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 9:31]
사자를 아비멜렉에게 가만히 보내어 가로되 보소서 에벳의 아들 가알과 그 형제가 세겜에 이르러 성읍 무리를 충동하여 당신을 대적하게 하나니...."
사자를...가만히 보내어. 스불은 아비멜렉 휘하에서 그 성읍의 장관이었기 때문에 세겜의 정황을 그에게 알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스불의 세력이 가알의 영향력을 꺾기에는 다소 부족하였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행동하지 못하고 있었다. 따라서 그는 은밀하게 밀사를 보내어 아비멜렉에게 세겜의 상황을 알렸던 것이다.
성읍 무리를 충동하여 당신을 대적하게 하나니 - 가알이 세겜 사람이 베푼 연회석에 참석하여 반역을 도모했지만 아직 그들의 세력이 완전히 규합되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스불은 그들의 세력이 더 커지기 전에 아비멜렉에게 가알과 그의 형제들에 의한 반역의 소식을 전했던 것이다.
[삿 9:32] "당신은 당신을 좇은 백성으로 더불어 밤에 일어나서 밭에 매복하였다가..."
밭에 매복하였다가 - 본래 매복은 적의 공격을 기습적으로 반격하기 위한 전술이다. 여기서는 아침 일찍 세겜 성을 공격하기 위해 밤에 미리 세겜성 앞에 있는 밭에 숨어 있는 것을 가리킨다. 이러한 매복 작전은 구약에 자주 등장하는 전술 중의 하나이다. 일찍이 이스라엘은 가나안 정복 당시, 아이성 전투에서 이 전술로 크게 성공을 거둔 바 있다 한편 '밭'은 세겜 성읍 백성들이 농사짓는 곳으로, 그 성 밖에 있었다.
[삿 9:33]"아침 해 뜰 때에 당신은 일찌기 일어나 이 성읍을 엄습하면 가알과 그를 좇은 백성이 나와서 당신을 대적하리니 당신은 기회를 보아 그들에게 행하소서...."
아침 해 뜰 때에...엄습하면 - '엄습하다'에 해당하는 '파솨트'는 본래 '돌진하다', '가죽을 벗기다'는 뜻이다. 그러나 여기서는 순간적으로 기습하여 닥치는 대로 살육하는 것을 가리킨다. 그런데 스불이 아비멜렉에게 이른 아침 동틀 무렵에 이러한 기습 작전을 펴도록 충고한 것은 그때가 잠에 취했던 적들이 이제 막 깨어날 무렵인 바 미처 아무런 전투 태세를 갖추지 못한 적들을 쉽게 공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삿 9:34] "아비멜렉과 그를 좇은 모든 백성이 밤에 일어나 네 떼로 나눠 세겜을 대하여 매복하였더니..."
밤에 일어나 - 아비멜렉은 스불의 말에 따라 군대를 비밀리 이동하기 위해 밤을 이용했다. 밤에 이동함으로써 아비멜렉과 그의 추종자들은 손쉽게 세겜 성과 인접한 곳에 이를 수 있었다. 네 떼로 나눠 - 이처럼 많은 수의 군대를 여러 부분으로 나누면 다음과 같은 전술상의 이점이 있다. (1) 지휘하는 자가 그 대원을 통솔하기 쉽다.
(2) 각각의 소단위 부대는 전투시 기동력을 살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3) 적에게 포위당할 위험이 적다. (4) 그리고 매복 공격도 쉽게 할 수 있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아비멜렉은 기동력을 살려 군사의 이동을 신속하게 하고자 자기 부대를 네 떼로 나눈 것 같다.
[삿 9:35] "에벳의 아들 가알이 나와서 성읍문 입구에 설 때에 아비멜렉과 그를 좇은 백성이 매복하였던 곳에서 일어난지라..."
가알이 나와서 성읍문 입구에 설 때에 - 본문에는 가알이 무슨 이유로 아침 일찍부터 성읍 문 앞으로 나아갔는지에 대하여 전혀 언급이 없다. 그러나 그 행차에는 스불 뿐 아니라 일부 병사들도 동행하였을 것이다. 추정컨대 아마도 앞서 아비멜렉에게 선전 포고를 하였던 가알은 적정을 살펴보려고 성읍 문 앞으로 나아갔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으니 도리어 아비멜렉이 가알을 치려고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삿 9:36]"가알이 그 백성을 보고 스불에게 이르되 보라 백성이 산 꼭대기 에서부터 내려 오는도다 스불이 그에게 대답하되 네가 산 그림자를 사람으로 보았느니라..."
가알이...스불에게 이르되 - 가알은 세겜 성읍의 장관인 스불을 따라 성읍 문 앞으로 나간 것 같다. 이로 보아 가알은 스불이 아비멜렉 편인 것을 눈치채지 못했음에 분명하다. 만일 스불이 아비멜렉의 대리권을 행사하는 사람인 줄 알았다면 가알은 그와 함께 아침부터 행동을 같이 하지 않았을 것이다.
백성이 산꼭대기에서부터 내려오는도다 - 산꼭대기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은 아비멜렉을 따른 무리 중 한 떼에 불과하다. 이 무리들은 세겜 성에서 볼 때 가장 눈에 잘 띄는 산꼭대기에서 내려왔으므로 가장 먼저 언급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