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보 My Life 27
돌고 돌아 다시 온 나의 음악인생
서울고 총동창회 뉴스레터 19호(2018. 8. 09)
이희만(CABIN,
38회)
굳이 공부해서 대학에 갈 이유도 모르는 채 방황하던 사춘기시절, 나의 취미는 독서와 영화 그리고 음악감상이었다. 그 중 음악은 거의 24시간 나의 마음을 달래주던 가장 친한 친구였다. 팝음악에 빠져있던 나는 라디오를 들으며 잠을 깨고, 수업시간에도 워크맨이어폰을 몰래 소매에 끼우고 들었으며 집에 오면 잠들 때까지 AFKN라디오를 옆에 끼고 들었다.
그 시절 음악과 영화는 불안하고 우울했던 나의 감성을 채워주고 현실에서 위안을 주던 나의 가장 친한 친구였다. 수십 년 전 앞선 세대의 삶을 살았던 음악가와 배우들이 내 삶에 들어와 또 다른 상상을 만들어주고 마음을 채워주었다.
특별한 일탈 없이 그렇게 고등학교시절을
보내고 대학을 가면 서 음악과 영화를 좋아한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연극영화과를
지원했고 재수 끝에 서울예대에 입학했다.
하지만 소극적이고 내성적이었던
탓에 배우나 가수의 꿈을 꾸지 못하고 방황하다가 주임교수님의
권유로 연기를 시작했다.
졸업후 연극배우로서
무대를 선 후 연기의 매력에 빠져 뮤지컬, 방송 등에 출연하며 연기자로서의
삶을 살았다. 그렇게 10년의 시간이 흐르고 문득 “내가 이 일을 왜 하는가? 과연 이 힘들고 불확실한 삶을 계속 살다가 어떻게 될까” 하는 불안감에 떨게 되었다. 고민을 거듭하다 결국 배우생활을 접었다. 그 동안 많은 경험을 했었지만 항상 세상과 겉도는 느낌이었고 뭔가 가슴 한 쪽이 텅 빈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던 것이다.
배우생활 접고 음악의 바다로 풍덩!
8년 전 어느 날 .과연 내가 인생을 살며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언제였던가? 과연 내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가족을 빼고 없으면 못살 가장 사랑하는 대상이 무엇인가 자문을 해보니 바로 음악이라는 답이 나왔다. 그것도 직접 해보고 싶다는. 그 중에서 가장 해보고 싶던 재즈스탠더드보컬은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로도 할 수 있는 길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아마추어재즈밴드에서 약 1년정도 활동을 했다. 어느 날 우연히 재즈1세대 김준선생님을
만나 선생님의 곡을 받아 취입까지 하고 본격적인 음악생활을 권유 받았으나 연기자 생활을 할 때와 똑 같은 고민인 경제적 문제로 전업은 못하고 발만 담근 채 취미로만 몇 년 활동을 했다.
하지만 아마추어마인드로는
나 스스로도 만족할 수 없었다. 여전히 마음은 온통 음악에만 가 있었다. 내 모습을 보니 숨이 막혀왔다. 마침내 오늘 하루를 살더라도 좋아하는 음악으로만 모든 걸 걸고 한번 살아보기로 결심을 했다. 그러자 곧 길이 열렸다. 지금은 코리안 재즈 오케스트라 메인 보컬로 활동을 하고 있고, 내 이름으로 공연도 하고 뮤지컬배우로서 활동도 다시 시작하였다. 아직은 부족하지만 다행히 나이 먹고도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사는 부러운 친구로 불리는 것 같다.
“더 빨리 이 길을 선택했더라면 과연 지금보다 더 성공할 수 있었을까?”하는 생각도 해봤지만 후회는 없다. 오히려 성공에 대한 강박과 욕심에 더 빨리 꺾이고 평생 포기하는 삶을 살 수도 있었을 테니까. 늦게라도 이 길을 가는 내 삶이 난 좋다. 돌고 돌아온 이 길의 소중함을 아니까.
요즘 내가 하는 공연의 마지막 앵콜 곡은 프랭크시나트라가
불렀던‘ THAT'S LIFE! (그게 인생이야!)’다.
-‘THAT'S LIFE! (그게 인생이야!)-
난 꼭두각시, 거지, 해적, 시인, 졸병 그리고 왕이었지.
세상에서 난 이리저리 뒹굴며 살았지만, 난 한가지는 알아.
넘어진 나 자신을 발견할 때마다 난 내 자신을 일으켜 세우고 다시 전진하지.
그게 인생이야. 그게 인생이고 난 그걸 부정할 수 없어.
몇 번 이고 난 때려치우려고 생각했어, 하지만 내 심장은 그걸 허용하지 않더군.
하지만 7월이 와도 가슴 뛰는 일이 없다면 난 답답함에 갇혀 죽고 말 거야.
THAT'S LIFE!-CABIN & his Quartet-(유 튜브 링크)
꿈이 있는, 가슴 뛰는 삶을 살자는 메시지의 이 곡을 마음을 다해 부르는 순간 관객과 나 사이에 흐르는 희열감에 가슴이 벅차 오르고 “아내가 이 순간 살아있구나”는 생각에 불안하고 답답했던 현실은 사라진다. 그 힘으로 또 현실과 맞닥뜨리며 이 길을 열심히 즐기며 가다 보면 누군 가에겐 위안이, 누군 가에겐 꿈이 되는 나의 삶이 될 거라 믿는다.
언젠가 이 세상을 뜨더라도 나의 노래가 누군 가의 영혼을 달래줄 수 있다면, 그 영혼에 울림을 주고 꿈을 꾸는 삶을 살 수 있게 할 수 있다면 좋겠다.
제2의 인생. ‘MUSIC IS MY LIFE! BRAVO MY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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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재즈오케스트라 메인 보컬 ‧‘캐빈과 함께하는 시네마 재즈여행’ 공연‧모교 OB 합창단 리더타펠 단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