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자같아 더 맛있게…"
[춘천 시니어클럽] 결식아동에 '사랑의 도시락' 배달
지난 19일 춘천시니어클럽 일하는 100세 아름다운 식당 소속 노인 10여명이 결식아동에게 전달할 밑반찬을 만드느라 분주하다.
"할머니 할아버지 맛있는 도시락 감사합니다."
손자 손녀 같은 결식 아동들이 식사를 거르지 않도록 직접 도시락을 만들어 배달하는 노인들이 있어 주위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들은 춘천시니어클럽 노인일자리 사업단 소속 노인들.
춘천시 석사동 골목가에 자리잡은 '일하는 100세 아름다운 식당'과 '아기천사 알뜰매장'은 지난해 8월부터 춘천지역 결식아동 320세대를 대상으로 도시락을 직접 만들어 배달하고 있다.
이곳에서 도시락 봉사를 하는 노인들은 평균 연령이 65세를 훌쩍 넘어간다. 본인들의 몸도 불편한 곳이 적지 않지만, 매주 금요일이면 어김없이 결식아동들에게 전달할 밑반찬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방학기간이면 도시락 전달 횟수가 늘어 매주 화요일에도 이같은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일하는 100세 아름다운 식당에서 음식을 준비하면 아기천사 알뜰매장에서 설거지를 담당한다.
사랑의 도시락이 준비되면 사업단 소속 노인 전원이 결식아동 한명한명을 직접 찾아 나서 배달한다. 도시락에는 정성뿐 아니라 아이들 건강을 생각하는 마음도 가득 담겨있다.
모든 음식은 시니어클럽에서 직접 재배한 콩나물과 두부 등 웰빙 식재료를 사용해 만들고 있다. 화학조미료가 들어가지 않는 것은 물론 인스턴트 음식은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
김명자(66·춘천시 효자동) 할머니는 "손자, 손녀같은 아이들이 먹는다는 생각에 맛과 영양에 우선가치를 둔다"며 "음식을 대량으로 준비해야 해 위생에 각별히 신경쓴다"고 말했다.
새벽 5시 꼭두새벽부터 도시락을 준비해야 하는데다 중간중간 식당 영업도 병행해야 하기 때문에 몸이 힘들법도 한데 이들의 표정은 밝기만 하다. 이들은 "식당 이름처럼 100세까지 일하며 아이들을 돕고 싶다"며 "기쁜 마음으로 일하니 몸도 마음도 젊어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특히 수거한 도시락에서 고사리 손으로 또박또박 쓴 감사편지를 발견할 때면 큰 보람을 느낀다. 시니어클럽 사무실에도 아이들의 편지와 카드가 끊이지 않고 전달된다.
시니어 클럽 나영식 담당은 "처음 시작했을 땐 도시락을 거절하는 아이들도 있어 힘들었다"며 "지금은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결식아동도 도울 수 있어 의미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춘천/김성훈 kppl@kado.net
강원도민일보 기사 : 2007-0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