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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천하] 106
s#1. 윤원형 대문 앞 길
사내들, 가마니 담가(擔架)를 들고 급하게 뛰어온다.
난정, 정신을 잃은채 거적에 덮힌채 담가위에 실려 온다.
행인들, 그 모습을 멈춰서서 지켜본다.
사내들, 급하게 계단위를 뛰어올라가 대문을 쾅-쾅-두드린다.
사내(*)(E) : (다급하게 대문을 두드려대며) 이보시오-이보시오-대문을 여시오- 대문을 여시오-
임서방 : (대문을 열고 내다보며) 무슨 일이요?
사내(*) : 이분, 이 댁 아씨 맞소?
임서방 : (담가에 실린 난정을 보고 깜짝 놀라) 아니, 아, 아씨! 어서 뫼시오. 어서!
임서방, 대문을 활짝 열어젖힌다.
사내들, 담가를 들고 대문 안으로 뛰어들어간다.
s#2. 동 윤원형 집 대문 안채 마당
임서방 : (담가뒤를 쫓으며) 저리 초당으로 뫼시시오!
사내들, 난정이 실린 담가를 들고 초당쪽으로 뛰어간다.
길상, 장작을 한아름 안아들고 오다가 그 모습을 보고 놀라 장작을 내팽개 치고 그 뒤를 쫓는다.
s#3. 동 윤원형 초당 마당
사내들, 담가를 들고 초당방쪽으로 와서 대청위에 내려놓는다.
임서방 : 아씨를 방으로 뫼셔야 할텐데 어찌한다?
길상 : (급하게 쫓아와서며) 비켜들서시오! (난정을 보는)..
난정 : (진땀범벅이 되어 배를 움켜쥔 채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리는) ..으..으..내 아기! 내 아기....!
(양수가 터진 듯 치마와 가마니가 흥건하게 젖었다)
길상 : (난정을 번쩍 안아들고 초당 방안으로 들어간다)
사내(*) : 모래집물(*양수)이 터진 듯하니 얼른 산파를 부르시오.
임서방 : (사내들에게) 애들 썼소! 나중에 이댁 어른께오서 단단히 포상해 주실게요.
사내들 : 가세! (돌아서 가는)..
s#4. 동 윤원형 안채 마당
김씨, 안채 방쪽에서 탄실이를 거느리고 나온다.
배천댁, 급하게 뛰어온다.
김씨 : 배천댁, 밖이 왜 이리 소란스러운겐가?
배천댁 : 작은 아씨께오서 길에서 쓰러지시어 행인들이 뫼셔왔답니다요.
김씨 : (움찔 놀라) 뭐라?!
배천댁 : 곧 해산을 하실 듯 싶습니다요.
김씨 : 해산? 배천댁, 어서 산파를 데려오게!
배천댁 : 예, 아씨. (돌아서 대문쪽으로 뛰어간다)
김씨 : (탄실을 거느리고 급한 걸음으로 초당쪽으로 간다)
s#5. 동 윤원형 초당 방 안
난정, 자리에 누워 신음을 흘리고 있다.
길상, 난정의 얼굴을 안쓰럽게 내려다본다.
난정 : (신음 섞인)...내 아기!..내 아기. 아니돼..아니돼!..
길상 : (난정의 손을 꼭 쥐어주는데)..
김씨 : (방문을 열고 탄실을 거느리고 들어선다)
길상 : (손을 놓고 일어서서 조아린다)
김씨 : (난정 옆에 앉아 살펴보고) 탄실아, 가마솥에 물을 가득 덥히거라!
탄실 : 예, 아씨. (방밖으로 나간다)
김씨 : (길상을 보며) 자네 누이가 곧 몸을 풀 듯 싶네. 자네도 이만 나가있게.
길상 : (걱정이 되어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
김씨 : 괜찮을걸세. 여긴 내게 맡겨두게.
길상 : 예, 이놈, 아씨만 믿겠사옵니다. (조아리고 방밖으로 나간다)
김씨 : (난정을 보다가 이마의 땀을 닦아준다)
난정 : (신음을 흘리는) 음..음..!
s#6. 중궁전 마당
중궁전 나인들이 초조하게 지켜보고 선 가운데
산파복을 두른 상궁나인들이 물대야와 천수건을 들고 중궁전을 바쁘게 드나든다.
s#7. 동 중궁전 방 안
윤비, 얼굴과 소복이 온통 땀범벅이 된채 삼줄을 잡고 힘을 쓴다.
엄상궁과 오상궁 윤비 이마에 땀을 닦아준다.
노(老)상궁, 수측나인들을 거느리고 윤비의 아기를 받는중이다.
윤비 : (이를 악물고 고통을 참아내는)
엄상궁 : 중전마마, 참으시어야 하옵니다! (노상궁을 보고) 노(老) 마마님! 아기씨가 보이시오이까?
노상궁 : (엄상궁을 보며 고개를 가로 젓는다)
엄상궁 : (윤비를 안쓰럽게 보는)...!
s#8. 편전 방 안
중종, 초조하게 방안을 왔다갔다 하고 있다.
자순대비, 눈을 감은채 앉아있다.
자순대비 : (눈을 뜨고 보며) 주상, 앉으세요.
중종 : (자순대비를 보며) 어마마마, 복중 태아가 거꾸로 서있다니 이거 참으로 큰 일이 아니옵니까?
자순대비 : 조종조께오서 중전과 용종을 굽어 살피어 주실것이오니 믿으세요.
중종 : (방밖을 돌아보며) 중궁전에서는 아직 기별이 없느냐?
s#9. 동 편전 방밖 복도
김상궁 : (방문쪽에다 조아리며) 예, 아직이옵니다.
s#10. 동 편전 방 안
중종 : (근심 가득한) 허어, 이일을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자순대비 : (눈을 감고 입속으로 되뇌이는)..나무관세음보살..
s#11.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금이를 보고 말한다.
경빈 : 뭬야?! 중전의 복중태아가 거꾸로 서있단 말이냐?
금이 : 예, 마마! 약방나인들 말로는 잘못되면 산모와 아기, 모두가 위태로울수도 있다고 하옵니다!
경빈 : 그래?! (뭔가를 생각하는 얼굴위로 떠오르는)
자순대비 : (105회 s#32의) 경빈, 만에 하나 중전과 중전의 복중 태아가 잘못 될 시에는 내 너에게 중한 죄를 물을 것이다!
경빈(E) : (고개를 젓는 위로) 아니야! 중전같이 강건한 사람이 그리 쉽게 잘못되지는 않을 것이야! 암 그렇고 말고!
(어딘가를 휙-보며) 중전, 지금은 꼭 살아남으시어야 하오! 중전은 아직 이사람에 갚아야 할 빚이 태산같다는 것을
잊어서는 아니 될 것이오!
s#12. 희빈 처소 방 안
희빈, 흡족한 듯 쌩끗 미소짓는 얼굴위로.
희빈(E) : 중전의 복중태아가 거꾸로 서있다면 무사히 출산하기는 어려울터!
호호호, 어쩌면 하늘이 이 사람에게 교태전에 앉을 기회를 주시는것일지도 모르겠구먼!
s#13. 창빈 처소 방 안
창빈, 염주알을 손으로 굴리는 간절한 표정위로.
창빈 : 대자대비하오신 부처님의 가피(加被)로 중전마마께오서 무사히 대군아기씨를 생산하실수 있도록 살펴주시옵소서..!
s#14. 중궁전 방 안
윤비, 난산의 극심한 고통을 참아내고 있는 얼굴에서.
s#15. 어느 주막 외경 (백치수가 머무는)
s#16. 어느 주막 방 안
김안로와 백치수, 탁배기 잔이 놓인 술상을 앞에 놓고 앉아있다.
백치수 : 누추한 주막 뒷방으로 뫼시어 송구하옵니다만 남들의 이목을 피하기에는 안성맞춤입지요!
김안로 : 자네 내게 보낸 은괴를 보낸 저의가 뭔가?
백치수 : 이놈, 미력하나마 대감께 보탬을 드리고 싶었사옵니다.
김안로 : (쏘아보는) 자네가 곤경에 처하였을 때 내팽개쳐버린 내게 보탬을 주고 싶다니?
자네, 원한을 갚기위해 나를 함정 속으로 끌어들이려는게 아닌가?
백치수 : 하하, 대감께오선 의심도 많으시옵니다. 이놈같은 미천한 장사꾼이
어찌 감히 고명하오신 대감을 함정속으로 끌어들일수가 있겠사옵니까?
김안로 : 허면 집도 절도 없는 자네가 은괴는 어디서 났는가?
백치수 : 이놈이 만일을 대비하여 쥐도 새도 모르게 깔아둔 재물중 일부이옵지요.
김안로 : 헌데 그 목숨같은 것을 어찌 내게 가져온겐가?
백치수 : 이놈, 대감의 힘을 빌려 남소문 객주를 되찾고 싶사옵니다. 대감, 이놈이 대감께 재물을 대어 드리면
이놈을 도와주시겠사옵니까?
김안로 : 나하고 거래를 하자는 말인가?
백치수 : 예. 서로 밑질 것 없는 큰 이득이 되는 거래이옵지요.
김안로 : 허나 내 자네 재물을 받고 뒷탈이 나지 않는다고 어찌 보장하겠는가?
백치수 : 이놈, 물증이 남지않는 은괴로 바칠것이옵니다.
김안로 : ..물증이 남지 않는다?
백치수 : 예, 대신 대감께오서도 이놈과의 거래를 비밀에 부친다고 약조해 주시옵소서. 판부사대감께도 말이옵니다.
김안로 : (생각하다가)..좋네, 내 그리하지! 헌데 오십만냥을 내 손에 쥘 수 있다고 하였는데..?
백치수 : 그 얘긴 대감께오서 약조를 지키신 연후에 말씀 드리겠사옵니다.
김안로 : 좋네! 내 자네와 거래를 하지!
백치수 : 고맙사옵니다. 이놈 술한잔 받으시지요. (술을 따라주면)
김안로(E) : (백치수를 보며) 내 장사꾼 놈의 잔꾀 따위엔 넘어가지 않을게야.
(탁배기 잔을 들어 마시며) 이놈의 낯짝을 보아서는 믿을만도 하군!
s#17. 장대인 방 안
장대인, 방문 앞에 서있는 송서방을 보며 말한다.
장대인 : 김안로가 은괴를 받고 백도주를 만나러 집을 나섰다고했는가?
송서방 : 예, 어르신.
장대인(E) : (미소) 김안로가 드디어 미끼를 물었구먼!
장대인 : 애썼네, 나가보게.
송서방 : 예..(조아리고 방밖으로 나간다)
장대인(E) : (찻잔을 드는 얼굴위로) 당분간 백도주가 미끼노릇을 제대로 하려면 능금이가 걸림돌이 될터인데 어찌한다?..
그래 그리 처리할수 밖에..(차를 마신다)
s#18. 갖바치 마당
윤원형과 임백령, 술에 적당하게 취해 마당으로 들어선다. (*윤원형과 임백령의 105회 상황은 이후 보충)
당골네 부엌에서 나오다 윤원형을 보고 쪼르르 달려온다.
당골네 : 아유, 승후관나으리 지금 술타령이나 하고 다니실때가 아니옵니다.
윤원형 : 왜? 나라에서 금주령이라도 내렸다던가?
당골네 : 그것이 아니옵고, 난정이한테..
윤원형 : 난정이가 왜요?
갖바치 : (방문을 벌컥 열고 나오며) 나으리! 어서 댁으로 돌아가시옵소서.
윤원형 : (멀뚱하게 보며) 왜들 그러시는게요? 난정이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겼소이까?
방백인 : (아랫방문 열고 얼굴내밀며) 난정이가 지금 나으리의 핏줄을 낳고 있을겝니다.
윤원형 : 그, 그게 참말이요?
임백령 : 아이구, 이거 감축드리옵니다.
윤원형 : 허허, 고맙소이다!
갖바치 : 나으리 어서 서두르시라니까요!
윤원형 : 그럼 내 이만 돌아가 보리다! (휙-돌아서 가려는데)
방백인 : (부적을 꺼내주며) 나으리, 이 부적을 난정이가 해산하기 전에 방문 앞에 거꾸로 붙이시옵소서.
잡귀를 쫓는 부적이니 산모와 아이한테 액땜이 될 것이옵니다.
윤원형 : (부적을 받아 챙기며) 그리하겠소이다. (급하게 대문 밖으로 나간다)
당골네 : 늦지 않게 가실수 있으실런지..?
갖바,방백 : (심각한 표정으로 보는)..
임백령 : 아니 그런데 승후관께오서 후사를 보시오면 감축드릴 일이거늘 어찌 이리들 얼굴이 흐리신게요?
당골네 : 낸들 어찌 알겠사옵니까만 자칫했다간 산모와 아기가 위태로울 수도 있으니 그러시는게지요!
임백령 : ...?!
갖바치(E) : (심각한 얼굴위로) 난정아, 힘을 내거라! 네 결코 운명따위에 꺽여서는 아니되느니라!
난정(E) : (비명소리) 아악-
s#19. 윤원형 초당 방 안
난정, 고통스럽게 몸을 뒤틀고 있다.
김씨, 난정의 다리사이에 앉아있고 그 옆에 배천댁이 버둥거리는 난정의 발을 붙잡으며 거들고 있다.
탄실, 난정의 머리맡에서 난정의 땀을 닦아주고 있다.
난정 : (신음) 으..으..
김씨 :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혀있다) 조금만 더 힘을 주게.
난정 : (힘을 주는) 아악--
s#20. 동 윤원형 초당 마당
난정(E) : (초당 방에서) 아악-
길상, 방쪽을 주시하고 섰고 그 옆에 임서방, 안절부절 서있다.
윤원형 : (급하게 초당안으로 들어오며) 처남! 난정이가 애를 낳는다니 대체 어찌되된 영문인가?
길상 : ..해산일이 조금 앞당겨진 듯하옵니다.
윤원형 : 그래? 하하, 자식놈 성정 급한 건 이 애비를 쏙 빼닮은게로구먼! 임서방, 산파는 데려왔는가?
임서방 : 그게..저..근동의 산파가 집을 비운터라..
윤원형 : 뭐라? 산파가 없다니? 허면 지금 방안에서 아이를 받는 사람은 누군가?
임서방 : 안방아씨께오서 손수 작은 아씨의 아기를 받으시고 계시옵니다.
윤원형 : 뭐야, 부인이? (초당 방쪽을 돌아보는)...?!
s#21. 동 윤원형 초당 방 안
김씨, 지친듯한 기색이 역력하다.
난정 : (힘주는 신음소리) 으..!
김씨 : 좀 더, 좀 더 힘을 쓰게! 좀 더!
배천댁 : (김씨의 이마의 땀을 닦아주며) 아씨, 아직 산문(産門)이 열리지 않았사오니 몸을 풀기까진 짬이 있을겝니다.
여긴 쇤네가 맡겨두시고 잠시 건너가 쉬시지요.
김씨 : (난정을 보다가) 내 아무래도 그래야겠네. (몸을 일으켜세운다)
s#22. 동 윤원형 초당 방문 밖
윤원형, 방문 앞에서 부적을 들고 섰다.
윤원형 : 허어, 거꾸로 붙이라 했거늘..허어, 대체 어디가 위고 어느쪽이 아래인지 도통 알수가 있나?
(문지방 위에 부적을 붙이고 있는데)
김씨 : (방문을 열고 나오며) 서방님. 지금 무엇을 하시는 것이옵니까? 부적이라니요?
윤원형 : 부인,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이오..아이도 낳아보시지 못한 부인께서 어찌 산파 노릇을 하시려는게요?
김씨 : 배천댁이 거들어줄 것이오니 여긴 소첩에게 맡겨두시옵고 사랑채로 건너가시지요.
윤원형 : 험,험 그리하십시다. (대청에서 내려와 큰 사랑채쪽으로 간다)
김씨 : (윤원형을 보다가 길상을 돌아보며) 출산을 하려면 아직 많이 남았으니 자네도 돌아가 쉬게.
길상 : (고집스럽게) 누이가 무사하게 출산할때까지 이놈은 여기 있겠사옵니다.
김씨 : 자네 좋을대로 하게나. (초당 방안으로 들어간다)
길상 : ...!
s#23. 동 윤원형 안채 큰 사랑채 방 안
윤지임, 초조한 기색으로 연상 앞에 앉아있고 윤원로, 잔뜩 꼬인 표정으로 그 옆에 앉아있다.
윤원형 : (방문을 열고 들어온다)
윤지임 : 오, 원형아, 어찌되었느냐? 산파를 데려오지 않았다면서?
윤원형 : 아버님, 심려거두시옵소서! 아버님 며느리 둘이 합심하여 잘 해낼 것이옵니다.
윤원로 : (휙-노려보며) 퍽도 좋겠다?
윤원형 : 형님, 이 아우가 아비가 된다는데 형님은 대견하지도 않으시오?
윤원로 : 대견? 흥, 달수도 다 못채우고 나온 팔삭동이의 아비가 되는 주제에 말이 참 좋구나.
윤원형 : 형님, 내 오늘은 부정탈까봐하여 참으리다. 허나 두 번 다시 팔삭동이니 뭐니 하오시면 내 형님과는 절연을 하겠소!
윤원로 : 오냐, 절연하든 말든 니 마음대로 하거라! 팔삭동이 아비 같으니라구!
윤원형 : 형님!
윤원로 : (벌떡 일어서며)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 내 이꼴저꼴 보기 싫으니 처갓집으로 들어가련다.
아버님 두며느리의 극진한 봉양을 받으시면서 장수하시옵소서! 소자는 이만 물러가옵니다.
(꾸벅 절을 하고 방밖으로 나간다)
윤원형 : 형..형님!
윤지임 : 내버려 두거라! 장남이라는 놈이 소갈머리 하고는...(혀를 끌끌 찬다)
s#24. 동 윤원형 안채 큰사랑채 마당
윤원로, 잔뜩 못마땅한 얼굴로 방에서 나와 마당으로 내려선다.
윤원로 : 닐리리야 첩실년이 낳는 팔삭동이가 뭐 그리 대단하다고?! 흥. 이놈의 집구석에 내 두 번 다시 발걸음을 하나 봐라.
(휘적휘적 대문쪽으로 나간다)
s#25. 대궐 중궁전 마당
세자, 머리를 풀고 삼베옷을 입은 채 합문 안으로 걸어온다.
박상궁, 안절부절하는 표정으로 삿자리를 들고 세자 뒤를 따른다.
세자, 중궁전 계단 앞에 멈춰선다.
세자 : 박상궁, 자리를 깔거라.
박상궁 : (울상) 세자저하, 정말 석고대죄를 드리실 작정이시옵니까?
세자 : (단호한) 어서 깔래두!
박상궁 : (어쩔수 없다는 듯 자리를 깔고 물러선다)...
세자 : (신발을 벗고 자리에 올라 무릎을 꿇고 앉는다)
김상궁, 중궁전에서 나오다가 석고대죄를 드리는 세자를 보고 깜짝놀란다.
김상궁, 총총 걸음으로 옆계단으로 내려가 편전쪽으로 간다.
윤비(E) : (중궁전 안에서 신음소리) 음..음..!
세자 : (교태전 현판을 비장하게 보는)
s#26. 편전 방 안
중종, 김상궁을 놀란 얼굴로 보며 말한다.
중종 : 뭣이라? 어쩌고 어째?! 세자가 중궁전 앞에서 석고대죄를 드린단 말이냐?!
김상궁 : 그러하옵니다.
중종 : (인상이 굳는)...!
자순대비 : 김상궁, 그 말이 참이더냐?!
김상궁 : 분명 쇠인 눈으로 똑똑히 보았사옵니다.
자순대비 : 허어, 세자가 중전께 무슨 대죄를 지었기에 석고대죄를 드리신단 말이냐?!
아니되겠소, 내 세자에게 가봐야겠소이다. (일어서는데)
중종 : 어마마마께오선 나서지 마시옵소서! 소자가 갈 것이옵니다. 김상궁, 중궁전으로 들 채비를 하라!
김상궁 : 예.
중종 : (방밖으로 급하게 나간다)
자순대비 : ...나무관세음보살..
s#27. 중궁전 마당
세자, 미동도 없이 석고대죄를 드리고 있고 박상궁, 세자 뒤편에 서있다.
복성군, 한곳에 몸을 숨긴채 얼굴을 내밀어 세자를 지켜본다.
중종, 대전내관과 김상궁등을 거느리고 중궁전 마당으로 들어온다.
복성군, 중종을 보고 급하게 얼굴을 감춘다.
중종, 세자쪽으로 급한 걸음으로 다가와 선다.
중종 : 세자, 네 여기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이냐?!
세자 : 소자, 어마마마께 지은 불효에 대하여 죄를 받고자 석고대죄를 드리고 있사옵니다.
중종 : 세자, 네 지금 정신이 있는 것이더냐?! 지금 중전께서는 난산의 고통을 겪고 계신데
네 어찌 석고대죄를 드려 궐내를 더욱 뒤숭숭하게 만드는 것이냐?! 당장 물러가거라!
세자 : 아바마마, 어마마마께오서 난산을 겪고 계시온 것은 모두 소자의 불효 때문이옵니다! 소자가 중궁전에 발길을 끊고
어마마마께 문후를 들지 않은 탓이옵니다. (울먹거리며) 소자, 어마마마께오서 아우를 무사히 생산하실때까지
이곳에서 석고대죄를 드릴것이옵니다. 통촉하여 주시옵소서..흐흐흑..
중종 : 뭣이라?!..세자, 네 어찌 근자에 중궁전에 문후를 들지 않은것이더냐?
세자 : ...어마마마의 해산달이 가까워질수록 소자가 중궁전에 들면 어머니 복중 아우에게 좋지 못하다고 들었기에
소자, 중궁전에 발걸음을 아끼고 아낀 것이옵니다.
중종 : 뭣이라?! 이런, 이런 못난 놈의 소견머리를 보았나?! 중전께오서 몸이 무거워지실수록
네 더 자주 찾아 뵙고 문후를 여쭈었어야 했거늘! 네 어찌 강상(綱常)의 도리를 거스르다니?!
세자 : 흐흐흑! 소자의 불효에 죄를 내려주시옵소서!
중종 : 박상궁, 무엇을 하고 있는게냐?! 세자를 어서 동궁전으로 뫼시어라!
박상궁 : 예. (세자에게) 세자저하, 동궁으로 드시지요.
세자 : 아바마마..
중종 : 세자, 네 이나라의 군주이자 네 아비의 명을 거스르겠다는것이냐?!
세자 : ...!
중종 : 당장 물러가거라!
세자, 자리에서 일어나 중종에게 큰 절을 올린다.
세자, 눈물을 줄줄 흘리며 교태전을 향해 다시 큰절을 한다.
세자, 힘없이 돌아서서 합문쪽으로 걸어간다.
박상궁, 자리를 말아들고 세자의 뒤를 따른다.
복성군, 세자의 뒷모습을 훔쳐보다가 어디론가 간다.
중종(E) : (세자의 뒷모습을 보며) 세자의 효심이 참으로 가상하구나!
(교태전쪽을 돌아보는) 중전께오서 세자의 효심을 아신다면 모쪼록 무사히 대군을 생산하여 주시구려!
s#28. 경빈처소 방 안
경빈, 남곤과 심정과 마주 앉아있다.
경빈 : (남곤을 보며) 영상대감! 중전마마의 해산 때문에 영의정 승차를 감축하는 연회를 베풀지 못하시게 되어
섭섭하시겠습니다?
남곤 : 그럴리가요?
경빈 : (패물함을 내밀며) 이 패물은 영의정대감의 승차를 경하드리는 뜻으로 드리는 하례물입니다.
정경부인께 전하여 드리세요.
남곤 : (패물함을 받으며) 화, 황감하옵니다.
심정 : 중전마마께오서 지독한 난산을 겪고 계신다고 들었사옵니다.
이번에 중전마마께오서 잘못되시온다면 어찌되시는 것이옵니까?
경빈 : 화천군대감, 중전은 반드시 살아남을 것이니 그런 염려는 마세요!
남곤 : 중전마마께오서 이번에 대군 아기씨를 생산하시오면 어찌 되시는 것이옵니까?
경빈 : 그리되면 세자에게 큰 위협이 되겠지요! 게다가 이번에 김안로가 찍혀져 나간다면 세자의 우익이 떨어져 나가는 것이니
세자는 바람앞에 등불같은 신세가 될 것입니다. 호호호.
s#29. 중궁전 외경 (밤)
윤비(E) : (비명을 참는 신음소리)...
s#30. 동 중궁전 방 안 (밤)
윤비, 입에 천을 물고 비명을 참아내면서도 삼줄을 틀어쥐고 힘을 짜낸다.
엄상궁과 오상궁, 윤비와 함께 힘을 쓰고 숨을 토해낸다.
노상궁과 수측나인들의 이마에도 땀방울이 맺힌다.
엄상궁 : 중전마마, 조금만 더 힘을 주시옵소서!
윤비 : (안간힘을 쓰는)...
노상궁 : 중전마마, 아기씨 머리가 보이옵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s#31. 윤원형 초당 방 안 (밤)
난정, 삼줄을 틀어쥐고 비명을 질러대며 용을 써댄다.
김씨, 배천댁과 탄실을 거느리고 아기를 받는 중이다.
김씨 : 조금만 더 힘을 쓰게!
난정 : (숨을 몰아쉬다가 짜내듯 힘을 주는)...아악-
배천댁 : (천으로 피를 닦아내며 걱정되는 표정으로 김씨를 보는).. 하혈이 심하옵니다요..
김씨 : (낭패한 표정)...!
난정 : (고통스럽게 숨을 몰아쉬며 김씨를 보는) 아우님, 어찌 아기가 나오질 않는게요?!
김씨 : 초산이라 그러는게니 힘을 더 주시게.
난정 : (짜내듯) 내 아기가 잘못된다면 내 아우님을 용서치 않을테니 그리 아시오! (숨을 몰아쉬다가 일순 힘을 써대는)..악-
s#32. 동 윤원형 작은 사랑채 방 안 (밤)
윤원형, 안절부절 어찌 할줄 모르는 표정으로 서성거린다.
윤원형 : 허어, 내 아비가 되는 길이 이리도 멀고 험할 줄이야 어찌 알았누?!
어허, 차라리 내가 낳는거라면 속이라도 편하겠구먼! (방바닥에 놓인 물대접을 들고 벌컥 벌컥 들이킨다)
s#33. 동 윤원형 초당 마당 (밤)
길상, 굳은 듯 선채로 초당 방쪽을 주시한다.
김씨(E) : (방안에서) 조금만 더 힘을 주게!
난정(E) : (방안에서 비명소리) 악-
길상 : (고통스러운 표정)...!
s#34. 윤원형 초당 방 안(밤)
난정, 소리를 지르며 힘을 써대고 있다.
난정 : 으아-
김씨 : 됐네. 됐네! 머리가 빠져나왔네. 조금만 더 힘을 쓰게.
난정 : (삼줄에 매달려 온 힘을 다해 용을 쓴다)..
(E) (아기 울음소리) 응애-응애-
s#35. 동 윤원형 초당 마당 (밤)
(E) (아기 울음) 응애-응애-
윤원형 : (놀란 눈으로 초당으로 뛰어들어온다)...!
(E) (울음소리 이어지며) 응애-
길상 : (만감이 교차하는)...!
윤원형 : (놀라움과 설레임으로 방쪽을 보며) 부인, 부인 순산을 하시었소?!
s#36. 중궁전 외경 (밤)
(E) (아기 울음소리) 응애-응애-
상궁나인들 : (중궁전쪽을 일제히 돌아본다)...!
s#37. 동 중궁전 방 안 (밤)
(E) (아기 울음소리 이어지며)
윤비 : (탈진한 모습으로 누운채)..엄상궁..대군인가..공주인가..?
s#38. 윤원형 초당 방 안 (밤)
김씨, 명주포대기에 싸인 갓난아기를 안고 난정에게 건네준다.
김씨 : 사내아일세!
난정 : (의심스러운 눈길로 혹시나 보며)..참으로 아들이요?
김씨 : 그래..서방님을 닮아 이목구비가 또렷하고 울음소리도 우렁찬 것이 장군감 일세!
(아기를 난정의 품에 안겨주며) 자네, 참으로 애 많이 썼네..
난정 : (아기의 얼굴을 보며 감격의 눈물이 흐르는)...아가..아가..
김씨 : (보다가 일어나 배천댁과 탄실을 거느리고 방밖으로 나간다)
s#39. 동 윤원형 초당 마당 (밤)
김씨, 배천댁과 탄실을 거느리고 방에서 나오는데
윤원형, 급하게 김씨쪽으로 다가선다.
윤원형 : 부인, 참으로 아들이 맞소?
김씨 : 예. 서방님. 감축드리옵니다. 서방님을 쏙 빼어닮은 아들이옵니다.
윤원형 : 그,그래요? 크하하하하. (길상을 보고) 들었나, 처남? 아들이라네 아들! 하하하!
김씨 : ...
윤원형 : 내 이럴게 아니라 들어가서 아들놈 얼굴 좀 봐야겠소. (대청으로 올라서려는데)
김씨 : 서방님, 삼칠일이 지난 연후에 보시지요. 속기(俗忌)가 있을까 저어되옵니다.
윤원형 : 속기라?..내 아들놈 보고 싶은 맘이야 굴뚝 같지만 아니좋다는 일을 궂이 할 까닭은 없겠지요!
내 부인 말에 따르겠소이다. (몸을 돌려 가며) 아들이라? 아들? 하하하!
김씨 : 배천댁, 얼른 국밥을 차려올리고 탄실이는 초당에 군불을 더 떼거라.
배천댁,탄실 : 예. (급하게 각자의 어디론가 간다)
김씨 : (안채쪽으로 가려다가 길상을 보면)
길상 : (눈에 글썽거리는 눈물을 소매로 닦고 돌아서 간다)...
김씨 : ...?!
s#40. 동 초당 방 안 (밤)
난정, 아기에게 젖을 물리고 있다.
난정 : (아기를 보다가 문득 떠오르는 얼굴위로)..중전마마께오서도 대군아기씨를 생산하시어야 할텐데...!
s#41. 중궁전 방 안 (밤)
윤비, 침통한 얼굴로 유모가 품에 안고 있는 비단강보에 싸인 갓난아기를 보고 있다.
윤비 앞에 미역국밥이 놓인 소반이 놓여있다.
엄상궁과 오상궁, 윤비의 표정을 살피고 있다.
엄상궁 : ..중전마마..국밥이 식사옵니다. (수저를 바치며) 젓수시지요..
윤비 : (수저를 건네받고 국밥을 한술 뜨려다가 울컥 치미는)...!
윤비, 수저를 내려놓으며 국밥을 밀쳐버린다.
엄상궁과 오상궁, 놀라 윤비를 보는데
윤비, 고개를 떨구고 서럽게 흐느끼는데서.
s#42. 편전 방 안 (밤)
중종, 허탈한 표정으로 술잔을 기울이고있다.
중종(E) : 과인이 대군을 기대를 했건만..이번에도 공주라니?!
중종, 술을 급히 한잔 마신다.
s#43. 경빈 처소 방 안 (밤)
경빈, 깔깔깔 웃어댄다. 앞에 앉아있는 금이도 덩달아 웃어댄다.
경빈 : 호호호! 딸이라?! 중전께오서 열달 동안 헛 배앓이를 하신 게야!
금이 : 그렇습지요. 호호.
경빈 : 금아, 술상을 보아오너라. 내 오늘 같은 날 한잔 아니 마실수야 없지!
금이 : 예, 마마. (방밖으로 나간다)
경빈(E) : 이번에 김안로를 찍어낸 다음엔 중전을 교태전에서 파내버릴 것이야!
그런 연후에 어린 세자만 젖혀버린다면 천하가 내 손에 저절로 굴러들어올 것이야! 암, 그렇고말고! 호호호!
s#44. 어느 길 (낮)
파발마가 어디론가 급하게 달려간다.
s#45. 윤원형 집 대문 앞 길
파발마가 달려와 멈춰선다.
군관, 말에서 내려 계단위를 뛰어 올라가 대문을 쾅-쾅-두들긴다.
s#46. 동 윤원형 안채 큰 사랑채 방 안
윤지임 : (한숨) 에휴-
윤원형 : (놀란 눈으로 윤지임을 본다)
김씨 : (윤원형과 나란히 앉아 보는)...
윤원형 : 아니 아버님! 중전마마께오서 참말 대군아기씨가 아닌 공주아기씨를 생산하시었단 말씀이옵니까?
윤지임 : (침통한) 그래..조금전 대궐에서 파발이 왔었다.
윤원형(E) : 중전마마께오서 따님을 생산하시었다면 장차 일이 어찌 되는겐가?
윤지임 : 에휴..중전마마께오서 기대가 크시었을텐데..하늘도 무심하시지.
차라리 작은 애가 딸을 낳고 중전마마께오서 아드님을 생산하시었어야 하는건데..
윤원형 : (흠짓) 아, 아버님..어찌?
윤지임 : 오냐, 오냐! 내 하도 답답하여 해본 말이다...!
윤원형 : ...
김씨 : ...
윤원형(E) : 어허, 이 일을 어쩐다? 어찌한다?
s#47. 동 윤원형 초당
아궁이 앞 길상, 훨훨 타오르는 아궁이에 장작을 넣고 있다.
s#48. 동 윤원형 초당 방 안
난정, 품에 안은 아기를 사랑 가득한 눈으로 본다.
난정 : 우리 아가, 참으로 잘도 생기었구나.. 이 어미가 비록 천첩의 신분이지만
너는 왕후장상(王侯將相) 부럽지 않게 키워줄 것이다. 이 어미를 믿거라..
아기 : (방긋 웃는 얼굴)..
난정 : (손가락으로 어루며) 호호..네 벌써 어미 말을 알아듣는게냐?
윤원형(E) : (방밖에서) 부인 나요!
난정 : (방문쪽 돌아보며) 들어오시어요.
s#49. 동 윤원형 초당 방문 밖
윤원형, 방문 밖에 서있다. (*방문 위에 당추의 부적이 붙어있다)
윤원형 : 아니오! 속기가 들지 모르니 내 예서 말하리다..중전마마께오서.. 어젯밤에 따님을 생산하시었소!
s#50. 동 윤원형 초당 방 안
난정 : (충격 받은) 예에? 따님을요?!.. 그럴리가..그럴리가..
s#51. 동 윤원형 초당 방문 밖
윤원형 : ..좋지 못한 소식인줄 알지만 부인께선 알고 있으시어야 할듯싶어 전하는게요..허면 몸조리 잘 하시구려..
(착잡한 표정으로 돌아서 간다)
s#52. 동 윤원형 초당 방 안
난정 : (충격으로 말을 잊은)...!
s#53. 편전 외경
남곤, 환한 표정을 머금고 두루마리를 들고 편전계단을 올라간다.
s#54. 동 편전 방 안
남곤, 중종 앞에 두루마리를 바친다.
중종, 굳은 표정으로 두루마리를 본다. (*윗목에 박승지가 앉아있다)
중종 : (심기 불편한) 영상, 이것이 무엇이오?
남곤 : 신이 의정부 신료들과 논의를 한 연후에 조정쇄신을 위하여 천거하려는 참신한 인재들의 명단이옵니다.
중종 : 영상대감! 과인이 지금 머리가 무거워 이 명단을 살필 겨를이 없으니 나중에 다시 드시구려.
남곤 : (조아리며) 예, 전하. 그리하겠사옵니다. (일어나서 방밖으로 나간다)
중종 : (방밖을 보며) 김상궁!
김상궁(E) : (방밖에서) 예.
김상궁 : (방문 열리면) 찾아계시옵니까?
중종 : 술상을 봐오너라!
김상궁 : (흠짓 보며) 예에?
중종 : 술상을 봐오라지 않았느냐?!
김상궁 : 예. (조아리고 나간다)
중종(E) : (굳은 얼굴위로) 중전이 어찌 이리 과인의 기대를 저버릴수 있단 말인가? 어찌!
s#55. 경빈 처소 방 안
경빈과 남곤, 마주 앉아있다.
남곤 : 중전마마께오서 공주아기씨를 생산하신 일로 전하의 심기가 아주 불편하시었사옵니다!
경빈 : 기대가 크시었던 만큼 실망도 크신 것이겠지요!
남곤 : 신도 그리 생각하옵니다.
경빈 : 영의정대감! 조정인사가 마무리되지 않은데다 중궁전의 공주아기씨 생산으로 궐내가 어수선할겝니다.
바로 지금이 김안로를 찍어낼 호기입니다!
남곤 : 예에?
경빈 : 김안로가 이조판서직에 올라 조정에 발을 딛기전에 발목을 잡아채버리라 이 말씀입니다.
남곤 : 하오나 죄를 물을 명분이 없사온데...
경빈 : 이사람이 수일내로 김안로를 잡을 일을 도모할테니 영상대감은 뒷수습을 해달라 이 말씀입니다.
남곤 : 뒷수습이라 하오시면?
경빈 : 윤임이는 물론이고 중전의 오라비들인 윤원로와 윤원형이 같은 윤씨 외척들까지 도성밖으로 내쳐달라 이 말씀이옵니다!
남곤 : 중전마마의 오라비들까지요?
경빈 : 예, 이번참에 걸림돌이 되는 자들을 단박에 쓸어버리세요!
s#56. 어느 길 (김안로 집 근처 길)
윤임, 박서방이 배행하는 사인교를 타고오는 심각한 얼굴위로 떠오르는.
윤원형 : (105회 s#25의) 희락당 대감이 자금줄이 끊긴 듯 엄살을 떠시면서도
뒤로는 백도주의 뇌물을 받아 챙기신다고 하옵니다. 숙부님, 희락당대감을 조심하시옵소서.
윤임(E) : (고개를 저으며) 아니야, 원형이 이놈이 농간을 부리는게야!
저만치 어느집 대문에서 송서방, 급히 나와 등을 보이며 총총히 사라진다.
윤임(E) : (흠짓 놀라 보는) 아니 저놈은 백치수의 수하 아닌가?! (의혹에 싸인) 저놈이 어찌 희락당 대감 집에서 나오는가?
윤임을 태운 사인교가 송서방이 나온집 대문쪽으로 간다.
s#57. 김안로 사랑채 방 안
김안로, 앞에 놓인 은괴 한덩이를 유심히 보고 있다.
김안로(E) : 은자 오십만량이면 조정에서 세를 공고히 쌓을수 있을만큼 큰재물이지!
허나 백도주가 느닷없이 그런 거래를 청한 것이 어찌 께름직 하구먼..!
황서방(E) : (방밖에서) 대감마님, 판부사대감께오서 뵙기를 청하시옵니다.
김안로 : (흠짓) 판부사대감이? (은괴를 치우며) 뫼시어라! (정좌를 하는데)
윤임 : (방안으로 들어서며) 희락당대감, 마침 계시었구려?
김안로 : 판부사대감, 기별도 없이 어인 발걸음이시옵니까?
윤임 : (앉으며) 중전께오서 공주아기씨를 생산하시었단 희소식을 듣고 대감과 축하주라도 나누러 들렀지요.
김안로 : 중전이 대군아기씨를 생산치 못하였으니 중궁전의 기세가 한풀 꺽일 것이오나 속단하기는 이르옵니다.
오히려 경빈의 화살이 우리들의 가슴팍을 노릴것이 자명하오니 더욱 조심해야지요!
윤임 : (끄덕이며) 헌데 자금줄에 대해서는 해결책이 보이시는 것이오이까?
김안로 : 재물 마련할 생각만 하면 눈앞이 막막할 뿐이옵니다.
윤임 : 대감, 혹시 근자에 백도주나 그 끄나풀을 만나신 적이 있소이까?
김안로 : (흠짓 보다가) 그럴리가요? 하온데 어찌?
윤임 : 아,아니외다. 이왕 발걸음을 하였으니 수담이나 나누시지요!
김안로 : ...?!
s#58. 편전 복도
자순대비, 조상궁을 거느리고 방문 앞으로 걸어와 선다.
자순대비 : (대전내관에게) 고하여라.
대전내관 : 예. (방안에다) 전하, 대비마마 드시었사옵니다.
중종(E) : ...
대전내관 : (당황하여) 전하, 대비마마 드시었사옵니다.
중종(E) : (방안에서) 뫼시어라.
s#59. 동 편전 방 안
중종, 술잔을 마시고 내려놓는데
자순대비, 방안으로 들어와 중종 앞으로 다가가 앉는다.
자순대비 : 주상, 어찌 대낮부터 술을 입에 대시는게요?
중종 : ...
자순대비 : 그래요, 주상께서 많이 섭섭하시었겠지요..
중종 : ...
자순대비 : 허나 누구보다도 대군을 생산치 못한 중전의 마음이 아플겝니다. 거꾸로선 태아를 무탈하게 생산하신 것만도
조종조께오서 돌봐주신 음덕입니다. 중전께서 아직 년치가 젊으시니 다음번엔 꼭 대군을 생산하실게요..
허니 주상께서 중궁전에 드시어 중전을 위로해주세요.
중종 : (벌떡 일어나 방밖으로 나가버린다)..
자순대비 : 주상, 주상-...
자순대비(E) : (한숨을 푹 내쉬는) 허어, 어찌 궐내에 하루로 바람 잘 날이 없단 말인가, 어찌?
s#60. 중궁전 방 안
윤비, 소복을 입은채 이불위에 앉아 골똘한 생각을 하는 얼굴위로. (*아기는 없다)
윤비(E) : 전하께오서 중궁전에 납시어 빈말이나마 위로라도 한마디 해주시오면 이리도 착찹하지는 않을 것을..!
내 대군을 생산치 못한 것이 그리도 큰 죄란 말인가?... 나 혼자 구중궁궐 적막한 첩첩산중에 내버려진 신세구나..
이럴때 난정이라도 곁에 있으면 힘이 될 것을..!
s#61. 윤원형 초당 마당
길상, 장작을 한아름 안아들고 아궁이쪽으로 걸어가는데.
(E) (초당방안에서 들리는 아기울음 소리) 응애-응애-
길상 : (아궁이쪽으로 가려는데)
(E) (더욱 자지러지는 울음소리) 응애-응애-
길상 : (흠짓 멈추고 방쪽으로 다가서며) 난정아, 괜찮은게냐?
(E) (아기 울음소리만)...응애-
길상 : (불길한 예감에) 난정아!
김씨 : (밥과 미역국이 놓인 쟁반을 바쳐든 배천댁을 거느리고 오다가) 무슨 일인가?
아기가 이리 자지러지는데 작은 사람은 무얼하는겐가?
길상 : 아씨, 난정이한테 무슨 일이 생긴 모양이옵니다.
김씨 : 뭐라? (급하게 초당 방안으로 들어간다)
s#62. 동 초당 방 안
김씨, 방문을 열고 급하게 들어서면 방안에 강보에 싸인 아기만 덩그라니 놓여 울고 있다.
김씨 : (놀라) 아,아니?! (아기를 안아들고 달랜다)
아기 : (울음을 그치면)..
김씨 : (아기를 보며 뭔가 불길한) 대체 네 어미는 제대로 서지도 못하는 몸을 이끌고 어디로 갔단 말이냐?
s#63. 중궁전 마당
난정, 당의를 입은채 합문안으로 들어온다.
난정, 이마에 진땀이 흐르는 고통을 이를 악물고 참아내며 간신히 몸을 추스려대며 계단을 올라가는 얼굴위로.
난정(E) : 내 이 한 몸 바스러져 가루가 된다 할지라도 중전마마를 위해 바칠것이야!
난정, 이를 악물고 계단을 기어오르는 모습위로.
윤비(E) : (놀라움) 아,아니! 난정아, 네가 어인일로 중궁전에 들었더냐?!
s#64. 동 중궁전 방 안
난정, 고통을 참아내며 윤비 앞에 앉아있다.
난정 : 소첩, 중전마마께오서 공주아기씨를 생산하시었다는 말씀을 듣고 마마가 걱정이 되어 한달음에 달려왔사옵니다!
윤비 : 네 마음은 고맙다만..네 어찌 몸이 그러한 것이냐?
난정 : 소첩도 어젯밤에 몸을 풀었사옵지요..
윤비 : 허면 출산을 하여 성치도 않은 몸을 이끌고 나를 위로하여주러 입궐하였단 말이냐?
난정 : 소첩 몸뚱이의 주인이오신 중전 마마를 위해 당연한 소임을 하는 것 뿐이옵니다.
윤비 : (감동의 눈물이 울컥 솟으며 난정의 손을 잡으며) ..난정아.. 난정아..네 진정.. 내 충신이로구나 ..흐흑..
난정 : 마마, 눈물을 거두시옵소서..지금은 눈물을 보이실때가 아니옵니다.
중전마마께오서 대군아기씨를 생산하시지 못하시었사오니 경빈이 기세를 몰아 중전마마께 위해를 가하려 할것이옵니다.
윤비 : ..그럴게다..
난정 : 중전마마께오선 세자저하를 방패막이로 쓰시어야 하옵니다.
하오나 그전에 우선 김안로와 윤임이를 방패막이 밖으로 밀쳐 내치시어 경빈의 화살받이로 쓰시어야 하옵니다!
윤비 : 나도 잘 안다만 갓 출산한 산부의 몸으로 내 무엇을 할수 있겠느냐?
난정 : 모든 것을 소첩에게 맡겨주시옵소서. 소첩이 오늘밤 안으로 김안로를 잡아 들일 것이옵니다.
윤비 : 난정아, 네 너무 급박하게 서두르는 것이 아니더냐?
난정 : 그렇지가 않사옵니다. 이번에 실기하시어 경빈에게 선수를 빼앗기시오면
중전마마께오서 교태전을 지켜내시기가 어려워질 수도 있사옵니다.
윤비 : 헌데 무슨 수로 김안로를 잡아들일수 있단 말이냐?
난정 : 중전마마께오서 사헌부 관원 두사람만 소첩에게 붙여주시옵소서! 하오면 소첩이 경빈보다 먼저 일을 도모할 것이옵니다.
윤비 : 사헌부관원 둘이라?
난정 : (비장한) 예, 마마!
s#65.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앞에 앉은 장대인을 보고 말한다.
심정, 장대인 옆에 앉아있다.
(*105회 106회중 이씬의 내용이 상충되는 세트씬들은 수정, 보충할 것임)
경빈 : 오늘밤 김안로가 미끼를 물 것이다?
장대인 : 예, 마마. 김안로가 미끼를 문 연후에 들이치면 국유지를 전횡했다는 확증을 잡을 수 있을 것이옵니다.
심정 : 국유지를 전횡한 일은 왕실의 위엄을 떨어뜨린 대죄가 아니옵니까?
경빈 : 암요! 김안로가 전하의 사돈이라는 것을 내세워 국유지를 전횡했다면 이는 전하의 용안에 먹칠을 한
용서받지 못할 대죄이지요! 화천군대감, 금부나장 중에서 믿을만한 자들을 시켜 오늘밤 김안로를 잡아들이세요.
심정 : 그리하겠사옵니다!
장대인 : 하오면 시생은 그리 알고 물러가옵니다.
경빈 : 장대인, 오늘밤 일을 난정이도 알고 있는가?
장대인 : 오늘밤 거래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사옵니다. 하오나 듣자니 어젯 밤 해산을 하였다고 하오니
당분간은 옴짝달싹 못할 것이옵니다.
경빈 : 그래? 난정이가 몸을 풀었어? 호호호, 그거 잘되었구먼! 내 난정이가 닭쫓던 개처럼 놀라는 얼굴을 보고 싶구먼! 호호호!
s#66. 중궁전 마당
박승지, 계단을 올라온다.
박승지, 뭔가 망설이는 표정으로 멈춰섰다가 결심한 듯 중궁전 안으로 들어간다.
s#67. 동 중궁전 복도
박승지, 엄상궁과 오상궁이 있는 방문 앞으로 걸어와 선다.
박승지 : 마마님 고하여 주시오.
엄상궁 : 중전마마, 박승지 들었사옵니다.
s#68. 동 중궁전 방 안
윤비 : 엄상궁, 자네들은 중궁전 밖으로 물러가 있게.
s#69. 동 중궁전 복도
엄상궁 : 예. (오상궁에게) 물러들 나랍신다.
오상궁 : (상궁, 나인들에게) 물러들 나거라.
엄상궁과 오상궁, 상궁나인들을 이끌고 복도끝으로 간다.
박승지, 정적속에 서있는데..
윤비(E) : 박승지, 앉으시오.
박승지 : (방문 앞에 앉는다)..
s#70. 동 중궁전 방 안
윤비 : 박승지는 전하를 지근에서 뫼시는 신료들 중 불편부당하고 의기로운 사람으로 들었소이다.
이 사람이 잘못 알고 있는 것이오?
s#71. 동 중궁전 복도
박승지 : (당황스러운)...과,과찬이시옵니다.
s#72. 동 중궁전 방 안
윤비 : 내 박승지한테 긴한 청이 있어 불렀소.
s#73. 동 중궁전 복도
박승지 : 기,긴한 청이라니요, 마마?
s#74. 동 중궁전 방 안
윤비 : 박승지가 믿을수 있을만한 사헌부 관헌 두사람을 내게 보내주시오.
s#75. 동 중궁전 복도
박승지 : 예에? 사헌부 관헌을요?!
s#76. 동 중궁전 방 안
윤비 : 박승지, 기억나시오? 지난번 이 사람이 폐위전교를 받고 대궐문을 나가려 할때
박승지가 이 사람이 탄 가마를 멈춰 세웠지요! 이번에도 박승지가 이 사람의 목숨을 구명해주시리라고 믿소!
s#77. 동 중궁전 복도
박승지 : ...!
s#78. 김안로 사랑채 외경 (밤)
s#79. 동 김안로 사랑채 방 안 (밤)
김안로, 촛불 앞에 은괴를 보며 갈등에 잠겨있는 얼굴위로.
김안로(E) : 어차피 재물이 없다면 언제가는 경빈을 추종하는 영의정이나 화천군에게 찍혀져 나갈 것이 자명할 것이야!
(뭔가 결심한 듯) 암! 이만한 배포도 없이 천하권세를 어찌 손에 쥘수 있겠누?! 내 백도주와 거래를 할것이야!
s#80. 김안로 집 근처 골목길 (밤)
김안로, 소리없이 대문에서 나와 주변을 살펴보다가 어두운 골목길 저편으로 걸어간다.
담장 뒤에서 심정과 금부나장둘이 나타난다.
심정 : 예서 기다리고 있다가 희락당대감이 돌아오는 길에 덮치거라! 몸은 물론 집안을 샅샅이 뒤져 은괴도 찾아내야 할 것이다.
금부나장들 : 예! 대감!
심정 : (의미심장한 미소)...
s#81. 어느 주막 외경 (밤)
백치수(E) : 어서 오시옵소서. 이놈 대감을 기다리고 있었사옵니다.
s#82. 동 주막 방 안 (밤)
김안로와 백치수가 마주앉아있다.
백치수, 김안로 앞에 문서봉투를 밀어놓는다.
김안로 : (봉투를 들고 문서를 꺼내보며) 이게 그 땅문서인가?
백치수 : 예, 대감. 임자만 제대로 만나면 은자 육십만냥까지 받을수 있습지요.
김안로 : (문서를 봉투에 넣고 소매속에 넣으며) 허면 난 이만 가보겠네.
백치수 : 대감께오서 이 재물로 조정의 권세를 틀어쥐시오면 남소문객주를 이놈에게 내주시겠다는 약조를
잊으시어서는 아니되시옵니다!
김안로 : 암, 약조하지! (방밖으로 나간다)
백치수 : (미소를 지으며)..아무리 총기넘치는 자라도 재물과 권세에 눈이 멀게되면
이리도 쉽게 걸려들게 마련인 것을! 하하하하!
s#83. 동 어느 주막 앞 길 (밤)
난정, 한곳에서 긴장된 눈빛으로 주막을 노려보고 서있다.
난정 뒤로 사헌부관헌(*도포차림) 둘이 서있다.
김안로, 주막에서 나온다.
난정 : (눈을 반짝이며) 바로 저 자요!
사헌부관헌(*1,2) : (긴장하여 보다가 김안로쪽으로 뛰어나가며) 게섯거라!
김안로 : (당황하여) 웬놈들이냐?!
사헌부관헌 하나가 김안로를 옴싹달싹 못하게 붙들고 다른 관헌이 김안로의 도포자락을 뒤진다.
김안로 : 이놈들, 감히 당상관의 몸에 함부로 손을대다니?! 네놈들이 누구냐?!
사헌부관헌(*1) : (패찰을 꺼내보이며) 우린 사헌부에서 나왔소!
김안로 : 사, 사헌부...?!
사헌부관헌(*2) : (김안로 소매자락에서 땅문서 봉투를 꺼내며) 예 있구먼!
사헌부관헌(*1) : 희락당 대감, 우리를 따르시지요!
김안로 : 이, 이놈들, 누구 명으로 나를 잡으러 온게냐?!
사헌부관헌(*1,2) : (김안로를 거칠게 끌고가는데)
김안로 : (주변을 돌아보다가 한편에 서있는 난정을 보는)..아,아 네년은?!
난정 : (냉랭한 미소로 보는)...
김안로 : (관헌들에게 끌려가며 난정을 노려보는)...!
난정, 끌려가는 김안로의 뒷모습을 싸늘하게 보는 얼굴에서 스톱모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