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기근 개인전
Story of Human and Nature
자작나무를 소재로 상처의 기억들을 모아 작품을 구상하는 작가는
부군의 죽음으로 인한 기억을 일기처럼 담고 있다.
작가를 대변하는 자작나무의 상처는 자연 속에서 회복되며
이 과정이 치유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며 현재 살아가는 이들을 위로한다.
글 : 박대조(미술학 박사, 전업화가)
[2013. 8. 27 - 9. 29 신촌세브란스아트스페이스 (T.1599-1004, 010-5759-3646,신촌)]
작가는 상처 입은 과거의 영역 속에 폐허의 잔해들이 사유를 통해 자작나무의 상처의 흔적에 각인되어 재조립되는 행위는 의사가 집도로 수술을 하듯 치유의 과정이라 볼 수 있다. 그는 과거의 죽음에 대한 추억, 삶의 무상함이라는 의미관계를 상처의 의미로 여기고, 그것을 상처와 치유라는 양극단으로 해석함으로서 그 의미를 남편의 죽음에서 구원을 희구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이러한 이해를 통해서 비로소 작가는 자의적인 해석이 아니라 의미의 객관성을 감지하고, 상처 입은 시대의 범주 아래서 그 시대의 정신을 치유한 것으로 고양되는 차원에 이르고 있다. 따라서 작가의 과거 경험적 파편들이 현재의 진정한 치유의 미학으로 조명하기에 충분 할 정도로 미학적 의미망을 형성했다고 볼 수 있다. 작가는 단순히 개인적 경험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역사 철학적 의미에서 작가는 과거의 파편적 경험이 비합리적인 상처 입은 현존을 경험적 체계 속에서 배치하고 구성을 통해 치유하는 화가가 된 의사이다.
오기근 교수는 남편의 죽음을 통해 피폐화된 자신의 경험이나 과거의 은폐되고 보잘 것 없는 조각들을 기성 관념론, 실증주의적 인식과 독해 연관으로부터 떼어내고, 그것을 자작나무의 상처이미지로 가져와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을 치유하는 각성된 역사인식의 요소로 삼았다. 그의 작품에서 전망은 단편적인 과학적 중심의 의술에 의해 정신적으로 피폐되고 희생된 환자들을 치유할 가능성, 거기에 내재한 에너지는 상처받은 역사로부터 치유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오기근 교수는 의사 본연의 사적 성격을 넘어 그림과 조응 할 수 있는 치유의 방법론을 자작나무의 그림을 통해서 찾는다. 그것은 인식의 차원에서 절대적인 것에 근거한 치유의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대상에 따라 작가의 감각적 특수성으로 보편화 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치유자로서 오기근 교수가 향하는 역사의 지점은 어디인가? 그 그리기 행위를 통해 깨어나는 것은 현재와 가까운 것으로서 과거 경험이다. 작가는 자신의 시대적 삶을 추상적으로 배치하는 것에 반대하여 가장 가까이 있는 것에 대해 구체적인 “치유의 미학”으로 접근한다. 그리고 그의 작품에서 치유를 현전시키는 진정한 방법은 자작나무의 상처 공간 속에서 재현하는 것이다. 이런 방법으로 재현된 작품들은 감상자가 그 속으로 옮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 파편들이 우리의 삶속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작품을 감상자의 삶 안으로 들어오게 한다는 것은, 과거의 상처 입은 경험들을 고정된 것, 변하지 않는 것으로 두지 않는다는 작가의 의도가 숨겨져 있다. 이러한 과거의 사건과 그림은 치유자로서의 화가에게 상처 입은 위기의 시간에 진리가 섬광처럼 스치듯 재현하는 자작나무 이미지이다. 자작나무의 상처에 새겨진 이미지는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가 인식가능성의 현재 시간과 함께 놓이는 상처의 미학인 것이며, 그것은 작품의 총체적 전망인 치유의 미학적 의식이 읽어 내야할 변증법적 이미지이다. 지나가버린, 그러나 현재와 가까운 것으로서의 과거에 현존했던 이미지들은 치유의 미학으로 승화되는 기초로 그려져 있다. 하지만 작가의 과거 경험 속에서 치유되지는 못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상처 입은 우리들에게 현재의 시간에 포착되어짐으로서 “치유의 미학”적 의미를 완성시키는 작품으로 재조명 되는 것이다.
-오기근 작가노트-
시간과 공간을 망각하고 나의 존재의 가치도 잊어버리는 망아의 세계에서 그림을 그려 나갔다. 내 마음의 상처는 서서히 치유되고 원망과 죽음의 나락으로 떨어지려는 마음속에서도 상처 받은 영혼의 상처가 희망으로 변하고 마음 속 깊이 행복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상처에 약을 발라서 치유를 해주는 마음으로 그림을 그리다 보니 본인의 상처도 사랑하는 이의 그리움도 행복한 감정의 단계로 순화되었다. 본인은 중점적으로 자작나무의 상처에 실재 희망하고 꿈꾸고 경험하는 삶의 리얼리티를 그려 넣었는데. 그 아름답고 세밀한 은색 피부와 상처를 표현하기 위하여 여러 번의 아크릴을 입혔다. 또한 경건한 기도나 고사로서 상처의 속까지 예쁘게 낫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모필을 이용하여 부드러운 곡선과 수많은 가는 선과 점을 이용하여 자작나무를 재현하였다. 자작나무는 나와 하나된 물아일체(物我一體)된 대상으로서 그 상처는 곧 본인의 상처이며. 그 상처의 형상은 삶의 리얼리티, 즉 염원하고, 꿈꾸고, 아파하고, 사랑하고, 경험하는 등의 실재를 재현한 것이다. 본인에게 그리는 행위는 상처를 치유하는 행위이며, 그 상처는 치유의 결과물인 것이다. 유려한 강직한 힘을 가진 모필은 수술하는 집도와 합일한다. 그리고 그림 속 곳곳에는 숨은 그림처럼 삶의 얘기들이 재현되어 있기 때문에 감상자는 보는 그림이 아니라 보아가는 그림으로 감상을 했으면 한다. 라고 하면서 감상자로 하여금 자작나무의 상처가 아물면서 마음의 상처도 같이 아름답게 치유되기를 염원한다. 작가에게 있어 그리는 행위와 의사로서의 직업은 하나로 통하며 그 결과물은 치유의 미학이 내재되어 있는 결과물이다.
가을 자작의 외로운 잎새, 52x72cm, 2011, acrylic on canvas
여우야 너 울고있니, 2011, 65 x91cm, acrylic on canvas
자작나무의 사랑, 2012, 65 x91cm, acrylic on canvas
치유자작의 축제 1, 2012, 72.7 x 100cm, acrylic on canvas
불타는 여름여름 자작나무의 정열, 2012, 52x72cm, acrylic on canvas
자연속의 자작나무-2, 20x20cm, 대리석에 음각후 채색,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