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건물 쳐다보는 심사>
나보다 1년 선배, 두 살 위 이정헌 형님이
살레시오 여고 교사를 정년퇴임하고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를 정년퇴임한 부인과 함께
광주에서 삼십 분에서 한 시간 거리인
화순 너릿재 기슭 초입 시골집에서 살고 있다.
몇 달 전 그 집을 수리하느라 아들네 아파트에서
한 달을 보내면서 죽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시골집에서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뒷동산에
올라가고 걸어다닐 수가 있었는데,
아파트에 갇혀 살려고 하니
도무지 견딜 수가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나는 부모님과 단독주택에 살다가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데 큰 불편은 별로 느끼지 못한다.
그 대신 광주를 둘러보면 50년 전만 해도
광주역과 시내 중심만 빼고는 모조리 논이었는데,
이제는 온통 아스팔트와 대형건물, 고층건물로 가득 차 있고
변두리마다 아파트 단지로 들어 차 있다.
그런 점에서 나도 옛날을 생각하면
이정헌 형님처럼 갑갑함을 느끼곤 한다.
서울 강남구 서초동 마천루 거리를 지나가노라면
무섬증이 엄습하기도 한다.
왜 사람들은 크고 높은 건물을 선호할까,
옛날에는 왕과 임금이라는 놈들이
백성은 그야말로 움막 같은 집에서 근근이 살아가고 있는 판에
호화로운 왕궁을 짓고 그 안에서 주지육림에 빠져 살았는데,
이제는 자본가들이 크고 높은 건물로 위세를 부리고,
있다는 사람들도 그처럼 크고 높은 아파트에서
위세를 부리고 싶은 게 아닐까 싶다.
크고 높은 왕궁, 문화유적, 건물, 아파트, 복잡한 도시,
이거 분명 대다수 사람에게 좋은 게 아니다.
그걸 누린다는 소수 사람에게도 좋은 것일 리 없다.
옛날과 달리 지금은 광주시내도 퇴근 시간만 지나면
충장로 1가와 2가를 빼면 걸어가는 사람 구경하기 힘들다.
공동화, 슬럼가가 다 되었다. 뉴욕 슬럼가라는 표현을
알아들을 것도 같다. 그런 도시 별로 살맛나는 곳이 못 된다.
자본주의 세상이 도시들을 그렇게 만들어 놓은 것이다.
세상을 흉물스럽게 망쳐놓았다.
아직도 미국 사람들은, 세계 사람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01년 9월 11일 무너진 [세계무역센터]가
2년 후면 다시 옛 영광과 위용을 드러내리라 한다.
그러나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은 지난해 완공된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부르즈 칼리파가 됐다.
또 몇 년 후면 두바이는 그 우승컵을
사우디아라비아와 빈 라덴 일가에게 내줘야 할 것이다.
'아랍의 워렌 버핏' 알왈리드 빈 탈랄 사우디 왕자가
돈을 댄 사우디 남부 항구도시 제다의 '킹덤 타워'는
홍해변의 구름을 뚫고 무려 1km 높이로 세워질 예정이다.”
건물 높이가 1km라니, 이런 미친 놈 봤나,
우리네 민중도 비웃을 처지는 못 되지만,
사우디아라비아 민중은 왜 그런 ㅈ같은 새끼를
그냥 내버려두고 있는가?
세상을 망치고 사람들을 죽이는
이런 환장할 부자들, 왕자들, 토건족들,
이 놈들 돈은 다 어디서 나왔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