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의 새 강령을 보면...
민주당이 당의 헌법 격인 ‘강령’ 개정을 하면서 ‘의회정치’ ‘상생의 정치’ 등의 표현을 삭제하고, 당원 역할을 크게 부각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민주당 새 강령 / 조명래
한마디로 말하자면
우려되는 강령이라
핵심가치 기본사회
안보조차 포퓰리즘
나홀로의 평화맹종
무책임한 평화론자
세계적 현실조차도
집단사고 모르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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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당 새 강령에는
‘기본사회론’ 외에도 당이 지향하는 핵심 가치들이 담겨 있으나 관심이 기본사회에 몰린 탓에 별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 대표적인 분야가 통일과 외교 안보 정강이다.
○ 민주당의 통일 강령
요체는 ‘전쟁 없는 평화로운 한반도’다. 이전 정강에선 한 번 비쳤던 이 표현이 새강령에 세 군데에 걸쳐 부각되고 있다. 그 자체로는 누구도 시비 걸 수 없을 것 같지만 이 말의 실제 의미는 위험하다.
○ 그것은...
문재인 전 대통령에 이어 이재명 대표가 누누이 주창하는 ‘나쁜 평화론’, ‘더러운 평화론’의 또 다른 수사이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전쟁으로 다시 ‘전쟁의 시대’를 맞아 전 세계가 군사력 강화에 총력전으로 나서고 있는 이때 나 홀로 ‘반전’과 ‘평화’를 외치며 안보 갈라파고스에 안주하려는 사람들이 대한민국의 민주당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애용했던 말은 베트남 작가의 ‘나쁜 평화라도 좋은 전쟁보다 낫다’라는 말이었다.
○ 지난 정권이 남긴 안보 유산
트럼프의 안보보좌관이던 존 볼턴의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조현병 환자’에 비유한 대목이 있다. 트럼프와 비핵화 협상 시 김정은의 기만적 의도를 꿰뚫었던 볼턴의 입장에서 김정은의 메신저를 자처하며 협상 지속에 병적으로 집착한 문재인 전 대통령이 그렇게 보였을 법하다.
문 전 대통령의 회고록 '변방에서 중심으로'를 보면 표현의 적절성 여부를 떠나 볼턴의 심정에 수긍이 간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책 곳곳에서 김정은에게 인정받았다는 것을 자랑스러워하고 있다.
싱가포르 회담이 우여곡절 끝에 성사된 것에 대해 김정은이 “죽은 싱가포르 회담을 내(문재인)가 되살려주었다며 거듭 감사하다고 인사하더라”고 했다.
재임 중 김정은과 총 38회 친서를 주고받았는데, 퇴임 전 마지막 친서에선 김정은이 “앞으로 대통령이 아니더라도 인간 문재인은 변함없이 존경할 것”이라고 썼다는 것까지 소개하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어쭙잖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로 나라를 안보 위기로 몰고 갔는데도, 적의 수장에게 좋은 소리 들은 게 그토록 뿌듯한 모양이다.
영변 핵시설과 풍계리 핵실험장에 관련된 북측 제안과 조치는 모두 사기와 쇼로 판명 났는데도 지금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고농축 우라늄이 90% 이상을 차지하는 북한의 핵연료 비중을 볼 때 김정은이 대미 협상 카드로 던진 플루토늄 재처리 시설 영변의 폐쇄는 핵 폐기는커녕 핵 동결에도 못 미친다.
핵 전문가 한 명 없이 기자들만 불러 입구를 봉쇄한 풍계리 핵실험장은 지난해 복구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의 말만 믿은 채 구조를 보지 못했던 것이다.
민주당 외교 안보 정강의 또 하나 방점은 ‘국익 중심 실용 외교’다. 나무랄 데 없는 것 같은 이 말 역시 함의는 위험하다. 좋게 얘기하면 ‘균형 외교’, 달리 말하면 ‘줄타기 외교’인데, 민주당은 새강령에서 이런 기조를 더 분명히 하고 있다.
그것은 ‘이념 편향의 진영 외교를 극복하고…’라는 문구를 추가했는데, 진영은 북 중 러 권위주의 진영에 맞선 한 미 일 자유 진영이고, 이념은 자유민주주의 법치 인권을 뜻한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국익 실용이란 명분 아래 때때로 자유 진영을 벗어나 권위주의 진영에 서겠다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친중 친북 노선으로 한미동맹의 균열과 최악의 반일 기조가 형성된 게 문재인 정권 5년의 외교 참사에 이재명 대표의 ‘셰셰’ 발언이 재차 연상된다. 그런 표현은 즉흥적으로 나오는 것이 아니다. 그의 머릿속에 자리 잡은 외교 안보관이기에 당 강령에도 그대로 표출된 것이다.
○ 포퓰리즘
기본 사회가 국가 재정을 볼모 삼은 포퓰리즘이라면, 맹목적 평화주의는 안보 포퓰리즘이다. 유권자들의 나약한 마음을 정치적으로 악용하기 때문이다.
○ 당원 중심의 새 강령
가치 노선이 다른 정당 간의 대화와 타협 대신 적극적인 당원 요구를 앞세워 정당 내 동질성과 일체감을 강화하고 이를 동력 삼아 정당 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점도 담았다.
정당 참여기반의 확대와 정당체제의 양극화라는 변화상을 반영한다는 평가도 있지만, 정당과 의회가 담당해온 ‘대의’ 기능의 위축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의 새 강령은 여 야 협상과 합의가 강조되는 대목을 상당 부분 들어내거나 표현을 바꿨다.
새 강령은 “대화와 타협의 의회정치를 실현”이라는 기존 조문에서 ‘의회’라는 표현을 삭제했다.
“대결과 교착의 정치를 ‘배격’한다”는 문장에서는 ‘배격’이 ‘지양(더 높은 단계에 오르기 위해 어떤 것을 하지 아니함)’으로 약화됐다.
“차이와 다양성의 존중으로 정치적 양극화를 극복하고 더불어 잘 사는 상생의 정치를 추구한다”는 조문은 아예 없앴다.
대신 “더 강한 민주주의와 당원 중심 대중정당”이라는 표현이 새로 등장하는 등 ‘당원 직접 참여’를 강조하는 대목이 곳곳에 추가했다.
기존 강령에서 ‘시민’이 주어였던 문장은 대부분 “시민과 당원”으로 바뀌었고, “(의회가) 국민의 요구에 반응한다”는 대목은 “신속히 반응한다”로 표현이 강화됐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부 출범 뒤 대결 국면으로 흐를 수밖에 없는 정치 상황에 맞게끔 민주당이 나아갈 길을 정리한 것이라고 하지만 당내에서도 “대화와 타협이라는 정신이 부재해서 문제라면, 강령에서라도 더 대화와 타협의 필요성을 강조해야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이 지향하는 국가 규정에 이재명 전 대표의 대표 브랜드인 ‘기본사회’ 관련 조항(“모든 사람의 기본적인 삶을 보장하는 기본사회를 원한다”)이 추가된 것은 ‘ 이재명의 사당화’ 논란을 키울 수 있다.
새 강령은 “여성, 청년, 사회적 소수자”의 정치참여 확대를 규정한 대목에서, ‘사회적 소수자’를 ‘성소수자, 장애인, 이주민’ 등으로 구체화했다.
○ 강령은 크게 13가지로...
경제는 혁신성장과 민주적 시장경제, 일자리 노동은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노동존중사회, 정치는 더 강한 민주주의와 당원중심 대중정당, 자치분권 균형발전은 모든 지역이 골고루 잘 사는 나라, 외교 안보는 튼튼한 안보에 기반한 국익중심 실용외교, 통일은 전쟁 없는 평화로운 한반도, 과학기술은 기초과학과 미래기술을 선도하는 과학기술강국, 기후 에너지 환경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과 지속가능발전, 복지는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보편적 복지국가, 교육은 포용과 상생의 교육, 생애주기별 맞춤형 교육, 성평등은 성평등 민주주의 실현, 문화 예술 체육은 문화 예술 체육의 조화를 통한 국민행복사회, 언론 미디어는 언론의 자유 보장과 공영미디어 독립성 강화 등을 강령으로 삼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