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나는 꼬리별이어서 / 한영미
단 한 번의 궤도로 나를 스쳐갔다 나는 물 아래 가라앉는 의자에서 검은 하늘을 건너가는 루나를 들었다 그 이름을 알게 된 건 침묵에 닿았을 때였다 가장 가까웠던 순간, 나는 목련이었고 얼음과 암석, 혹은 후회로 뭉쳐 있었다 우리는 다가서며 흩어질 것을 알았고 그 때 쏟아진 파편들이 몸속에 박혀 깨어났다 사라지는 것들은 스스로의 궤도에 묶인 운명이었다 누군가를 등 뒤에 세우면 눈물을 들키지 않을 수 있다고 루나는 말했다 나는 그 말이 유성우처럼 흘러가는 것을 보았다 멀어지는 건 나의 일부가 함께 지워지는 일 그것이 그리움의 폭이라면 물결처럼 펼쳐질 테고 길이라면 잴 수 없는 그 끝에 머물 것이다 태양계의 끝자락에서 수만 년의 밤을 헤쳐온 혜성 하나가 봄마다 무너지는 편지의 잔해와 닫힌 침묵 사이에서 긴 꼬리를 남긴다 상처는 내어준 마음의 부피에 비례해서 나는 물과 깊이로 이루어진 의자에 앉아 은하의 노래를 듣는다 검은 우주가 불러내는 ㅡ 계간 《시인시대》 2025년 겨울호 -------------------------------
* 한영미 시인 1968년 서울 출생, 방송통신대 국문과 졸업, 중앙대 예술대학원 문예창작전문가과정 수료 2019년 《시산맥》 등단. 2020년 《영주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사랑하여 미안하다』 『슈뢰딩거의 이별』 2023년 영등포문학상, 2024년 이민호문학상 수상
*********************************************************************** 단 한 번의 궤도로 나를 스쳐간 루나가 내게도 있는지 찾아보기로 한다. 들은 적도 본 적은 더욱 없다. 루나의 순간 아주 작은 희망을 듣는다. 우리들의 루나를, 창백한 목련이 통과한 숨소리를. 그때 그 파편들을 우주로 돌려보내기로 한 건 우연, 우연이 운명을 건너는 순간이다. 누군가를 등 뒤에 세우지 않아도 되지 않겠니? 눈물은 들켜도 되는 거야. 내가 묻고 내가 대답한다. 눈물은 그리움의 끝에 머문다는 상상이 긴 꼬리를 남긴다. 은하의 노래를 듣는다. 세계가 불러내는, 루나를 듣는다. - 이우디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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