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쌍한 우리 다엘이
남들처럼 이러타할 돌잔치도 못해주는데,
설상가상 다엘이의 생일날을 장례식장에서 보내게 된다
가련한 우리 아내
이제 아내는 고아가 되었다
다엘이 만할 때부터 혼자 된 아내
그 후로부터 할아버지, 할머니 손에 키워진다
그래서 아내에게는 그분들이 부모님이고 혈육인 셈.
하지만 이제 아내는 부모님이 안 계신다
마지막 남은 혈육이었던 할머니가 다엘이의 생일 날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계신 강원도 속초에서 모처럼만에 온 가족이 모였다
비록 돌잔치는 안 하지만,
온 가족이 모였으니 기념으로 사진관에서 가족사진도 찍고,
식당에서 식사라도 하려고 계획한 우리는 아내 가족의 비보를 듣고,
급히 아내의 고향인 대구로 내려가야 했다
할머니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먼저 고향으로 내려간 아내
아내를 먼저 보내놓고 난 사실,
전날까지만 하더라도 설마 하는 생각이 앞섰다
다엘이의 생일 날,
초상을 치러야 하는 모진 삶을 하나님은 허락지 않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네 모든 자녀는 여호와의 교훈을 받을 것이니 네 자녀는 크게 평강할 것이며"(사 54:13)
하지만 결국 우리가정의 단란한 시간은 허락되지 않았고,
아내의 통곡소리에 다엘이의 생일은 시작되었다
할머니의 염을 할 때 정말이지 아내는 서럽게 울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아내에게는 할머니가 엄마였기 때문에,
소식을 듣고 급히 내려갔음에도,
간발의 차로 임종을 지켜보지 못한 아내에게는
할머니의 죽음이 마치 뼈를 깎는 아픔이었기 때문이랴
소식을 듣고 꽤 먼 거리였음에도,
다엘이의 돌잔치로 때마침(?) 모인
남동생의 도움으로 급히 다엘이와 함께 대구로 내려올 수 있었고,
난 그렇게 아내 할머니의 장례가 끝날 때까지 다엘이와 함께 대구에서 있어야만 했다
화장터 대기실에서 고인의 화장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사람들
삶과 죽음!
참 아니러니 하다
누구는 태어난 날을 기념으로 축하받는데,
누구는 죽음으로 인해 온 가족이 비통에 잠겨있으니 말이다
이 모든 일을 한 날에 다 겪은 우리 가족.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왜 사람들은 죽음에 직면해서야,
사후세계를 두려워하면서,
막연히 좋은 곳에서 편히 쉰다는 믿음으로 망자를 기리는 것일까?
감사하게도 아내의 할머니는 죽음 끄트머리에 예수를 구주로 영접하셨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 예수를 영접하지 못한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죽음에 대해 두려워하고 있었다
'초상집에서 면이나 국수 같은 거 먹지 마라... 줄초상 난다'
장례식장에서 계속 제공되는 육개장이 먹기 싫어,
라면을 끓여 먹었는데 한 어르신이 화들짝 놀라며 하신 말씀이었다
"이 사람에게는 사망으로 좇아 사망에 이르는 냄새요
저 사람에게는 생명으로 좇아 생명에 이르는 냄새라 누가 이것을 감당하리요"(고후 2:16)
사망의 올무에서 벗어나니 장례식장이 그리 부담되지 않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다엘이는,
장례식장의 공간이 놀이터인양 물병을 가지고 놀고 있고,
나는 아내가 아이 신경 쓰지 않고 장례를 치룰 수 있도록 다엘이를 보살폈다
원래의 계획은 내 고향인 속초에서
오붓하게 가족들과 함께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려 했던 돌잔치
하지만 예기치 못한 일로 다엘이의 생일날을 장례식장에서 치러야 했다
비록 많은 사람들에게 축복받는 돌잔치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전도자의 가족답게,
삶과 죽음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 귀한 시간이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