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탄은 하나님의 준엄한 심판과 재앙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발악하며 하나님께 맞섭니다. 여섯째 천사가 그 대접을 큰 강 유브라데(Euphrates)에 쏟자 유브라데 강물이 말라서 동방에서 오는 왕들이 마음껏 침공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됩니다(12절). 유브라데는 유프라테스 강을 말하는데, 유프라테스 강 건너편은 이스라엘의 동쪽의 대적(對敵)들의 나라가 있는 지역으로, 유프라테스 강이 말라서 동방에서 오는 왕들의 길이 예비되었다는 말은 적의 공격에 무방비 상태로 열려져 있는 상황을 의미합니다.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환상들과 계시에는 그 당시 로마제국의 황제들과 로마제국의 정치적 상황들도 어느 정도 반영되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로마제국이 동쪽에 있는 강력한 파르티아(Parthia) 제국에 의해 위협받고 있다는 것을 떠올리게 합니다. 아무리 기세등등한 로마제국이지만, 그리스도인들을 핍박하는 로마제국도 하나님께서 치시면 하릴없이 무너져 내릴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사탄은 하나님을 향해 맞서기 위해 개구리 같은 더러운 영들이 용의 입과 짐승의 입과 거짓 선지자의 입에서 나와 전 세계의 왕들을 찾아다니며 하나님과의 전쟁에 맞서기 위해 준비합니다(13절, 14절). 개구리는 성경에서 대체로 더럽고 부정(不淨)한 것, 혹은 악한 세력을 상징합니다. 용과 짐승과 거짓 선지자는 마지막 때에 사탄이 세상을 미혹하고, 하나님과 맞서기 위해 부리는 악한 영들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더럽고 악한 영들은 아마겟돈(Ἁρ Μαγεδών, Har-Magedon, Armageddon)이라는 곳에 모여 하나님과 전쟁을 치르려고 준비합니다(16절). 아마겟돈은 실제 존재하는 지명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히브리어의 “하르 메깃도”(הַר מְגִדּוֹן, Har Megiddo)의 음역(音譯)인데, “므깃도 산”이라는 의미입니다. 므깃도 산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기에, 어떤 학자들은 므깃도 지역의 구릉 지역이나 므깃도와 갈멜산을 가리키는 것으로도 보지만, 이 아마겟돈은 매우 상징적인 장소의 명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탄의 세력과 하나님이 마지막 전쟁을 치르는 것을 의미하는 표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탄은 하나님과 맞서기 위해 자신이 모을 수 있는 모든 악한 세력들을 모아 아마겟돈이라는 곳으로 모이게 한 것입니다.
대접 재앙의 환상을 보여주시는 중에, 15절에서는 잠깐 멈춰서 성도들을 향한 경고의 말씀을 주시고 있습니다. 사탄이 득세(得勢)한 것처럼 세상을 휩쓸며 마지막 발악을 하고 있을 때, 하나님의 백성(성도들)은 정신을 바짝 차리고 깨어있어서 자기 옷을 지켜 벌거벗지 않도록 하라고 경고하십니다. 여기서의 자기 옷은 하나님께서 주신 거룩한 의(義)의 옷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자기의 수치를 보이지 않도록 예수 그리스도로 옷 입고 믿음을 잘 지키는 자들에게는 복이 있다는 말씀입니다. 마지막 때일수록 더욱 정신을 바짝 차리고 믿음을 굳게 지키도록 해야 합니다.
마지막 일곱째 천사가 대접을 공중에 쏟자 하늘의 성전에서 “되었다”는 음성이 들려옵니다(17절). “되었다”는 말은 헬라어로 “게고넨”(Γέγονεν)이란 단어가 사용되었는데, 이 단어의 원형은 “일어나다”, “발생하다” 등의 의미를 가진 “기노마이”(γίνομαι)이고, 오늘의 본문에서는 “기노마이”의 완료직설법으로 “다 되었다”(It is done)란 의미입니다. 이제 사탄과 하나님을 거역한 자들을 향한 하나님의 심판과 재앙이 종결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말씀입니다. “되었다”는 말씀과 함께 엄청나게 큰 지진이 일어나고, 사탄의 세력은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19절에 나오는 “큰 성”은 요한계시록 11:8에서 이미 언급된 적이 있습니다. 그 당시에는 로마제국을 의미하기도 하였지만, 더 나아가 “사탄이 지배하는 세계”를 의미하는 단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큰 성이 세 갈래로 갈라졌다는 것은 완전히 파멸되었음을 의미하는 말입니다. 사탄의 세력이 무너지기 시작하자, 사탄에 의해 지배받던 모든 것들도 하나님께서 내리시는 맹렬한 진노의 포도주 잔을 받아 모두 무너져 내리게 됩니다(19절). 모든 섬들도, 모든 산들도 그 자취를 감추어버려 초토화되었음을 묘사하고 있습니다(20절). 무게가 한 달란트나 되는 큰 우박이 사람들에게 내려 사람들은 혹독한 고통을 겪게 됩니다. 한 달란트는 약 34kg의 무게이니, 바윗덩어리 같은 우박이 내려 사람들을 진멸하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마지막 재앙으로 감당하기 힘든 혹독한 재앙을 내리심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 우박의 재앙 때문에 하나님을 비방(모독)했다고 기록합니다(21절). 하나님께 돌이켜 회개하기는커녕, 오히려 하나님을 원망하면서 하나님을 비방하는 강퍅한 모습을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사탄과 사탄에게 미혹되어 사탄을 따르는 이들은 그 마음이 더욱 강퍅해져서 하나님의 진노를 자초(自招)하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사탄은 끝까지 하나님을 대적하고, 하나님께 맞서려고 합니다. 마지막까지 발버둥을 치며 하나님과 싸우려고 합니다. 그러나 사탄과 하나님은 서로 상대가 될 수 없습니다. 전능하신 창조주 하나님과 맞서는 사탄은 결국 참혹한 패배를 맛보게 될 것입니다. 아마겟돈 전쟁으로 묘사되고 있는 사탄의 마지막 발악으로 인하여 세상은 혼란스러워지고, 그 여파로 많은 흔들림이 있겠지만, 이것 역시 이미 하나님의 승리로 끝난 싸움으로 인한 진동(振動)일 뿐입니다. 하나님의 공의로운 심판으로 인하여 사탄은 하나님 앞에서 진멸하여 끝없이 추락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기에 마지막 때의 재앙을 너무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나님은 하나님의 백성인 성도들을 보호하시고 지키실 것입니다. 마지막 때에 사탄과 그의 세력들은 모두 하나님의 심판 아래 멸하게 될 것을 기억하고, 믿음 안에서 견고하게 서서 세상의 미혹에 흔들리지 말고 하나님의 말씀 안에서 신실하게 살아가는 믿음의 사람들이 되길 소망합니다. (안창국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