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자치단체마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낙후된 구도심을 개발해 슬럼화를 막겠다며 재개발•재건축을 야심차게 추진했지만 주택시장 침체 등으로 제대로 사업이 추진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마냥 방치할 수도 없어 잘 굴러가지 않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정리하겠다고 나서자 주민들이 반발한다. 자치단체 말만 믿고 해당 사업지 내 투자를 했는데 이제 와서 안 하겠다고 하니 주민들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다.
최근 자치단체들은 관련법에 따라 5년마다 정비할 수 있는 도시•주거거환경정비기본계획을 새로 짜고 있다. 그런데 새로 마련한 기본계획에는 5년 전 지정한 관내 재개발•재건축 정비예정구역이 축소되거나 줄어들고 있다.
대전시는 정비예정구역 33곳을 취소키로 했다. 최근 내놓은 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에 따르면 정비예정구역으로 선정된 202곳 중 33곳을 줄여 169곳으로 확정했다. 도시환경정비사업은 기존 35곳에서 31곳으로 줄였고, 재건축 구역은 78곳에서 47곳으로 대폭 축소했다.
주택경기 위축되자 서둘러 축소
부산시도 2005년 지정한 정비예정구역 487곳 가운데 127곳을 해제할 방침이다. 재개발 사업장은 239곳 가운데 30.5%인 73곳이 해제되고, 재건축 사업장은 85곳 가운데 10.6%인 9곳이 백지화된다.
청주시는 38개 정비예정구역을 원점에서 다시 수립키로 했다. 지역 전문가들은 정비예정구역의 변경이나 축소가 불가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자치단체들은 정비예정구역 축소를 위해 정비예정구역 지정 요건을 강화했다.
청주시 관계자는 “그동안 정비예정구역이 너무 많다는 지적에 따라 조정방법을 모색하다 8월 관련 조례를 개정했다”며 “지정요건이 강화된 조례에 따라 요건이 맞지 않은 구역이 많이 제외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치단체들은 주민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비예정구역을 대폭 축소하는 이유는 뭘까. 우선 주택경기 침체가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집값이 내리는 상황이다 보니 재개발•재건축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대전시 관계자는 "정비예정구역이 지정된 지 5년이 지났지만 사업이 제자리 걸음인 곳을 우선 적으로 제외했다"고 말했다.
주민들간 불화도 원인으로 꼽힌다. 재개발•재건축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사업 주체를 상대로 사업을 못하게 소송 등을 내면서 사업이 지지부진한 곳이 적지 않다. 주민들 스스로 정비예정구역 폐지를 요구한 곳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 정비예정구역에서 제외된 지역의 주민들은 “재개발 될 것이란 기대에 부풀어 있었는데 갑자기 선정기준을 강화해 제외하면 어떡하냐”며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자치단체의 무책임도 도마에 올랐다. 5년 전 도시•주거환경정비계획을 세울 때는 서울•수도권은 물론 지방 부동산 시장도 활황세를 보였다.
그러자 자치단체들이 앞다퉈 구도심 슬럼화를 막겠다며 정비예정구역을 늘려 나갔다.
최근 사업이 지지부진하자 정비예정구역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인천의 경우 2005년 이후 지정한 정비예정구역이 212곳이나 된다. 사실상 시 전체가 재개발•재건축 구역인 셈이다.
이로 인해 집값이 급등하는 등 부작용도 속출했다. 수도권은 정비예정구역 지정 전보다 집값이 2~3배 오른 곳도 수두룩하다. 지방으로 재개발•재건축 원정 투자에 나선 사람들도 적지 않은 등 투기 바람도 일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주택경기 침체 등으로 사업이 지지부진하자 정비예정구역에서 제외키로 하니 주민들이 반발하는 것이다.
대전시의 한 재개발 구역 추진위 관계자는 “정비예정구역에서 제외된 곳이 다시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하려면 5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며 “이에 따른 집값 하락 등으로 주민들의 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지속적으로 민원 등을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일한 jumpcut@joongang.co.kr
첫댓글 감사합니다. ^--^
정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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