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KBS 대하 드라마를 저는 즐겨 봅니다. 물론 고증이 그나마 잘 된 작품도 있었고, 잘 안 된 작품도 있었지만
저는 그래도 그 자체의 가치(그러니까 배경 음악, 캐스팅, 음향, 촬영 자체, 대본 등)에 더 방점을 두고 봅니다. 어차피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고증에 무게를 두거나 하면 큰 인기를 얻기 힘든데다 "해품달" 류의 완전한 허구 사극류가 인기를 누리는
상황에서 "불멸의 이순신"이나 "대조영" 같은 작품은 그래도 정말 박수를 쳐주고 싶을 때가 있을 정도이지 않나 싶네요.
하지만 걸핏하면 드라마 부문을 예산 절감의 대상으로 삼는 행태는 사실 좀 아니지 않나 싶네요. ㅠㅠ
6월 8일자 "대왕의 꿈"을 보셨는지요? 그러니까 지금으로 말하면 방금 전에 끝났고 내일 (6/9) 마지막회인데,
원래 80부작이었으나 시청률이 낮고 적자 지속으로 축소 방영하게 되었다던데;;;;
그래도 첫 회부터 보며 엄청난 허구 공세에 시달리면서도 나름 재미있게 보았던지라 0.5~0.7회분 분량으로 고구려
정벌을 끝내버리는 황당한 진행은 좀 너무 아닌 것 아닌가요? 이제는 당나라의 전투들도 1회분에 끝내게 생겼으니.... 멘붕 그 자체입니다.... 헐....;;;;;
물론 허구도 하나의 "문학적 허구"로 애교로 보아준다면 더 재미를 느끼실 수 있겠으나
비형랑이 반란을 일으킨다던가 승만이 정권을 틀어쥐고 딸을 아들로 바꿔치는 정도의 왜곡은...... 음... 좀 그렇군요.
그 이후는 좀 나았는데 워낙 앞에서 회를 너무 많이 쓴 탓에 "광개토태왕"의 전철을 밟게 되었군요.
그나마 최수종 씨의 연기 때문에 지금까지 어느 정도 몰입하고 보아왔고 김유신 역의 배우(잠깐 이름을 까먹었음)도 매우 충실하게 연기하신것 같아 크게 불만은 없었지만;;; 고구려 정벌과 당과의 전쟁을 2회만에 끝내려는 황당한 행태에 충격을 받아서 끄적거렸습니다.ㅎㅎ
P.S. KBS는 "대왕의 꿈"에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은 고증비를 들였다는군요. 사실 금관이나 의상의 금 장식은 사실 저도 놀랍기는 했는데, 유례없는 "비인기 드라마"로 전락하여 수익 면에서 대실패를 기록했답니다...... 그래서 내년 1월까지는 새 대하드라마 예정이 없다네요....ㅠ
첫댓글 전 유감스럽게 대왕의 꿈은 단 한편도 보질 않았네염..
드라마 광개토대왕은 가면 갈 수록 제작비가 줄어드는것이 눈에 띄었죠. CG전투가 점점 숲속에서 수십여명의 싸움으로 변하더니, 막판엔 대규모전투라면서 운동회를 보여주고, 캐릭터들을 한명 한명씩 죽여나가는... 그나마 있던 캐릭터들도 거의 다 허구... 맹광이나 갈로등을 기대했는데, 네임드 인물들은 거의 나오질 않았죠.그나마 고운이야기는 매력적인 포인트가 있었는데, 그걸 멋지게 전개시키지 못하고 말았고요...- -;;;
그렇지만 나름 복장고증은 점차 나아지고 있는 추세라 봅니다. 주몽이나 바람의 나라, 배용준이 나오던 광개토대왕과 비교한다면야 양반이죠.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캐릭터를 하나 하나 죽여가는..... 갑옷은 좀 그렇지만 복장은 좀더 세세해지던 느낌은 받았습니다.
그래두, 스토리가 좋아야 하는데, 스토리가 고증은 커녕, 오글거리기까지 하니, 누가 본답니까. 특히 드라마 근초고왕은 정말 닭살이 돋을 정도더군요.
요즘 사극의 가장 큰 문제는 제 생각엔,
1. 역사 인식이 떨어졌다.:그러잖아도 판타지사극이 판친상태라, 고증되고 인간미넘치는 사극이 나오기 어려운 분위기가 되었죠. 그래서..
2.작가들이 사극을 우습게 안다: 역사가 엄청 까다로운 테마인줄 모르니, 역사를 다루면 대박칠줄만 알고 개나 소나 사극에 달려들어보는거죠. 그렇다보니 급이 좀 높아서 역사의 까다로움을 아는 작가들은 판타지사극에 손을 대어, 뿌리깊은 나무같은 좋은 작품들이 나오게 되었지만, 이도 결국은 사극은 아니니
3. 촬영진과 배우들 모두 사극을 우습게 안다.: 대왕의 꿈이 대표적인것 같아염. 감독과 작가 개무시하고 웨딩드레스를 입고 나오니 말입니다. 즉 결론적으로...
4. 작가와 감독, 배우들간의 팀웤이 개판이 됬다.: 이러면 누구 한명이라도 잘 하더라도, 결국 그것이 실현되지 못하고 끝나버리죠. 뭐, 제 생각엔 누구는 걍 멜로물 찍고 싶고, 누구는 걍 애국심에 호소하고싶고, 누구는 걍 자신 어필에만 치중하는것 같다만...
어쨌든 이렇다보니 제작비를 줄여버리게 되지요. 사극이면 무조건 대박칠줄 알고 오만방자하게 제작에 임하는 느낌을 받으니..ㅉㅉ
솔직히 과거의 사극들도 그닥 고퀄은 아니였습니다만, 사극으로써 갖출것들은 갖추고 있었습니다.
드라마 태조왕건같은경우도, 오늘날 사극 못지않게 트렌드를 따르느라 삼국지따라하기를 많이 보여줬습니다. 그렇지만 적어도 말이 되는 부분들에 그러한것들을 적용시켰고, 픽션을 넣더라도 당시 역사와 사회, 문화에 알맞게 창작하여 대입시켰습니다. 한가지 안타깝다면 복장고증에 그닥 신경쓰지 않았다는것. 하지만 복장 자체에 그닥 신경을 쓰지 않아서 시청자들의 눈쌀을 찌뿌리게 할 정도는 아니었죠.
오늘날쯤 되면, 저런 태조왕건쯤은 통상적인 사극의 모습이 되어있어야 하는데, 태조왕건의 수준도 이젠 다른차원의 것이 되버렸으니...
이런 상황에서 드라마 용의 눈물정도로 되돌아가려면... 세대가 두어번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ㅠㅡ
용의눈물 왕과비 한명회 정도는되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