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유의 맛·향…중국·동남아 음식 등에 곁들여
고려시대부터 우리 땅에 들어왔지만 오늘날까지도 낯설기만 한 푸성귀가 있습니다. ‘고수풀’ ‘고소’ ‘향유’ 등의 이름으로 불리는 풀, 고수입니다. 대개 오향장육·양꼬치·베트남식 쌀국수 등의 외국 요리에 곁들임으로 나오곤 하니 더욱 그럴 만도 하지요.
고수를 처음 접한 이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합니다. 비누나 주방세제, 화장품 맛이 난다는 정도면 그나마 다행이지요. 비린내·암내·노린내 등등 온갖 불쾌한 수식어가 줄줄이 뒤따르곤 합니다. 빈대를 터뜨린 냄새가 난다고 해서 ‘빈대풀’이란 별칭까지 붙었어요. 심지어 중국과 동남아 여행 책자마다‘고수를 빼주세요’란 말의 현지어 표현이 반드시 실릴 정도로 한국인들에게는 악명 높은 채소인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서너번 먹다 보면 제법 적응이 되고, 상쾌한 맛을 깨달은 고수 마니아들도 점차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알고 보면 우리나라에도 고수를 즐겨 먹는 지역들이 제법 있습니다. 이른바 ‘무진장’으로 불리는 전북 무주·진안·장수군 일대가 대표적이에요. 장수군 천천면에서 고수를 재배하는 정태순씨(66·천천면 와룡리)는 “9년 전부터 장계농협 하나로마트에 고수를 내고 있는데, 삼겹살과 고수를 함께 먹으면 맛이 기막히다”면서 고수 예찬론을 펼치고요. 인근 장터에서도 단으로 묶어 파는 고수를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황해도와 인접한 경기 파주·고양, 인천 강화지역 사람들의 고수 사랑도 남다르다. 평현복 파주시생활개선회장은 “고수 겉절이와 무생채는 기본”이라면서 “김장김치를 담글 때 배추소에 고수를 넣기도 한다”고 말합니다. 경남지역과 충남 일부 지역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고수를 먹습니다.
고수는 사찰요리 재료로도 널리 쓰입니다. ‘고수를 먹어야 스님 노릇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지역을 막론하고 겉절이와 김치·부침개 등의 다양한 고수 요리가 오른다고 합니다.
고수는 텃밭이나 빈땅 한구석에 심는 작물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국내 거주 외국인들의 수요와 외국 음식에 대한 관심에 힘입어 상업적 재배가 활발해 매달 서울 가락시장에 반입되는 고수 물량만 해도 약 20t에 달합니다. 날마다 4㎏들이 상자 190여개가 거래되는 셈이지요. 경기 안산시나 경남 김해시 같은 외국인 밀집지역을 주산지로 생각하기 쉽지만, 가락시장 거래물량의 70% 가까이가 서울 강동구와 경기 고양 지역에서 생산된다고 하네요.
고수는 고기와 생선의 비린 맛을 잡아줄 뿐 아니라 몸의 열을 내려주고, 소화를 도우며 전립선질환 등을 예방해 준다고 합니다. 세계 인구 가운데 30억명이 즐겨 먹는 고수의 맛을 익혀보는 것은 어떨까요? 고수 특유의 향은 요즘 같은 늦여름에 더욱 극성을 부리는 모기 퇴치에도 효과가 높다고 하니 한번쯤 시도해 볼 만합니다.^^
<농민신문에서 발췌>
첫댓글 모셔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