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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로 488 GTB 후속 F8 트리뷰토를 이탈리아 공도와 피오라노 서킷에서 시승했다. 피스타의 엔진을 탑재해 더욱 강력한 성능을 손에 넣었을 뿐 아니라 공력 성능까지 끌어올려 주행 안정성을 높였다. 게다가 네바퀴 굴림의 대세 속에서 720마력의 심장을 품고도 여전히 후륜구동을 고집하는 이 차는 광기 그 자체다.
페라리가 페라리에게
이탈리아 마라넬로에 위치한 페라리에서 초청장이 날아왔다. F8 트리뷰토(이하 트리뷰토)를 만나러 오라는 내용이었다. 사실 페라리 본사는 현재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있다. 2016년 FCA 그룹에서 독립하면서 등기상의 본사를 암스테르담으로 바꾸었다. 그럼에도 마라넬로가 가지는 위치는 여전히 각별하다. 트리뷰토는 영어 tribute(헌사)의 이탈리아어. 그간 엄청난 성공을 일구었던 V8 미드십 페라리에 대한 찬사의 의미를 담은 결과물이다.
V8 페라리 2인승 미드십 계보는 308을 시작으로 트리뷰토로 이어져 왔다. 리틀 페라리로 불리는 역대 모델들 모두 막대한 이익과 성공을 안겨주었다. 게다가 중간중간 등장한 스페셜 모델은 페라리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그룹B를 염두에 두고 개발된 288 GTO와 80년대 양산차 최고시속을 기록한 F40 역시 V8 트윈터보 심장을 품었다. 그만큼 페라리의 8기통 심장은 상징성과 전통이 12기통에 못지않다고 할 수 있다.
볼로냐에서의 하루
이탈리아 현지 도착 시간은 오전 10시 30분. 볼로냐의 마르코니 공항 도착 20분 전 창밖을 보니 완연한 가을빛과 스페인 기와로 덮인 지붕등 아름다운 광경이 펼쳐졌다. 그리고 기내 사방에서 정감 있고 활기찬 이탈리아어가 쏟아졌다. 매번 느끼지만 한국과 이탈리아 모두 좋은 기후와 토양, 아름다운 자연을 가져서인지 정서가 비슷한듯하다.
공항에 도착하고 호텔에서 잠깐이라도 여독을 풀까 했지만 바로 볼로냐 역으로 향했다. 공항에서 역까지는 버스로 20여 분밖에 안 걸렸다. 중심지의 건물 1층 마다 있는 회랑은 볼로냐의 상징이다. 자동차 기자답게 고작 드는 생각이 “페라리를 이곳에서 타면 하이피치 사운드가 더 증폭이 되겠군” 그런데 갑자기 멀리서부터 다운시프트를 치며 범상치 않은 소리가 들린다.
프론트 미드십 방식의 마세라티 그란 카브리오였다. 페라리 F430, 458의 심장을 공유하는 그란 카브리오는 지금도 생산되고 있다. 다소 구식인데다 가격이 비싼 탓에 국내에서는 외면받지만 페라리의 자연흡기 엔진이 달렸다는 사실만으로도 특별한 존재다. 시야에서 사라지고 난후에도 거리의 회랑에는 그 사운드와 여진이 한동안 머문듯했다.
반나절을 볼로냐 중심지에 있었지만 그란 카브리오 외에는 수퍼카를 전혀 보지 못한 게 의외였다. 사실 이곳은 페라리, 람보르기니, 마세라티, 파가니의 공장이 둘러싸고 있다. 심지어 부가티 공장도 한때는 모데나(지금은 원래 발상지인 프랑스 몰샤임으로 옮겼다)에 있었다.
부가티 EB110의 경우 산타가타에 위치한 람보르기니 출신 개발자들과 미캐닉들이 만들었다. 그만큼 이 지역에는 고성능차 제작에 특화된 인재로 넘쳐나며 이적도 잦다. 엔초 페라리가 가장 신뢰했던 미캐닉 지오토 비자리니도 람보르기니로 잠깐 적을 옮겼으니 말이다. 한때 람보르기니의 부흥을 이끌었던 파올로 스탄자니는 부가티에서 일했다.
람보르기니에서 일했던 호라치오 파가니는 아예 따로 나와 자신의 회사를 차렸다. 한마디로 볼로냐 일대는 변절과 리벤지, 열정이 공존하는 그라운드였다. 자동차 역사에 한 획을 그었던 인물들이 이곳에서 많은 상처를 받았지만 시작은늘 이곳이었을 정도로 수퍼카 메이커의 격동과 탄생의 성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날이 점점 어두워져 볼로냐 역에서 기차를 타고 호텔로 가기 위해 모데나 역에서 내렸다. 자동차 마니아라면 모데나를 모를 리가 없지만, 정말 작고 조용한 동네다.
역 앞에 13번 버스를 타고 예약한 호텔에 짐을 풀었다. 허기를 달래기 위해 마라넬로 피오라노 서킷 부근에 있는 몬타나 레스토랑에 갔다. 이곳은 마이클 슈마허가 스쿠데리아 페라리 소속이었을 때 시즌 중에도 자주 들락거렸던 식당이다. 식단 조절이 필수인 프로선수가 그걸 포기하면서까지 이곳에 왔으니 얼마나 맛집이겠는가.
식당 안은 슈마허의 유니폼과 사인으로 그득하다. 아쉽게도 예약을 하지 않아 기대했던 파스타를 먹지 못했지만 이 공간에 들어왔다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경험이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근처 케밥 집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호텔로 복귀해 잠을 청했다.
마라넬로 투어, 징크스
다음 날 아침, 모터리언 박기돈 편집장에게 연락이 왔다. 곧 호텔에 도착하니까 로비에서 만나자고. 조용한 마라넬로에서 한국인이 고작 2명뿐이라 더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박편집장은 며칠 전 이미 이탈리아에 도착해 렌터카를 몰고 로마-페루자를 거쳐 이곳에 왔다고 한다.
점심이 되자 있던 공식 일정에 따라 페라리 직원들과 호텔 레스토랑에서 미팅을 가졌다. 이번 행사는 한국, 일본, 싱가포르 등이 초대받았다. 특히 일본은 페라리의 손꼽히는 큰 시장이라 가장 많은 8명의 인원이 참여했다. 반면 한국과 싱가포르는 2명씩이었다. 간단하게 식사를 마치고 마라넬로 공장으로 향했다. 깨끗한 공장 시설에서 트리뷰토용 엔진이 조립되어가는 과정을 체험하는 뜻 깊은 시간이었다.
이후 장소를 옮겨 파워트레인, 에어로 다이내믹, 에어로 서멀 등 각 분야 개발진의 설명을 들었다. 자신들이 개발한 트리뷰토가 얼마나 위대한지 설명하는 자리다. 옆에는 내일 시승할 파란색 트리뷰토가 웅크리고 있었다. 은은한 조명을 받아 실루엣을 선명하게 드러낸 트리뷰토는 어느 각도에서 봐도 감탄의 연속이었다. 개인적으로 이 차는 V8 미드십 페라리 중 역대 최고의 디자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날이 밝아 고대했던 트리뷰토 시승의 기회를 맞이했다. 그런데 많은 비가 내리고 바람까지 부는 날씨에 온도는 17℃로 쌀쌀했다. 700마력 이상의 출력을 온전히 뒷바퀴가 감당해야 하는 모델인지라 시승이 취소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관계자들 역시 우려를 했다. 기자는 올해 페라리를 4번 탔었는데 모두 날씨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근래 시승했던 GTC4 루쏘도 악천후였으니 말이다.
마성의 웨트 주행
지난 40년간 많은 8기통 2인승 미드십 페라리가 있었지만 그중 의미 있는 변화를 겪었던 모델들을 꼽자면, 최초의 2인승 V8 미드십 페라리인 308 GTB가 첫 번째일 것이다. 그밖에 페라리 최초의 알루미늄 보디를 채용한 360 모데나, 최초의 전자식 디퍼렌셜과 마네티노를 장착했던 F430, 터보 엔진으로 회귀한 488 GTB(이하 488) 등이 있다. 특히 488에 얹힌 F154 계열 심장은 4년 연속 올해의 엔진 상을 휩쓸었을 정도로 현존하는 내연기관 중 최고의 유닛이다. 아울러 지난 20년간 수상한 역대 엔진 중에서도 최고의 엔진으로 선정되었다.
V8 미드십 페라리를 타는 고객은 주로 여가시간과 주말에 운전을 하는 비율이 80%라 한다. 사실 요즘의 페라리는 과거와 달리 빠르면서도 쉽고 재밌는 운전을 지향하기 때문에 일상 주행에 전혀 무리가 없다. 여기에 동승자와 함께 타는 경우가 60%, 이렇게 멋진 차는 소중한 사람과 경험을 공유할 때 더 가치가 있다.
가장 놀라운 건 V8 미드십 페라리의 고객 중 40%가 V8 미드십 페라리를 재 구매한다는 사실이다. 부동산 다음으로 비싼 게 자동차라지만 페라리의 경우 집값에 필적하기 때문에 다른 차원의 얘기다. 휴대폰 메이커의 경우 애플과 삼성 외에는 재 구매 비율이 그다지 높지가 않다. 이는 페라리 유저들의 충성도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만큼 페라리가 제공하는 특별함은 일단 경험하면 헤어나올 수 없을 정도로 중독성이 강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시동을 거니 기존보다 사운드 톤이 올라가 우렁차졌다. 새로운 인코넬 배기 매니폴드가 달려 경량, 내열, 내식성을 개선했다. 배기 매니폴드의 길이는 488 대비 27% 길어졌지만 각 러너의 길이를 똑같이 맞춘 등장(等長) 디자인은 여전하다. 실린더의 배기압력과 가스 온도, 노킹 현상을 감소시켜 강력한 파워는 물론 균일한 배기음을 손에 넣었다. 아울러 새롭게 진화한 타원형의 배기 플랩은 바이패스 밸브 쪽으로 빠지는 과급압 손실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
게다가 바이패스 밸브가 닫혀있어도 시종일관 깨끗하고 또렷한 배기 사운드를 선사한다. 피오라노 서킷 안에 있는 엔초 페라리 하우스 앞에 트리뷰토가 준비되었다. 오전은 공도, 오후는 서킷을 타는 일정으로, 2인 1조로 타게 됐다. 한국팀은 레드, 일본팀은 블루로 배정받았다. 운좋게도 옵션이 다소 빠진 일본팀과는 달리 우리는 풀 옵션으로 배정받았다. 488 대비 카본 트림 옵션이 50%나 늘어났는데, 기자가 타는 시승차는 내외장 모든 파츠가 거의 카본으로 뒤덮여 있었다.
도어는 적당히 묵직해 영타이머 스포츠카와 같은 단단함과 무게감이 손끝으로 전달된다. 호불호가 있겠지만 스쿠데리아, 스페치알레, 피스타 모델은 경량 소재를 사용해 문짝이 너무 가볍다고 느낀다. 개인적으로 묵직한 쪽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볼로냐의 외곽과 언덕 구간을 약 200km 달려야 하는 긴 여정을 위해 부지런히 트리뷰토에 올랐다. 알루미늄 스페이스 섀시는 거주성이 정말 좋다.
비좁고 문턱이 높은 카본 배스터브에 비해 편안함과 쾌적함에서 장점이 있다. 피오라노 서킷 입구의 철문이 자동으로 열리자 잠깐 액셀러레이터를 꾹 눌렀다. 웨트 상황인지라 고출력 후륜구동답게 확실히 후미가 요동을 친다. 사실 이런 날씨에서는 네바퀴 굴림이라도 답이 없다. 잔뜩 기대한 만큼 실망도 컸지만 페라리를탈 때면 늘 비를 몰고다녔던지라 금세 마성의 웨트 주행에 빠지기 시작했다.
굳이 카운터 스티어 조작이 필요치 않아
톨게이트를 빠져나오고 시속 150km를 유지했다. 고속도로의 노면 상태는 좋지 않지만 배수가 잘되어 다행히 물웅덩이는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페이스를 빠르게 올릴 수 있었다. 이 차는 앞쪽에 라디에이터를 탑재하면서 디퓨저도 달았다. 프론트 하부 덕트의 기능은 공기저항은 감소시키면서 다운포스는 증가시키는 것.
측면으로 배출한 공기는 전면 휠을 매끄럽게 통과해 공기저항계수 5%를 낮추는 효과를 낸다. 아울러 전방 하부의 수평핀이 와류를 생성해 다운포스를 발생시킴으로서 주행 안정성을 개선시켰다. 488로도 충분히 만족했지만 트리뷰토를 타면서 기존 모델보다 훨씬 경쾌한 엔진 회전 질감을 느낄 수 있었다. 기존보다 50마력 출력이 올라가고 라디에이터의 냉각 효율도 개선했다. 방열 성능을 위해 라디에이터 면적이 다소 증가했지만 대신 무게는 1kg 가볍다. 특히 앞쪽 라디에이터를 경사지게 탑재하는 방식으로 기존보다 냉각 효율을 7% 개선했다. 열스트레스로부터 자유로운 캐빈은 깨끗하고 자극적인 배기 사운드로 가득 채워졌다.
고속도로 출구를 빠져나와 곧장 언덕을 올랐다. 이 구간은 해외 매거진에서 자주 출연하는 장소다. 페라리 역시 신차 테스트를 이 지역에서 한다고 한다. 고속도로를 타고 오는 동안 스티어링 휠을 많이 꺾을 일이 없어 몰랐지만 타이트한 코너에서 조향감이 보통 차와 달랐다.
그 비결은 바로 페라리 다이내믹 인핸서 플러스 FDE+. SSC 시스템을 기반으로 요(yaw) 모멘트를 제어 로직이 판단하면 VDC ECU가 트랙션 확보를 위해 각 바퀴에 필요한 캘리퍼의 제동 압력을 계산해서 제어한다. 그립을 잃어 미끄러지면 네바퀴에 제동을 걸어 과격한 카운터 스티어 조작 없이도 극적이면서 빠르고 깔끔하게 코너를 탈출 할 수 있게 돕는다. FDE는 피스타에만 있었다. 그러나 트랙에 초점을 맞춘 피스타는 특정 조건에서만 FDE가 작동했다. 반면 트리뷰토의 개선된 FDE+는 레이스, CT-OFF 모드에서 그립상태에 관계없이 개입한다.
폭이 좁고 심하게 구부러진 길을 타면서 피스타보다 개선된 FDE+를 체감할 수 있었다. CT-OFF로 고정하니 오히려 극단적인 상황에서 조향각을 크게 주지 않아도 충분히 예측 가능하면서 컨트롤이 쉬웠다. 보통의 스포츠카로 이런 길을 달렸다면 시종일관 카운터 스티어링를 해야 했겠지만 2시간 연속 된 와인딩에서도 조작이 편했다.
뒷바퀴가 흐를 때는 잘 조율된 SSC시스템과 FDE+가 즉시 제어해 상황을 벗어나게 해준다. 그렇다 보니 운전자는 엄청난 희열과 함께 자신감을 갖게 된다.
488의 엔진 부품의 절반을 새롭게 바꿔 18kg의 무게감량을 달성한 트리뷰토는 엔진의 관성이 기존보다 17% 낮아져 번개 같은 응답성능을 자랑한다. 7단 변속기와는 찰떡궁합이다. 기존에는 인위적인 느낌이 낮지만 트리뷰토에 와서는 이질감 없는 변속충격과 더 빠른 응답성을 보장한다. 게다가 정체구간에서 가다서다 반복하는 상황에서도 엔진 연소를 개선시켜 회전질감이 기존보다 부드럽다.
수퍼카의 성지, 피오라노 트랙
공도주행을 마치고 피오라노 트랙에 입성했다. 슈마허, 라이코넨, 알론소, 마사, 페텔, 르클레르도 시간을 보낸 곳이라 더더욱 감개무량했다. 인생에서 이런 순간을 맞이할 기회는 쉽게 오지 않는다. 마라넬로 페라리 밭에 와보니 기자가 정말 천운을 타고났음을 실감했다. 다만 여전히 트랙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
첫번째는 인스트럭터 옆에 동승해 코스를 익혔다. 이곳을 오기 전 온보드 주행 영상을 숱하게 봐서 코스는 금방 눈에 들어왔다. 인스트럭터의 경이로운 운전 실력에 놀라 그에게 찬사를 쏟아냈다. 피오라노 트랙에서 수많은 테스트를 거친 결과물이 트리뷰토라서 그런지 주행 안정성, 롤 제어, 제동 어느 한 부분 부족함 없이 완벽에 가까웠다. 488에 탔을 때도 놀라움의 연속이었는데 트리뷰토에서는 이런 차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차이가 보였다.
이제 단독으로 시승할 순서다. 피오라노 서킷 4랩을 혼자서만 돌 수 있는 영광의 시간이다. 1랩은 웨트, 2랩은 스포츠, 3랩은 레이스, 4랩은 하고 싶은 모드. 이렇게 인스트럭터가 매뉴얼을 알려줬다. 우선 웨트로 고정하고 출발했다. F1 드라이버들이 스핀아웃 했던 구간들을 보면서 설렘과 흥분, 두려움의 마음이 교차했다. 첫 번째 코너에서 액셀 페달을 푹 눌렀는데도 그립을 놓치지 않는다. 확실히 웨트에서는 안정감이 돋보였다. 풀 스로틀을 하니 금세 코너가 눈앞이다.
방열성까지 고려한 공력 디자인은 공기를 캘리퍼와 패드에 통과시켜 연속적인 풀브레이킹에서도 안정적인 제동력을 유지한다. 레이스 모드로 바꾸고 언덕에서 빠르게 하강할 때도 강력한 브레이킹과 SSC, FDE+의 도움으로 코너를 매우 빠르게 돈다. 이미 공도에서 수백 km를 달려서 적응이 되었는지 바로 2랩을 돌기도 전에 마네티노를 CT-OFF로 올렸다. 이걸 사용하면 TCS 개입이 최소화되기 때문에 트랙에서 랩타임 기록이 빠른 것은 아니다. 다만 운전자가 트리뷰토의 기계적인 감성을 제대로 만끽하려면 CT-OFF가 제격이다. 기존에는 이모드로 코너를 돌면 오버스티어링이 심해 카운터 스티어링을 하기에 바빴다. 반면이 차는 오버스티어링 범위가 크지 않아 최소한의 타각만으로도 제어할 수 있다. 그렇다고 운전의 재미가 떨어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코너를 빠르게 돌 수있어서 온전히 운전에만 집중하게 만든다.
20년 전 360 모데나가 L당 112마력으로 양산차 최고 기록을 썼다. 당시 이 수치를 보고 내연기관 진화의 끝이라 표현했다. 자연흡기와 터보의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트리뷰토의 L당 185마력은 실로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488에서도 거의 없다시피 했던 터보 랙은 트리뷰토에 와서는 아예 찾아볼 수가 없었다. 엔진 리스폰스는 자연흡기에 필적하며, 에어벤트와 덕트를 추가하고 개선시켜 488 대비 10% 증가한 공력성능과 냉각 및 동력 효율을 끌어냈다.
이토록 완벽한 트리뷰토를 볼로냐 일대와 피오라노 서킷에서 직접 타본 것은 단언컨대 기자 생활 중 최고의 경험이었다. 아울러 어렸을 적 동경했던 메이커와 이탈리안 거장들의 혼이 담긴 역사적인 장소에 발을 디뎠다는 것만으로도 평생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