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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천하] 107
S#1. 어느 길 (밤)
난정, 한편에 서서 사헌부관헌들이 김안로를 끌고 가는 것을 본다.
김안로, 난정쪽을 노려보며 끌려간다.
난정(E) : (싸늘한 미소) 김안로, 네놈도 이제 끝장이 난게다!
난정, 문득 아랫배를 움켜쥐고 고통에 일그러진다.
난정, 간신히 몸을 추스르고 몸을 돌려 어디론가 간다.
S#2. 다른 골목길 (밤)
난정, 식은 땀이 흐르는 얼굴로 아랫배를 움켜쥔채 비틀거리며 걸어온다.
난정, 한손으로 담벼락을 의지한채 가까스로 걸음을 옮겨놓다가 결국 휘청하며 담벼락 옆으로 쓰러진다.
난정 : (입술을 깨물며 일어서려고 안간힘을 짜내며)..아니돼..! 정신을 놓으면 아니돼..!
난정, 점차 눈이 감기며 의식이 아득해지는데..
길상, 길 반대편에서 이곳저곳을 살피며 뛰듯이 걸어온다.
길상(E) : (속이 타는) 난정아, 네 성치도 않은 몸을 이끌고 대체 어딜 간게냐?
길상, 담장 아래 쓰러진 난정을 발견치 못하고 지나쳐가는데.
난정 : (신음소리) 으..으..
길상, 신음소리에 움찔 멈춰서 돌아보면 담장아래 쓰러져 있는 난정.
길상, 난정쪽으로 급하게 달려가 안아드는 자세로 부축한다.
길상 : 난정아, 난정아! 눈 좀 떠보아! 난정아!
난정 : (간신히 눈을 뜨고 가물거리는 시선으로 보면)...
길상 : (난정을 내려다보는) 난정아, 내가 누군지 알아보겠니?
난정 : (입술만 옴싹거리며)..기..길상아..
길상 : ..그래, 나다!
난정 : (그대로 정신을 잃는다)..
길상 : 난정아!
길상, 황급하게 난정을 들추어 업고 어디론가 급하게 뛰어간다.
백치수, 한곳에서 몸을 드러내며 두사람의 뒷모습을 야릇한 미소로 보다가 몸을 돌려 어디론가 가버린다.
S#3. 김안로 사랑채 마당 (밤)
횃불이 밝혀져 있고 황서방, 안절부절하여 서있는데..
관헌(*)의 지휘로 사령들이 은궤짝(들)을 들고 방문밖으로 나온다.
사령들, 은궤짝을 들고 대문쪽으로 나간다.
S#4. 동 김안로 집 대문 앞 골목 길 (밤)
관헌(*)의 지휘로 사령들, 은궤짝(들)을 들고 대문 밖으로 나온다.
관헌과 사령들, 횃불을 일렁이며 어디론가 간다.
심정과 금부나장 두명이 담장뒤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심정 : (노려보며)..저놈들이 대체 어디서 나온 놈들이지?
금부나장(*) : 사헌부 관헌인 듯 싶사옵니다.
심정 : (낭패한) 뭐라, 사헌부?!..(뭔가 생각하며)..사헌부라? ..음..너희들은 예서 좀 더 동태를 살펴보도록 해라!
금부나장(*) : 예, 대감!
심정 : (어디론가 급하게 간다)
S#5. 편전 외경 (밤)
중종(E) : 뭣이라?! 희락당대감이 국유지를 사사로이 취하다니?!
S#6. 동 편전 복도 (밤)
중종, 앞에 앉은 대사헌 이항(李沆)을 놀란 눈으로 보며 말한다. (*윗목에 박승지가 앉아있다)
중종 : 대사헌, 그 무슨 말인지 상세히 말해보라!
이항 : 근자에 조정의 기강이 해이(解弛)해진 틈에 조정대신들 중 누군가가 국유지를 사사로이 유용한다는 소문이 있어
사헌부에서 감찰을 벌여오던 차에 오늘밤 희락당대감의 비리에 대한 확증을 잡았기에 급히 전하께 품하는 것이옵니다!
중종 : 확증?! 확증이라니?! 희락당 대감이 대체 무슨 비리를 저질렀단 말인가?!
이항 : (소매에서 땅문서 봉투를 꺼내 중종에게 바치며) 전하께오서 친히 보시옵소서.
희락당대감이 몸에 지니고 있던 문서이옵니다.
중종 : (봉투를 받고 문서를 꺼내 보다가) 이것은 호관목장의 문서아닌가?
이항 : 예. 전하. 하오나 위조된 문서이옵니다.
중종 : ..위, 위조?! 지금 위조라 하였는가?!
이항 : 희락당대감은 나라의 재산인 호관목장의 문서를 위조한 연후에 사사로이 취하여 큰 이득을 챙기고자 하였사옵니다!
중종 : 대사헌 그게 틀림없는가?
대사헌 : 희락당대감의 집뒤짐을 하여 은괴 삼천량을 또 다른 증거로 압수하였사옵니다!
중종 : (경악하는) 이럴수가?! 과인의 사돈인 희락당이 어찌 이럴수가 있단 말인가?! 어찌?! (연상을 쾅-치며 분기를 누르다가)...
박승지 : ...
대사헌 : ...
중종 : (버럭) 박승지, 희락당은 지금 어디 있는가?! 당장, 그자를 과인 앞에 데려오라!
S#7. 대궐 일각 (밤)
심정, 급한 걸음으로 어디론가 가고 있는 모습위로.
경빈(E) : 뭬요?! 사헌부에서 선수를 치다니요?!
S#8. 경빈 처소 방 안 (밤)
경빈, 앞에 앉은 심정을 놀란 눈으로 보며 말한다.
경빈 : 허면 사헌부에서 김안로를 잡아들였단 말이오?!
심정 : 예, 뿐만 아니오라 사헌부에서 김안로의 집을 뒤져 은궤짝을 압수하여 갔사옵니다!
경빈 : 허어, 이런 귀신이 곡할 노릇이 있나?! 쥐도 새도 모르게 도모한 일이거늘 어찌 사헌부에서 선수를 칠수 있단 말인가?!
심정 : 이번일은 오늘밤 김안로를 잡아들이려 했던 내막을 아는자의 소행인 듯 싶사옵니다.
경빈 : 내막을 아는자의 소행이요?!
심정 : 예,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눈앞에서 김안로를 채갈 수가 있었겠사옵니까?
경빈(E) : (뭔가를 생각하는)..이번일은 난정이와 장대인 밖에 모르고 있음인데 ..허면 난정이가?! (저으며) 아니지, 아니야!
오늘 출산을 하여 발걸음도 떼어놓을 수 없는 계집이 무슨 재주로 사헌부 관헌들을 동원할 수가 있겠누?..
허면 장대인, 그놈이 나와 중전사이에서 두길 보기를 했단 말인가?! (일그러지다가)..
경빈 : (방문쪽을 휙-돌아보며) 금아! 밖에 있느냐?!
금이(E) : (방밖에서) 예.
금이 : (방문이 열리면 들어와 서며) 찾아 계시옵니까?
경빈 : 네 당장 장대인을 불러들이거라!
금이 : 예, 마마! (조아리고 방밖으로 급하게 나간다)
심정 : 마마, 장대인이 무슨 재주로 추상같은 사헌부를 움직일 수 있었겠사옵니까?
신의 생각엔 중전마마께오서 획책하신 일인 듯 싶사옵니다.
경빈 : 중전이 아무리 날고 기는 재주를 가지었어도 갓 출산을 하여 방밖 출입도 못하는 산모입니다! 그럴리는 결코 없을겝니다.
S#9. 중궁전 방 안 (밤)
윤비, 누운채 앞에 앉아있는 엄상궁을 보며 말한다.
윤비 : 사헌부에서 희락당대감을 잡아 온 것이 틀림없는가?!
엄상궁 : 예, 주상전하께오서 대사헌 영감이 증거로 올린 위조문서를 보시고 크게 진노하시었다 하옵니다.
윤비 : (끄덕이며)..그래..난정이가 큰 일을 해냈구먼..
엄상궁 : ...?
윤비 : 엄상궁, 양어의에게 산후조리에 좋은 탕재를 지어올리라 이르고, 난정이한테 그 탕재를 보내게.
엄상궁 : 하오나 어의가 지은 탕재를 어찌 사가에..?
윤비 : 내 시키는대로 하게!
엄상궁 : 예, 마마. 분부대로 봉행하겠나이다. (조아리고 방밖으로 나간다)
윤비 : 난정이 그 애가 충신인게야..출산을 하여 추스르지도 못할 몸을 이끌고 이번 일을 성사시킨 일등공신이자..
나를 위해 참으로 목숨을 바칠 수 있는 충신..!
윤비, 뭔가를 생각하는 얼굴위로 떠오르는.
S#10. 동 중궁전 방안 (낮/106회 S#63뒤로 이어지는)
윤비, 앞에 앉아있는 난정에게 말한다.
윤비 : 헌데 난정아, 네 아들을 낳았느냐?
난정 : (흠짓 보다가)..못생겨 먹은 계집애를 낳았사옵니다.
윤비 : 너도..딸을 낳았구나..쯧쯧 너라도 아들을 낳았으면 좋았을것을.. 오라버니께오서 아쉬워하시겠구나..
난정 : (글썽하여) 중전마마께오서 공주 아기씨를 생산하시었는데 소첩에게 아들이 무슨 소용이겠사옵니까?..
(눈물 주르르) 마마께오서 이번엔 반드시 대군아기씨를 생산하시기를 믿어 의심치 않았사온데..
모두가 소첩의 죄인 듯 싶어... 소첩의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프옵니다. 흐흑..
윤비 : 난정아, 괜찮다..대군이야 다음에 생산하면 되는 것을..아니그러하냐?
난정 : ..중전마마..흐흐흑..(오열하는)
S#11. 동 중궁전 방 안 (밤/ 현실)
윤비, 한숨을 길게 내쉬는 얼굴위로 눈물이 주르르 떨어진다.
윤비(E) : 그래, 이번에 내 대군을 생산치 못한 것이 참으로 큰 한이 되는구나! 한이 돼!
S#12. 윤원형 초당 방 안 (밤)
난정, 혼수상태로 누워 있다.
배천댁, 머릿맡에 앉아 수건으로 난정의 얼굴위에 솟은 땀을 닦아준다.
길상, 윗목에 앉아 걱정스럽게 난정을 바라본다.
김씨(E) : (방밖에서) 작은 사람이 왔다지?
김씨, 탄실을 거느리고 급하게 방문을 열고 들어선다.
길상과 배천댁, 일어나서 조아리고 자리를 비켜준다.
김씨 : (난정 옆에 앉으며) 배천댁, 어떠한가?
배천댁 : ..하혈이 그치지가 않사옵니다.
김씨 : (이불을 들춰 보고는)..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어찌 몸이 이지경이 되도록..?! 의원은 어찌되었는가?
배천댁 : 임서방이 부르러 갔으니 곧 당도할 것이옵니다.
김씨 : (문득 길상을 보고)..자네가 작은 사람을 찾아 업고 왔다지?
길상 : 예, 아씨..
김씨 : 애썼네..자네 동생은 내가 돌볼테니 걱정말고 이만 나가보게나.
길상 : ..이놈, 아씨만 믿겠사옵니다.. (조아리고 방밖으로 나간다)
난정 : ..중전마마..
김씨 : (난정을 보는)...
난정 : (헛소리)..이년이..반드시..중전마마를..지켜드릴 것이옵니다...
김씨 : ...!
S#13. 동 윤원형 대문 안 마당 (밤)
길상, 중문 밖으로 걸어 나오는데
임서방, 의원을 데리고 급하게 대문안으로 들어선다.
임서방 : (의원을 중문쪽으로 인도하며) 어서 서두르시오.
길상 : 아저씨, 나으리는 어딜 가시었소?
임서방 : 저녁때쯤 출타하시었네.
길상 : (의아)..출타요?
임서방 : 그래! (의원을 데리고 중문 안으로 급하게 들어간다)
길상(E) : (굳는)..난정이 목숨이 경각에 달렸는데 출타를 했단 말인가?
S#14. 어느 주막 방 (밤, 야외)
윤원형, 자작으로 술잔을 기울이고 있다.
윤원형(E) : 아무리 하늘이 무너질 급한 까닭이 있더라도 그렇지! 갓 출산한 산부가 핏덩이를 내팽개쳐버리고 나가다니!
내 난정이 그 애를 알 수가 없음이야..알 수가!
윤원형, 급하게 한잔 들이킨다.
S#15. 편전 외경 (밤)
S#16. 동 편전 방 안 (밤)
중종, 연상위에 놓인 위조 땅문서와 은괴 하나를 내려다 보며 깊은 생각에 잠겨있다.
중종 : 조정신하들 그 누구도 믿을 수 없음이야! 아니 내 결코 그 누구도 믿지 아니 할 것이야!
S#17. 동 편전 방밖 복도 (밤)
박승지, 김안로와 함께 방쪽으로 걸어와 선다.
김안로, 굳은 표정이다.
대전내관 : 전하, 박승지와 희락당대감 들었사옵니다.
중종(E) : (방안에서) 들라하라.
대전내관 : 예..드시지요.
S#18. 동 편전 방 안 (밤)
방문이 열리면 박승지와 김안로, 방안으로 들어와선다.
김안로, 담담하게 곡배를 올리고 선다.
중종 : 박승지와 사관은 물러가 있으라!
박승지 : 예, 전하. (사관과 함께 조아리고 방밖으로 나간다)
중종 : (착 갈아앉은) 희락당대감, 과인 앞으로 다가와 앉으라.
김안로 : (중종 앞으로 다가와 앉는다)
중종 : (김안로를 노려보는)...
김안로 : (고개를 숙인채)...
중종 : (연상위에 놓인 문서를 들어 보이며) 희락당대감, 이것이 무엇인줄 아는가?
김안로 : (똑바로 보다가)..호관목장의 문서인줄 아옵니다.
중종 : 호관목장은 나라의 마필을 기르는 땅인줄 알고 있는가?
김안로 : 예, 전하. 신, 잘 알고 있사옵니다.
중종 : 희락당, 어찌 사리사욕을 위해 나라재산을 가로채려 든 것이더냐?!
김안로 : ...
중종 : (은괴를 집어들며) 네 어찌 뇌물을 엄하게 금한 과인의 어명을 어기고 이따위 뇌물을 받아
과인의 얼굴에 재차 먹칠을 하는 것이더냐?!
김안로 : ...
중종 : (버럭) 희락당, 네 지금 침묵으로 과인을 기망하려드는 것이냐?!
중종, 은괴를 김안로에게 휙-던져버린다.
퍽-소리와 은괴가 김안로의 이마에 맞고 방바닥에 떨어진다.
김안로의 이마에서 피가 주르르 흐른다.
김안로, 어금니를 악 물고 고통을 참아낸다.
중종 : 과인이 그대만은 믿었다. 헌데 네 어찌 과인의 소매속에서 도적질을 해댄 것이냐?! 어찌?!
희락당, 입이 있으면 말해보라!
김안로 : ...
중종 : 말을 해보라!!
김안로 : ..전하..신이 어떤 발명을 한다 할지라도 전하께오선 믿어주시지 않을 것이오며
또한 신이 발명을 하면 할수록 신에 대한 의심과 노여움이 더 크실 것이 자명하실 것이옵니다.
신, 차라리 입을 다물고 전하께오서 어떤 죄를 물으신다 할지라도 달게 받을 것이옵니다!
하오나 신, 전하에 대한 충정에는 변함이 없사옵니다! 신의 충정만은 믿어주시옵소서!
중종 : (연상을 밀치며 벌떡 일어나) 뭣이라?! 이런 죽일놈! 네 또다시 과인에 대한 충정을 들먹이며 과인을 기망하려드는게냐?!
김안로 : ..전하. 차라리 신을 죽여주시옵소서! 흐흑..
중종 : (씩씩대며 노려 보다가) 오냐, 희락당의 청대로 과인이 그대를 살려두지 않을 것이다!
(방문쪽을 휙-돌아보며) 박승지, 게 있느냐?!
박승지(E) : (방밖에서) 예.
박승지 : (방문이 열리면 급히 들어서며) 찾아계시옵니까?
중종 : (보료위에 털썩 앉으며) 과인을 기망한 이 자를 금부에 하옥하라!
또한 날이 밝는대로 의정부와 육조의 대신들을 불러들이라! 과인이 이 자의 죄를 엄히 물을 것이야!
박승지 : 예, 분부대로 거행하겠나이다.
김안로 : (피묻은 얼굴로 일어서서 중종에게 큰 절을 올리려는데)..
중종 : 꼴도 보기싫으니 이 자를 당장 데려가라!
박승지 : 예. (김안로에게) 가시지요, 대감.
김안로 : (중종에게 조아리고 박승지를 따라 방문밖으로 걸어나가는데)..
중종 : (자리에 앉아 연상을 쾅-치며) 과인이 눈이 흐려 턱밑에 도둑놈도 볼 수 없었음이야!
김안로 : (흠짓 섰다가 방문 밖으로 나간다)
중종 : (분기로 씩씩대는)...내 누구를 믿고 정사를 이끈단 말인가?!
S#19. 대궐 일각 (밤)
박승지, 앞장서고 그 뒤로 김안로가 별감들에게 둘러싸인채 가고 있다.
김안로 : 박승지, 사헌부에 명을 넣어 나를 들이친 사람이 뉘신지 아시오?
박승지 : (흠짓, 그러나 표정 수습하며)..이, 이사람이 그걸 어찌 알겠사옵니까?
김안로 : ..그러시겠지요!
김안로, 뭔가 깊이 생각하는 표정으로 끌려간다.
S#20. 경빈 처소 방 안 (밤)
경빈, 앞에 앉아있는 장대인을 노려보며 말한다.
경빈 : 장대인, 정녕 사헌부에서 선수를 친 일을 모른단 말인가?
장대인 : 예, 시생같은 천한 장사치가 어찌 사헌부 관헌들과 친분이 있겠사옵니까?
경빈 : (노려보다가) 자네가 아니라면 대체 누구란 말인가?
장대인 : 전하께오서 조정신료들을 감찰하라고 밀명을 내리신 것일수도 있지요.
경빈 : (흠짓) 밀명?! 전하께오서?
장대인 : 어찌 되었건 김안로가 금부에 하옥되었사오니 마마께오서 도모하시었던 일이 성사된 것이 아니옵니까?
경빈 : 허나 내 어찌 마음 한구석이 께름직하구먼!
장대인 : 시생이 백치수를 만나 일의 전말을 알아보겠사옵니다.
경빈 : 그리해 주게나.
장대인 : 하오면 시생 물러가옵니다. (조아리고 일어나 방밖으로 나간다)
경빈(E) : (장대인이 나가는 모습을 보다가) 허나, 장사치에게만 맡겨둘 수는 없지! 내 전하를 찾아 뵙고 알아보는 수 밖에..!
S#21. 윤임 사랑채 외경 (밤)
박서방, 방문앞에서 귀를 기울이고 있다.
윤임(E) : 뭐라?! 희락당대감께서..
S#22. 동 윤임 사랑채 방 안 (밤)
윤임, 앞에 울상되어 앉아있는 황서방을 내려다 보며 말한다.
윤임 : 사헌부 관헌들에게 끌려가신 연후에 금부에 하옥되시었단 말이냐?
황서방 : ..예, 대감마님. 분명 그리들었사옵니다.
윤임 : (어금니를 물며)..음! 알았으니 자넨 이만 물러가게.
황서방 : 예. (일어서서 조아리고 방문밖으로 나간다)
윤임(E) : (싸늘한 눈빛) 희락당대감 혼자서 뇌물을 삼키려다 토사곽란이났구먼!
S#23. 금부 옥사 안 (밤)
김안로(*이마에 핏자국이 선명하다), 옥살안에 앉아 골똘하게 생각하는 얼굴위로 떠오르는.
난정 : (106회 S#82의 김안로를 냉랭한 미소로 쏘아본다)
김안로(E) : 분명 난정이 그 계집이 덫을 놓은게 틀림 없음이야!..허면 나를 함정에 몰아넣기 위해서 난정이가 계책을 꾸미고
장대인이 백도주를 시켜 재물을 댄겐가?! (눈이 흠짓 커지며) 그렇다면 나를 찍어내기 위하여 중전과 경빈이
손을 잡았단 말인가?! 이럴수가?! 이럴수가?! 빨리 손을 쓰지 않으면 세자저하께오서 위태로워지실게 분명할터!
허어, 판부사 대감에게 진즉 기별이 갔을 것인데 어찌 아직껏 아무런 소식이 없단 말인가?! (어딘가를 휙- 돌아본다)
S#24. 윤임 사랑채 방 안 (밤)
윤임, 뭔가 생각하는 얼굴위로 떠오르는. (*윤임처, 윤임 옆에 앉아있다)
윤원형 : (105회 S#25의) 희락당대감이 은밀하게 뇌물을 받는다는 소문이 있사옵니다.
..숙부님, 희락당 대감을 조심하시옵소서. 믿고만 계시었다가는 언제 뒷통수를 맞을지..
윤임처 : (윤임을 심난하게 보다가) 대감!
윤임 : (윤임처를 보는)..?
윤임처 : 어찌 이리 앉아만 계시옵니까?! 대비전에라도 드시어 희락당대감의 일을 알리시고
방면을 주청드리시어야 하는게 아니옵니까?
윤임 : 내 외척의 신분으로 어찌 조정일에 나설수가 있겠소?
윤임처 : 예에? 대감 어찌 그리 말씀하시옵니까?
윤임 : (말을 자르듯) 부인도 모른척 하시구려! 괜히 섣불리 움직여 구설에라도 오르게 되면 불똥이 예까지 튈지 모르오!
윤임처 : ...?!
S#25. 편전 방 안 (밤)
중종, 술상앞에 자괴감에 빠진 표정으로 앉아 술잔을 기울이고 있다.
중종(E) : (취기오른) 과인이 임금은 무슨 말라비틀어진 임금이란 말인가?! 조정신하란 놈들에게 기망당하고
왕실과 외척들조차 과인의 기대를 저버린채 과인의 총애를 내세워 사사로운 영리영달을 누리고자 할 뿐이거늘!
내 도대체 누구를 믿고 정사를 돌볼 것이며, 누구를 의지하여 종사의 백년대업을 이어갈 수 있단 말인가?!
(급하게 술잔을 들이킨다)
S#26. 동 편전 복도 (밤)
경빈, 방문쪽으로 다가와 선다.
경빈 : 김상궁, 전하께오서 심난하시다고 들었는데 지금 어찌 하시고 계시는가?
김상궁 : 쇠인이 주안상을 보아 올렸사옵니다.
경빈 : 주안상이라? (대전내관에게) 고하여주시게.
대전내관 : 전하, 경빈 들었사옵니다.
중종(E) : 오, 어서 드시라해라!
S#27. 동 편전 방 안 (밤)
방문이 열리면 경빈이 방문안으로 들어와 선다.
중종 : (반갑게) 경빈, 마침 잘 오시었소. 과인이 아니 그래도 혼자 술잔을 기울이기에 적적하였는데
이리 내려와 과인과 술한잔 하십시다.
경빈 : 예..(중종 앞에 다가와 앉아 술주전자를 들고 따르며) 전하의 용안에 어찌 이리도 수심이 가득하신 것이옵니까?
중종 : (급하게 술을 털어넣고 빈술잔을 내밀며) 자, 한잔 더 따르구려.
경빈 : (다시 따르며) 중전마마께오서 대군아기씨가 아닌 공주아기씨를 생산하시온 일 때문에 심기가 언잖으신 것이옵니까?
중종 : (급하게 마시고 다시 술잔을 내미는)..
경빈 : (다시 술을 따르며) 전하, 너무 상심마시옵소서. 전하의 대통을 이으실 왕세자께오서 정하여 지셨사옵고
또한 중전마마께오서 아직 년치가 젊으시오니 다음번엔 반드시 대군아기씨를 생산하실 것이옵니다.
중종 : (마신다)...
경빈 : 전하의 용안이 흐리시오면 대궐에 먹구름이 낀 듯 어둡고 백성들의 마음도 무거워지는 것이옵니다.
하오니 심기를 푸시옵소서.
중종 : 경빈, 과인은 이 대궐이 마치 적막강산같다는 생각이 드는구려.
경빈 : 적막강산이라니요, 전하? 전하의 곁에는 중전마마와 신첩을 비롯한 지어미들과 세자저하와 복성군을 비롯한
여덟분의 왕자들이 있사옵고, 충성스러운 조정신료들과 어진 백성들이 전하를 우러르며 떠받치고 있사옵니다!
중종 : 경빈, 정녕 조정신료들과 백성들이 과인을 군주로써 존경하고 있다고 보시는게요?
경빈 : 예! 믿으시옵소서!
중종 : 헌데 어찌 과인의 가슴이 이토록 답답한것인지 모르겠소..
경빈 : 전하, 심약해지시면 아니되시옵니다! 감히 군주의 권위를 훼손하고 전하의 심기를 흐리는 미꾸라지같은 자들을
엄히 다스리시옵소서! 그리하시오면 전하의 치세가 더욱 빛을 발할 것이옵니다!
중종 : (결연한) 그래요, 과인은 과인의 총애를 빙자하여 사리사욕을 채우는 방자한 자들을 결코 용서치 않을 것이요!
고맙소, 경빈.. 경빈의 말씀을 들으니 과인의 답답한 마음이 봄눈 녹듯 풀리는 듯 싶소..
경빈 : 황공하옵니다..
중종 : (휘청 이마를 괴며)..취기가 올라 과인이 어지럽구려.
경빈 : 전하, 신첩의 다리를 베시고 잠시 눈을 붙이시옵소서.
중종 : 그래야할까보오..
경빈 : (술상을 밀어내며)..전하, 이리로 누우시옵소서.
중종 : (경빈의 허벅지를 베고 누워 눈을 감는)...참으로 편하구려..경빈이 과인곁에 있으니 과인의 마음이 든든 하구려..
(잠에 빠져드는)
경빈 : (미소가 쌩끗 스치며 중종의 용안을 손으로 보듬는)...
S#28. 동 편전 복도 (밤)
희빈, 방문 밖에 침통한 표정으로 서있다.
희빈(E) : 아니, 저 여우같은 경빈이 벌써 선수를 치다니?!
대전내관 : 희빈마마, 고할까요?
희빈 : 아, 아니외다. 이사람은 나중에 다시 들겠소. (휙- 몸을 돌려서 가버린다)
대전내관 : ...
S#29. 윤원형 집 초당 외경 (낮)
난정(E) : (비명소리) 아악-
S#30. 동 윤원형 초당 방 안
난정, 비명을 지르며 고통스럽게 버둥 거리고 있다.
배천댁, 난정을 진정시키려는 듯 말리고 있다.
배천댁 : ..아씨, 괜찮습니다요!
난정 : (눈을 번쩍 뜨는)..!
배천댁 : 이제 정신이 드십니까요?
난정 :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내 아기! 내 아기는 어딨느냐?!
배천댁 : 안채에서 큰아씨께오서 유모를 불러들이시어 아기씨에게 젖을 물리고 계시옵니다.
난정 : 뭐라?!..아니돼! 내 아기를! (힘겹게 몸을 일으켜 세우는데)
배천댁 : 아씨, 아직 기동을 하시면 아니되시옵니다..
난정 : (노려보며) 비켜서거라! (간신히 몸을 일으켜 방문밖으로 나간다)
S#31. 동 윤원형 안채 방 안
김씨, 유모가 아기에게 젖을 물리고 있는 모습을 보고있다.
유모, 아기 입에서 젖을 떼고 옷을 추스린다. (*탄실, 한쪽에 앉아있다)
김씨 : 애썼네. 아기를 주게.
유모(*) : 예..(아기를 건네주면)
김씨 : (아기를 품에 안고 야릇한 감동으로 내려다보는데)..!
난정 : (방문을 벌컥 열고 들어선다)
김씨 : (난정을 보며) 아,아니..자네, 어찌 기동을 하였는가?
난정 : (김씨를 노려보며) 아우님, 내 아기를 어찌 빼앗으려는게요?!
김씨 : 뭐라?! 빼앗다니?! 자네가 누워있는 동안 유모에게 젖을 물린걸세.
난정 : 이 애의 어미는 나요! 누구도 감히 젖을 물리지 못하오!
(김씨에게 빼앗아들 듯 아기를 앞가슴에 안아들고) 아가! 이 어미가 젖을 주마!
김씨 : ..방금 젖을 먹어 배가 부를걸세..
난정, 아랑곳 않고 젖을 물리려는데 아기, 울어댄다.
난정 : (당황) 아가, 왜그러는게냐? 어디가 불편한게냐?
아기 : (계속 울어대는)..
난정 : 아가! 아가! (김씨를 휙-노려보며) 대체 내 아기한테 무슨 짓거리를 한게요?
김씨 : 찬바람을 쏘이고 온 자네의 찬기운에 아기가 놀란게지...이리주게. (아기를 난정에게 건네 받고 품에 안아주면)..
아기 : (울음을 뚝 그치는)..
난정 : (충격)...!
김씨 : (난정을 보며) 당분간 내 이 애를 잘 돌보아줄터이니 자넨 아무 걱정 말고 몸조리에 힘을 쓰도록 하게!
난정 : (씩씩대며 김씨와 아기를 노려보다가 방밖으로 나가버린다)
김씨 : (난정을 보다가 품에 안은 아기를 사랑스럽게 본다)..
S#32. 장대인 사랑채 방 안
장대인과 백치수, 마주 앉아있다.
장대인 : 뭐요? 사헌부에서 김안로를 잡아간 배후에 난정이가 있다고 했소?
백치수 : 어젯밤 내 눈으로 똑똑히 보았네. 난정이 그애 짓이 틀림없네!
장대인 : 그럴 리가 없소? 내 분명 난정이가 출산을 하였다고 들었소이다!
백치수 : 그러니 독한 계집이지! 아마 출산보다 더한 몸뚱이를 이끌고라도 일을 성사시켰을걸세!
장대인(E) : 허어, 참으로 무서운 계집이로구먼!
백치수 : 어찌되었건 내 약조를 지켰으니 이번엔 자네가 약조를 지킬 차례일세.
장대인 : (끄덕이며) 알았소..거래는 거래니까. 내 남소문객주를 돌려주겠소.
백치수 : (씩 웃으며) 허면 내 기다리고 있겠네. (일어서서 방밖으로 나가려다가 돌아보며) 헌데 남소문객주를 내게 돌려주면
능금이는 어찌 되는겐가?
장대인 : ...?!
백치수 : 하긴 그거야 내 알바 아니겠지만..하하하. (방밖으로 나간다)
장대인 : ..능금이..능금이라?
S#33. 편전 방 안
중종 앞에 남곤, 이유청(*), 권균(*), 판서급대신들이 앉아있다. (*박승지, 윗목에 앉아있다)
중종 : 과인은 이번 희락당이 문서를 위조하여 나라의 목장을 절취하려고 한 일에 죄를 물어 희락당을 파직하려 하는데
경들의 뜻은 어떠한가?
남곤 : 전하, 파직만으로는 죄가 가볍사옵니다.
중종 : 죄가 가볍다?
남곤 : 예, 김안로는 평소 왕실의 사돈임을 빙자하여 국가의 호관목장을 절취하였을뿐 아니오라
매관매직을 통해 막대한 뇌물을 받아챙겼다는 소문이옵니다.
중종 : (불편한)..음!
남곤 : 또한 이번일에는 반드시 김안로와 공모한 자들이 있을것이 자명할 것이옵니다.
진상을 철저히 조사하여 김안로와 공모자들을 밝혀내시어 합당한 죄를 물으심이 가할줄로 사료되옵니다.
중종 : 음..! 영의정, 김안로의 일을 철저히 조사하라!
과인은 두 번 다시 조정에 부정과 비리가 난무하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노라!
S#34. 경빈 처소 방 안
경빈과 심정이 마주 앉아있다.
경빈 : 그러실겝니다! 김안로와 공모한 자들까지 철저히 밝혀내실겝니다.
심정 : 예, 마마. 이번에 김안로뿐만 아니라 판부사나 세자를 감싸고 있는 조정의 신료들을 한칼에 베어버릴 수 있을 것이옵니다.
경빈 : 암요, 특히 윤임이를 내버려두어서는 아니될 것입니다!
S#35. 윤임 사랑채 방 안
윤임, 손으로 이마를 짚고 깊은 생각에 잠겨 있다가 얼굴을 든다.
윤임(E) : 내 이대로 앉아있다가는 희락당대감과 함께 수렁속에 빠져들 것이 자명해. 그럴수야 없지! 암, 그럴수 없고 말고!
S#36. 대궐 일각
자순대비, 조상궁을 거느리고 보교를 타고 가는 모습위로.
대전내관(E) : 전하, 대비마마 드시었사옵니다.
S#37. 편전 방 안
자순대비, 앞에 앉은 중종을 보고 말한다.
자순대비 : 주상, 이번 희락당대감의 일을 어찌 처결하실 작정이시오?
중종 : 그자는 임금의 사돈임을 빙자하여 나라의 목장을 도적질하였사옵니다.
소자, 희락당은 물론 이번 일에 연루된 자들의 죄를 엄중히 물어 조정의 기강을 바로 세울 것이옵니다.
자순대비 : 그래요, 그러시어야겠지요..허나 주상, 장차의 일을 생각하여 보시었소?
중종 : 장차의 일은 차후이고 이번일은 엄히 다스리겠사옵니다!
자순대비 : 희락당대감은 조정에서 세자를 감싸주고 있는 사람이요.
이번 일에 연루된 자들도 역시 세자의 측근들임이 자명할게요.
중종 : ...그래서요?!
자순대비 : 이번에 희락당대감과 그 측근들이 조정에서 밀려나가면 세자의 주변에는 누가 있겠소?
중종 : 하오면 어마마마께오서는 그 자들을 용서해 주라는 말씀이시옵니까?!
자순대비 : 죄가 있다면 마땅히 죄를 물어야겠지요. 허나 이 늙은이 생각에 희락당대감이 나랏땅을 절취하였다면
이는 사사로운 영달을 위해서가 아니라 조정에 세자를 보호할 세를 만들기 위한 정치자금으로 쓰고자 했을게요.
중종 : 세자를 바꿔치는 한이 있더라도 이번일은 일벌백계할 것이옵니다!
자순대비 : 세자를 바꿔치다니요? 어찌 그런 막말을 하시는게요? 주상, 장차 세자가 대통을 이었을때를 생각하시어야 합니다.
희락당대감과 그 측근들에게 큰 죄를 물으신다면 이는 반드시 장차 세자에게 이롭지 못할겝니다.
중종 : 이롭지 못하다니요? (굳는) 어마마마, 세자의 장래를 위해 소자가 용렬한 군주로 사초에 기록되고
소자의 치세는 난마처럼 얽히어도 좋다는 말씀이시옵니까?
자순대비 : 주상, 이 어미의 말을 곡해마세요.
중종 : (버럭) 대비마마! 이나라의 군주는 세자가 아니라 소자이옵니다!
자순대비 : (당황) 주,주상..
중종 : 소자는 이나라의 군주로써 군주의 권위에 도전하는 그 누구도 용서치 않을것이옵니다!
소자의 핏줄인 세자라 할지라도 말이옵니다!
자순대비 : ..주, 주상, 그, 그 무슨 해괴한 말씀이시오..?!
중종 : 김상궁 게 있느냐?!
김상궁(E) : (방밖에서) 예.
김상궁 : (방문이 열리면 들어서며) 찾아 계시옵니까?
중종 : 대비마마를 대비전으로 뫼시어라!
김상궁 : ..예..
자순대비 : 주상, 지금 이 어미를 내치시려는 겝니까?
중종 : 김상궁, 대비마마를 뫼시라하지 않았느냐?!
김상궁 : (당황하는데)..예..
자순대비 : 주상, 이 어미가 물러가지요. 허나 이 어미의 말을 깊이 헤아려 보세요.
(김상궁의 부축을 받으며 일어나 방밖으로 나간다)
중종 : ...!
S#38. 동 편전 마당
자순대비, 조상궁의 부축을 받으며 편전에서 나와 계단을 내려온다.
자순대비, 보교위에 오른다.
자순대비(E) : ..이 늙은이가 너무 오래산 게야..
자순대비 : 조상궁, 중궁전으로 가자.
조상궁 : 예. (무예청들에게) 중궁전으로 들랍신다.
자순대비가 탄 보교가 교태전쪽으로 간다.
S#39. 중궁전 방 안
윤비, 갓난아기를 품에 안고 자기 연민에 젖은 눈길로 내려다보고 있다.
(*엄상궁과 의혜공주(*2살박이)와 보모상궁, 그리고 유모가 앉아있다)
윤비(E) : ..아가, 네 대군으로 태어났으면 얼마나 좋았을꼬?
네 어찌 공주로 태어나 이 어미의 마음을 이리도 아프게 하는 것이냐? (한숨을 내쉬는데)
오상궁(E) : 중전마마, 대비마마 드시었사옵니다.
윤비 : 어서 뫼시어라.
자순대비 : (방안으로 들어오면)
엄상궁, 의혜공주와 보모상궁, 유모 등이 일어서서 예를 갖춘다.
자순대비 : (의혜공주를 미소로 보며) 오, 우리 옥혜도 와있었구먼.. 어머니가 걱정되어 온게냐?
의혜공주 : ..예.
자순대비 : (윤비 앞에 앉으며) 중전 몸은 좀 어떠하시오?
윤비 : 모두가 대비마마께오서 염려해 주신 덕분이옵니다.
자순대비 : 내 중전과 나눌 말이 있으니 잠시들 물러가거라.
일동 : 예.
윤비, 아기를 유모에게 건네주면 엄상궁, 보모상궁과 의혜공주, 유모와 아기가 조아리고 방밖으로 나간다.
자순대비 : 중전, 이 늙은이가 중전께 긴한 당부를 드리러 왔소이다.
윤비 : 당부라니요, 마마.
자순대비 : 중전께서도 희락당대감이 금부에 하옥된 일을 아실게요..
나랏땅을 절취하였으니 희락당대감이 죄를 피하진 못할게요..
윤비 : ...
자순대비 : 허면 세자의 주변에 누가 있어 조정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막아 줄 수 있겠소?..허니 중전께서 세자를 지켜주시구려.
윤비 : ...!
자순대비 : 중전, 이 늙은이의 당부를 들어주시겠소?
윤비 : 신첩, 세자의 어미이옵니다. 어미가 자식을 지키지 않는다면 누가 지키겠사옵니까?!
신첩, 반드시 세자를 지킬것이옵니다.
자순대비 : (윤비의 손을 쥐며) 고맙소이다..내 중전만 믿으리다!
윤비 : (착잡함이 스치는 얼굴위로)...
경빈(E) : (깔깔대는 웃음소리) 호호호-
S#40. 경빈 처소 방 안
경빈과 김상궁, 마주 앉아있다.
경빈 : 호호호, 이거야 말로 괭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 아닌가?
김상궁 : 예에? 무슨 말씀이온지?
경빈 : 대비마마께오서 희락당대감의 선처를 당부하러 편전에 드시었다가 전하의 진노를 사신 연후에 중궁전에 드시었다면
분명 중전께 세자의 안위를 당부하시었을게 아닌가?
김상궁 : ...
경빈 : 그것이 괭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것이나 진배없다 이 말일세. 호호호-
김상궁 : ...?!
S#41. 금부 옥사 안
김전과 김제학, 옥살안에 앉아있는 김안로와 마주 보고 있다.
김전 : 안로야, 네 어쩌자고 나랏땅에 함부로 손을 댄것이냐?
김안로 : 숙부님, 이번 일은 저를 찍어내기 위해 판 함정이옵니다.
김제학 : 함정이라니? 대체 누가 함정을 팠단 말이옵니까?
김안로 : 그건 나중에 밝혀질 것이옵니다..우선 시생이 옥사밖으로 나가야하옵니다.
김전 : (한숨)..사헌부에서 확증을 밝혔거늘 무슨 재주로 너를 방면시킨단 말이냐?
김안로 : 저를 구명하여주실 분은 오직 세자저하 한분 뿐이시옵니다.
김전 : 세자저하?
김안로 : 예..동궁전에 드시어 이사람의 억울함을 아뢰어주시옵소서.
김제학 : 염려마시옵소서. 판부사대감께오서 동궁전에 드시었사옵니다.
김안로 : 판부사대감께오서요?
S#42. 동궁전 방 안
세자와 윤임, 마주 앉아있다.
세자 : (놀라보는) 외숙부께오선 희락당대감의 방면을 청하러 오신겝니까?
윤임 : 방면이라니 당치도 않사옵니다! 죄가 있다면 마땅히 죄를 물어야지요! 더구나 희락당대감이 전하의 사돈임을 내세워
나랏땅을 절취하려 했다면 이는 전하의 권위를 실추시킨 막중한 죄이옵니다! 엄하게 다스려야 할 것이라 생각하옵니다.
세자 : 허면 외숙부께오선 어인 연유로 동궁전에 발걸음을 하신겝니까?
윤임 : 신은 세자저하가 걱정이 되어 들었사옵니다. 희락당대감은 저하의 친누이이신 효혜공주의 시아버지가 아니옵니까?
세자 : 그래요..내 누이 생각을 하면 가슴이 아픕니다.
또한 아바마마께오서 이번 일로 심난해 하실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픕니다.
윤임 : ...저하..
세자 : (한숨)..허나 무엇보다 도덕이 땅에 떨어지고 재물로 정치를 하는 이 나라 조정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픕니다.
윤임 : 저하! 신은 희락당대감의 죄에 연루된 바가 없사오니 신이, 신이, 저하를 지켜드릴 것이옵니다!
세자(E) : 나를 지켜주시다니요? 내 어찌 외숙부를 믿을 수 있겠소?
S#43.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복성군과 마주 앉아있다.
경빈 : 복성군, 가례를 올리시고 사가로 나가시오면 유람을 다니도록 하세요. 장차 복성군께오서 다스리실 나라이오니
방방곡곡을 잘 살펴보시라 이 말씀입니다.
복성군 : ...
경빈 : 그동안 이 어미가 복성군이 용상에 앉으시는데 걸림돌이 되는 자들을 모두 치워버릴 것입니다. 아시겠습니까?
복성군(E) : 어마마마, 제가 어찌 어마마마의 말을 믿을 수 있겠사옵니까?
경빈 : (의아하게보며) 복성군, 어찌 아무 말씀이 없이 이 어미를 빤히 쳐다보시는게요?
복성군 : ...어마마마, 소자는 머릿속이 혼란스럽사옵니다.
경빈 : 복성군, 그 무슨 말씀이시오?
복성군 : 소자가 꼭 용상에 앉아야 하는 것이옵니까?
경빈 : 뭬요?!
복성군 : 근자에 조정의 혼란을 목도하오니 군주의 자리가 편치만은 않은 자리란 생각이 드옵니다.
차라리 이름없는 종친으로 살아가는 것이..
경빈 : 복성군! 네 어찌?! (노려보며 뺨을 치려는 듯 손을 휙-쳐드는데)
복성군 : (눈물을 글썽거리며 보는)..
경빈 : (눌러 참듯 손을 내려놓으며)..복성군, 그 크시었던 호연지기는 다 어디로 간겝니까?!
이제껏 이 어미가 쌓아 올린 공든 탑을 무너뜨리실 작정이십니까?!
복성군 : 어머니..
경빈 : 정녕 이 어미가 늙고 병들어 궁을 나간 연후에 정업원에 들어가 머리를 깍고 비구니가 되는 꼴을 보시고 싶으신겝니까?!
복성군이 대통을 이으시어야 이 어미도 종묘에 들어가 왕실의 제삿밥을 먹을 수가 있는겝니다!
복성군 : ...
경빈 : 허니 약한 마음일랑은 당장 버리세요! 그리고 이 어미의 말을 믿으세요.
복성군 : 예..
경빈 : 이만 물러가세요!
복성군 : (조아리고 일어나 방밖으로 나간다)
경빈(E) : (못마땅하게 보다가)..복성군을 이리두었다간 아니됨이야..!
S#44. 대궐 일각
김전과 김제학, 걸어오는데 대사헌 이항, 맞은편에서 사헌부 관헌둘을 거느리고 온다.
이항 : (김전쪽으로 오며) 나헌대감!
김전 : (보며) 대사헌영감..
이항 : 마침 두분을 찾아뵐 참이었는데 잘 되었사옵니다.
김전 : 무슨 일로?
이항 : 희락당대감의 일로 조사할 것이 있어 두분을 사헌부로 뫼시어야겠사옵니다. 도와주시겠지요?
김전,김제학 : (서로를 보다가)...
김전 : (한숨내쉬며)..그래요. 사헌부 일이니 도와드려야지요.. 가십시다.
김전과 김제학, 이항과 사헌부 관헌들을 따라 어디론가 간다.
윤임, 한곳에서 얼굴을 드러내며 그 모습을 충격으로 본다.
윤임(E) : 허어 잘못되었다가는 희락당대감을 잡으려고 던진 그물에 나까지 잡힐 수 있음이야!
(몸을 돌려 어디론가 급하게 간다)
S#45. 남곤 사랑채 방 안
남곤과 심정, 마주 앉아있다.
남곤 : 하하, 우리가 할 일을 사헌부에서 착착 해주고 있으니 이거야 말로 손 안대고 코푸는 격 아니겠소이까?
심정 : 예, 대사헌 이항을 우리쪽에 끌어들일 수 있다면 앞으로 조정일은 만사형통이 될것이옵니다.
남곤 : 암요, 그렇고말고요! 하하하.
남곤집사(E) : (방밖에서) 대감마님, 윤승후관과 박정언 들었사옵니다.
남곤 : (의외라는 듯이) 으응?!
S#46. 동 남곤 사랑채 마당
남곤집사 옆에 윤원로와 박희량이 서있다.
남곤(E) : (방안에서) 들라하게.
남곤집사 : 예. (윤원로, 박희량에게) 드시지요.
윤원로와 박희량, 방쪽으로 들어간다.
S#47. 동 남곤 사랑채 방 안
남곤, 앞에 앉은 윤원로를 보고 말한다.
남곤 : 허면 자네가 가문과 절연을 하겠다는 말인가?
윤원로 : 예, 영상대감께오서 시생에게 벼슬 한자리를 주시오면 절연하겠사옵니다!
남곤,심정 : (서로의 얼굴을 보며 눈짓을 주고 받는데)...
심정 : (윤원로를 보며) 중전마마께 불벼락을 맞을수도 있음인데 괜찮겠는가?
윤원로 : 시생, 중전마마께오서 대군아기씨를 생산하실때까지 또 몇해를 기다리느니 경빈마마께 충성을 다하겠사옵니다.
박희량 : 승후관의 결심이 참으로 굳건하시었사옵니다.
남곤 : 좋네! 내 자네에게 사헌부 지평자리를 주지!
윤원로 : 고맙사옵니다! 시생, 죽는날까지 대감의 크신 은덕을 잊지 않겠사옵니다.
남곤(E) : (끄덕이는 얼굴위로) 미욱한 자라도 쓸모가 있을게야!
윤원로(E) : (웃는 얼굴위로) 내 출사를 한 연후엔 네놈들의 모가지를 틀어 쥘것이다! 이놈들..흐흐흐.
S#48. 윤원형 초당 방 안
난정, 이마를 괸채 깊은 생각에 빠져있다. (*난정 앞에 미역국과 밥이 놓인 소반이 놓여있다)
난정(E) : 내 아들을 낳고 김안로를 찍어내었다고 해서 대체 뭐가 달라졌단 말인가?
(옥패를 꺼내들고 보며) ..내 정녕 내 핏줄에게 이 옥패 대신 양반의 신분을 찾아줄 수 있을까?
...아니야! 이리 약한 맘을 먹어서는 아니돼! 내 얼른 기운을 차려야 약한 마음이 사라질게야!
(문득 소반위에 놓인 밥과 국을 본다)
난정, 소반위에 놓인 밥을 미역국에 말아서 국밥을 푹푹 떠먹는다.
난정 : (문득) 어찌 서방님께오선 어찌 얼굴 한번 비추시지 않는단 말인가?!.
S#49. 어느 주막 마당 (윤원형이 있는)
갖바치와 방백인, 쇠가죽지게를 들고 마당으로 들어선다.
방백인 : 어, 칩다! 주모, 여기 탁배기 한사발하고 국밥 두그릇 말아줘! (둘러보며) 젠장 어딜 갔나?
갖바치 : ...
윤원형 : (방에서 비틀걸음으로 나오며) 주모는 안주거리를 사러갔소이다.
아,아니? 이게 뉘시오? 갖바치선생! 오, 방술객도 함께시구먼!
방백인 : (보고 놀라) 승후관나으리! 난정이가 출산을 했을것이온데 어찌 주막방에서 나오시는 것이옵니까?
윤원형 : (손사래를 치며) 내 난정이한텐 아주 정나미가 떨어졌소이다.
방백인 : 예에?
갖바치 : ...
S#50. 동 주막 방 안 (*야외)
윤원형과 갖바치, 방백인, 탁배기잔을 기울이고 있다.
윤원형 : 내 못나서 총명한 첩실이 시키는대로 꼭두각시 놀음하는 것은 좋다 이거요!
헌데 어찌 탯줄도 덜떨어진 핏덩이를 내던져둔채 사라질수가 있단 말이요?
방백인 : 난정이한테 급한 사정이라도 있었나보지요?
윤원형 : 예끼, 이사람아! 짐생도 갓낳은 새끼를 버려두는 짓거리는 하지 않네! 아니 그렇소, 갖바치선생?
갖바치 : (마시는)..
윤원형 : 내 요즘 곰곰이 생각해보니 난정이가 내 첩실이 된 것이 나를 사내로서 생각하기보다는
혹시 뱃속에 다른 생각이 들어 찬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어 기분이 아주 묘하다 이 말씸이외다! (벌컥벌컥 마신다)
갖바치 : ..음!
S#51. 갖바치 마당
당골네, 아궁이에 땔 잔솔가지를 부러뜨리고 있다.
당골네 : (방쪽에 들으라는 듯) 아이구, 힘들어! 어찌된게 이놈의 일은 해도 해도 끝이없나?
평생, 일만하다가 죽으라는 팔자인지?!
임백령 : (갓과 도포를 입은채 방안에서 나오는)
당골네 : (반갑게) 아유, 임선비께오서 쇤네를 도와주러 나오신겝니까요? 아니 그러시어도 되는데..?
임백령 : 그게 아니라 내 잠시 장통교에 좀 다녀오겠소. (대문쪽으로 나간다)
당골네 : 그럼 그렇지! 그저 사내들이란 다 똑같다니까! (신경질적으로 잔솔가지를 부러뜨린다)
S#52. 옥매향 기방 대문 앞 길
심퉁, 초췌한 몰골로 대문을 쾅-쾅-두들긴다.
심퉁 : 아씨! 매향아씨!
모린 : (대문을 빼꼼 열고 내다보는데)
심퉁 : (대문을 확-열어젖히고 대문안으로 들어간다)
모린 : (놀라 그 뒤를 따라들어간다)
S#53. 동 옥매향 기방 안채 마당
심퉁 : (중문 안으로 들어서며) 매향아씨-어디 계셔유-
옥매향 : (안채방쪽에서 나오며) 아니, 심퉁이 아네네?
심퉁 : (울음터지는) 아씨-
옥매향 : (버선발로 뛰어 내려와) 심퉁아-
심퉁 : (옥매향의 품에 안겨 울음을 터뜨리는) 아씨-흐흑-
모린 : (그 모습을 보며)..?
옥매향 : (떼어내고 보며) 심퉁아, 오마닌? 오마닌 어디 계신거이네?
심퉁 : ..마님께오선..행방불명되시었시유..
옥매향 : (충격) 뭐이 어드래 행방불명?! 심퉁아, 고거이 무슨말이네?! 똑똑히 말해보라우!
심퉁 : 흐흑..문경새재를 넘다가 화적떼를 만나..간신히 도망쳤는데
..나중에 정신을 차려보니 마님께오서.. 온데간데 사라지셨시유...흐흑..
옥매향 : (스르르 혼절을 하여 쓰러진다)...
심퉁 : 아씨! 아씨!
모린 : (매향쪽으로 달려가 부축하는데)
임백령 : (중문쪽으로 들어오다가 쓰러진 매향을 보고 놀라 달려오며) 매향이! 이게 어찌된 일이오? 매향이! 매향이!
옥매향 : (혼절한 얼굴에서)...
S#54. 윤임 사랑채 방 안
윤임, 관복을 입은채 생각에 빠져있는 얼굴위로.
윤임(E) : 아무래도 이번 일은 경빈이 꾸민 짓거리임이 분명한데 이 일을 어찌한다?
윤임처(E) : (방밖에서) 대감, 소첩이옵니다.
윤임(E) : (듣지 못하고 생각중인)..
윤임처 : (방안으로 들어오며) 대감, 어찌 관복도 갈아입지 않으시고 시름에 빠져 계시옵니까?
윤임 : (그제서야 보며) 부인, 잘못되었다가는 이번 희락당대감 일이 나까지 장기튀김되게 생겼소이다!
윤임처 : 예에?
윤임 : 부인께서 나를 도와주셔야겠소이다.
윤임처 : ...?
S#55. 금부 옥사 안
김안로, 뭔가를 생각하고 있는 얼굴위로.
김안로(E) : 판부사대감께오서 어찌 아무런 기별이 없으신단 말인가? 어찌?!
S#56. 경빈 처소 마당
금이, 마루에 앉아 조각햇살을 쪼이고 있는데
윤임처, 손에 비단보에 싸인 패물함을 들고 일각문 안으로 들어온다.
윤임처 : (헛기침) 음,음!
금이 : (쪼르르 내려가 의아하게 보며) 뉘시온지요?
윤임처 : 난 판부사댁 정부인일세.
금이 : (놀라) 예에? 판부사댁 정부인이요?!
윤임처 : 경빈마마를 뵈오러 왔으니 고하여주게.
금이 : 예, 그리합지요. (잽싸게 처소 안쪽으로 들어간다)
윤임처 : (비장한)...!
S#57. 동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앞에 앉은 윤임처의 얼굴을 빤히 본다.
윤임처, 경빈의 시선이 불편한 듯 얕은 헛기침을 한다.
경빈 : (대놓고 하대) 판부사댁 정부인이 나를 어찌 찾아오시었는가?
윤임처(E) : (인상이 굳는) 아니, 이자가 어디다대고 하대를 하는겐가?!
경빈 : 내명부 일품명부가 외명부 이품명부인 정부인에게 하대를 하였기로서니 심기가 상하지는 않겠지?
윤임처 : (굳은 표정에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예. 마마.
경빈 : 허면 찾아온 까닭을 말해보게.
윤임처 : 소첩은 판부사대감의 심부름을 왔사옵니다.
경빈 : 판부사대감의 심부름이라? 무슨?
윤임처 : 예..대감께오서 이것을 전해드리라 하였사옵니다. (패물함을 바친다)
경빈 : (패물함을 힐끗보며) 허, 세자 저하의 외숙부이신 판부사대감께오서 이사람에게 뇌물을 쓰시겠다는겐가?..
윤임처 : (당황하여)...?!
경빈 : 판부사대감께오서 다른 말씀이나 서찰은 아니계시었는가?
윤임처 : 예..물건만 전해드리고 오라고 하시었사옵니다.
경빈 : 하긴 판부사께오서 내게 뇌물을 쓰시었다는 증거를 남기실리가 없지. 알았으니 물러가게!
윤임처 : 예, 마마.. (일어서는데)
경빈 : 정부인! 다음부터 뇌물을 쓰시려거든 판부사대감께오서 몸소 찾아오시라 전하게! 내 말뜻 알겠는가?
윤임처 : (모욕감에)...?!
경빈 : 내 알았느냐고 묻지 않는가?!
윤임처 : 예, 마마, 그리 전하겠사옵니다. (방밖으로 나간다)
경빈 : (패물함을 보며) 흥, 혼자만 살아남겠다?! (픽 웃으며) 그리는 아니될 것이다! 암, 아니되고 말고!
S#58. 대궐 일각 (밤)
중종의 옥교가 대전내관과 김상궁을 거느리고 어디론가 가고 있다.
오상궁, 한편에서 중종의 옥교를 보고 섰다가 총총히 어디론가 간다.
S#59. 중궁전 방 안 (밤)
윤비, 앞에 앉은 오상궁을 보며 말한다.
윤비 : 뭐라? 전하께오서 경빈처소로 납시었단 말씀이냐?
오상궁 : 예. 마마.
윤비 : (섭섭하고 야속한)...!
엄상궁 : 주상전하께오서 참으로 야속하시옵니다. 중전마마께오서 천신만고를 겪으시고 공주아기씨를 생산하시었는데
어찌 중궁전에는 아니 납시옵고, 경빈처소로 발걸음을 하시는 것인지...
윤비 : 엄상궁, 전하를 탓하지 말게! 아들을 낳지 못한 아녀자가 입이 있은들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엄상궁 : (침통한)..
오상궁 : ...
S#60. 경빈 처소 방 안 (밤)
중종, 방안으로 들어온다.
경빈, 방문앞에 다소곳하게 서서 중종을 맞이한다.
경빈 : (조아리며) 전하, 어서 납시옵소서.
중종 : (보료쪽으로 다가와 앉으며) 과인이 오늘밤도 잠이 올 것 같지가 않아 경빈과 술이나 한 잔 나누려고 들었소.
경빈 : (중종앞에 앉으며) 신첩이 주안상을 내오는 동안 어깨를 쳐드리겠사옵니다.
중종 : 그러시구려.
경빈 : (중종의 등뒤로 가서 어깨를 주무른다)
중종 : (시원한 듯 눈을 감는)..
경빈 : 전하, 시원하시옵니까?
중종 : 그래요, 경빈의 손이 약손이구려..과인의 곤함이 풀리는 듯 싶구려.
경빈 : (쌩끗 미소)..
중종 : (문득 눈을 뜨고 연상위에 있는 비단보에 싸인 패물함을 보고) 헌데 이것은 무엇이오?
경빈 : 신첩도 무엇인지 모르겠사옵니다.
중종 : 모르다니? 그 무슨 말이오?
경빈 : 실은 낮에 판부사대감댁 정부인께오서 신첩에게 전하고 간 것이옵니다.
중종 : 뭣이라?! 판부사대감 정부인이요?
경빈 : 예, 신첩이 경황이 없어 받기는 받았사오나, 받아서는 아니될 물건 같아서 펼쳐보지도 않고 놓아두었사옵니다.
내일중으로 사람을 시켜 돌려보낼 것이옵니다.
중종 : (굳은 표정)..
경빈 : 신첩, 다른곳에 치워두겠사옵니다.
중종 : 아니오! 놔두시구려!
경빈 : 예에?
중종, 굳은 표정으로 패물함을 비단보를 끄른다.
중종, 패물함두껑을 열면 번쩍거리는 패물과 보화가 가득 들었다.
중종 : (일그러지는) 이런 죽일 놈!
경빈 : (쌩끗 스치는 미소)...
S#61. 편전 외경 (낮)
중종(E) : 승지는 어명을 받들라!
박승지(E) : 예, 전하.
S#62. 동 편전 방 안
중종, 앞에 남곤, 이유청(*), 권균(*)등 삼정승과 판서급대신들이 앉아있다.
박승지, 윗목에 서있다.
중종 : 문서를 위조하여 나랏땅을 절취한 죄인 김안로를 파직하고 고신을 진탈한 연후에 풍덕에 안치시키도록 하라!
박승지 : 예! 분부대로 봉행하겠나이다.
중종 : 또한 판돈녕부사 윤임을 경원부사로 제수할 것이니 즉시 도성을 떠나라 명하라!
박승지 : 예, 전하! 분부대로 봉행하겠나이다!
남곤과일동 : (승리의 미소가 스치는)...
S#63. 윤임 사랑채 방 안
윤임, 연상을 주먹으로 쾅-내려친다.
윤임 : 이럴수가?! 이럴수가?! 내 손으로 내 무덤을 파다니?!
S#64. 의금부 대문 앞
금부도사, 말을 탄채 앞장서고 김안로, 봉두난발에 맨발로 금부도사의 뒤를 따라 걷는다.
금부군사들이 김안로 주변을 둘러싼채 호송한다.
행인들, 모여서 술렁거리며 구경한다.
해설(NA) : 희락당, 김안로.. 중종 10년 장경왕후가 승하한 뒤, 폐비신씨의 복위를 둘러싸고 사림과 공신파가
첨예하게 대립하였을 때 양시론을 주장하여 중종의 신임을 얻은 연후에 승승장구하며 승차를 거듭하였고,
세자의 친누이였던 효혜공주의 시아버지로 중종의 막대한 신임을 뒷배경으로 하여 권세를 누리던 세자파의
대표적 인물이었던 김안로가 초라한 몰골로 귀양을 떠나고 있었다.
김안로(*이마에 피딱지), 어딘가를 돌아보는 절치부심하는 얼굴위로.
김안로(E) : 두고 보아라! 내 언젠가 도성에 돌아오는 날, 나를 찍어낸 네놈들의 목을 모조리 쳐낼 것이다!
김안로, 묵묵하게 금부도사의 뒤를 따른다.
길상, 난정을 부축하여 행인들 틈을 빠져나와 귀양행렬을 본다.
난정, 김안로를 보는 얼굴위로 미소가 떠오른다.
어느 순간 김안로와 난정의 시선이 부딪친다.
김안로 : (쏘아보며) 내 네년 몸뚱이부터 갈갈이 찢어놓을 것이야!
난정, 김안로를 무섭게 노려보는 표정위로 싸늘한 미소가 스치는 얼굴에서 스톱모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