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제는 산업 발전을 막는 장애물이다"
- 글: 이명호 예당 대표, 한국주얼리산업전문가협회 회장 - |
주얼리 산업 전 부문 등록제 도입을 위한 ‘주얼리산업진흥법안’이 강력히 추진되고 있다. 지난 8월 21일 (사)한국귀금속보석단체장협의회(회장 오효근, 이하 단협)과 (재)한국주얼리산업진흥재단(이사장 오효근)의 주관 아래 주얼리 산업 관련 전 분야 등록제 도입을 위한 ‘주얼리산업진흥법안’ 입법공청회가 국회에서 개최됐다.
주얼리 산업 발전과 소매업 등록제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주얼리 산업 발전 법안은 2018년부터 3차례 국회에 발의됐다. 하지만 전 세계 유례가 없는 주얼리 소매업 등록제 시행에 따른 부담과 업계의 반대 등으로 제정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단협 등 주얼리 산업 관련 21개 단체에서 정부가 좋아할 만한 음성거래 차단과 그에 따른 국가 세수 증대를 명분으로 주얼리 산업 전 분야 등록제 도입을 스스로 요청하고 있고, 법안 제정을 위한 후원회까지 결성하는 등 거국적인 추진이 이뤄지고 있다. 법률과 제정될 공산이 매우 커졌다.
이처럼 단협 등 21개 단체장들의 의도대로 이 법이 제정되어 주얼리 산업 전 분야 등록제가 시행될 경우, 특정 단체와 업체들은 산업 기반 조성과 등록제 시행에 따른 각종 용역비, 교육비, 회비 등으로 연간 수십억 원의 수익과 업계 지배권을 얻고, 정부의 지원하에 사업을 확장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반해 대부분의 도소매, 제조업체들은 실익은 없이 등록제에 대한 부담으로 사업 환경은 더 나빠지고, 경우에 따라서는 폐업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이에 ‘주얼리산업진흥법안’의 주요 내용인 주얼리 산업 관련 전 분야 등록제 도입의 문제점과 대안을 모색해 본다.
1. 법안의 주요 내용
이 법안의 주요 내용은 주얼리 산업 진흥을 위한 기반 조성과 음성거래 차단을 위한 제조, 유통, 디자인, 수리 등 주얼리 산업 관련 전 분야 등록제 도입이다. 20, 21대 국회에서 발의되었다 폐기된 3개 법률안과 지난 8월 19일 곽상언 의원이 대표 발의한 ‘주얼리산업의 기반조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 (의안번호 2202933)’과 내용은 동일하다. 다만 앞의 4개 법안은 주얼리 소매업에 한정해 등록제를 도입하는데 반해 이번에 단협 주관 공청회에서 발표된 이 법안은 주얼리 산업 관련 전 분야에 등록제를 도입한다는 점만 다르다.
2. 등록제 도입 이유와 문제점
음성거래 차단은 금융실명제, 고액현금거래 보고 제도, 신용카드 사용과 현금영수증 제도, 각종 세법과 탈세 제보 포상금 제도, 조세범처벌법 등 정부의 각종 제도와 사회환경의 변화, 그리고 사업자의 영역이며, 성실 납부 유도 등 업계의 자정능력 문제이다.
그러나 단협 등 21개 단체장들은 주얼리 시장에서의 음성거래 차단을 위해 등록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사실을 왜곡한 기만적 주장이다. 단체장들의 주장대로 음성거래 차단을 위해 등록제가 필요하다면 최소한 이 법에 음성거래 차단을 위한 내용이 규정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 법에는 음성거래 차단과 관련된 규정이 없다. 처벌 규정도 없다. 따라서 이 법이 제정되어 등록제를 시행해도 등록제를 통해 음성거래를 차단할 수단도, 방법도 없다. 등록제는 음성거래 차단을 위한 제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이 이러함에도 등록제가 마치 음성거래 차단을 위한 제도인 것처럼 주얼리 소매상 등록제 도입을 주장하다가, 이제는 주얼리 산업의 전 분야 등록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또한 21개 단체장들은 국제자금세탁방지를 이행하기 위해 등록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고물상허가제가 폐지되어 주얼리 시장이 음성거래 시장으로 변하였으니 음성거래 차단을 위해서 등록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 또한 사실의 왜곡이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관리 대상은 귀금속 딜러와 보석 딜러다(FATF The forty recommendations. NO 12). 주얼리 판매상은 대상이 아니다. 그런데도 마치 주얼리 판매상이 자금세탕방지의 대상인 것처럼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
또한 고물영업법상 고물상 허가 대상도 장물거래 방지를 위한 고물(한번 사용된 물품)에 한정하고 있다(제2조). 허가기관인 경찰서장도 고물 중 범죄행위가 있는 장물의 거래를 관리했다. 주얼리 등 상품의 거래는 대상이 아니다. 그런데 이들은 장물거래 방지를 위한 고물상허가제를 마치 주얼리 음성거래 차단을 위한 제도인 것처럼 말하고 있으며, 지난 1994년 고물상허가제의 폐지로 주얼리 시장이 음성거래 시장으로 변하고, 음성거래 또한 더 많아지고 있으니 등록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심지어 음성거래의 대명사인 금의 밀수 등 귀금속 수입과 수출은 등록제 대상에서 제외하고는(제2조, 제7조), 음성거래의 차단을 위해 주얼리 산업의 전 부분에 등록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3. 등록제 도입의 피해와 책임
등록제의 주요 내용은 등록 요건과 등록 업체에 대한 관리다. 등록 요건은 시행령으로 위임하여 현재로서는 확인이 어렵다. 그러나 다른 산업 등록제를 볼 때, 도소매업은 인적 요건을, 제조업 등은 시설과 장비를 등록요건으로 규정할 것이다.
(도소매업) 도소매업의 경우 국가는 국가자격의 직무 분야에 관한 영업 허가ㆍ인가ㆍ등록 또는 면허를 하는 경우 그 직무 분야 국가자격 취득자를 우대할 수 있다는 ‘자격기본법’과 타 산업 등록제로 볼 때, 인적 등록 요건은 그동안 2만 5천여 명이 배출된(2023년 기준) 주얼리 산업 관련 국가기술자격 소지자로 제한될 것이다. 그 결과 총 1만 5천여 도소매 업체 중 국가자격증이 없는 수천의 도소매 업체들은 특별한 잘못도 없이 이 법의 등록제에 의거 강제로 폐업을 당하게 될 것이다.
(제조업) 도소매업은 인적 요건인 국가자격증만 있으면 등록은 간단하다. 그러나 제조업은 품질관리 문제가 있어 제조와 품질관리에 필요한 시설, 장비, 품질관리 매뉴얼 등을 갖춰 등록을 신청하고, 등록기관(국세청)은 개설 등록 기준 적합성 여부를 확인한 후 승인하게 될 것이다. 또한 모든 등록업체들은 2년에 한 번씩 시설, 장비와 각종 증빙서류를 갖춰 갱신을 신청하고 제조업체들은 제출된 품질관리 매뉴얼에 따라 품질관리가 이행되는지 검증을 받아 등록을 갱신하고, 정기적으로 소양 교육과 직무교육을 받아야 한다(제7조). 필요한 경우 거래 사실 보고와 조사, 자료 제출을 명령받게 될 것이다(제29조).
(등록제 피해 책임) 이 법률안이 그대로 제정되어 산업 전 부문에 등록제가 시행되면 특정 단체와 일부 기업들은 큰 수익과 업계 지배권을 얻게 될 것이다. 그러나 국가자격증 등 등록요건을 갖추지 못한 수천의 도소매 업체들은 강제로 폐업을 당하고, 소규모 제조업체들은 등록을 해도 혜택은 없이 과중한 등록제 부담으로 폐업의 길로 내몰리는 등 사업 환경은 더 나빠져 주얼리 산업은 침체를 벗어나기 어려워질 것이다. 소수의 이익을 위해 다수가 희생하는 이런 등록제를 추진하고 있는 단협 등 21개 단체장들과 주변인들은 피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4. 해결 방안
주얼리 산업은 고용과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이다. 우리는 뛰어난 기술과 문화 등 세계적인 주얼리 산업 국가로 발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함에도 뒤처지고 침체를 거듭하고 있다. 그 이유는 음성거래 등의 여러 문제도 있지만, 각종 규제와 산업 발전을 위한 마스터플랜조차 없는 리더십 부재에서 오는 경향이 강하다.
소수의 이익을 위해 다수가 피해를 보는 규제는 산업을 피폐시킨다. 대표적 규제 중 하나이자 실효성도 없는 주얼리 산업 전 부문 등록제는 어려움에 처해있는 업계인들에게 또다시 고통을 주는 규제가 될 것이다. 산업 발전을 위해 규제 철폐를 주장하면서 더 가혹한 규제 도입을 요구하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은 이제 중단되어야 한다.
그 대신 업계 자체적으로 주얼리 산업 진흥을 위한 목표와 목표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서에 의거 정부의 지원 혹은 주얼리 산업 진흥을 위한 모법의 제정을 요청하는 것이 기본이다. 업계 스스로 마스터플랜을 짜고 실행하기 어려우면 디자인 진흥과 디자인진흥원(직원 수 171명/2021년) 설립을 내용으로 하는 디자인산업계의 모법 ‘산업디자인진흥법’이라도 본받자.
즉 ‘주얼리산업진흥법안’에서 등록제를 삭제하고, 그 대신 주얼리 산업 진흥과 진흥 사업을 전담하고 국가에서 경비를 지원하는 ‘주얼리산업진흥원’ 설립을 내용으로 하는 주얼리 산업 모법을 제정하자.
정부의 투자가 뒷받침된 ‘주얼리산업진흥원’이 설립되어 산업 발전을 기획하고, 지속적으로 추진할 경우 소수의 이익이 아닌 주얼리 산업 전부를 위한 기반 조성과 세계적 주얼리 산업 국가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주얼리 산업 발전에 진정으로 기여하는 주얼리산업진흥법이 제정되기를 기대한다.
귀금속경제신문(www.diamond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