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잘 꼬은 짚으로 한두름 묶여
팔딱 거리던 다리가 빳빳해지고
부릅 뚠 눈에 물기가 없어졌다
자신의 몸을 더듬는 손이
고간에 닿아도
고행하는 붓다처럼 꿈쩍도 않는 몸에서
입만 혼자 날개짓이라도 할냥
거칠게 팔딱 거린다
얘는 정서불안이야
칠판에 큼직하게 정서불안이라고 적는
선생님의 맨들맨들한 손
초등학생의 눈은 뜻도 모른채 말라가고
마냥 화도 못내고 의자에 빳빳해진 찰나
이빨 부딪치는 소리가 난다
마른 몸속의 텅 빈 배에서 올라오는
폭력적인 허기를
턱은 입속에 억지로 잡아두려하지만
채 잡지못하고 벌어진 틈으로
말 한마리 달려간다
따닥 따닥
| | |
첫댓글 '폭력적인 허기'라는 표현이 좋군요
감사합니다. 원년맴버 샴블스님 댓글이라니 황송하네요.
따닥 따닥 까지... 잘 읽었습니다 ^^
아짱님 거의 모든시에 댓글을 다시던데 수고가 많으십니다. 감사합니다.
묘사가 눈에 보일 듯 탁월하네요.^^ 그런데 궁금한 점이 있어용. 입만 살다,라는 뜻을 보통 "말에 따르는 행동은 없으면서 말만 그럴듯하게 잘하다."로 쓰는데, 여기서는 이빨 부딪는 소리, 뭔가 따닥따닥 따지려고 하는 찰나를 표현한 것인가요? 다른 저항방법이 없기 때문에 입으로만 저항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될까요? (저 개인적으론 입만 살다, 라는 말을 부정적으로 느껴왔던 터라.)
체제에 순응해서 화한번 내지 못하고, 제대로 따지지도 못하는 '마른 몸' 즉 체제에 순응해 버리고 '고행하는 붓다'인척해도, 자기 몸안에 있는 '폭력적인 허기'는 죽지않아서 입으로 튀어나가는 모습을 그렸습니다. 입만 산다. = 몸은 죽었다. 체제에 순응한 몸과 대응 적으로 몸안에 잠재된 순수한 분노가 입으로라도 터져나오는 모습을 담은게 '입만 산다'입니다. 시를 해석하는 모습이 되어버렸네요.
역시 시라는 건... 일상적 단어를 역전시키기 때문에 신비로운 듯 합니다. 예를 들면 문혜진이 '탕진'이란 단어를 긍정적으로 만들 듯이... '입만 살다'라는 부정적 말을... 죽은 것 같은 몸이지만 입만이라도 '살아서(live)' 저항한다는 긍정적 말로 받아들여도 될까요.
네. 그런뜻으로 사용했어요. 어쩌다보니 제시 제가 설명해버렸네요. 아직 내공이 많이 부족합니다. 시안님 댓글에 항상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입이 살았다는 제목에 비해 입까지 죽어버린 분노... 역설적이네요. 오랜만에 이 게시판에서 읽을맛 나는 시 한 편 본 것 같습니다. 다만 첫 연과 2,3연의 관계성이 좀 모호하네요. 정서불안임을 나타내기 위해 1연이 필요하지만 2,3연과의 관계성을 좀 더 만들어두시는 것이 좋았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