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책 소개
인문학적 관점에서 바라본 우리 시대 ‘인권의 교양’
인권은 좋은 것, 필요한 것이라는 걸 누구나 알고 있지만 우리는 인권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인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다고 정말 그 사회의 인권이 향상될까? 인권이 존중 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이 책은 인문학적인 관점에서 이런 인권에 대한 여러 가지 질문에 답하고 인권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기획되었다.
유엔(박경서), 문화(김창남), 역사(오인영), 인권학(조효제), 언론(안수찬), 지역 인권(이상재), 법(김희수), 종교(이찬수), 인권 운동(오창익) 등 아홉 가지의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우리 시대 ‘인권의 교양’을 쉽고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은 인권을 알게 되면 개인이 달라지고 나아가 사회 전체가 달라진다고 강조한다. 개인이 자기 권리를 인식하고 인권감수성이 높아지면, 인권을 지키기 위한 제도적인 장치가 생기기 시작해 결국 한 사회의 인권 전체가 발전한다는 것이다. 인권은 자연적으로 생긴 것이 아니라 인간의 고통을 줄여보자는 차원에서 만들어진, 인류의 성찰과 지혜와 용기, 새로운 세상에 대한 희망까지를 담은 근사한 발명품이기에 제대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인권이 법률의 한 분야로만 이해되는 경향이 있어 왔다고 지적하며 인권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사람에 대한 탐구, 곧 인문학적 작업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인간에 대한 믿음, 사랑, 그리고 희망이 인권의 바탕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1999년 창립되어 인권 운동을 활발히 벌여나가고 있는 ‘인권연대’(인권실천시민연대)가 2014년 진행한 <인권강사 양성과정>의 강의와 질의응답을 엮었다. 강연을 책으로 만들었기에 쉬운 구어체 문장으로 되어 있어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인권을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데 좋은 길잡이가 될 수 있다.
아홉 가지 영역에서 입체적으로 바라본 인권 이야기
이 책은 인권에 대한 종합적 이해를 위해 인권 자체의 의미에 대한 해석은 물론 문화와 법률을 매개로, 언론이나 역사, 종교를 통해서, 유엔과 지역이란 프리즘으로 인권과 인간을 입체적으로 들여다본다.
유엔 인권대사를 지낸 박경서 대사는 유엔의 설립 과정과 인권의 관계, 인권 개념의 발전 과정을 설명하며, 경제발전과 인권은 동전의 양면이라 어느 한 쪽을 위해 다른 쪽을 희생시킬 수 없다고 말한다. 그는 특히 인권의 실천 앞에 보수와 진보가 따로 없다고 강조한다.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창남 교수는 대중문화가 성과 인종, 지역의 정체성에 미치는 영향력을 인권의 관점에서 살펴본다.
고려대 역사연구소 오인영 연구교수는 역사를 통해 과거와 현실에서 인권을 ‘억압하는 것’의 정체를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권학자 조효제 교수는 우리가 인권에 대해 잘못 생각하고 있는 오해를 짚어주며 꼭 알아야 할 인권의 특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한겨레 안수찬 기자는 언론과 인권의 관계를 이야기하며 우리 스스로가 인권에 대해 당당히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대전에서 인권 운동을 하고 있는 이상재 국장은 서울 중심의 인권 편중을 이야기하며 지역 인권 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김희수 변호사는 공권력으로부터 개인의 인권을 어떻게 지킬 수 있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종교학자 이찬수 교수는 소외된 이들에 대한 공감을 통한 연대가 자본의 거대한 물결 속에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다고 지적한다. 인권연대에서 일하고 있는 오창익 국장은 인권운동은 ‘고통과의 연대’라며 최소한 무의미하고도 불필요한 고통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자고 말한다.
2. 본문에서
우리가 이룬 ‘한강의 기적’은 서구의 발전 모델에 비교하면 아주 짧은 시간 내에 만들어낸 한국형 압축성장입니다. 많은 나라가 부러워하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심각한 후유증이 생긴 것도 사실이에요. OECD 34개국 중 출산율은 최하위이고 자살률은 최상위입니다. 나라는 부강해졌지만 국민들은 살기가 힘들어졌습니다. - 본문에서
만약 한국이 1970년대 상황처럼 오늘날까지 노동자의 기본권을 제약하여 쟁의권, 단체협약권을 탄압했다면 우리의 경제는 지금처럼 성장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한국은 민주화 투쟁을 통해 노동자의 인권이 혁신적으로 진전되었습니다. 그 덕분에 지금의 발전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 본문에서
우리나라 드라마 주인공들은 사투리를 쓰지 않습니다. 그깟 드라마, 영화 한 편이 대수냐고 하실 분도 있겠지만, 대중문화가 성과 인종, 지역의 정체성에 미치는 영향력을 생각해보면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닌 거예요. 특정 지역, 인종이 피해를 보잖아요. 마냥 웃고 즐길 게 아니라 그 안에서 인권 문제를 생각해야 합니다. - 본문에서
역사는 우리를 억압하지 않음으로써 역으로 무엇이 우리를 억압하는지를 보여줍니다. 역사를 생각함으로써 과거와 현실에서 ‘억압하는 것’과 ‘억압당하는 것’의 정체를 파악하고, 인간을 억누르는 억압의 불의한 힘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또한 타인도 나와 같은 사람이라는 사실과 인권의 가치를 알게 합니다. - 본문에서
국가가 부강해진다고 해서 알아서 국민들의 가난을 해결해주지 않는다는 게 역사적 교훈입니다. 우리가 요구해야 해요. 복지야말로 유일한 해결책입니다. 최저생계비를 현실화해야 한다고 말해야 합니다. 적어도 우리 아버지, 어머니가 이 나라를 이렇게 부강하게 만들었으니 내가 이만큼은 받을 자격이 있지 않으냐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어야죠. - 본문에서
우리가 해마다 봄철이 되면 만나게 되는 기사가 있습니다. 바로 ‘벚꽃 개화 예상시기’인데요. 여기에도 사소하지만 서울 중심주의적인 시각이 있습니다. 무슨 말씀인가 하면, 언론에서 발표하는 개화 날짜를 보시면 서울에서부터 쭉 내려옵니다. 서울 몇 월 며칠, 청주 몇 월 며칠, 대전 몇 월 며칠, 포항, 대구, 전주, 광주…, 이런 식으로요. 제주도가 제일 마지막입니다. 그런데 봄꽃은 남도에서 먼저 피기 시작하잖아요. 제가 벚꽃 개화시기 도표를 만든다면 당연히 제주도를 제일 위에 둘 겁니다. 제일 먼저 피니까요. 언론에서는 ‘편의상’ 서울 사람들 보기 좋으라고 맨 위에 놓는 겁니다. - 본문에서
우리가 피의자, 혹은 피고인의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하면 반발이 많지 않습니까? 나쁜 짓을 저지른 사람한테 무슨 인권이 있느냐는 거예요. 하지만 여기에서 말하는 인권은 최소한의 것입니다. 그 사람을 과잉보호하자는 게 아니에요. 죄는 저질렀을망정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조건은 지켜줘야 한다는 거지요. - 본문에서
고통은 사람에게 심각한 아픔을 주지만, 사람들이 지혜와 힘을 모은다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는 고통이기도 합니다. 인권은 바로 이런 고통을 줄여보자는 차원에서 만들어진 발명품입니다. 인류의 성찰과 지혜와 용기, 새로운 세상에 대한 희망까지를 담은 근사한 발명품이죠. - 본문에서
3. 차례
머리말
인권은 결국 사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1강. 인권 실천 앞에 보수, 진보 따로 없다
인권의 가치와 유엔의 설립 | “인권 없이 발전을 누릴 수 없다” | 한국 인권의 현주소 | 인권 실천 앞에 보수, 진보 따로 없다 | 인권은 생활이다 | 생활 속 인권 감수성 키우기 |인권으로 풀어보는 사회문제 | 내가 만난 인권운동가들
2강. 드라마 주인공은 왜 사투리를 쓰지 않을까?
장미가 사랑의 상징이 되기까지 | 상품으로서의 대중문화 | 연예인의 인권과 스타시스템 | 대중문화는 유행을 만든다 | 문화적 욕망과 검열의 상관관계 | 엘비스 프레슬리와 로큰롤 - 문화를 둘러싼 계층 갈등 | 대중문화 속 차별 문제 | 디지털 시대의 대중문화
3강. 역사를 생각하는 것은 무지와의 싸움
‘인식된 과거’로서의 역사 | 역사의 프리즘으로 본 분단: 삶과 죽음 | 역사의 프리즘으로 본 근대: 주술과 합리 | 역사의 프리즘으로 본 자본주의: 계산 합리성과 경제적 유용성 | 역사를 생각한다는 것의 의미: 불가능을 꿈꾸며 무지와 싸우는 꿈
4강. 대통령의 명예냐 표현의 자유냐
인권이라는 말 | 인권을 둘러싼 다섯 가지 오해 | 꼭 알아야 할 인권의 특성 | 인권의 역설 | 대통령의 명예냐 표현의 자유냐 | 로빈슨 크루소의 역설 - 권리의 사회성 | 주권과 인권 | 나와 인권 | 인권은 법보다 크고 넓다
5강. 왜 빈곤층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걸까?
같은 사건, 다른 기사 | 마감은 생명이다 - 기자의 24시간 | 한국에서 언론인으로 살아남기 | 정당(政堂) 위의 한국 언론 | 세계 언론 보도의 흐름 | 나의 기사 작성기 - 기획기사의 작성 과정 | 한국 언론과 빈곤의 문제 | 미래의 언론은 ‘나’에서 시작한다
6강. 삶의 현장은 곧 인권의 현장
지역 인권의 낯선 풍경 | 우리 안의 서울 중심주의 | 지역 이기주의라는 블랙홀 | 지역의 인권 현안 | 지방정부와 인권 | 개발이냐 인권이냐 | 삶의 현장은 곧 인권의 현장
7강. 법에서 보장하는 나의 권리를 어떻게 지킬까?
“부정의한 실정법은 법이 아니다” | 형사소송 절차와 인권 | 수사에 협조하지 않을 권리 | ‘검찰공화국’ 대한민국 | 공판절차와 재판의 원칙 | “유전무죄 무전유죄” | 형사소송의 이념과 원칙 | 공권력과 나의 권리 | 수사 잘 받는 법 - 자기 방어 매뉴얼 | 법은 정의를 향해 간다
8강. 부(富)는 신의 축복인가?
시장 만능주의의 탄생 | 하이에크의 꿈 | 세계화 시대와 전도된 가치 | 사람을 위해 있는 것이다 | 부(富)는 신의 축복인가? | 폭력은 있는데 원인은 없다 | 희생이 성스러울 수 있을까? | 머뭇거리며 성찰하기
9강. 인권을 기준으로 바꾸는 세상
사람을 위한 권리 |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인권 | 인권을 바라보는 최대주의적 관점 | 인권의 중요한 원칙 | 개인 그리고 당사자 | 인권, 기본권, 이권의 차이 | 인권은 무제한 누릴 수 있나 | 인권이 보장되는 세상
4. 작가소개
박경서
대한민국 초대 인권대사. 국가 인권위원회 상임위원, 경찰청 인권위원회 위원장을 지냈으며 현재 유엔(UN)의 세계인권도시 추진위 위원장, HBM 경영연구소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창남
현재 성공회대학교 교수이며,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한국대중음악학회 회장, 월간〈말〉 편집위원, 주간〈씨네 21〉편집자문위원, 한국방송공사 정책연구실 객원연구위원을 역임했다.
오인영
고려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런던대학교 방문연구원을 거쳐 현재는 고려대학교 역사연구소 연구교수이다.
조효제
성공회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이며 국가인권위원회 설립준비기획단 위원 및 법무부 정책위원을 지냈다. 현재 서울시 인권위원이다.
안수찬
1997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사회부, 정치부, 문화부, 여론 매체부 등을 거쳐 <한겨레21> 편집장으로 있다. 한국언론재단 저널리즘스쿨,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한겨레교육문화센터 등에서 강의를 해왔다.
이상재
대전충남인권연대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는 인권운동가. 1990년대 중반부터 대전 지역의 몇 개 시민단체에서 활동했다.
김희수
검사,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상임위원, 전북대학교 법과대학 교수로 재직하였다. 현재 인권연대 운영위원이며 2009년 1월 중순부터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한국 사회의 인권 현안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찬수
서강대학교 화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 종교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강남대학교 교수를 거쳐 현재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의 HK연구교수(평화인문학)로 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는 인권 운동가. 평소 듣고 말하고, 읽고 쓰는 활동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특별히 형사사법 과정에서 가난한 사람들이 당하는 차별에 관심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