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斷想
‘The past is the worst predictor of the future.’ -과거는 미래에 대한 가장 악독한 예측 변수이다.
우연히 접한 영어 문장인데 울림이 심상치 않다. 그 짧은 문장에서 뭔가 강한 인상을 받았는데 다시 생각하니 작은 방에서 갇혀 사는 것처럼 답답해진다. 내 나이가 젊지는 않지만 내일은 인용문과는 다르게 살고 싶기 때문이리라. 그 길이에 관계없이 좀 다른 빛깔의 미래를 만들어 나감으로써 내가 살아온 70년이라는 과거 지향에서 조금은 벗어나고 싶다.
지난 일은 다 너그럽게 보듬어 달라는 말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왜냐하면 그건 과거를 부정함과 흡사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어떻게 있었던 일을 없던 것으로 할 수 있다는 말인가. 천사가 가득한 냉엄한 현실 속에서, 잠시 잊어버리고 살 수는 있지만 없던 일로 기록에서 삭제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모든 과거는 무너질 수 없는 시간으로 오늘을 만드는 빼어낼 수 없는 벽돌 한 장이기 때문이다. 좋든 싫든 과거가 주는 자극을 견디고, 오로지 미래를 바라보며 그 과거가, 오늘이 온전히 나의 시간이 될 수 있는 바탕이 되도록 끊임없이 노력할 뿐이다. 그 되치기의 길은 문학과 음악에 깊이 빠져드는 것이다.
일단은 멍하게 보내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독서를 좀 해야 하는데 그동안 읽지도 않는 잡다한 책이 마음만 어수선하게 한 것 같다. 언제 또 이사할지 모르기 때문에 여기 있는 동안 책은 한쪽에 쌓아 놓고 몇 권만 작은 책장에 꽂아 놓고 읽기로 했다. 우선 송지 선생이 보내 준 서사시 '퇴계' 9권을 독파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2006년 1권을 시작으로 보내 주었는데 '22년까지 완독하지 못하고 있으니 미안함도 쌓여 있다. 이번 기회에 다 읽기로 결심하고 염치에 어긋남을 무릅쓰고 결권이었던 2, 3, 8권을 보내달라는 요청에 답이 왔고 덕분에 빈자리를 채우고는 흐뭇해 사진까지 찍어 보냈다.
'22년 12월 초순부터 1권을 읽고 있는데 임의 시적인 깊이와 그 방대함을 통해 독서의 깊은 맛, 즐거움을 느낀다. 세 줄의 시도 쓰기 힘든데 서사시를 쓰기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하면서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퇴계'는 대작으로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읽어야 한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특히 젊은 사람들이 ... 스마트폰에 내장된 국어사전과 한자어 사전을 참고로 하고 획순에 따라 써 보기도 하면서 천천히 읽고 있다. 시작이 반이라고 벌써 반 이상 읽었다. 하지만 금년이 다 가기 전에 2권을 들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빨리 읽지는 못하지만 다른 책에서 얻지 못하는 묘미가 있다. 그동안 잊었던 맛이다. 한자와 함께 씌어 있어 있음으로 해서 오히려 더욱 한국어의 깊고 충실한 맛을 체감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한글을 전용하자는 쪽에 섰던 나였지만 문득 한글 전용이다, 한자를 병용해야 한다는, 과거의 논쟁이 짧고 덧없는 일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에 이른다. 과거의 논쟁은 언어 현실을 무시한 흑백론으로. 서로 도와야 더 훌륭한 언어로 발전하게 된다는 언어의 사회성(?)을 무시했던 단순한 사고의 산물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KONG'과 더 가까이 지내고 싶다. FM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악곡을 들으면 늘 신기하기 이를 데 없다. 무심하던 시간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피아노, 맑은 소리 가운데 시간이 출렁이는 아름다움을 느낀다. 먼저 두드린 소리와 방금 두드린 소리, 그 소리들의 어울림 또 어떻게 날지 물음표가 붙어 궁금한 소리 , 끝없는 기다림은 시간 예술의 기묘한 조화를 보여 준다. 알 수 없었던 미래를 소리로 채워 가는 선율은 보석으로 빛나며 무심한 시간을 장식한다. 나침반도 없이 넓은 소리 세상을 찾아 혼자 항해하다가 문득 그 외로움에서 벗어나게 해 주는 인물은 음악사를 장식하는 작곡가들이다. 소리는 나를 깨우고 단련한다. 혼란과 무질서 속에서 표류하던 소리들을 선율로 다잡아 질서를 세우면서 내 마음까지 정리하게 만든다.
첫댓글 잘못을 고치면 그건 잘못이 아니라는 말을 알고 있습니다
하나님 앞에 회개 회개 하면 용서받은 줄로 알라는 말슴도 있습니다
죄 짐에 매여 오늘도 자유롭지 못하면 안 됩니다
책을 읽는 건 내가 모르는 세계를 여행 하는 일입니다
모르는세계를 알게도는 기쁨 특히 이곳에서 완전 소이되어 있는 곳에서 책은 곧 나의 모든 걸 채워 주는 그릇입니다
독서와 음악이 함께하고 있는 단상이 너무나 멋이 있습니다. 늘 좋은 시간 누리소서!
풋볼님 Evergreen님, 방문 감사.또한 두 분 조언 고맙습니다.
수필은 긴 문장에다 단번에 완성될 수 없어 손이 많이 가 좀 부담이 됩니다. 하지만 세 줄만 쓰고 다 끝났다고 생각하는 게으름에서 벗어나게 해 주고 한 편을 쓰고 나면 성취감을 느끼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