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11/05 11:25
LG는 올시즌 ‘제2창단 무적LG’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이순철 신임감독을 선장을 내세우고 야심차게 출발했다. 시작은 좋았다. 시즌 초반 박용택 박경수의 호타를 발판삼아 1위를 질주하며 돌풍을 일으키는 듯 했다. 그러나 불과 한달이 채 가기도 전에 삐그덕 거리더니 중위권으로 추락했고 6월 이후부터는 내내 4강 턱걸이를 위해 힘겨운 사투를 벌였다. 8월말부터는 이승호 박용택 박경수 등 주축선수들이 부상으로 나자빠지며 잇몸으로 버티다 6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공격에서는 김재현 이병규 등이 초반 제 몫을 못해 줬고 이들이 부활하니 다른 선수들이 숨을 죽였다. 한 선수가 잘하면 다른 선수가 못하는 엇박자가 계속됐다. 마운드도 이승호 장문석 김광삼으로 이어지는 토종 선발진의 호투와 신윤호 서승화 이동현으로 이어지는 중간계투진의 물량작전으로 버텼지만 이기는데 필요한 마지막 2%가 부족해 사투를 벌이고도 번번이 무릎을 꿇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가운데 우승에 애가 탄 프런트의 1·2군 코칭스태프 교체로 한바탕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 베스트&워스트
지난해 5월 무릎인대 파열로 시즌을 접었던 이병규는 화려하게 부활했다. 시즌초반 제 컨디션을 못찾아 다소 고전했지만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6월부터는 진가가 나타났다. 0.323의 타율에 160안타 14홈런 64타점으로 공격의 선봉이 됐다.
최악의 선수는 진필중이다. 지난해말 총액 30억원의 거금을 손에 쥐고 FA 선수로 LG에 둥지를 튼 진필중은 시즌초반 ‘불쇼’만 저지르다 아예 2군에 자리를 폈다. 코칭스태프는 그의 기를 살려주기위해 ‘별 문제없다’며 끊임없이 그를 밀어줬지만 구위가 예전같지 않은데다 몸쪽공을 못던지고 바깥쪽으로만 승부하다 동네북으로 전락했다. 34경기에 나서 15세이브 4패 방어율 5.24의 초라한 성적을 남겼다.
◇ 키플레이어
LG의 에이스는 이승호다. 지난해 11승11패로 생애 최고의 성적을 올린 이승호는 올해도 LG 마운드의 대들보였다. 시즌 초반까지만해도 그런 팀의 기대에 부응해 호투를 거듭했다. 방어율과 탈삼진 부문 1위를 달리며 충분히 제몫을 해줬다. 그러나 6월말 비가 내리는 가운데 공을 던지다 미끄러지면서 허벅지 가래톳과 어깨에 부상이 찾아왔고 결국 전반기를 마감해야했다. 후반기에 들어서도 부상에 발목이 잡혀 에이스다운 활약을 못하다가 8월말에 일찌감치 시즌을 마감했다. 시즌 9승7패에 방어율 3.19의 녹녹치않은 성적을 남겼지만 팀의 기대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결국 그의 공백이 팀을 짓누르며 4강탈락의 빌미가 됐다.
LG는 올시즌 내내 빈약한 공격력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형편없는 성적만을 남기고 고국으로 돌아간 투수 에드윈 후타도의 대체외국인선수로 오른손 거포를 데려왔다면 시즌 성적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당초 코칭스태프는 파워있는 타자를 영입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우승을 하기위해서는 타자보다는 투수가 필요하다는 스카우트팀의 조언에 따라 브라이언 쿠퍼를 데려왔다. 그러나 쿠퍼는 5월 22일 입국한 뒤 한달 여동안 허벅지 통증을 핑계로 개점휴업상태로 있다가 6월말에야 첫 등판한 뒤 4승4패 방어율 4.75의 초라한 성적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그러는 동안 LG는 에이스 이승호의 부상과 득점력 빈곤으로 하위권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우승 하기 위해서’라는 말에 데려온 쿠퍼를 보고 김치국부터 마신 이순철 감독도 내내 한숨만 쉬었다.
이환범 기자
첫댓글 방어율 3.19 라니 그건 작년 성적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