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 해적과 '캡틴 필립스', 그리고 '마태효과(Mathew Effect)'
오래전부터 널리 알려진 이야기로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으로 회자되는 레오나르도 다빈
치의 '모나리자'는 사실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크게 위대한 예술작품으로 대접받지 못했지만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것은 1911년 루브르박물관에 근무하던 이탈리아 출신의 한 인부가 이
그림을 훔쳐서 자기 나라로 몰래 도망을 간 시점부터 세인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고 한다.
범인이 얼마 뒤 플로렌스 화랑에 이 그림을 팔려다 붙잡히자 이탈리아 사람들은 범인은 단순한
절도범이 아니라 명화 모나리자를 고국으로 되찾아 오려고 노력한 애국자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반면 프랑스 사람들은 분노로 들끓는 가운데 이 사건의 범인과 그림이 함께 전세계 매스
컴에 연일 보도되자 단숨에 모나리자는 세계적 토픽으로 널리 퍼지게 되고 세인의 관심을 모으
는 대작의 반열에 성큼 오르게 됐다는 것이다.
따라서 다시 이를 소장한 루브르를 찾는 관람객들은 이후 너도 나도 다투어 모나리자 앞에 모여
들어 노이스 마케팅 효과(?)를 단단히 본 셈이고 옥황황제 말과 같이 세상일의 성패를 결정짓는
것은 운이 7이요 실력이 3으로 고스톱 뿐만아니라 '운칠기삼(運七技三)'이란 유래가 설득력이
있고 이는 자본주의의 시장경제도 실력과 노력의 보상 시스템이지만 비슷한 조건으로 시작해도
잘 되는 사람과 못되는 사람이 있고 드디어 누구는 대박이 나는데 누구는 망하고 마는 건 무엇
으로 설명할 수가 있을까 궁금한 게 필자 생각이다.
뿌린대로 거둔다는 말이 빗나가는 경우가 많아 이는 만고의 진리에서 제외시켜야겠다는 게 필자
소신. 1969년, '로버트 머튼(Robert King Merton)'이란 미국의 컬럼비아대학 사회학자 교수가
주장한, 동일한 연구 결과를 놓고도 이름난 과학자들이 풋내기 과학자들에 비해 훨씬 많이 보상
받는 현실, 즉 과학적 성과물이 인지도에 따라 불균형하게 과편중되는 현상을 두고 '마태효과
(Mathew Effect)'라고 이름짓고 '빈익빈 부익부(賓益賓 富益富)'나 '승자독식(Winner takes all)'
으로 수확체증 현상을 체계적으로 이론화했다는 놀라운 평가를 받았다.
이는 신약성서 마태복은 13장 12절과 25장 29절, "무릇 있는 자는 넉넉하게 되되 무릇 없는 자
는 그 있는 것도 빼앗기리라(Whoever who has will be given more, and he will have an abun
-dance,Whoever does not have, even what he has will be kaken from him)"는 구절을 인용,
부자와 빈자 간의 소득의 격차, 부국과 빈국 간의 부와 세력의 불균형으로 심화되고 나아가 이는
산업분야의 중소기업과 대기업 뿐만 아니라, 문화, 교육, 정보 등 온갖 분야에 걸쳐 전반적으로
팽배하단 주장이다. 자본축적은 필요하지만 마태효과가 빚는 소유의 불균형 해결 방법은 큰 과제.
이같은 마태효과는 결론적으로 부자는 재산증식 능력이 있으니 능력없는 가난한 사람 것도 뺏어
줘야 재산총량 확대의 스케일 메리트가 있다는 얘기로도 생각되고 이는 흔히 우리가 사용하는 격
언이나 명언에서도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To be or nor to be, that's question)"라는 말을
쉑스피어가 아닌 어느 농부나 필자가 했어도 450년이 넘도록 한결같은 명언 대접을 받을까 궁금
하다. 주택보급율은 100%인데 무주택자가 40%가 넘는 현상, 흙수저 금수저의 차이, 마태효과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 극복은 내면적 부유에의 집중으로 극복하라면 이는 너무나 가혹한 처사일까?
며칠전 몇 군데 기고하는 영화원고를 쓰려고 우리에게 잘 알려진 미국판 '여명의 작전'이라 해도
좋을 해운 관련 작품, '캡틴 필립스(Captain Phillips)'를 보다가 지구촌에서 아주 잘 사는 나라인
미국과 지독히 가난한 나라 소말리아 해적들 얘기가 실화를 바탕으로 실황 중계 다큐멘터리처럼
실감 나게 제작되어 해운계는 물론 일반 관객에게도 관심을 모은 수작에 특유의 인기 작품으로
평가받기에 충분했고 여기에서도 또한 마태효과가 엿보인대서 이를 찾아 밤을 샜다.
미 컨테이너 전용선 '머스크 앨러버마(Maersk Alabama)'호가 세계식량계획(WFP)이 소말리아,
우간다를 지원하기 위한 구호물품 등을 싣고 케냐의 몸바사항으로 항해중 소말리아 인근 해역서
해적의 공격을 받게되고 무장한 해적 4명은 필립스 선장을 인질로 5일에 걸쳐 수천만 달러의 몸
값을 요구하는 협상이 시작된다. 해적들은 가난에 찌든 허름한 집에 살며 남루한 차림으로 빈둥
대다가 마을로 찾아와 해적질을 부추기는 군벌들 강요에 못 이겨 생계를 잇기 위해 해적질에 참
여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운이 좋으면 횡재를 하지만 재수없는 날은 굶주림에 허덕이는 신세다.
리처드 필립스(Richard Phillips/톰 행크스) 선장과 해적 리더 압두왈리 무세(Abduwali Muse/
바카드 압디), 또 다른 해적 아단 비랄(Adan Bilal/바카드 압디라만), 누르 나지(Nour Najee/파이
살 아메드), 와리드 엘미(Walid Elmi/마하트 M. 알리), 그리고 선장의 아내인 앤드리아 필립스
(Andrea Phillips/캐서린 키너)가 출연, 생방송으로 실황을 중계하듯 너무 실감나는 연기로 몸값
협상을 위한 신경전이 계속된다.
작품속 필립스 선장은 선원을 위해 자신을 희생, 끝까지 인질로 잡혀 있으면서 해적들을 설득하고
회유시키려는 기지를 발휘하여 진짜 책임자로서의 참 모습을 보인다. 한편 긴박한 상황속에서 해적
들이 왜 이런 나쁜짓을 하는지에 대해서도 해적 두목 무세더러 "이 배엔 소말리아로 가는 구호품도
있다"고 외치자 "부자 나라들은 가난한 나라 돕는 것을 좋아하지만 원양어선이 와서 싹 쓸어가면
우리같은 어부에겐 뭐가 남지?"로 한 맺힌 반문을 하는 대목이 시사하는 바가 컸다.
이는 전세계적으로 마태효과가 점차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빈부의 입장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화란
생각이 들게 한다는 것. 해적들이 하는 짓이 결코 용납될 수는 없지만 그들도 가정과 부양할 가족이
있어 생계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어부 생활을 접고 해적질을 했다는 결론이 도출된다는 논리다.
즉 이런 상황을 만든 원인은 선진국 원양어선들이 이들의 생계 터전을 앗아갔기 때문이란 결론이고
보면 이 영화는 단순한 해적 소탕 영화에 멈추지 않고 뭔가 메시지를 웅변한다는 평가다.
한편 해적 선장 무세에게 선장이 보관한 돈 3만달러만 가지고 곱게 가라고 하자 "이 돈이랑 앞으로
받아낼 네 몸값, 우리 바다인데 세금내야지. 내겐 보스가 있고 난 그저 명령을 따를뿐"이라고 말한다.
해적질 말고도 돈벌이 할 일이 있을 것이란 회유에도 "미국이라면 가능하겠지. 그건 미국 얘기일 뿐"
이라는 무세의 푸념에서는 필자도 로버트 머튼이 첫 언급한 작금의 양극화된 부국과 빈국, 마태효과
를 웅변하는 대목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해운편이 아니라고 탓할 일이긴 하다.
인질 선장을 구출하기 위해 미 해군은 전투함, 구축함, 항공모함까지 급파하고 최첨단 무기, 최정예
비밀부대를 침투시켜 야광탄을 쏘아 올리며 걸프전이나 3차 세계대전이라도 발발한듯 그리도 힘든
작전을 통해 요란 시끌벅적하게 해상과 공중전을 펴며 정밀 타격으로 3명의 해적을 명중 살해한다.
나머지 한명 리더 무세는 미국인을 납치해 몸값으로 미국 돈을 받아 미국 가서 차를 사겠단 야무진
아메리칸 드림은 몸값을 건너 받기 위해 필립스의 계략에 속아 베인브리지함에 올랐다가 생포되어
범죄자의 신분으로 미국으로 가는 신세가 됐고 이어 33년 9개월 형을 선고 받고 복역중이다.
1960년에 영국과 이탈리아로부터 독립했으나 1991년 내전 때문에 기근과 파괴로 아프리카에서
가장 못 사는 유일한 합법 정권으로 경작 가능한 토지가 1.6%에 불과하다니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넌 소말리아 해적들과 완벽한 연기를 소화해낸 선장역 톰 행크스를 통해 작품을 만들면서 '폴
그린그래스(Paul Greengrass)' 감독은 다큐 외적으로 관중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려 했는지
정확히 알 순 없지만 적어도 그들이 마태효과의 피해자란 생각은 했을 것이란 게 필자 추측이다.
< 2017. 9. 26일(火) 샌드페블 횡설수설 황혼연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