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사는사람(쿨리앙)
메인에 김중업씨의 썬플라자 건물 이야기가 있는데
종로에 있는 삼일빌딩도 김중업씨 작품입니다.
1985년 63빌딩이 완공되기 전까지는 1970년에 완공된 삼일빌딩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습니다.
서울 구경에는 필수 코스였고 국내 최초의 커튼월 건물로 건물 입면이 철골구조와 유리로 구성되어 있어 콘트리트나 석재로는 할 수 없었던 건물의 개방감을 강조하고 삼일빌딩은 우리나라 근대화의 상징이었습니다. 삼일빌딩 옥상에 방공포대가 있었는데 군인들이 훈련 핑계로 위아래로 뛰어다니면 건물 관리인이 와서 소대장에게 돈을 쥐어줬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종로에 고층빌딩이 많아 삼일빌딩이 딱히 높다는 느낌이 들거나 눈에 띄지 않지만 디테일에서 보여주는 입면의 비례감은 현대건축을 여전히 대표한다 할 수 있습니다. 지어진지 50년이 넘었고 최근에 리모델링 한걸로 볼 때 최소 2~30년은 철거하지는 않을 듯 합니다.
김중업씨는 5.16 쿠데타도 비판했었고 와우아파트가 준공 4개월만에 붕괴되었을 때도 비판하는 등으로 결국 블랙리스트에 올라가고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고문도 받고 삼일빌딩이 완공된 후 1971년 프랑스로 강제출국 당합니다.
김중업씨는 비자 만료로 무국적자가 되어 한국으로 돌아갈 수도 없고 다른 나라로 갈 수도 없었지만 다행히 주한프랑스대사관을 설게한 공로로 프랑스에서 슈발리에 훈장을 받은 적이 있어 프랑스에서는 체류가 가능했습니다. 그러나 강제출국 당하면서 삼일빌딩 설계비도 제대로 받지 못했고 세무 조사 등으로 인해 국내에 있던 자택이 경매로 날아가는 등 국내 재산은 모두 빼앗기게 됩니다.
<씨그램 빌딩>
이 건물은 미국 뉴욕에 있는 주류회사 씨그램 빌딩입니다. 현대건축의 거장 중 한 명인 미스 반 데 로에가 설계했으며 삼일빌딩은 이 건물을 베꼈다고 볼 수 있는데 아마 김중업씨 눈에 우리나라 근대화를 상징하기에 이 건물보다 뛰어난 디자인은 없다고 생각한게 아닌가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누가 봐도 베낀건 분명하죠.
서울 곳곳에 유명한 건축가의 건물들이 꽤 있습니다.
광화문 앞에 교보빌딩은 주일미대사관을 설계한 시저 펠리 작품인데
시저 펠리는 원래 다른 디자인으로 설계했는데 교보생명 창업주가 주일미대사관 건물이 너무 마음에 든다고 똑같이 설계했달라고 했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주일미대사관> 교보빌딩하고 엄청 닮았죠.
강남에 있는 교보빌딩은 스위스 건축가인 마리오 보타 작품입니다.
마리오 보타는 샌프란시스코에 MoMA(The Museum of Modern Art) 미술관으로 유명한 작가인데 입면에 벽돌을 사용하는 걸로 유명합니다. 그런데 벽돌은 저층 건물에 사용하는 재료라서 마리오 보타 작품 중 강남 교보빌딩이 가장 고층 건물로 알고 있고 외벽에 벽돌로 마감한 건물 중에 교보빌딩보다 높은 건물이 있는지 모르겠네요.
리움 미술관 중에 건물 하나도 마리오보타 작품입니다. 리움 미술관 나머지 두 개는 장 누벨과 렘 쿨하스라는 작가의 작품인데 건축계에서는 아주 유명한 작가들입니다.
저는 좀 옛날 사람이라 요즘 유명 건축물은 잘 모르겠네요.
우리가 해외에 여행을 가면 관광 많이 가는 곳이 건물 구경인데
건축에 대해 조금 더 알게되면 여행 다닐 때 훨씬 풍부한 경험을 할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