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봄. AIG의 CEO인 설리번의 사무실에서 헤지펀드 매니저 존 폴슨이 밤을 새우며 일하고 있었다. 당시 전 세계는 주택시장의 유래없는 호황에 환호했다. 수많은 투자자들도 시대의 흐름에 부응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상품을 응용한 파생상품에 돈을 퍼부었다.
펀드 매니저 폴슨의 생각은 완전히 달랐다. 오히려 그는 그 반대로 주택시장 폭락에 배팅을 했다.
폴슨은 CDS를 전혀 다른 관점으로 바라봤다.
주택시장이 상승할 때가 아닌 폭락할 때 돈을 벌 수 있는 옵션을 걸어 CDS 계약을 맺었다.
이유는 당시의 주택시장 호황이 한낱 거품에 불과하다고 확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거품이 곧 꺼질 것으로 내다보고, 2006년 여름 친구, 가족들과 함께 1억 4,700만 달러의 투자펀드를 조성했다.
그는 골드만삭스 등 금융회사에 연락해 주택시장 폭락에 배팅할 테니 CDS 계약을 체결하자고 했다. 이는 당시에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2007년에 접어들면서 상황은 돌변했다. 주택시장 그래프의 상승폭이 줄어들더니 급기야 폭락하기 시작했다. 예상치 못했던 엄청난 쇼크에 뉴욕 월스트리트의 대다수 투자자와 전 세계가 패닉에 빠졌다. 그러나 폴슨은 투자금의 100배에 달하는 150억 달러(16조 원)을 벌여들였고, 2008년 조지 소로스를 제치고 개인 소득 랭킹 2위, 미국 부자 랭킹 36위(2012년 기준)에 올랐다.
그는 진정한 성공을 위해 콘트래리언이 되는 것을 그의 인생의 원칙으로 세웠고, 다른 사람을 능가하기 위해서는 시장의 정반대 지점을 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CDS라는 똑같은 금융파생상품으로 한 사람은 망했고, 또다른 사람은 엄청난 대박을 쳤다.
한 사람은 남들이 하는 방식 그대로 CDS를 활용했고, 다른 한사람은 넘들이 전혀 하지 않은 자신만의 개성과 관점으로 CDS를 이용했다.
이것이 바로 콘트래리언의 진실이다.
♠ 글로벌 금융위기 때 오히려 솟아오르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1930년 대공항 이후 최악의 위기였다고 했다.
폴슨 회장은 그 위기를 돌파한 대표적인 콘트래리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단순한 경제 위기가 아니라, 그동안의 성공 방정식이 산산조각 난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가파른 경제 하강의 곡선을 나타낸 시절이다. AIG 뿐만 아니라, 베어스턴스 같은 금융사들이 무너진 이유는 경쟁자가 하면 나도 따라 하고, 경쟁자가 앞서가면 나도 뒤쫓아 가다가 낭떠러지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나의 성공 지점을 향해 모두 달려가는 성실함은 있었지만, 시장의 정반대 지점은 보지 못했다. 풍요의 시대에서는 한 길에 오랜 시간을 투자해 충분히 성공할 수 있었지만, 풍요롭지 않은 시대에는 똑같은 성공 방식만 고집하다가는 일순간에 뒤집힐 수 있다는 사실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타임지가 2012년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뽑힌 진화경제학의 창시자 앤드류 로 MIT 교수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새로운 종들이 탄생했다고 했다.
그는 미국의 주가지수 S&P 500을 예로 들었다.
"1930년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미국 주식시장은 S&P 500의 연간 수익률은 상승하는 직선 형태였다. 매년 8~9%로 안정적이었다. 70년간 주식시장에 투자한 이들에게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그런데 2000년대 중반부터 약 10년간 수익률이 납작해졌다. 이는 매우 큰 변화로 세계 경제가 근본적으로 바뀐 것이다. 시장의 룰이 바뀐 것이다. 약 6개월 치의 주가를 분석해 보면, 2000년대 초까지는 단기변동성이 매우 낮았지만 지금은 변동성이 높아졌다. 우리는 그것과 같이 변할 수밖에 없다."
그의 주장은 진화학자 스티븐 굴드의 단속평형성 이론과 닿아 있다. 매우 큰 환경적 충격이 단기간에 벌어지면 기존의 종이 서서히 죽거나, 생존하는 종들에게 매우 큰 변화를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이는 과거 거대한 운석이 유카탄 반도에 �어지면서 엄청난 양의 먼지가 햇빛을 가려 식물들이 죽고 공룡이 멸종했던 일과 같다는 것이다.
이런 갑작스런 변화로 전 세계를 호령하던 강자들이 줄줄이 추락하고 경쟁이 완화되면서 새로운 혁신자들이 급부상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 갤럭시와 갤럭시 탭, 페이스북과 트위터, 3D 프린터, 스마트TV, 구글 글래스 등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탄생한 혁신적 제품들이다.
<위대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오는가?>의 저자 스티븐 존슨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혁신의 속도가 빨라져서 수많은 파괴적 혁신자들에게 기회가 됐기 때문에 애플부터 삼성까지 많은 혁신적인 제품이 나오게 되었다고 했다.
한 길을 고수했던 기업들은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대부분 혁신을 등한시했다. 그 틈을 파고든 것은 혁신을 지속하던 건실합 콘트래리언들이다.
이들은 남다른 위기의식을 가지고 새로운 방향의 발전을 준비했으며, 위기상황에서 경쟁자들을 순식간에 앞서 나갔다.
노키아와 블래배리가 갤럭시와 아이폰에 밀리기 시작했고, 싸이월드와 마이스페이스가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밀렸다. 포브스가 선정하는 글로벌 상위기업에 애플이나 웰스파고은행, 폭스바겐처럼 혁신을 가속화한 기업들이 차지했다. 콘트래리언들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만의 주관을 뚜렷하게 관철시켰고, 그 결과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 우리 사회의 '쏠림현상'이 실패를 부른다
다른 나라에서 인터넷은 혁신과 창조의 공간이지만 우리의 인터넷은 원웨이 라이더가 얼마나 많은 나라인지 알 수 있는 공간이다.
전문가들은 네이버와 구글을 비교하는데, 구글은 철저히 검색 위주의 서비스다. 구글은 다양성을 보장하는 '연결다리' 역할을 한다.
하지만 네이버는 검색뿐만 아니라 동영상이니, 블로그니 하는 서비스가 한 곳에 몰려 있다. 이것은 세계적으로 대단한 혁신이기는 하다.
한국 인터넷 이용시간의 36%가 네이버에 집중되고 있으며, 한국 인터넷 이용인구 3,500만 명 가운데 네이버를 시작페이지로 설정해놓은 사람이 2,500만 명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창의성과 다양성을 중시하는 미국에서였다면 네이버의 모델이 성공할 수 있었을까?
인터넷을 뛰어넘어 최근 열풍이 불고 있는 모바일 세상에서도 포털사이트의 위력은 대단하다.
많은 사람들이 똑같은 정보만을 받아들이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가 알고 있는 성공 법칙은 완전히 깨졌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아직까지 현실은 물론 인터넷에서조차 쏠림현상에 편승하고 있다. 진정한 성공을 위해 명쾌한 후진의 기회를 노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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