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은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라는 상황속에 흘러갑니다. 어제(2025년 1월 18일)저녁부터 오늘(1월 19일) 새벽사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한국 역사상 5번째 대통령 구속을 당했습니다. 앞서 있었던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박근혜는 일단 전직 대통령신분으로 구속된데 반해 대통령 윤석열은 아직 현직 대통령이라는 신분으로 구속된 것이 다르다면 다릅니다.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은 대통령 임기를 채우고 난 뒤 수사를 받고 체포되어 구속돼었다면 박근혜는 탄핵절차를 밟은 뒤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고 난 뒤 구속됐습니다. 이번 윤석열의 경우는 지난해 12월 3일 밤 비상계엄선포와 이어 벌어진 무장 군인 국회난입 등으로 2025년 1월 15일 체포된 뒤 1월 19일 새벽 구속되었다는 점도 다른 4명의 전직 대통령과는 다릅니다. 또한 4명의 전직 대통령의 체포와 구속과정에서 그들의 추종자들과 공권력의 사이에 마찰이 거의 없었지만 이번 윤석열의 구속과정에서 한국 역사상 또 하나의 대단한 오점과 흑역사를 남기는 법원건물 난입 난동사태가 벌어졌습니다. 한국의 법원이 판결에 불만을 품은 세력들에 의해 점거당하고 파괴된 적은 그야말로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입니다.
서울서부지법은 오늘 (2025년 1월 19일) 새벽 2시 50분쯤 대통령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이유는 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한 염려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보통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할 경우 증거 인멸과 도주우려를 내세웁니다. 이번의 경우는 대통령이 관저에 머물기 때문에 도주의 우려는 생략한 것으로 보입니다. 도주의 우려는 대부분 잡범들의 경우 이뤄지는 이유입니다. 물론 야권에서는 대통령 부부의 해외도피설을 주장하기도 했지만 한국의 대통령이란 사람이 설마 도주하기까지 하겠는가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입니다. 그야말로 잡범취급을 하지는 않았다는 말입니다. 또한 비교적 이른 시간에 구속여부가 결정될 것이다라는 일반적인 예상을 벗어나 상대적으로 긴 시간이 걸린 것은 해당 판사의 심사숙고의 시간이 길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역 대통령을 구속하는 것이기에 따져볼 일이 대단히 많았을 것이라 짐작이 됩니다. 대통령 구속을 받아드리려 하지않는 세력들의 주장을 놓고도 깊고 다양한 법리적 판단이 이뤄졌으리라 읽혀집니다. 구속결정후 행해질 각종 주장과 욕설에 대한 법관의 개인적 고뇌도 당연히 있지 않았을까 여겨집니다.
한국의 대부분 국민들을 이래저래 이 밤도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서울 시내 곳곳에 모여서 대통령 구속을 갈망하던 국민들과 가정에서 소식을 기다리던 국민들은 구속여부가 결정된 새벽 2시50분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던 2024년 12월 3일 밤부터 한국 국민들 상당수는 잠 못이루는 불면의 밤을 보낸 것입니다.
잠 못이룬 세력은 또 존재합니다. 구속영장여부가 결정될 서울 서부지법앞에 모여 있던 대통령 추종자들은 그들의 최고 리더가 구속되자 서부지법에 난입해 난동을 부리기 시작했습니다. 어제 저녁부터 서부지법을 둘러싸고 시위를 벌이던 추종자들은 새벽 3시쯤 구속이 결정되자 법원 후문의 경찰 저지를 뚫었습니다. 일부는 법원 담을 넘어 침입했습니다. 이들은 경찰로부터 빼앗은 방패나 플라스틱 의자 등으로 법원 정문과 유리창을 마구 깨부수며 법원 내부로 진입했습니다. 이들은 경찰 방패나 경찰봉으로 경찰관들을 폭행하기고 하고 담배 재떨이와 쓰레기를 집어 던졌습니다. 곳곳에서 @@ 다 죽여버려라는 등 격한 욕설로 위협하면서 경찰을 밀어붙였고 경찰관을 향해 소화기도 난사했습니다. 또한 영장를 발부한 판사가 어디 있는지 찾기도 했습니다. 사실상 한국 정치사에 그동안도 없었고 앞으로도 있으면 안되는 사태가 벌어진 것입니다. 미국처럼 총기를 휴대할 수 있었다면 어떤 불상사가 벌어졌을 지 생각만 해도 아찔합니다. 마치 트럼트가 대선에서 패배한뒤 벌어진 2021년 1월 미국 국회의사당 무장 점거 난동사태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2024년 12월 3일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뒤 2025년 1월 19일까지 이 나라 한국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태는 한국 사회에서 결코 일어나서는 안되는 흑역사 가운데 대표적인 흑역사로 기록될 것입니다. 멀쩡한 나라에 뜬금없이 비상계엄은 무엇이고 그 지시를 받은 무장 군인들은 국민들의 선출한 국회의원들을 체포하기 위해 국회로 진입했습니다. 그리고 야당 국회의원과 일부 여당국회의원들의 힘으로 계엄요구안이 가결돼 비상계엄을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그후 두번에 걸친 국회탄핵안 표결끝에 탄핵안이 가결됐습니다. 직무가 중지된채 수차례에 걸친 공수처의 출석요구를 무시하고 체포영장조차 깔보던 한국의 최고권력자는 급기야 1월 15일 공권력에 의해 체포되었고 결국 오늘 구속된 것입니다. 거의 50일에 가까운 시간은 한국 역사상 최악의 기일로 여겨집니다. 한 나라의 최고 권력자가 자신이 행한 범죄에 대해 일말의 반성도 없이 모든 사항을 자신의 부하들의 행위로 돌리고, 있지도 않은 부정선거 의혹을 내걸고 대국민 전쟁을 벌인 것입니다. 자신이 바로 그 선거시스템을 통해 대통령이 되었다는 것은 전혀 안중에도 없는 판단이었습니다.
하지만 50일 가까운 시간은 결코 흑역사만은 아니였습니다. 그 기간동안 한국국민들이 결코 생각하지 못했던 사안들이 발생할 수도 있구나하는 경각심을 심어주었습니다. 최고 권력자의 마음가짐에 따라 45년동안 박물관에서 녹슬고 먼지가 가득한 채로 틀어박혀 있던 계엄이라는 극단의 무기를 꺼집어낼 수도 있구나하는 공포심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동안 설로만 나돌던 계엄이 실제상황이 되니 정말 아니땐 굴둑에 연기나랴하는 속담을 다시금 절실하게 느끼는 그런 시간들이었습니다. 그동안 이 나라 이 땅에 존재했지만 드러나지 않았던 문제점들이 여실히 등장했기에 앞으로 이 나라의 정권을 잡고 나라 운영할 사람들에게는 요약된 과제물을 남긴 것이기도 합니다. 드러난 문제점만 잘 해결하고 근본적인 처방과 수술을 단행하면 지금보다 훨씬 괜찮은 나라를 만들 수도 있겠다라는 판단을 하게 합니다. 물론 2030 여성들을 비롯한 이 나라의 의식있고 민주주의 교육을 제대로 받은 국민들이 엄청나게 많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재확인하게 해준 계기가 됐습니다. 오늘 새벽처럼 권력자의 추종자들이 일시에 폭도로 바뀌어 헌정사상 처음으로 법원이 유린당하는 사태도 발생할 수 있다는 비극적인 교훈도 남겼습니다.
내란수괴죄와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대통령이 구속되었으니 이제 민주화 회복단계에 7부능선은 넘은 셈이만 앞으로 넘어야 할 산과 건너야 할 강이 만만치 않습니다. 앞으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남아있습니다. 또한 인용결정이 나오면 두달안에 대통령 선거를 거행합니다. 미국의 트럼프 당선인이 모레 취임을 하면서 세계 상황이 요동을 칠 것입니다. 비록 한국은 앞으로 몇달 약간의 혼란은 불가피하지만 대선과 새로운 정부의 탄생으로 세계의 새로운 판짜기에 합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설픈 접근보다 명확한 외교적 전략을 가지고 임하는 것이 더 낫다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많습니다. 당분간 한국은 여와 야가 없는 상황이 될 것입니다. 현재 실질적인 국정을 맡아야 야당은 여당의 공세에 일일이 맞서지 말고 자신있게 나라의 내일을 위해 맥진해야 합니다. 이 나라는 새롭게 맡아야 할 정치세력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루하루를 허투루 정쟁으로 보내지 말고 확실하게 중심을 잡고 헤쳐나가야 합니다. 그래야 촛불집회 그리고 촛불혁명으로 이룬 정권과 정부를 허무하게 다른 세력에게 헌납하는 그런 과오를 다시는 되풀이 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야할 일들이 너무도 많은 2025년 1월 19일 그리고 그 이후입니다.
2025년 1월 19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