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가인이 하늘을 날 수 없기에 확실히 레리카라는 녀석이 훨씬 유리한
입장이었고 원거리 공격만 한다면 이길 게 뻔했다.
그리하여 발사된 물, 불, 전기, 흙, 바람의 덩어리는 고의인지 우연인지
어느 정도의 시간차를 두고 있어 신가인은 마력을 크게 한 번 폭발시켜
마법을 소멸시키는 게 아니라 일일이 하나씩 마법을 소멸시켜야만 했
다.
내 생각에 이런 식으로 지속된다면 오히려 저 드래곤의 마나가 먼저 소
모되어 버릴 것 같았다.
다른 사람들도 눈치챘을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그녀가 사용하는 마법은
모두 7서클…….
7서클의 마법을 저렇게 여러번 사용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자신은 드래
곤이오! 라고 광고하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거기다가 같은 속성을 사용하는 것도 아니고 모든 속성의 마법을 골고
루 사용하고 있으니…….
마법사가 아니라 검사라도 여기에 있는 녀석들은 상당한 실력자들이기
때문에 저 여자의 정체는 들통난 것이 확실했다.
참, 이게 아니라 아무래도 내 감각에 따라서 봤을 때 회복되는 마나의 양
보다는 사용하는 마나의 양이 더 많다는 소리다.
결론만 살펴서 드래곤은 회복량보다 많은 마나로 공격을 하고 신가인은
신기를 통해 아직 1클래스도 다 사용한 것 같지 않았기에 신가인이 이길
가능성도 없는 게 아니었다는 소리가 된다.
그러나 저 드래곤이 그런 사실을 알 턱이 없었기에 내가 내기에서 이길
확률도 50%이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렇게 무식한 방법으로 대치하고 있던 상황을 먼저 비껴낸 것
은 신가인이었다.
갑자기 엄청난 마력을 폭발시켜서 시간차를 두고서 날아오는 다른 마법
들까지도 모두 날려버린 것이다.
마법들을 모두 날려버린 신가인은 재빨리 품 속에서 단검 하나를 찾아
꺼내더니 레리카를 향해 던진 것이다.
단순히 공중에 떠서 공격만 퍼붓던 레리카는 갑작스런 이 상황 변동에
화들짝 놀라며 주위에 바리어를 형성했다.
자, 잠깐! 저 단검은……!
슈슉-
푸욱-
"……!"
레리카가 형성한 바리어는 7서클의 위력이 확실했으나 신가인이 던진
단검은 그에 전혀 개의치 않고 마치 바리어가 종이인마냥 가볍게 찢어
버리고 레리카의 심장을 찔러버렸다.
심장을…….
투둑-
드래곤이라서그런지 심장을 찔리고도 즉사하지는 않았는데 그래도 마
법을 더 유지시킬 수는 없었는지 공중에서 그대로 떨어져버렸다.
나만 알아볼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 단검에는 마력이 실려있
었다.
그냥, 검기같은 종류의 마력이 아니라 뭐라고 말을 하면 좋을까……?
'시한 폭발 마력'? 굳이 설명하자면 나를 제외하고는 한 번 몸 밖으로 내
보낸 마력은 컨트롤할 수가 없다.
예를 들어서 간단히 말하자면 마법을…… 그러니까 파이어 볼 같은 걸
날리면 도중에 궤도 변경은 불가능하다.
그건 검기도 마찬가지이다.
또한 날아가던 도중에라도 자신이 원하는 때에 폭발시킨다는 따위의 일
도 할 수 없다.
그런데 그 단검에는 마력이 실려있었고 바리어에 닿기 직전에 신가인의
의지에 따라 폭발해 바리어를 찢고는 폭발로 추진력을 다시 얻어 레리
카의 심장을 찌른 것이다.
그런데 드래곤을 이길 정도로 강한 녀석이라면……. 과연, 내가 저 녀석
들을 이길 수 있을까?
경기장은 우선 환호성따위가 들릴 리는 없었고 심지어는 웅성거리는 소
리도 들리지 않을 정도의 적막함을 유지했다.
그만큼 지금 이 상황은 말로 어떻게 해보기 힘든 상황인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내가 저 녀석들을
어떻게 해야할지 생각하고 있을 때 카니언이 텔레포트를 통해서 경기장
으로 날아갔다.
뭐, 개인 플레이라고는 해도 이런 상황에서 동족을 돕지 않는다면 이상
한 거지…….
카니언이 텔레포트로 경기장에 나타나자 그제야 적막이 풀리며 관중석
이 웅성거리기 시작했고 의무반도 들것을 들고 나타났으나 카니언이 그
들을 제지하고 레리카를 데리고는 선수 대기실로 다시 이동해왔다.
그러나 막상 대기실로 레리카를 데려 온 카니언은 주위의 시선이 신경
쓰이는지 잠시 주위를 둘러보았으다.
그러나 이내 무슨 생각을 했는지 바로 마법에 들어갔다.
"절대 힐링!"
"너……!"
나는 경솔하게 대 마법을 사용하는 카니언을 제지하고자 했으나 순간적
으로 이미 레리카라는 여자의 정체는 다 탄로난 거고 뭔가 생각이 있을
거라는 생각에 도중에 말을 끊어야만 했다.
뭐, 어차피 늦은 일이었고 핑곗거리라고 누가 우긴다면 할 말은 없겠군.
그리고 절대 회복 마법에 의해 레리카의 상처가 순식간에 회복되어 그
녀가 어렴풋이 눈을 뜨자 카니언은 이 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용언
을 사용했다.
[지금부터 15분 내에 있었던 모든 일을 잊어라.]
"……."
어찌보면 유일하면서도 어찌보면 무지하게 단순 무식한 대처 방법이 아
닐 수 없었다.
당연한 일이겠지만 용언 마법에 의해 15분간의 기억이 사라진 사람들은
모두 우왕좌왕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대기실 안에는 보통 인간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 검은 복면들. 그러니까
신가인들도 있었다.
그건 카니언도 익히 알고있었고 카니언은 그들이 용언이 막아냈음조차
알고 있었으며 그들이 자신을 향해 의미심장한 눈빛을 보냈다는 것도
알았을 것이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무섭게 노려보고 있을 때 잠시 기절했던 레리카
가 깨어났다.
"저… 저기……."
깨끗이 나은 레리카가 몸을 일으키자 카니언은 그녀에게 더도 덜도 말
고 딱 여섯 마디를 했다.
"유희 중이라면 당장 떠나는 게 좋을거다."
레리카라는 그 드래곤은 처음에 무척이나 당황하는 듯 싶었으나 상대가
웜 급의 레드 드래곤이라는 것을 알았는지 매우 간단히 그의 말에 수긍
을 하고 대기실을 나갔다.
인간 세상에서 동족끼리의 상봉치고는 너무 딱딱하고 싱거운 면이 없지
않았지만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우리는 아무 말도 꺼낼 수 없었다.
방금의 상황으로 인해 우리도 저렇게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
었다.
특히나 래틴은 자신이 저 꼴이 되지 않은 것에 대해서 속으로 매우 다행
스럽게 여기는 것 같았다.
그 때, 진행자가 승자를 공표함과 동시에 다음 차례의 선수를 부르는 소
리가 들려왔다.
<아, 좀 문제가 있기는 했지만 신가인 C선수의 승리로 돌아갔습니다. 그
러면 이어서 61번 카니언 선수와 62번 카이엔 선수의 시합이 있겠습니
다!>
"내 차례로군. 빨리 끝내고 오지."
카니언은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바로 일어나서는 경기장으로 향했고
함께 호명된 카이엔이라는 검사도 일어나서 경기장으로 나갔다.
<그러면 시합 시작!>
퍼버버벙-
"……."
<아……. 61번 카니언 선수의……. 승리입니다.>
"……."
어유, 이 근처에 펭귄이라도 이사를 왔냐? 왜 이렇게 썰렁한거야? 거기
다가 소금 없냐?
너무 싱거워…….
다음 날부터 3일간 이어진 32강의 시합은 정말이지 지루한 시간의 연속
행진이었다.
64강의 시합에서는 그나마 스릴있고 재미있는 경기가 몇 있었는데 이번
에는 정말 지루한 시간밖에 보내지 못 한 것이다.
첫 시합을 세라로 시작해서 마지막 시합인 카니언의 시합까지……. 래틴
은 떨어졌다고 해도 5분 안에 끝난 시합은 우리 일행과 신가인들이 싸운
시합이 거의 다였다.
뭐, 도중에 두어번 검사와 마법사의 시합에서 마법사가 실수를 하는 바
람에 우리만큼이나 일찍 끝난 시합이 하나 있긴 했으니…….
그 외의 싸움은 다들 막상 막하의 실력인지 쉽게 결판이 난 싸움이 도무
지 없었다.
사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스릴 만점인 싸움일 수도 있었겠지만 우
리가 보기엔?
쩝, 정말이지 지루해서 죽는 줄 알았다…….
그리고 16강에 올라서야 우리는 겨우 재미있는 시합을 한 경기 구경할
수 있었다.
그치만 그나마도 마지막 시합이라서 이틀이나 기다리다 본 시합.
이전에 드래곤을 꺾어버렸던 신가인 C와 레드 웜 브레이 카니언의 시합
이 벌어진 것이다.
그리고 나는 지난번에 무투회 신청일날 새치기를 하다가 대 신가인이
내뱉었던 '꺼져라'라는 말을 제외하고 처음으로 신가인들의 입에서 흘
러나온 말을 들을 수 있었다.
<그러면 이번 시합이 16강에서도 마지막 시합이 되겠군요. 59번 신가인
C선수와 61번 카니언 선수의 대결입니다!>
둘의 이름이 호명되자 그 둘은 각기 앉아있던 자리에서 일어나 경기장
으로 향했다.
"지난번에 어미 젖도 못 뗀 드래곤은 너무 싱거웠어. 가장 강한 레드 일
족이고 웜 급의 드래곤이니 날 재미있게 해줄 수는 있겠지?"
"인간과 드래곤의 차이점을 보여주지."
물론, 그 둘의 대화는 소근거리는 듯한 소리였기에 당사자들 외에는 나
밖에 듣지 못 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진행자의 호명이 있고서 곧장 경기장으로 올라간 신가인과 카니언은 누
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서로를 마주보고 살기를 피우기 시작했다.
신가인이라는 녀석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카니언의 심리 상
태는 알 수 있었다.
아마, 카니언이 동족과 싸워본 적이 없다면 이 싸움이 카니언에게는 최
초로 전력을 다 한 싸움이 될 것이다.
진행자라는 사람도 웬만큼 하고 그에 따라 살기를 포착했는지 그 둘의
반응에 몸이 잔뜩 움츠러든 것 같았다.
그래도 자연스럽게 진행을 하는 것을 보면 역시나 직업 정신이란 건 투
철해야 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러면 16강의 마지막 시합을 시작합니다!>
"플라이! 스웜프Swamp!"
시합이 시작됨과 동시에 카니언은 선수를 쳐서 두 종류의 마법을 사용
했다.
그 중의 하나는 비행 마법인 플라이였고 하나는 내가 잘 모르는 마법이
었다.
그러나 난 그 마법이 어떤 것인지 금방 알 수 있었다. 카니언이 공중으로
떠오르자 신가인의 발이 점점 가라앉더니 경기장 일대가 완전히 늪으로
뒤바뀐 것이다.
갑자기 땅이 꺼지기 시작하자 신가인은 당황하기 시작했고 카니언도 그
런 빈 틈을 놓치지 않았다.
"파이어 드래곤!"
카니언의 외침과 동시에 카니언의 손에서 엄청난 열기가 퍼져나오더니
불꽃의 드래곤…….
그러니까 화룡[火龍]의 형상을 띄고는 신가인을 향해 날아갔다.
퍼엉-
갑자기 당황했다고는 하나 신가인이 자신에게 날아오는 공격에 대응하
지 못 할 정도는 아닌 모양이었다.
신가인이 일으킨 마력의 폭발은 상당한 위력이어서 파이어 드래곤을 소
멸시킴과 동시에 그 몸을 늪에서 빠져나오게 만들었고 또 한 가지 부수
적인 효과로는 경기장을 감싸던 마법의 기운을 밀어내어 경기장이 더
이상 늪으로써의 역할을 할 수 없게 만들었던 것이다.
이로 인해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 온 상태에서 신가인이 또 품 속을 뒤져
단검을 꺼내들고는 마력을 실어 내던졌다.
이미 어떤 것인지 알고있는 수법이지만 피하는 것 이외에는 대처 방법
이 없는 공격…….
그러나 카니언에게는 그것 말고 내가 할 수 없는 대처 방법이 있었다.
"워프!"
"……!"
워프를 통해 단검에 실린 마력이 폭발하기 전에 어딘가로 워프를 해버
린 것이다.
갑작스레 일어난 일에 당황한 신가인은 그 자리에서 빙빙 돌며 주위를
돌아보고 카니언의 위치를 파악하려 했지만 카니언을 찾을 수는 없었
다.
왜냐고? 자기 머리 위로 도망갔는데 주위만 빙빙 돌아보면 어떻게 찾
겠나?
단검을 피해서 신가인의 머리 위로 워프한 카니언은 딱히 마법을 사용
하지 않고 신가인에게 마나를 잔뜩 실은 펀치를 휘둘렀다.
나 같으면 할 수 없었겠지만 카니언은 드래곤이고 드래곤의 마나는 절
대적인 성질이고 절대적인 성질이면 증폭의 성질도 있고…….
거기다가 양만 해도 장난이 아니었으니 막거나 피하지 못 하면 머리통
이 부숴질 것이다.
그리고 이 상황에서는 마법보다 좋은 점이 마법은 아무리 드래곤이라도
시동어를 외쳐야 하고 그랬다간 신가인이 눈치채 마력을 폭발시킬 것이
기 때문이었다.
휘잉-
그러나 엄청나게 휘둘러진 주먹은 공기가 갈라지는 소리만을 내며 허공
에서 휘둘러졌을 뿐이었다.
확실히 고개를 숙여서 공격을 피한 것은 신가인이 익힌 신기 덕분이 아
니라 반사 신경과 운동 신경의 조화였다.
다시 말해서 어쩌다가 마력을 얻고 신기를 익힌 게 아니라 이전에도 상
당한 실력을 소유하고 있던 녀석이라는 소리가 된다.
그에 반해 3천년 이상의 세월을 살면서 어느 정도 체술도 배웠을 카니언
이지만 드래곤이라는 뒷 배경(?) 때문에 어중간하게 배웠을 카니언은
마나를 잔뜩 싣고 있는 힘껏 휘두를 주먹을 제어하지 못 해 주먹이 움직
이던 관성에 의해 공중에서 두 바퀴나 구른 후에 땅으로 떨어졌다.
조금 전에도 말했듯이 지금 이 신가인의 실력은 완전히 거저 얻은 것이
아니었고 그것은 녀석이 지금 카니언의 빈 틈을 놓치지 않을 것이라는
말로도 해석이 가능했고 역시나 내 예상대로 녀석은 마력을 실은 펀치
를 아직 자빠져있는 카니언에게 날렸다.
그런데 방금 내 말은 왜 이렇게 오묘한 의미를 드음~ 뿍 담고 있는 걸
까?
나는 그 녀석이 경륜이 있다는 소리를 카니언도 3천년이 넘는 세월을 살
면서 놀기만 한 게 아니라는 소리로도 해석 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았
다.
카니언이 능숙한 솜씨(?)로 뒹굴어 신가인의 마력 펀치를 피한 것이다.
그러나 신가인은 마력이 담긴 주먹을 컨트롤하지 못하고서 주먹을 땅에
박는 따위의 짓은 하지 않았다.
오히려 저만치 굴러서 도망간 카니언을 향해 발바닥에서 마력을 폭발시
킨 추진력으로 달려가 두 번째 공격을 이은 것이다.
이 펀치를 막지 않았다면 카니언은 이미 이 세상의 드래곤이 아니었을
것이다.
"바리어!!"
꽈앙-
마력 폭발에 의한 추진력과 증폭 마력의 집중으로 인해 어마어마하게
강력해진 위력의 펀치도 드래곤이 만든 8서클짜리 바리어 앞에서는 무
용지물이었다.
또한 반대로 드래곤이 만든 8서클짜리 바리어도 마력 폭발에 의한 추진
력과 증폭 마력의 집중으로 어마어마하게 강력해진 위력의 펀치 앞에서
는 무용지물이었다.
이 말을 합쳐서 직설적으로 표현하자면 카니언의 바리어가 펀치를 막아
내기는 했지만 한 방에 깨졌다는 소리다.
바리어가 깨짐과 동시에 주위에 일어난 대 자연을 떠돌아 다녀야 할 마
나의 비정상적인 이동과 집중.
그리고 이어지는 카니언의 드래곤 피어.
"쿠와아아아아아아-!"
언젠가 말한 적이 있는 것 같은데 드래곤 피어는 그 드래곤의 최대 마나
의 1/10 이하의 마나를 지닌 존재만을 마비 상태로 이끌고 갈 수 있다.
거기다가 참고로 말하는데 드래곤 피어는 그 사람의 몸만을 마비시키는
것이 아니라 정신까지 마비시키기에 이 드래곤 피어에 당했다면 저 신
가인은 마력을 폭발시켜 마비 상태에서 어떻게 빠져나올 수도 없다.
뭐, 나야 저 녀석의 드래곤 피어에 영향을 받지는 않을테니 혹시 고룡의
드래곤 피어에 당한다고 해도 정신력은 멀쩡할텐데…….
그렇다고해서 저 녀석의 드래곤 피어가 이 일대를 몽땅 덮어버린 것은
아니었다.
무슨 수를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드래곤 피어가 시합장 정도의 범위로만
응축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주위를 둘러보니 마비된 사람들은 없고 다
들 '뭐야 무슨 기술이야?'만 연발하고 있었기에 내 생각은 확실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느끼기에 드래곤 피어가 일어나면서 마력의 폭발은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 소리는 신가인의 몸과 정신이 드래곤 피어에 당해 마비되었다는 소
리와도 같았다.
신가인의 몸이 마비되었음을 확인한 카니언은 눈짓으로 진행자에게 승
패를 공표하라는 말을 대신했고 그 눈짓을 알아 본 진행자는 곧 승패를
공표했다.
<신가인 C 선수가 전투 불능 상태가 되었기에 8강의 마지막 진출자는
61번인 카니언 선수입니다! 그러면 오늘 무투회 시합은 이것으로 마치
고…….>
카니언의 시합이 16강의 마지막 시합이었고 그에 따라 오늘의 시합도
종료되었다.
진행자가 승패를 공표하고서도 뭐라고 한참동안 떠들기는 했으나 나는
카니언에게 물어볼 것이 있었기에 신경쓰지 않고 카니언을 찾았다.
"카니언, 그 자식 실력은 어때?"
"젠장할! 인간 한 명하고 싸우는데 드래곤 피어까지 써가면서 싸워야 했
다니……. 그나마도 내 드래곤 피어가 한 순간이라도 늦었으면 재 공격
을 당해 졌을거야."
"만약에 네가 본체였다고 해도 그만큼 위험했을까?"
"글쎄……? 본체로 현신해도 저 녀석들이 전력을 다 한다면 상처를 입을
지도 몰라. 그래도 녀석들 마력이 내 브레스를 견딜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던데? 그런데 그건 왜 물어?"
"음……. 별거 아냐. 녀석들 공격력 방어력이 어느 정도인지 대충 알아야
싸울 때 편할 것 같아서 말이야."
다음 날.
<자, 여러분! 이제 커프 배 무투회도 거의 막바지에 접어들고 오늘부터
는 대망의 8강 시합입니다! 여기서부터의 선수들 실력은 거의 종이 한
장 차이라고 할 수 있겠죠? 과연 우승의 영광은 누구에게 돌아갈 것인
가!! 대망의 8강! 첫 번째 시합의 선수는 모든 시합을 1분 안에 끝내고
올라 온 무서운 여검사 3번 선수 세라! 그리고 그에 못지 않은 실력을
가진 12번 선수 린디거리!>
확실히 시합 수준이 8강씩이나 올라오자 진행자의 말이 길어짐과 동시
에 선수 소개(?)까지 따라붙었다.
음, 세라가 '무서운 여검사'라면 나한테는 '무적 미소년 마검사'정도가
붙지 않을까?
"우하하하하하~!"
"……?"
갑자기 터져나온 내 실없는 웃음소리에 주위의 시선이 뭔가 통쾌한 듯
이 웃고있는 나에게로 집중되었다.
그러나 나는 지금 그런 사람들의 시선에 조금도 신경쓰지 않고 자아도
취에 빠져있으니 아무도 말 걸지 마시라~!
확실히 내가 미친 놈처럼 웃든지 말든지 다른 녀석들이 신경 쓸 바는 아
니었고 여기까지 올라 온 녀석한테 시비걸기도 뭐한 상태였다.
그래서 어쩌면 영원히(?) 미쳐있을 나를 아주아주 후~울륭한 친구들이
제 정신을 찾게 도와줬다.
"네가 드디어 미쳤구나."
"치매같지?"
"그러면 저 검은 내가 가질까?"
그제야 나는 사람들의 시선을 읽어내릴 수 있었다. 그러나 한참 웃다가
갑자기 멈추기가 쉬운 일인가?
덕분에 사레가 걸렸지…….
"켁! 켁, 켁!!"
내가 사레에 걸리든 말든 내가 제 정신으로 되돌아왔음을 확인한 사람
들은 그제서야 신경을 돌렸다.
잠시동안 내 엉뚱한 행동으로 집중되었던 시선은 세라와 린디거리라는
사람이 경기장에 서자 자연스럽게 그 쪽으로 흘러갔다.
세라의 상대인 린디거리라는 녀석은 한 마디로 말해서 대단한 녀석이라
고 할 수 있었다.
그걸 좀 자세히 설명하자면 지금 대진표는 이렇게 나누어져 있는 상태
이다.
제 1 시합에 3번 세라 :12번 린디거리
제 2 시합에 17번 리엘 : 27번 신가인 A
제 3 시합에 33번 대신가인 : 42번 신가인 B
제 4 시합에 53번 신가인 D : 61번 카니언
힘들게시리 이런 걸 읽어내린 이유는 이걸 자세히 읽어보면 내가 설명
할 필요가 없을 거라고 생각해서이다.
뭐? 그래도 모르겠다면 또 입 아프게시리 설명을 해야겠군.
지금 8강에 진출한 사람들 중에 7명은 무적이라는 이름의 전투력을 지
닌 우리 일행과 신의 기술을 익힌 신가인들로 이루어져있는 것이다.
뭐, 이전에 우리들 중의 하나와 만난 적이 없어서 여기까지 올라왔겠지
만…….
우리가 여기에 참가하지 않았다면 우승을 했을 수도 있는 녀석이라는
말이 된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탄 우승 상금을 조금 떼어 줄 용의가 나한테 손톱만
큼이라도 있느냐?
그것도 아니다. 왜냐고?
내 돈 가지고 내가 내 맘대로 하겠다는데 뭐라고 할 사람 있으면 전부 두
손 두 발 들어랏!!
그것 봐라. 아무도 없지……. 쩝, 그런데 내가 오늘따라 왜 이렇게 헛소
리를 많이 하는지 모르겠군.
그러고보니 생각났는데 분명히 신가인과 드래곤의 싸움에서 내기를 해
서 내가 이겼잖아?
우하하하~! 그러면 나한테 1000골드가 더 생기겠군. 우하하하~!
한 번 발을 디디면 미로처럼 여기저기로 점점 빠져들어가기에 웬만해선
빠져나가기 어렵기로 여기저기 소문이 잔뜩 난 '리엘표 잡생각'에 빠져
있는 나를 깨운 소리는 좀 황당하다고도 할 수 있었다.
<그러면 다음 시합은 녹색 머리의 마검사 17번 선수 리엘! 그리고 정체
가 무엇이냐! 검은 복면 27번 선수 신가인 A!>
"엥? 세라는 벌써 끝났냐?"
솔직히 세라가 오래 끌 거라고 생각은 안 했으나 예상 외로 일찍 끝나자
나는 다른 녀석들을 돌아봤고 그들은 모두 나와 눈이 마주침과 동시에
미리 짠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내가 이길거라는 확신조차 없는 상황에서 이렇게 태
연할 수 있는 내가 신기하게 느껴졌다.
어쨌든 시합은 나가야 하는 것이었기에 나는 잡생각을 거두고 자리에서
일어나 경기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좀 이상했던 점은 나와 상대를 해야 할 신가인 A라는 녀석이 나
를 보고 우습다는 듯한 눈빛을 보낸 것이다.
내 자.랑.이.지.만. 저들이 가장 신경쓰고 견제하고 있는 힘을 다 해야하
는 존재는 다른 녀석들이 아니라 바로 나인 것이다.
신물도 내가 가지고 있고 저 녀석들이 아는지 모르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신기를 익히고 있는데…….
쩝, 알 수가 없구만.
암튼, 이름이 호명된 나와 신가인은 왠지 찜찜한 기분을 두고 경기장으
로 나갔다.
우리 둘이 시합장에 올라가자 잠시 웅성거리던 관중석이 쥐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며칠 전부터 있었던 현상이지만 선수들이 올라오기 전까지는 다들 시끄
럽게 떠들다가 선수들이 올라오면서 조용해지는 것이다.
나는 그런 모습에 나 자신조차 의미를 알지 못 할 쓴웃음을 짓고는 아직
시작조차 하지 않았는데 녀석을 견제하며 빈 틈을 찾음과 동시에 내 빈
틈을 숨기기위해 노력했다.
물론, 제아무리 마력을 폭발시켜서 공격하고 방어한다고는 해도 내가
정령 비기로 마력의 형태를 깨트리면 문제가 아니었다.
뭐, 정령 비기의 엄청난 속도를 마력을 폭발시켜서 막을 수 있는 것도 아
니고 막는다고 해도 폭발된 마력의 밸런스를 깨트린다면…….
그냥 한 마디로 정령 비기로 간단하게 이길 수는 있다고 해도 뭔가가 께
름칙한게 함부로 정령 비기를 남발하고 싶지는 않아서이다.
우리가 경기장에 섰는데도 진행자는 내가 짜증이 날 정도로 한참동안
시간을 끌고 뜸을 들이더니 내가 폭발하기 직전 정도에서야 시합 시작
을 선포했다.
<그러면 시합 시작입니다!>
녀석이 먼저 마력 폭발에 의한 추진력을 타고 공격을 한다면 얼마든지
선제 공격이 가능했으나 그 녀석은 마치 나더러 먼저 공격하라는 듯이
팔짱을 끼고 있었다.
저것이 신기를 조금 익히더니 간덩이가 커지다 못 해서 배 밖으로 튀어
나왔구만…….
그런데 돼지 간을 삶아 먹으면 맛이 있을까? 에……, 갑자기 왜 이런 엉
뚱한 생각이 든 거지?
암튼, 난 못 말리는 녀석이야…….
뭐, 먼저 선제 공격을 하라고 하시는데 그걸 거절하실 리엘 님이 아니시
지.
"윈드 포스!!"
난 건방지게시리 전력을 다 하더라도 절대 져 주지는 않을텐데 선제 공
격권을 넘겨 준 신가인을 향해 가벼운 윈드 포스를 날렸다.
퍼엉-
확실히 저 녀석이나 나 모두한테 대단하다고 생각될 정도의 위력은 아
니었으나 그래도 저 녀석의 예상보다는 강한 위력이었는지 윈드 포스를
막아내고서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날 쳐다보았다.
정확히는 내가 서 있던 곳을 쳐다본 것이었고 그 녀석이 날 찾으려고 하
는 그 장소에 나는 서있지 않았다.
타다닥-
"에어 볼!"
윈드 포스를 날리면서 시야 차단 효과와 녀석이 방심하고 있다는 것을
이용해 녀석의 뒤로 돌아 간 나는 녀석이 두리번거리고 있을 때 뒤에서
에어 볼을 날렸다.
방심하고 있기는 하지만 전투 중이기에 충분히 느낄 수 있는 마력의 기
운.
그것을 통해 녀석은 내 위치를 파악했지만 내 에어 볼을 피하기에는 부
족한 시간이었다.
그렇지만 녀석에게 있어서 멍청하게 맞아 줄 수준의 공격이라고도 할
수 없었다.
퍼엉-
퍼억-
…하기야 신기라는 걸 단순히 내가 적당히 만들어낸 폭발법으로 제어하
려고 하면 안 돼지.
녀석은 에어볼에 직격 당하기 전에 마력을 폭발시켰고 나는 그 여파를
제어하고 위력을 실감하기 위해 에어 볼이 마력 폭발에 의해 소멸당하
기 전에 에어 볼을 폭발시켰다.
확실히 내가 폭발시킨 에어 볼은 마력 폭발을 어떻게 감당할 수가 없었
다.
그 이유인 즉, 마력 폭발은 말 그대로 마력이 폭발해서 그 위력이 증폭되
지만 내가 흉내 낸 폭발은…….
쉽게 말해서 지난 번의 자폭도 그렇고 풍선이 터지는 거라고 생각하면
쉬울 것이다.
위력은 어떻게 비교조차도 불가능하겠지만…….
그러나 그 녀석과 내 마력의 차이 덕분인지 녀석의 마력 폭발은 상당히
큰 위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내 에어 볼 폭발로 여파를 억누를 수는 있
었다.
놀라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녀석이 약간 의아함을 띄고 있을 때 나는 멈
추지 않고 다음 공격을 날렸다.
"에어 볼!! 윈드 포스!!"
이번 공격은 두 가지의 기술을 동시에 퍼붓지만 약간의 시간차를 둔 공
격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지난 번에 이름조차 제대로 밝히지 않은 드래곤처럼 무
식하게 시간만 끌려는 것은 아니었다.
나는 마법을 쓰지 못하는 만큼 마력의 효율은 낮았던 것이다. 이번 공격
은 상당히 머리를 굴려 날린 공격이었다.
녀석이 마력을 폭발시켜 내 공격을 소멸시키려고 할 때 에어 볼을 같이
폭발시켜 그 여세를 누르고 그 빈 틈을 윈드 포스로 공격하려는 것이다.
캬하~! 정말이지 이거 내 머리라서 그러는 거지만 정말이지 천재적인
작전 아니냐?
캬하하하하~!
쩝, 웃고 있을 때가 아니라 이건 타이밍을 정확히 맞춰야 하는 거니까 정
신 집중!!
퍼엉-
퍼억-
퍼억-
조금 전에 에어 볼로 시험을 해봤을 때의 결과에 견주어 볼 때, '퍼엉-'
은 언제나 그랬듯이 마력이 폭발하는 소리고…….
첫 번째 '퍼억-'은 에어 볼이 폭발하면서 마력 폭발의 여세를 억누르는
소리임이 확실한데 마지막 '퍼억-'은……?
"크흑, 어, 어떻게……!"
잠시동안 여파에 의해 일어난 먼지로 시야가 가려졌기에 나는 녀석의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서 잠시 효과음을 토대로 생각을 해 보아야 했지
만 모래 먼지 안에서 들려 온 소리로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
었다.
이윽고 내가 인공적으로 만든 것이 아닌 차가운 한 줄기의 바람이 경기
장에 불어왔다.
휘이잉-
키야~! 꼭 'O.K 목장의 결투' 속의 주인공이 된 것 같다는 느낌은 나만
의 착각이 아니겠지?
뭐, 'O.K 목장의 결투'라는 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거 무지하게 폼 나
는 걸?
그런데 이 한 줄기의 바람이 이 모래 먼지를 치울 거라는 기대는 너무 무
리였을까?
계속 폼을 잡고서 서 있고 싶었으나 아직 녀석의 몸에서 여전히 마력이
느껴졌고 목까지 따끔거리는 통에 나는 몸소 바람을 좀 크게 일으켜 먼
지를 날려버렸다.
퀴이잉-
이내 강력한 바람에 의해 모래 먼지가 사라지자 통증이 남았는지 복부
를 한 손으로 감싸쥐고 무섭게 날 노려보는 복면의 모습이 멋있게 등장
했다.
쩝, 마력을 몸으로 폭발시키는 엄청난 신기를 자주 사용할 정도면 몸이
튼튼할 거라고 생각해서 마력을 많이 날렸는데…….
그래도 끄떡이 없단 말이야?
아, 확실히 마력을 폭발은 드래곤 본으로도 감당은 못 할텐데 이전에 골
드 드래곤의 시체를 분해할 때는 500클래스의 마력으로도 어떻게 할 수
가 없었으니…….
끄응, 그러면 저 녀석한테는 마력도 마력이고 물리적 공격조차도 정령
비기를 사용해야 하는 건가?
쳇이다! 제아무리 신기를 익힌 녀석이라고는 해도 명색이 정령왕이던
나라구!!
내가 오기로라도 그냥 실력으로 네 녀석을 아주 반 죽여버릴꺼야……!
내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잠시 시간을 준 결과 녀석은 복부에서의 통
증이 사라졌는지 날 향해 공격 자세를 취했다.
다른 신가인들이 그랬듯이 허리춤에 멋지게 생긴 바스타드 소드를 차고
는 있었지만 뽑지는 않았다.
그 이유를 나한테 찾아보라고 한다면 두 가지의 가설을 제기해 볼 수 있
겠는데…….
우선, 첫 번째는 검은 폼으로 차고 다니는 격투만을 익힌 녀석들이라는
가설이다.
두 번째는 마력의 폭발을 견뎌 낼 수 있는 검이 없어서 굳이 검을 쓰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뭐, 약한 상대하고 싸울 때는 검으로 할 수도 있지만 나처럼 강한 상대와
싸울 때는 신기를 사용해서 전력을 다 해야 하니…….
쩝, 검이든 맨 주먹이든 마력 덩어리든 다 오라구 해!!!
여태까지 내 빈 틈을 찾고 있었는지 어느 순간 신가인이 기합을 내지르
며 나를 향해 달려들어왔다.
"타앗!"
"모자이크Mozike!"
달려오면서 녀석이 갑자기 마력을 끌어올리는 게 엄청난 폭발이 예상되
는 터라 나는 주위의 공기를 일그러뜨려 시각적으로 앞을 볼 수 없게 만
들고는 살짝 공중으로 떠올랐다.
내가 마력을 필요한 만큼씩만 끌어쓰기 때문에 웬만해선 느끼기도 힘들
것이고 모자이크 효과 때문에 공기 중에 내 마력이 퍼져있어서 더더욱
찾기 힘들 것이다.
거기다가 나는 옅게 퍼진 내 마력 속에 있는 이질적인 마력을 더더욱 쉽
게 감지할 수 있었기에 눈으로 보는 것 만큼이나 자연스러웠고 쉽게 공
격을 퍼부을 수 있었다.
"윈드 포스!!"
확실히 내 예상대로 신가인은 내 위치를 파악하지 못 하고는 자신을 향
해 직접적으로 날아오는 윈드 포스만을 겨우 튕겨냈다.
퍼엉-
헛!! 그러고보니 저 녀석은 무슨 짓을 했는지는 잘 몰라도 마력의 폭발을
견뎌낼 정도로 튼튼한데…….
쩝, 드래곤이 본체인 상태에서도 마력의 폭발은 견뎌내기 힘들텐데 참
수고가 많군.
공격이란 공격은 모조리 튕겨내 버리는데 어떤 공격을 해야 내가 이길
수 있을까?
확실히 마력 폭발은 에어 볼로도 제압을 할 수 있으니 나한테 위협은 되
지 않지만…….
젠장할, 아무리 그래도 내가 공격을 할 수 없으면 말짱 꽝이잖아? 어떻
게 저 녀석의 물리적 틈새를 공격할까?
그러면 몸이 산산조각이 날텐데 살인이라고 탈락하지는 않을까? 으으,
진짜 머리 아프네…….
그 때, 한참 마력을 끌어모은 채로 내 모자이크 범위 안을 뛰어 돌아다니
던 녀석이 남은 마력의 거의 85%이상을 폭발시켜 버렸다.
쿼어엉-
"나, 난 몰라! 메가 에어 볼!!"
당황했으나 나름대로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었던 나는 폭발된 마력의
양을 따져봐서 위력이 20배 이상일 것이라는 점을 감안해 순간적으로
전 마력을 끌어올려 엄청난 위력의 에어 볼을 날렸다.
퍼엉-
"……!"
끄으으, 여태까지 반응이 없는 걸 보면 어떻게 막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데…….
침착했다고는 하지만 어떻게 봤을 때 무의식적인 반응이었다고도 할 수
있었기에 나는 뒷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질끈 감았던 눈을 살며시 떠야
만 했다.
결과는 무승부.
저런 마력 폭발을 겨우 내 1000클래스의 마력으로 막았다는 게 별로 믿
기지는 않지만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어쩌면 녀석이 봐줬을 수도 있고 내가 너무 강했던 걸 수도 있기는 하는
데…….
우하하~!
뭐, 전 마력을 끌어 쓰기는 했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성질이 바뀐 마력이
기에 나는 지금도 3,400클래스의 마력은 한 번에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내 공격은 주로 5,60클래스의 마력이기 때문에 공격에는 문제가
없…… 긴 뭐가 없어!!
젠장할, 어떻게 제대로 된 공격을 할 수는 없는건가? 마력은 정령 비기
로 해결한다고 해도…….
마력의 폭발까지 견뎌내는 저 상상을 초월하는 몸에다가 어떻게 흠집을
내냐구요!!
쩝, 차라리 드래곤하고 싸우는 게 훨씬 나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대체…….
오오~! 갑자기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그 '좋은 생각'이라는 것은 지금까지처럼 공중에서 펼칠 수가 없는 것이
었기에 나는 천천히 땅으로 내려왔다.
내가 갑자기 무서운 미소를 지으며 땅으로 내려오자 다들 의아한 눈으
로 날 쳐다봤으나 크게 신경을 쓰는 사람은 없었다.
저 녀석을 내가 이기려면 마력의 틈새와 물리적인 틈새를 노려야 하는
데 뭔가가 부족했다.
일단적으로 녀석이 무식하게 마력을 폭발시키는 이상 접근이 불가능하
고 그에 따라 공격도 불가능했다.
뭐, 저렇게 마력을 폭발시켜서 위력이 늘었는데 마력을 깨트릴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고…….
그래서 나는 허리춤에 매어진 채 무투회에서는 아직 단 한 번도 사용된
적이 없던 검을 뽑았다.
다크 블레이드…….
캬하~! 내가 창작한 이름이지만……. 쩝, 몇 글자 뺀 것도 창작에 속하냐
고?
누군지 공부 무지하게 안 하는 사람이구만? 모방이라는 게 창작의 어머
니라는 소리도 못 들어봤슈?
표절은 바로 창작의 큰 삼촌이다. [아리엘]
푸하하~! 드디어 내가 끝내주는 명언을 하나 만들어 냈구나. 이것도 표
절이 아니냐고?
그건 작가한테 따지란 말이야. 쩝, 내가 대체 무슨 소리를 한 걸까? 그러
면 이제 헛소리는 그만하고…….
100% 확신할 수는 없지만 검기도 베어버린 적이 있으니 마력의 폭발에
튕겨나지 않고 그 기운을 베어버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내가 검을 뽑아들자 검은 복면들의 감정은 어떤 한 감정으로 통
일되었고 복면으로 얼굴이 가려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녀석들의 현재 감
정 상태는 눈에서 읽을 수 있는 어떠한 감정으로 바뀌었다.
어떤 감정이 씌여 있었는지 말해줘? '나 기절 초풍할 정도로 깜짝 놀랐
음'이라고 쓰여있는데……?
"그것은 신물!!"
어라라……? 저 녀석들 내가 신물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이미 다 알고
있지 않았었나?
저거 놀라는 반응이 내가 갑자기 신물을 뽑아서 놀랐다고 보기에는 뭔
가가 이상한데…….
나는 그래서 녀석에게 질문을 던졌다.
"뭐야? 네 녀석들 나한테 신물이 있다는 거 알고 있지 않았었어?"
그러자 신가인은 정말이지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표정을 어
떻게 봤냐고? 그 정도는 얼굴이 다 드러나지 않아도 알 수 있다구.)
"이 근처에서 신물의 기운이 느껴지길래 우리는 단순히 무투회 우승 상
품이 신물일 거라고 짐작했었을 뿐이다. 네 녀석 따위가 신물의 존재를
안다는 것은 약간 의외로군. 그 검을 건네준다면 목숨도 살려주고 이 무
투회 우승도 넘겨주겠다. 어떤가?"
자, 잠깐만 기다려보라구…….
저 녀석들은 단순히 무투회 우승 상품이 신물일 거라고 짐작해서 여기
에 온 것 뿐이라는 거야?
맞아……. 그러고보니 우리는 저 녀석들이 누구고 왜 신물을 찾는지 레
나랑 델리아를 통해서 알았지만…….
저 녀석들은 알 턱이 없잖아? 으윽, 이럴 줄 알았다면 검은 뽑지 말 걸
그랬다.
뭐, 어차피 녀석의 마력을 깨트릴 수 있다는 보장도 없고 하니 검을 뽑을
수밖에 없고 그러면 상관은 없겠구만.
그러면 이런 대사가 어울리겠지?
"갖고 싶으면 뺏어보지 그러냐?"
"……."
내 말 한 마디…… 는 아니고 겨우 네 마디의 말에 신가인의 눈살이 있는
대로 찌푸려졌다.
겨우 눈살만 찌푸렸는데도 그 정도가 엄청나게 느껴진 것을 보았을 때
무지 당황하거나 짜증났다는 소리가 된다.
그리고 나는 녀석의 특징을 두 가지 알아낼 수 있었는데 그 중 하나는 참
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사고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뭐, 두 번째 것은 대충 갖다 붙인 것이지만 내가 다크 블레이드를 들었는
데도 전력을 다 할 생각을 않고 오히려 마력 폭발 기술을 응용시킬 수 없
는 검을 빼어든 것을 봐서 거의 확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