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세잔이 1873년부터 1878년 사이에 그린 작품들 중에는 <바쿠스 축제(Baccanales)>나 <목가적 풍경(Pastor
ales)> 연작과 같이 전통적 주제를 다룬 것들이 많다. 그 가운데 가장 평화로운 풍경의 하나인 이 작품은 형식적
인 면에서 세잔 특유의 개성을 잘 보여준다. 붓터치는 쉽게 구분이 될 정도로 간결하게 끊어져 있으며, 인물들은
어렴풋하게 알아볼 수 있도록 구별된다. 화면 구성은 얼핏 보면 알아보기 힘들지만 곧 잘 드러난다. 즉 화면은 중
앙에 위치한 여인과 교회의 뾰족한 부분에서 이어지는 윤곽선으로 인해 수직축으로 나누어진다. 이 뾰족한 부분
은 액상프로방스에 있는 생 장 드 말트(Saint-Jean-de-Malte) 교회의 첨탑으로 보인다.
세잔이 여러 번 선택하기도 했던 이 주제는 마네(Manet)가 스캔들을 일으켰던 같은 제목의 작품에서 보인 모순
을 엿보게 한다. 더하여 마네가 동명의 작품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자, 모네 역시 같은 제목의 작품을 제작하여 두
작가 사이의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이 사건을 계기로 두 작가는 혁신을 추구하는 작가들에게 명성을 얻게 되
었다. 그러나 작품의 주제가 마네와 모네(Monet)의 작품과 비슷하다 할지라도, 세잔이 이런 제목을 언급했는지
는 확실치 않다.
왜냐하면 이 작품이 푸생(Pousssin)의 <바쿠스 축제>와 유사한 배치를 보이기 때문이다. 혹은 젊은 날 함께 했
던 친구 졸라(Zola)의 언급처럼, 이 작품은 세잔과 친구들에게 액상 프로방스의 자연에서 경험했던 즐거운 일탈
의 기억일지도 모른다. 이런 점으로 볼 때 세잔의 이 작품은 주제 면에서 충분히 흥미롭다. 인상주의의 특성과 함
께 신고전주의의 특성을 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자 한 세잔의 노력을 느낄 수 있다.
첫댓글 좋은 작품
올려주시어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