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마음이란 게 간사하긴 한가 봅니다. 얼마 전까지만해도 무슨 겨울이
이래하며 어깨를 들썩했는데, 요 며칠 사이에 그만 쑥 들어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너무 움추려 들진 마십시오. 사람 마음이야 조석변일지라도 세월이야 어디
그렇습니까. 그리고 세월 한 번 참 빠릅니다. 해가 바뀐 지 엊그제 같더니만 낼
모레이면 벌써 입춘인걸요.
찬바람은 여전히 귓가를 에이건만 어느덧 봄이 온 거죠. 그렇다면 어디 한 번
봄이 오는 소리를 들어 볼까요. 아닌 게 아니라 문설주에 가만 귀 대면 정말 들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엉뚱한 생각을 해 봅니다.
무슨 뜻이냐구요?
봄.
여름.
가을.
겨울.
이젠 감이 좀 오시나요. 만약 봄이 봄이 아니고 보름이라거나 보을, 보울였다면
그 봄은 이미 봄이 아닐 것입니다. 모르긴 해도 동면을 끝내고 바야흐로 출세를
시작하려던 개구리란 놈도 그 봄이 그만 시시해져 버려 그 자리에 댓자로 도로
드러누워버리고 말았을 겁니다.
그렇습니다. 봄의 생명은 역동성에 있습니다. 힘차게 대지를 뚫고 나오는 새싹의
강인함이야말로 바로 봄의 진수이니까요. 그러기에 "봄"하고 내뱉는 외마디 외침이
아니고는 도저히 그 힘참을 달리 표현할 수가 없었을 겁니다. 봄이면 우선 생각나는
건 아직까진 고전적인 것들입니다.
달래무침, 냉이국,쑥과 같은 먹거리들이 먼저 떠오르게 됨은 인지상정인가요.
그리고 나선 졸업과 입학, 온 천지를 뒤덮는 꽃님들의 세상은 아직은 멀리 있겠죠.
하긴 꽃샘바람도 어느 정돈 불어 줘야 할테니까 말입니다. 하지만 그보다는 여인네들의
옻차림에서 우린 먼저 봄을 느끼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지금이야 두툼한 파카며
자켓으로 중무장이겠지만,며칠만 지나 보십시오. 언제 그랬냐는 듯 길거리를 오가는
여인네들의 날렵한 옻차림을 심심찮게 볼 수 있을테니까요.
요즘도 옛것에 대한 향수 때문인지, 아니면 타성인지 잘은 모르지만 아파트 같은
현대식 주택에도 흔히 입춘방이 나붙어 있는 걸 가끔 볼 수가 있습니다. 입춘대길.
가화만사성. 건양다경. 소문만복래 대충 이런 것들입니다.비록 자신만의 복을 기리는
이기적인 마음에서 비롯되어진 것일지라도그 속엔 언제나 따스함이 깃들여 있습니다.
가능하다면 이 모두를 몽땅 밀양사람을 사랑하는 여러분께 보내 드리고 싶습니다.
지금, 제아무리 칼바람이 매섭다 할지라도 결코 봄은 멀리 있진 않을 겁니다. 흐르는
세월 따라 어느 틈엔가 우리들 곁에 살금 다가 와, 이미 여러분의 가슴속엔 봄햇살의
따스한 기운이 둥지 틀고 자리 잡아, 고개 내밀려 하고 있을지니,
이 봄!
어떤 동요의 노랫말처럼 오는 봄만 맞으려 말고 기꺼이 내 손으로 만드느 기쁨의
봄을 가꾸어 보시지 않으시렵니까!
첫댓글 그대있음에 님 감사한글 잘 읽었습니다 주신 입춘대길 감사하고요 !
님께서도 입춘대길 하시기 바랍니다.
벌써 봄인가요???..아직 아닌 것 같은데....그래요, 내 손으로 봄을 만들면 된다구요?..예..
'삼문동 아지랑이'가 밀양팔경 중에 들지요. 점심시간 자전거를 타고 삼문동 들녘을 가로지르면서 아지랑이를 느꼈답니다.(늘 성급한 마음이 앞서서 좀.....) 입춘 지났으니 이제 봄을 얘기할 수 있으려나, 믿을 수 없는 봄날 같은 봄.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