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구시는 다시 리바다 존자에게 물었다.
"대덕이여, 부처님께서는 대덕을 좌선하는 사람 중에서 제일이라 하시니, 마음에 의지한 선이 됩니까, 마음에 의지하지 않는 선이 됩니까? 만일 마음에 의지하는 선이라면 마음은 환과 같아서 실다이 분별하지 못하나니, 이렇게 실답지 못하므로 분별도 실답지 못할 것이요, 분별이 실답지 못하면 그것에 의지하는 선 삼매도 실답지 못할 것이며, 만일 심념이 없는 선이라면 일체 죽은 사람도 환희를 얻을 것이요, 모든 초목도 모두 삼매일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러한 모든 물은 모두 마음이 없는 까닭입니다."
리바다는 잠자코 아무 대답하지 않았다. 그때에, 아나율은 리바다에게 물었다.
"리바다여, 어째서 그 여자가 묻는 말에 대답하지 않는가?"
라바다는 이렇게 말했다.
"그 여자가 나에게 부처님의 경계를 물으니 그것은 성문으로서 능히 대답할 바가 아닌 까닭이다."
이구시는 다시 이렇게 말했다.
"대덕이여, 어떻게 생각합니까? 여래의 법계와 성문의 법계가 다르다고 봅니까? 만일 다른 법계라면 그것은 허물어진 법계요, 만일 법계와 허물어진 법계와 둘이 있다면, 법계는 둘이 아니기 때문에 진여라고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진여도 둘이 아니고 하나이니, 이러한 진여, 이러한 불이不二에서 승열을 말할 수 없는 것인데, 대덕은 어째서 그렇게 말합니까?"
이구시는 다시 아나율에게 물었다.
"대덕 아나율이여, 부처님께서 대덕은 천안이 제일이라 하시니, 물건이 있어서 봅니까? 물건이 없어서 봅니까? 만일 물건이 있어서 본다면 상견에 떨어지고, 만일 물건이 없이 본다면 단견에 떨어집니다."
아나율은 잠자코 대답하지 않았다. 그때 아난은 아나율에게 물었다.
"아나울이여, 어째서 여자가 묻는 말에 대답하지 않는가?"
아나율은 이렇게 말했다.
"그 여자가 지혜를 품고 묻기 때문에 대답하지 않는다."
이구시는 다시 아난에게 물었다.
"대덕 아난이여, 부처님께서 대덕을 많이 들음을 제일이라 하시니, 어떤 것을 다문이라 합니까? 뜻이 있어서 알게 됩니까, 구경에 알게 됩니까? 만일 뜻이 있어서 안다면 뜻에는 언어가 없으니, 말로 가히 설할 수 없으므로 이식으로 알 바가 아니요, 또 가히 눈으로 볼 것도 아닙니다. 만일 구경에 안다면 부처님은 설하기를 '마땅히 뜻을 듣고 문자를 듣지 말라.' 하셨으니, 그렇게는 듣지 않을 것입니다. 대덕이여, 어째서 다문이라 합니까?"
아난은 잠자코 대답하지 않았다. 그때 문수사리가 아난에게 물었다.
"아난이여, 어째서 여자가 묻는 말에 대답하지 않는가?"
아난은 이렇게 말했다.
"일체 문자는 성을 여의어 메아리와 같은데, 그 여자는 나에게 문자를 물으므로 대답하지 않았다."
4 이구시는 다시 문수사리에게 물었다.
"문수사리시여, 부처님께서 인자는 여래의 심심한 해탈을 잘알기로 보살 중에서 제일이 된다 하시니, 십이인연이 깊기 때문에 깊다 합니까, 자연으로 깊기 때문에 깊다 합니까? 만일 연기로써 깊다고 한다면 연기는 행할 바가 없습니다. 어째서냐 하면, 연기란 오고 감이 없어서 따로 안식으로써 알 바도 아니요, 이 ㆍ비ㆍ설ㆍ신ㆍ의 식으로 알 바도 아니며, 만일 자연히 깊음으로써 깊다고 한다면, 그 자연이라는 자연도 없으니, 자연까지 가는 것도 또한 없는 것입니다."
문수사리는 대답했다.
"본제가 깊고 묘하기 때문에 깊다는 것이다."
이구시는 다시 말했다.
'본제라는 것은 짬이 없으니 그러므로 지혜라는 것도 지혜가 없는 것입니다."
문수사리, "지혜가 없다면 그것은 전도다. 본제라는 것은 거짓으로 있는 말이다."
이구시, "지혜가 없다는 것도 전도가 아닙니다. 언설로 헤아려서는 얻지 못하는 것이므로 전도도 없습니다."
문수사리, "내가 거짓 언설로 이렇게 설한 것이다."
이구시, "여래와 보살은 언설을 초월하였으므로, 언설로는 서로 통할 수 없습니다."
이구시는 다시 불허견보살에게 물었다.
"인자여, 인자는 스스로 말씀하기를 '성중 사람들로 하여금 모두 위없이 바르고 참된 도리를 얻어서, 남녀ㆍ대소가 눈으로 광명을 보는 자는 여래의 구경정각을 보게 한다.' 하니, 어떤 것이 여래입니까? 색신입니까? 법신입니까? 만일 법신이라면 법신은 항상 없으며, 만일 색신으로 본다면 그것은 부처님을 못 보는 것입니다. 부처님 말씀이
만일 나의 색을 보거나
음성으로써 듣는다면
그것은 어리석은 사견이라
이 사람은 부처를 보지 못한다
하셨습니다. 설사 법신이라 할지라도 법신은 볼 수 없으니, 무슨 까닭인가? 법신은 안식을 떠난 것이라, 조작된 바가 없으므로 습속의 사상으로는 보지 못하는 것입니다."
불허견보살은 잠자코 말이 없었다
그때 보영보살은 물었다.
"어째서 그 여자의 묻는 말에 대답하지 않는가?"
불허견보살은 이렇게 말했다.
"그 여자가 무류를 물었으므로 대답할 수 없었다."
이구시는 다시
"나는 유도 묻지 않았고, 무류도 묻지 않았습니다."
이구시는 다시 보영보살에게 물었다.
"아까 인자는 '성중에 옛날 고방들에 모두 여러 보배가 자연히 가득 나타나기를 원한다.' 하였으니, 그러면 인자가 그런 보배를 가지고 왔습니까, 혹은 따로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인자여, 유심으로 희망하는 복덕입니까, 무심으로 희망하는 복덕입니까? 만일 유심으로 희망하는 복덕이라면 인자도 우치한 범부와 더불어 다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우치한 범부들은 모두 희망하는 애착심이 있는 까닭이며, 만일 무심으로 희망하는 복덕이라면 이것은 무심한 희망만이 모인 것입니다."
보영보살은 잠자코 있었다.
이구시는 다시 기제악취보살에게 물었다.
"아까 인자는 '성중에 있는 중생으로서, 악업이 있어서 장차 보를 받을 자로 하여금, 법을 봄으로써 현세에 경하게 받기를 원한다.' 하였으니, 어떻게 되는 일입니까? '부처님은 업은 부사의라'고 말씀하셨으니, 인자의 말씀도 응당 부처님의 말씀을 어기지는 못할 것입니다. 인자가 만일 업을 능히 사의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미래에 받을 중한 죄업을 현세에서 경미하게 받도록 할 수 있습니까? 일체 모든 법은 모두 공해서 주장이 없는데, 인자는 어째서 지금 법을 얻었다 합니까? 인자가 만일 중한 업을 경하게 한다면 부처님 말씀과 어기는 것입니다."
기제악취보살은 잠자코 있었다.
5 이구시는 다시 기제음개보살에게 물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