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혁이네집. 사진은 충남 공주에 있는 김옥균 선생의 생가랍니다.)
“엄마... 나왔어...”
“준혁이 왔니?”
마당에서 들려오는 준혁의 목소리에 부엌에 있던 엄마가 밖으로 나와보지만 이미 방으로 들어간 준혁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원 녀석... 왔으면 얼굴이나 보고 들어갈 것이지...”
방으로 들어간 준혁은 벽에 걸려 있던 몇 안되는 남방과 티셔츠를 이리 걸쳐보고 저리 걸쳐보고 하면서 수경의 집에 들어갈 채비를 한다.
한참동안이나 거울을 보던 준혁은 머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수돗가로 다시 나와 머리에 물을 묻히고는 엄마를 부른다. 다시 부엌에서 나온 엄마는...
“무슨 일이길래 엄마도 안보고 방으로 쏙 들어가는 거니?”
“응... 오늘 친구 생일이라...”
“생일? 누구 생일인데 이렇게 멋을 부려?”
“수경이라고 어제 전학 온 친구야.”
“그래?”
벽에 걸린 거울을 다시 보며 옷맵시를 이리저리 살피던 준혁은
“엄마.. 나 옷 좀 사주면 안 돼?”
“옷? 얘가 왜 갑자기 안하던 옷타령이야?”
“아니... 친구들은 생일파티 간다고 다 새 옷 입고 올텐데... 하나만 사줘...”
“지금 입은 것도 엄마 눈엔 멋있기만 하고만 왜 그래?”
“이거 저번에 큰엄마가 주고 간 옷이잖아... 형이 작아서 못입는 거라고... 이건 너무 구식이란 말야...”
“누가 줬거나 말거나 잘 어울리기만 하면 되는 거지 왜 갑자기 옷은 사달래? 돈도 없는데...”
“돈이 왜 없어?”
“어제 쌀이 떨어져서 있는 돈 다 털어서 쌀 사왔잖니...”
“그럼 천원도 없어?”
“천원은 또 왜?”
“생일파티엔 그냥 가? 선물이라도 사가야 할거 아냐...”
준혁의 짜증 섞인 말에 엄마는 “잠깐만 기다려봐... 어제 돈을 다 써서... 엄마가 기태네 가서 빌려올 테니까 잠깐만 기다려...”
“아휴... 진짜...”
엄마와 얘기를 나누던 준혁은 집 밖으로 나가버린다.
“주... 준혁아... 잠깐만 기다려 봐...”
“아... 됐어...”
(강릉시 주문진읍에 있는 등대입니다. 소설의 실제 배경이 되는 장소죠^^)
식식거리며 집 밖을 나간 준혁은 마을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등대에 올라가 먼 바다를 바라본다.
준혁의 머릿 속엔 신나게 생일파티를 하고 있을 수경과 친구들의 모습이 떠오르는데...
등대로 올라가는 계단에 걸터 앉아 하릴없이 돌멩이만 던져댄다.
(수경이네집)
한편 수경의 집 앞에는 친구들이 저마다 선물을 들고 집 안으로 들어가는데 수경이 친구들을 맞이하기 위해 대문 밖에 나와있다.
“어... 효진이 왔구나... 기태하고 종식이도 왔네...”
무리를 지어가는 친구들 너머로 수경은 “기태야... 준혁이는 안 왔니?”
기태는 안으로 들어가며 “오겠지 뭐... 어서 들어와 수경아... 네가 주인공인데...”
“어... 그래... 알았어...”
대답을 한 수경은 대문 밖을 한참을 서성이는데... 그 때 수경의 학교 앞에서 수경을 기다리고 있던 벤츠가 대문앞에 정차하고
차 안에서 중년의 남자가 내린다.
“아빠... 다녀오셨어요?”
“친구들 초대했다면서 왜 밖에 나와있니? 여섯시가 넘었는데 설마 아빠 기다린거야?”
“네... 아빠. 어서 들어가세요.”
수경과 아빠는 다시 집 안으로 들어간다.
그 모습을 저 멀리 전봇대 뒤에 숨어 있던 준혁이 보는데... 다시 문이 열리며 수경이 나오자 준혁은 얼른 숨는다.
주위를 살피던 수경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 집 안으로 들어가고, 준혁은 그런 수경을 먼 발치에서 바라보며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간다.
힘없이 집으로 돌아온 준혁을 보고 엄마는 “생일파티 벌써 끝났니?”
“응... 나 지금부터 잘거니까 깨우지 마...”
준혁은 엄마에게 그렇게 말하고는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다음날 아침... 시계가 일곱시를 가르키고 있다.
엄마가 준혁을 흔들어 깨운다. “준혁아... 너 이번주 당번이라면서? 얼른 일어나 밥먹고 학교 가야지...”
엄마가 계속 준혁의 몸을 흔들며 깨우는데도 준혁은 꼼짝도 하지 않는다.
엄마도 화가 나 “허준혁... 너 정말 안 일어날 거야?”
준혁은 시름시름 앓는 목소리로 “엄마.... 나 오늘 너무 배가 아파서 학교에 못가겠어...”
“뭐? 배가 아프다고?”
“응... 배도 아프고...” 말하던 준혁은 기침을 하는 시늉까지 하며 “온 몸이 춥고 으슬으슬 떨려.”
“얘가 갑자기 왜이래? 정말 학교에 못 가겠어?”
준혁은 일부러 몸을 더 웅크리며 “응...”
“알았어. 그럼 엄마가 선생님께 전화하고 약 지어 올테니까 쉬고 있어.”
“응... 엄마 미안해...”
“미안하긴 뭐가 미안해... 네 몸이 중요하지 그깟 학교 못가는게 뭐 대수야?”
엄마가 방을 나가고 나서 선생님과 통화하는 소리가 방문 너머로 들린다.
준혁은 이불을 뒤집어 쓰고는 어제 일을 다시 떠올리는데 수경의 집에 비해 돈 한푼 없는 자신의 집 환경이 너무 초라하기만 하다.
학교안 교실... 자습을 내기 위해 일찍 학교에 도착한 수경은 교실 안에 준혁이 보이지 않자 이상한 생각이 들지만, 조금
늦나보다 생각하고는 칠판에 자습할 문제를 적기 시작한다. 그런데 선생님이 오시도록 준혁이 등교를 하지 않자 걱정이 되는데...
“차렷... 경례” 반장이 인사를 하자 선생님께서 말씀하신다.
“모두들 안녕. 참, 오늘 준혁이는 배탈이 나서 학교에 못나왔어요. 이제 날씨가 조금씩 더워지고 있어서 음식이 쉽게 상할 수
있어요. 여러분들도 모두 음식 조심해서 먹도록 해요.”
하루 수업이 모두 끝난 오후 수경은 친구들에게 준혁의 집을 묻는다.
“얘들아... 너희들 혹시 준혁이 집이 어딘지 아니?”
수경의 말에 기태는 “응... 우리 집에서 멀지 않은데.. 준혁이네 집은 왜?”
“응... 어제 생일파티도 못오고... 오늘도 아파서 못왔다는데... 병문안이라도 가보려구.”
“그래? 그럼 나랑 같이 갈래?”
“말은 고마운데 집에 갔다가 어딜 좀 들렀다 가려면 시간이 좀 걸릴텐데...”
“그래? 어쩌지? 나도 집에 들렀다 엄마 일 도와주러 가야하는데... 그럼 내가 약도를 그려주면 그거 보고 찾아갈 수 있겠어?”
“고마워... 기태야. 모르면 근처에 가서 물어물어 찾아가 볼게.”
수경의 말에 기태는 학교에서부터 준혁의 집에 이르는 길까지를 자세히 약도로 그려 수경에게 건낸다.
집으로 돌아온 수경은 가방을 내려 놓고는 다시 밖으로 나간다.
화원에 들러 꽃을 한다발 산 수경은 기태가 그려준 약도대로 준혁의 집을 찾아간다.
준혁의 집 문 앞에 이르러 “계세요... 계세요...” 말하며 문을 두드리는 수경.
방안에 누워 있던 준혁은 순간적으로 수경의 목소리임을 알아채고는 얼른 집 뒤로 숨는다.
- 다음편에 계속 -
첫댓글 준혁이를 찾아갔구나
댓글 감사합니다.^^ 그동안 정신없이 바빠 글 올리기는 커녕 들어와볼 시간도 없었는데요. 님의 응원에 힘입어 다시 시작해보려 합니다. 네번째 이야기도 재밌게 읽어주시길 바라며...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