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이장은 나보다 두어살 년배지만 친구처럼 가깝게 지낸다.
지난 여름 내내 때없는 이삭패기로 논두렁을 떠나지 못했다는데 요즘은 싱글 벙글 하는 걸 보니 올벼도 됨새가 그런대로 흐믓한가보다.
서이장은 벌써부터 콩 밭옆에 버려진 100여평 남짓하는 척박토에 꼴밭을 가꾸어 겨우내기를 준비하고 있는데 저번에 뿌린 꼴이 성엽도 되기전에 덧눈이 또 오른 걸로 봐서 이곳 땅심이 좋긴 좋은가보다.
나는 밭고랑 위에 앉아 서 이장내 대문위에 걸어 둔 올게심니를 쳐다보며 맘속으로 내년에도 풍년이 들어 서이장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기를 바랬다. 서 이장은 감나무에서 삽시 한개를 따서 내옆에 앉아 내미는데 그 떫은 맛이 가시려면 아직은 철이 좀 이른듯 싶다.
서이장은 콩타작을 마치면 그곳에 보리 파종을 하자고 한다. 그게 그래도 요즘은 값이 제법 나간다나..
보리밭이라 .. 흠.. 서 이장은 밭고랑을 내려다 보며 예전에 추석 전날 밭고랑 기기하면서 부스럼 나지 말라고 소원하던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밭고랑 기기는 남도에서 하던 놀이인데 여기서도 했나.
"우리 두사람은
키높이 가득자란 보리밭 밭고랑 위에 앉았어라.
일을 마치고 쉬는 동안의 기쁨이여
지금 두사람의 이야기에 꽃이 필때
오오 빛나는 태양은 내려 쪼이며
새무리들도 즐거운 노래 , 노래 불러라...(김소월의 밭고랑 위에 앉아..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