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 남자는 첫사랑을 가슴에 묻는다.' 등등 첫사랑에 관한 여러가지 말들이 있습니다.
이적, 김진표가 팀을 이루었던 패닉의 대표적 히트곡인 「내 낡은 서랍 속의 바다」의 제목과도 같은 이번 소설을
첫사랑을 잊지 못한 채 살아가는 남자와 여자의 이야기를 통해 풋풋하고 순수했던 어린시절의 아련한 추억 속으로
여행을 떠나볼까 합니다.
만남과 이별, 즉흥적인 사랑, 처음 만난 사람과의 원나잇까지도 전혀 문제되지 않는 요즘 시대엔 다소 어울리지 않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지만 오랜 시간 가슴에 간직해 온 남자와 여자의 이야기를 통해 사랑의 의미를 한 폭의 수채화와 같은 느낌으로
그려보고자 합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1996년에 KBS에서 방영했던 배용준, 최수종, 이승연 주연의 첫사랑과 비슷한 느낌이 될 것 같습니다.
지금 흘러나오는 노래도 그 드라마의 타이틀곡인 임지훈의 "첫사랑"이라는 노래인데요.
(음악소스 넣는 방법을 몰라 mp3 파일을 swf 형식으로 변환해서 올리는데 "저작권 위반 의심, 본인만 확인가능" 이라고
나오네요. 이 음악이 저한테만 들리는 것인지...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들께도 들리는지 궁금하네요.;;;)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전체적으로 이 이야기를 이끌어갈 4명의 등장인물의 이미지와 성격을 소개하겠습니다.
어린 준혁(12세, 여진구 님) |
성인 준혁(19세 ~ 35세, 이필모 님) |
가난한 집안 홀어머니 슬하의
외아들로 자라 다소 이기적인
듯하고 우유부단한 듯도 하지만
수경을 생각하는 마음은 특별함. |
어린 수경(12세, 김유정 님) |
성인 수경(19세 ~ 35세, 윤손하 님) |
부잣집 외동딸.
준혁과는 어울릴 수 없는 환경이지만
남녀사이는 아무도 모르는 법.
준혁과의 풋풋한 첫사랑은
영원히 그녀 가슴에 남아 있다.
하지만 그녀와 그녀의 집을
든든히 지켜준 아버지의 사업이
부도가 나면서 그녀의 인생이
달라지는데..... |
이런 기태(12세, 노영학 님) |
성인 기태(19세 ~ 35세, 한상진 님) |
공부면 공부, 운동이면 운동
일이면 일 못하는게 없는 엄친아
준혁의 절친 |
어린 종식(12세, 이찬호 님) |
성인 종식(19세 ~ 35세, 류담 님) |
타고난 먹성의 소유자.
어린시절엔 나름 귀엽다는 얘기도
듣긴 했으나 어촌에 남아
험한 일을 하면서 많이도 삭았다.
하지만 식성만큼은 여전한 준혁의 친구 |
그럼 첫번째 이야기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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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종로의 한 실내포장마차
사내 둘이 테이블에 앉아 소주를 주거니 받거니 하고 있다.
술자리가 한창 무르익을 무렵 준혁(주인공)이 둘이 앉아 있는 테이블을 향해 걸어간다.
테이블에 앉아 있던 다른 한 남자(기태)가 준혁을 보자 손을 들어 인사한다.
“준혁아. 여기다. 이쪽으로 와라.”
둘은 꽤나 친한 모양이다.
준혁이 테이블로 다가서자 기태의 맞은 편에 앉아있던 종식이 반가운 듯 악수를 청한다.
“아니. 이게 누구야? 허준혁이 아니야? 이 자식... 이렇게 멀쩡하게 살아있었다니...”
준혁은 웃으며
“그럼 이자식아 죽은 줄 알았냐?”
그렇게 셋은 테이블에 앉아 기분좋게 술잔을 나누며 정겹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종식이 다시 준혁에게 말을 건낸다.
“준혁이 너는 이렇게 멀쩡히 살아 있으면서 어찌 그동안 연락한번을 안했냐? 강릉에는 통 오지도 않고...”
“살다보니 그렇게 됐다. 서울로 대학진학 했을 때는 세상 모든걸 다 얻은 기분이었는데... 갑자기 어머니 돌아가시고...
한동안 방황했지... 그러다 군대 다녀오고... 정신 좀 차려보려고 아등바등 하다 보니 십년이 훌쩍 지났네.”
“자식... 친구 좋다는게 뭐냐? 힘들 때 의지할 수 있는게 친구 아니냐? 암튼.. 새끼야.. 많이 보고 싶었다.”
반가움의 표시로 종식은 준혁의 얼굴을 툭툭 친다.
“어쭈... 이 자식 봐라...”
기태는 준혁과 종식이 주고 받는 장난을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다.
“그런데 기태 너는 준혁이랑 계속 연락하고 지냈나보다?”
“난 이자식이 나하고까지 연락끊을 줄을 몰랐는데... 한동안 연락이 끊겼다가 작년에 영업소로 발령 받으면서 다시 만났어.”
“정말?”
“응... 작년 이맘때였나... 본사에 있다가 영업소로 발령을 받아 갔는데 거기에 준혁이가 일하고 있는거야... 어찌나 반갑던지...”
“그럼 둘이 같은 회사에 근무하고 있으면서도 몰랐던거야?”
종식의 물음에 준혁이가 대답한다.
“같은 회사라고 해도 직원이 워낙 많고 또 본사 직원하고 영업소 직원이 만나는 일은 거의 없어서... 메이져리그와 마이너리그의
차이라고 해야하나... 아무튼...”
말하는 준혁은 소주잔을 비운다.
기태는 겸연쩍어하며 “뭐 그런 비유가 다 있냐? 다 똑같은 직원일 뿐인데...” 말하며 준혁의 잔을 채운다.
“아무튼 우리 삼총사 근 20년만에 이렇게 만났는데 오늘 코가 삐뚤어지게 한번 마셔보자.”
이렇게 셋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어 가고 테이블에 올려진 소주병의 수가 점점 늘어간다.
적당히 취기가 오른 준혁이 종식에게 말은 건다.
“그래.. 종식이 너는 아직 강릉에 있는거냐?”
“응... 지금까지 강릉을 벗어난 적이 없지... 오늘 기태 만나려고 오랜만에 서울 올라왔는데... 이렇게 널 다시 만날줄이야...”
“강릉에서는 뭐 하면서 지내는거야?”
“난 뭐... 아버지가 하시던 일 물려받아서 바다를 벗삼아 살고 있지.”
“짜식... 바다를 벗삼아? 고향에 남아 바다를 지키고 있다니... 참 대단하고 낭만적이다.”
준혁이 기태를 보며 웃는다.
“대단? 낭만? 그럴거 하나 없어... 너희들이야 뭐 전교 1,2등을 다투는 장래가 촉망되는 학생들로 서울로 가는게 당연했지만
난 아니었잖냐... 고등학교 졸업장도 간신히 받았는데... 뭐 보고 배운거라고 해봐야 이거밖에 없으니... 난 서울에 있는 너희들이
부러울 뿐이다.”
“부럽기는... 지금은 좀 한가한거야?”
“한가하기는... 바닷물 수온이 높아지면서 일년 열두달 조업을 안하는 날이 없어. 예전엔 3~4월이면 바닷물도 찬물에서
따뜻한물로 물갈이를 는 시기라 조업도 쉬곤 했었는데... 뭐 지금은 혹한기 잠깐 지나 그물 던지면 오징어나 고등어, 멸치같은
녀석들이 시도 때도 없이 올라오니... 쉴 날이 없지.”
“그럼 돈도 많이 벌리는데 좋은거 아냐?”
“머리에 먹물좀 묻혔다는 놈이... 수요가 공급을 못따라가는데 가격이 좋을 리가 있냐? 소비자가는 어떨지 몰라도 산지에서
거래되는 가격은 아주 똥값이야. 나야 뭐 아직 젊으니까 그런거 신경안쓰고 그냥 힘 닿는대로 한다지만 나이드신 분들이야
한번 나가면 이틀은 꼼짝 못하는게 바닷일인데... 본전도 못찾는 날이 많지...”
둘의 이야기를 듣던 기태는 “암튼 종식이 대단하다. 그래도 너가 강릉을 지키고 있으니까 돌아갈 고향도 있고 좋은거 아냐.”
“그렇게 말해주면 고맙고...”
셋이 기분좋게 건배를 하고 술자리를 이어간다.
연신 안주를 먹어대는 종식을 보며 준혁은 우스갯소리로 “종식이 너는 여전히 잘 먹는 구나..”
종식도 웃으며 “이 덩치 유지하는게 쉬운줄 아냐? 이 정도는 먹어야 간에 기별이 오지.”
세 사람 모두 웃으며 분위기는 화기애애해지고 거나하게 취해갈 무렵 종식은 다시 준혁에게 묻는다.
“그런데 준혁이 너... 지금도 수경이하고 연락하냐?”
준혁은 흠칫 놀라며 “수경이?”
기태는 “수경이? 진짜 오래간만에 듣는 이름인데...”
수경은 준혁의 첫사랑이며, 준혁과 수경, 기태와 종식이 모두는 초등학교 동창이다.
종식은 말을 계속 잇는다. “그래... 수경이... 무정한 놈... 설마 수경이하고도 연락 끊고 지낸거냐?”
준혁은 쓴웃음을 지으며 “무정하다고? 누가 먼저 연락을 끊은 건지 모르겠다. 갑자기 걔 얘기는 왜 꺼내는거냐?”
종식은 “아니 뭐 궁금하기도 하고... 그때가 언제야... 그래 너희들 서울로 올라가고 나서 수경이네도 서울로 이사갔거든...
그 이후에 수경이 소식은 들은게 없어서 준혁이 너는 혹시 알고 있나 하고... 학교다닐 때 둘이 얼마나 잘 어울려 다녔냐?”
준혁은 술은 마시며 “그 얘기는 그만하자... 지나간 얘기는 하면 뭐해?”
기태는 “수경이... 정말 추억 속의 이름이다. 말이 나와서 말인데 얼마나 예뻤냐? 아마 우리반에서 수경이 안좋아했던 놈은
없었을 걸... 준혁이 이놈이 낚아 채가지만 않았어도 내가 데쉬해 보는 거였는데... 서울로 다시 이사를 갔다고?”
“응... 난 서울로 이사갔다길래 준혁이 너한테는 연락할 줄 알았는데...”
종식의 말에 준혁은 애써 모르는 척하지만 수경이 어떻게 지내는지 누구보다 궁금하다.
“서울로는 왜 갑자기 이사를 갔대?”
“속사정이야 나도 모르지... 그 당시 들렸던 얘기로는 수경이네 아버지... 강릉에서 큰 사업했던건 알지?”
종식이 다시 얘기를 시작하자 기태가 맞장구 친다. “그래... 강릉 제일의 부자였지...”
“그런데 너네 서울로 가고난 후에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다가 부도를 맞았나봐...”
“그래서?”
“그래서긴 뭐 그래서야... 집이고 뭐고 다 날려먹고 차 한 대 달랑 건져서 도망가듯 강릉바닥을 떠났다 하더라고... 옛말에 부자
망해도 삼년은 간댔는데... 그렇게 쫄딱 망해서 도망치듯 강릉을 떠날 줄이야 누가 알았겟냐? 나 원 참...”
“그 얘기 들은게 언젠데?”
“글쎄다. 워낙 오래전 일이라... 그런데 요 며칠 전에...”
“며칠 전에 뭐? 내가 더 감질나서 못듣겠다. 시원하게 얘기좀 해봐.” 기태는 종식을 채근한다. 준혁은 말없이 술만 들이키는데...
“너네가 살던 동네에 도로가에 보면 하얀 등대 있었잖아.”
“있었지.”
준혁도 궁금했는지 “그 등대가 아직도 있어?”
“그럼. 아무튼 며칠 전에 우연히 그 앞을 지나가는데 어떤 여자가 등대 올라가는 계단에 거기 앉아 있더라구.”
“그런데?”
“지나가는 길이라 자세히는 못봤는데 느낌은 분명 수경이 같은게...”
기태는 “가서 말이라도 걸어보지 그랬냐?”
“와이프 데리고 병원가는 길이라.. 차를 세울 수가 있어야지. 돌아오는 길에 다시 봤더니 어디론가 가버리고 없더라구.”
“종식이가 본 게 수경이가 맞다면 수경이는 거길 왜 갔을까?”
“내가 그걸 어떻게 아냐? 자... 이제 술이나 먹자.”
셋은 다시 건배를 한다. 준혁은 수경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 다음편에 계속 -
첫댓글 가캐가 멋있게 짜여졌어요
여러가지 일들로 오랫만에 들어와보니 댓글이 남겨져 있네요. 님의 댓글에 힘입어 다시 연재를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글을 읽다보니 내친구들한테 전화라도 한통해야겠네요. 글처럼 서로바빠서 연락을 못하고 살았는데...
오래 전에 올린 글인데 댓글이 달려 있어서 기분 좋네요.^^
장맛과 친구는 오래 묵을수록 좋다는 말이 있던데 님 말처럼 저도 한동안 연락못했던 친구들에게 전화한통 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