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본 메세지] ---------------------
교수들은 왜 항상 남잘되는것을 배아파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일부교수들만 그렇다구요? 글쎄올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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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이해되고 있는 미국 법대 학제와 「국제 변호사」
왕상한(서강대 법대 교수 )
I. 들어가는 말
세계무역기구에서의 뉴 라운드 출범으로 난공불락 요새처럼 여겨지던 국내 법률시장이 회계사, 의사 등 기타 전문직 시장과 함께 빠르면 오는 2002년부터 외국에 개방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 모습이 완전개방 형태가 될지, 아니면 외국 변호사의 활동 범위를 일부 분야로 국한시켜 제한된 형태로 개방하게될지 여부는 현재 진행중인 정부간 협상결과를 좀더 지켜보아야 할 일이겠지만, 아무튼 시장개방이라는 대세 앞에 더 이상 예외는 존재하기 힘들게 됐다. 이 같은 시대의 흐름 탓인지 미국 법과대학과 소위 ‘국제변호사’라는 자격 시험에 대한 관심이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음을 본다.
미국 법과대학에서 학위를 받은 교수의 한 사람으로 우리 사회의 이러한 관심이 일면 반갑기도 하지만 우려되는 바 또한 크다. 일부 실패한 유학생들이 자기 합리화를 위해 그릇된 정보를 전달한 결과일 수도 있고, 또는 한 푼이라도 더 벌어보려는 관련 학원들의 어긋난 상술 탓일 수도 있다. 이유가 무엇이건 미국 법과대학의 학제와 소위 ‘국제’ 변호사, 그리고 졸업 후 진로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이다.
이 글은 미국 법과대학 학위 과정과 교육내용, 그리고 교수임용 등에 대해 설명함으로써 미국 법과대학으로의 유학과 ‘국제’ 변호사에 대해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데 그 일차적인 목적이 있다. 나아가 대학, 기업, 법률회사 등 향후 미국 법과대학 졸업자들을 필요로 하게될 국내 수요자들이 그 이해와 평가를 보다 정확히 함에 있어 이 글이 일조가 되기를 희망한다.
II. 미국 법과대학 학제에 대하여
오늘날 학부에 법학 전공을 두고 있는 미국의 4년제 대학은 없다. 따라서 미국에서 법학을 전공하려면 4년제 대학을 마친 뒤 로스쿨로 불리는 법과대학에 진학해야 한다. 미국의 법과대학은 대개 J.D.(Juris Doctor) 과정과 J.D.학위 취득자를 대상으로 한 Graduate School, 즉 LL.M.(Master of Laws), J.S.D.(Doctor of Science of Jurisprudence) 등 3개의 학위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에서 법률전문가가 되는 길은 두 가지가 있다. 그 하나는 J.D. 과정을 마친 뒤 유명 법률회사(Law Firm)에서 실무 경력을 쌓음으로써 자신의 전문 분야를 특화시키는 것이요, 다른 하나는 역시 J.D.를 마친 뒤 그 상위의 학위과정인 대학원(Graduate School)으로 진학하여 학업을 계속하는 길이 그것이다.
J.D.과정은 법률가가 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기본 지식과 법적 사고방식(legal mind)을 연마하는 과정이다. 즉, 동 과정은 법학을 전혀 공부한 바가 없는 학생들을 위해 개설된, 법학 분야의 첫 번째 학위과정으로 그 전공분야도 학위논문도 없다(전공은 LL.M.과정부터 생긴다). 기간은 3년이고 학교마다 다소 차이가 있으나 보통 20여 과목, 85학점 내외를 이수하면 학위를 취득할 수 있다. 뉴욕이나 보스톤, 워싱톤 D.C. 등 대도시에 위치한 법과대학들은 대개 매년 300명 안팎의 학생을 뽑는데 그 선발인원이 무려 600명을 넘는 학교도 있다. 3년의 J.D. 과정은 다시 1학년(first year), 2학년(second year), 3학년(third year)으로 나누어 부른다. J.D.가 각 학년별로 이수하도록 하고 있는 그 교과과정을 살펴보면, 전공필수, 전공선택 과목 등으로 구성된 우리나라 학
부의 법학전공 2학년, 3학년, 4학년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따라서 J.D.를 글자 그대로 ‘법학박사’라 번역하는 것은 그 실질을 반영하지 못한 오역이다. 법학에 대해 전혀 무지한 사람이 J.D.를 글자 그대로 번역하여 ‘법학박사’라 표현할 수는 있다.
그러나 법을 전공하는 사람이, 그것도 미국 법과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한 사람이 J.D.를 ‘법학박사’라 부를 수는 없다.
법과대학에서의 수업을 이론교육과 실무교육으로 나누어 J.D.과정은 실무교육을, Graduate School은 이론교육을 실시하는 것으로 양자를 구별하여 설명하는 사람들이 일부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설명은 실무를 떠나서는 도대체 성립할 수 없는 법학의 실용학문적 기본특성을 외면한 것일 뿐만 아니라 J.D., LL.M., J.S.D. 등 어떤 학위과정도 그 수업을 소위 이론교육, 실무교육이라 해서 내용을 양분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왜곡한 것이다.
J.D. 과정이 4년제 대학졸업자에게 입학자격을 부여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J.D. 과정을 우리나라 특수대학원의 석사과정쯤으로 그 무게를 어느 정도 인정할 수 있다는 일부 주장도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예컨대 경제학을 전공한 뒤 법학과에 학사 편입한 학생의 경우와 비교해 볼 때 형평을 잃은 평가라는 지적도 충분히 가능하다.
J.D.의 무게를 어떻게 가늠하든 그것을 법학이라는 학문적인 관점에서 평가하면 J.D. 학위의 실질은 어디까지나 법학사일 뿐이다. 미국의 법과대학들도 그들의 학교소개 및 입학관련 책자에서 미국의 J.D.는 외국의 법학사(Bachelor of Law)와 동등한 학위(equivalent degree)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III. 법과대학 졸업후 진로에 대하여
미국은 50개 주가 주별로 법과대학을 졸업한 사람에게 변호사 자격시험(Bar Examination)을 응시할 자격을 주고 있다(우리나라 법학사 학위를 소지하고 있는 학생이 LL.M.과정으로 바로 진학할 경우 LL.M. 학위만으로 변호사 시험을 치를 수 있고 또 현재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미국 변호사의 상당수가 국내 법학사 학위와 미국 LL.M. 학위만을 갖고 있다).
매년 수 만명의 법과대학 졸업자(J.D.)가 배출되고 이들 거의 모두가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다. 위스콘신 주와 같이 주공인 법과대학을 졸업하면 무시험으로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는 주도 있다.
합격률이 가장 낮다는 캘리포니아주나 뉴욕주의 경우도 그 합격률이 전체 응시자의 70% 이하로 내려간 적은 거의 없다. 미국에서의 변호사 시험 의미는 좀 과장하면 마치 운전면허시험과 같아서 합격 자체는 최소한의 법률지식을 갖추고 있다는 증명에 지나지 않는다. 그 전문성은 변호사 시험 합격 후 법률회사에서 수년간 실무경력을 쌓아야 비로소 인정받을 수 있다. 비유를 하자면 의과대학 졸업 후 일반의사 시험에 합격하고 이후 종합병원에서 인턴, 레지던트 등을 거쳐야 전문의가 되는 것과 같다.
변호사 외에 실무 법률가로 판사와 검사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연방법원 판사가 아닌 미국의 판사는 자격요건, 선출방법 등이 각 주마다 다르다. 변호사, 검사, 교수 가운데 판사를 선출하지만 정형화된 자격요건은 없다. 이에 비해 검사는 변호사 가운데 임용되지만 낮은 보수와 열악한 근무 환경으로 인해 맨하탄 등 몇몇 대도시를 제외하면 우수한 변호사가 검사직으로 진출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법과대학의 교수로 후학을 양성하는 위치에 서려면 무릇 그 분야 최고의 전문성을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 대학도 교수를 임용함에 있어 원칙적으로 해당 분야의 최고학위 취득을 요구하고 있다. 법학분야에서 미국 법과대학이 수여하는 최고학위는 J.S.D.이다. 그런데 J.D.를 ‘법학박사’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미국 법과대학이 J.D.학위만으로 교수로 임용한 예가 훨씬 많기 때문에 J.D.가 ‘법학박사’라고 주장하고 있음을 본다.
미국 법과대학 교수 중 J.D.학위만으로 교수로 임용된 경우가 부지기수라는 것은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나 J.D.취득 직후 아무런 실무경험 없이 교수로 바로 임용된 경우는 단언하지만 없다. 즉, 이 경우는 J.D. 학위 취득 후 유명 법률회사 또는 법원에서 해당 분야의 실무 경험을 쌓으면서 실무가로서 자신의 전공분야를 특화시키고 그 능력을 입증한 경우에 해당한다. 이들은 예외없이 J.D. 과정 재학시절 법학지 편집진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으며 졸업직후 법원에서 재판연구원(Law Clerk)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다.
미국의 법과대학이 J.D. 학위소지자도 교수로 임용하고 있다는 것을 이유로 J.D.도 ‘박사’라 부를 수 있다는 주장은 결론부터 말하자면 ‘교수채용 원칙’과 ‘학위의 실질’을 혼동한 소치이다. 거듭 말하지만 J.D.라는 학위의 실질에 대해 과연 ‘박사’라고 하는 최고학위로서의 의미를 법학이라는 학문적 관점에서 부여할 수 있는지 여부와, 교수를 과연 어떤 원칙에 따라 임용하고 있는지의 여부는 완전히 별개 문제다. 우리나라 법과대학을 졸업한 사람이 변호사 시험 합격후
쌓은 판사 등 법조 경력이 충분히 인정되어 교수로 임용됐다고 해서 그가 대학시절 취득한 법학사 학위를 ‘박사’라 고쳐 부를 수는 없다.
Ⅳ. 맺음말
국제변호사라는 자격증은 전세계 어디에도 없다. 우리 나라에 일반적으로 알려진 국제변호사는 미국 변호사일 뿐이다. 그러나 보다 엄격하게 말하자면 단지 미국 일개 주의 변호사일 뿐이다. 그리고 국내 법률시장을 외국에 개방하지 않은 현상태에서 미국 변호사를 포함하여 국내 변호사 자격이 없는 자가 국내에서 변호사업을 하는 것은 엄연한 변호사법 위반이다.
우리 나라 법률시장 개방을 앞두고 미국 법과대학으로의 유학과 미국 변호사 시험에 관심을 갖는 이들에게 신중할 것을 거듭 권하고 싶다. 무엇보다 우리 나라가 법률시장을 개방한다 해도 외국 변호사가 설 땅은 극히 좁고 한국인인 외국 변호사인 경우는 더욱 그렇기 때문이다. 국내 법 관련 업무는 우리 나라 사법시험 합격자들에게 밀릴 것이고, 외국 법 관련 분야는 파란 눈의 외국인 외국 변호사들과의 경쟁에서 이겨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J.D.학위 취득 후 미국 유명 법률회사에서의 실무경험 전혀 없이 국내에 바로 들어온 경우라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