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소리는
추억을 작곡한다
유옹 송창재
밤비 소리는
추억을 기억하는 타임머신이다.
연통에
토독 똑 가락으로 부딪혀
나 깨운 빗소리는
할머니 장독
하얀 간장 종재기 위에 떨어지던 낙숫물 소리이다.
뒤란
왕대 숲 대바람 타고
쏴 쏴아 흐르던
대 빗소리는
지푸라기 지붕속에서 멈추었다
잠깐
참새 둥지를 청소하던 대나무 비는
간장 보새기 위에
규칙적 화음을 만들어
맑게 떨어진다.
후미진 집 양철지붕에
내리는 비는
심벌즈를 두드리는 드럼연주이고
장맛비 장만하던 바람에
처마 밑으로 날려와
떨어진 골판지 위에
베이스의 打音타음을 만들었다.
툭툭 떨어지는 빗소리를 듣고 세면
배고픔을 부르는
흰 쌀밥 뜸드는 소리였다.
할머니집 장독위에 떨어지던
맑은 화음의 소리에는
으뜸화음이 있고
양철지붕 위에는 딸림화음이 있었다
지금 깨어듣는 빗소리는
늙어가는
버금딸림 화음이 들어있다.
어릴 적 장맛비 소리는
꿈으로 가는
미래의 타임머신이었는데
지금
자다 깬 빗소리에는
마당가 느티나무밑에
버려진 소주 병 위에
떨어지던
아픈 도미솔 으뜸화음의 노래를
추억하게 한다.
빈 소주병은
어제를 기억하게하는
슬픈 타임캡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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