예쁘네요. 기대해보죠~ 마지막 사진 다 죽여버릴 것 같은 기세가 느껴지는데요..^^
은광여고 시절 박세미볼때마다 더 빠른 스피드버전의 성대 시절 "옥뱀."+전주고 시절 "김학섭."을 반쯤 섞어놓은 듯한 모습이.^^;;
여농매글;;ㅋㅋ정말 와! 소리 나오게 만드는 선수,,,ㅎ나름대로 여고농구에 대한 쇼크였다죠, 여고농구에 대한 고정관념이 사라지게 만든선수~ㅎ그후부터 즐겨보는-_-;;ㅋㅋ 암튼 아직 프로 신입이고,, 잘 성장했으면 하네요,,ㅎ //작년 라이벌이였던 이경은은 요즘엔 거의 언터쳐블이 되가네요,,-_-ㅋㅋ
저도 2년전에 경기하는 걸 봤었는데... 단연 눈에 띄더라고요. 그 때 신혜인의 숙명여고와 붙었었던 것 같았는데 진짜 물건은 박세미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