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7차 핵실험 초읽기… 美, 괌 B-1B 전격 공개
미국 본토에서 날아온 B-1B 전략폭격기가 3일(현지 시간) 괌 앤더슨 기지에서 대기하고 있다. 북한의 7차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잇따르는 가운데 미 인도태평양사령부는 7일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B-1B 폭격기의 괌 배치 사실을 공개했다.
미 인도태평양사령부 트위터
美, B-1B 괌배치 공개… 北핵도발땐 즉각 출동
핵항모 2척 등 ‘용감한 방패’ 훈련
北ICBM 탐지-요격훈련도 실시
6일(현지시간) 폭격기 태스크포스 통합 임무를 지원하기 위해 괌 앤더슨 공군 기지에 배정된 B-1B Lancer의 기동모습을 공개했다. 미공군 제공
북한의 7차 핵실험이 임박한 가운데 미국이 괌에 B-1B 전략폭격기 배치 사실을 공개했다. 북한이 핵 도발을 강행하면 즉각 한반도로 출동할 수 있다는 경고로 해석된다.
미 인도태평양사령부는 7일(현지 시간) B-1B 폭격기들이 2일 미 본토에서 괌 앤더슨 기지로 전개했다면서 비행 훈련 사진을 공개했다. 앞서 미 군사 매체인 ‘워존’이 4일 B-1B 4대가 괌에 배치된 위성사진을 보도한 지 사흘 만에 미군 당국이 공식 확인한 것이다. 미 인도태평양사는 B-1B의 괌 배치가 폭격기 전력의 순환 전개 일환이자 훈련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B-1B 폭격기들이 괌 전개 과정에서 일본 항공자위대 소속 F-15 전투기들과 공중 연합훈련을 실시했다고도 했다. 군 관계자는 “괌에 배치된 B-1B 폭격기들은 북한의 핵 도발 시 가장 먼저 한반도로 전개돼 대북 무력시위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미군 관계자들이 괌 앤더슨 기지로 향하는 B-1B 전략폭격기를 지켜보고 있다. 알부는 손을 흔드는 등 환호하는 모습. 미 인도태평양사령부는 7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B-1B 폭격기가 3일(현지시간) 훈련하는 사진 등을 공개했다. 미 인도태평양사령부 홈페이지
이런 가운데 미 태평양함대사령부는 6∼17일 괌과 북마리아나제도, 한반도와 가까운 서태평양 일대에서 핵추진항공모함 2척 등 함정 15척과 항공기 200대, 일본 오키나와의 제3해병원정군 등 1만3000여 명이 참가하는 ‘용감한 방패(Valiant Shield)’ 훈련을 진행 중이다. 이 훈련은 격년제로 실시되는 미군의 대규모 야외 기동훈련이다. 괌에 배치된 B-1B 폭격기들도 참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경북 성주에 배치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포대를 비롯해 아태 지역의 미사일방어 작전을 총괄하는 하와이 주둔 제94 미 육군방공미사일사령부도 참가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상정한 탐지·요격 훈련도 실시할 것으로 전해졌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성김 “北, 언제든 핵실험할 준비 마쳐”… 당정대 “행동으로 대응”
北핵실험 임박설에 긴장 고조
북한의 풍계리 7차 핵실험 준비 징후가 포착된 가운데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북한 도발 관련 국가안보 점검’ 당정대(당·정부·대통령실) 협의회에서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왼쪽에서 세 번째)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기호 당 사무총장, 성일종 당 정책위의장, 권 원내대표, 박진 외교부 장관, 이종섭 국방부 장관. 사진공동취재단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북한이 풍계리에서 핵실험 준비를 마쳤고 언제라도(at any time) 실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신인호 국가안보실 2차장은 당정대(당·정부·대통령실) 협의회에서 북한을 향해 “어떠한 도발에도 대응할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미일 외교차관은 윤석열 정부 취임 후 처음으로 대면 협의회를 갖고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 등을 강력히 규탄하는 성명을 냈다. 북한의 7차 핵실험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시만 남은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한미일이 강경 대응을 예고하면서 한반도 정세가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 “北 언제라도 핵실험 가능”
김 대표는 7일(현지 시간) 브리핑에서 “(북한 핵실험이) 미국과 국제사회에 용납될 수 없다는 점을 확실히 하기 위해 동맹들과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면서 “우리의 대응은 신속하고 강력할(swift and forceful)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안 재추진은 물론이고 한국, 일본과 함께 독자 대북제재 및 확장억지력 강화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책임을 묻겠다는 것. 특히 이례적으로 ‘신속하고 강력한’ 대응이라고 밝힌 건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는 인식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과 정부, 대통령실도 8일 오전 국회에서 ‘북 도발 관련 국가안보 점검 당정대 협의회’를 열고 핵실험에 맞선 수위 높은 대응을 예고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북한이 도발로 얻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더 이상 북한 도발에 일방적으로 끌려 다니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일종 정책위의장도 “윤석열 정부는 지난 정부와 달리 한미 공조가 강화돼 북한의 어떠한 도발도 그냥 넘기지 않을 만반의 준비가 돼 있다”며 강경 대응 의지를 내비쳤다. 신 2차장은 이 자리에서 “위협에 대해선 우리가 할 수 있는 능력과 태세가 어떤 것인지 분명히 보여주고, 임기 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실질적으로 무력화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 한미일 차관 “북핵, 실체적 위협으로 고도화”
조현동 외교부 1차관과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 모리 다케오(森健良)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은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제10차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회를 개최하기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한미일 외교차관은 이날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7개월 만의 대면 협의회 후 공동성명에서 “북한 위협을 억제하기 위해 3국 안보 협력을 진전시켜 나가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조현동 외교부 1차관은 언론 발표를 통해 “북한의 7차 핵실험 등 추가 도발 가능성이 제기되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실체적 위협으로 고도화되는 상황”이라며 “긴밀한 한미일 공조의 중요성에 대해 공감했다”고 전했다. 모리 다케오 일본 외무사무차관도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한미일 안보협력을 포함한 지역의 억제력 강화, 안보리를 포함한 유엔에서의 대응, 외교적 대응이라는 세 관점에서 한미일이 긴밀히 공조하기로 했다”고 했다.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은 이날 공동성명에서 확장억제를 포함한 한국과 일본에 대한 미국의 확고한 방위 공약을 재확인했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 7차 핵실험 시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셔먼 부장관의 전날 발언에 대해 “자극적 언행을 삼가고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위해 함께 노력하길 바란다”며 반발했다.
한미일 차관은 북한에 외교적 해법이 여전히 열려 있다는 메시지도 전했다. 공동성명에서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국제사회의 지원 제의에 긍정적으로 호응하기를 희망한다”고 촉구한 것. 김 대표도 이날 최근 한 달 이내 북한에 코로나19 백신과 식량 지원을 제안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그는 “북한이 코로나19 확진자를 발표한 직후 미국이 인도적 사안과 다른 사안을 분리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해 북한에 협력 의사를 전달했다”면서 “북한은 이에 응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최지선 기자,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강경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