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댓글로 쓰다가 길어져서 댓글을 정리해 아예 답글로 올립니다.
일단 grace님이 올려주신 글은 현 상황을 매우 정확하게 잘 포착하고 있는 글입니다.
미국의 양적완화는 사실상 부실 금융기관을 살리고 민간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미국의 재정적자를 뒷받침하기 위한 전략이었습니다. 2008년 경제 위기가 터지자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 감소로 인해 미국 내 자본 유입이 급격하게 감소했습니다. (미국은 아이러니 하게도 무역수지 적자가 늘어나야 도움이 되는 구조입니다.) 갑작스런 경제 위기로 경상수지 적자와 재정 적자의 간극이 1조 달러에 이를 정도로 극심하게 벌어지자 미국은 재정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양적완화를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지요.
문제는 양적완화 과정에서 FED에 자신들의 부채를 매각한 금융기관들은 그 돈으로 미 채권시장과 주식시장에 투자를 하며 거품을 만들었고 그간 이러한 과정을 통해 마치 미경제가 회복되는 듯한 착각을 일으켰던 것입니다. 문제는 미정부가 아무리 돈을 쏟아 부어도 축소하는 민간 부분의 부채를 되돌릴 수 없었고 오히려 본원통화의 급증으로 인한 정부의 통화 통제력만 약화시켰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미국 입장에서는 양적완화를 계속 진행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출구전략을 실시할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양적완화를 계속할 경우 양적완화의 편익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반면 금융시장 및 원자재 시장의 외곡을 더욱 심하게 만들 것이고, 만약 출구전략을 실시할 경우 실질적으로 민간 부분에서 회복된 부분이 없기 때문에 극심한 미국의 경제 침체를 일으키며 채권 투매가 발생하여 달러를 붕괴시키고 그간 양적완화로 만들어 온 허상의 글로벌 경제회복 결과마져 붕괴시키며 사상 최악의 대공황 상황을 만들어 낼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어쨌든 지속적인 글로벌 양적완화는 붕괴의 트리거를 시장에 맡기는 행위이고 미국의 주도적 출구전략은 미국 스스로 트리거를 당기는 상황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 글로벌 경제 붕괴에 대한 책임을 미국이 지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다른 방식, 다른 국가의 경제적 실패나 전쟁, 재난 등의 미국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어 보이는 방식을 이용하여 자연스럽게 트리거가 작동되어 도미노 현상이 일어나게 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생각합니다. 최소한 제가 버냉키라면 경제 재난의 진원지가 미국이 되는 것은 절대로 원치 않을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경제 붕괴의 트리거는 오히려 아시아 금융시장이나 중동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첨언하면 버냉키 또한 정확히 미래를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글로벌 경제 상황이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 입으로 다른 이야기(양적완화 지속, 출구전략)를 하면서 시장의 반응을 살피는 것입니다. 지난 4월 대대적인 금시장 조작 또한 주식부양과 달러 강세를 위한 전략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실제 시장에서 달러의 강도를 판단하기 위한 매우 중요한 의도도 있었던 것입니다. 그 결과는 오히려 금은 시장 디폴트 우려의 상승이었고 이는 버냉키 관점에서 상황이 매우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보이지 않는 실물 시장의 수요가 엄청나게 크다는 것을 의미하니까요. 즉, 지금은 달러에 찰싹 붙어있지만 기회만 된다면 언제든 달러에서 탈출할 돈들이 상당히 많다는 반증으로 생각보다 현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는 세력과 자금들의 규모가 크다는 의미입니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주식 시장에 치명적일 수도 있는 출구 전략 얘기를 직, 간접적으로 꺼내면서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탈달러, 친실물 세력들에게 겁을 주고자 하는 것이지요.
예전에 제가 글로도 썼지만 양적완화를 통해 실제로 경제 회복을 이룬 것이 아니기 때문에 '출구전략'이라는 말 자체는 사실 아예 잘못된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에 끊임없이 당근과 채찍을 반복하며 간을 보고 동시에 시간을 벌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결과만 놓고 보자면 양적완화를 지속하거나 반대로 양적완화를 축소하거나 중지해도 최종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착각하는 부분인데 버냉키의 선택에 따라 우리 미래가 바뀌는 게 아닙니다. 어차피 경제 붕괴나 극심한 불경기는 피할 수 없습니다. 문제는 일시적 붕괴냐 아니면 상당기간 진행되는 극심한 불경기냐, 혹은 매를 빨리 맞느냐 아니면 좀 천천히 맞느냐의 문제일 뿐입니다. 물론 앞으로 다가올 대공황이 표면상 하이퍼의 형태를 띠느냐 아니면 디플레이션의 형태를 띠느냐의 차이도 있겠지요. 하지만 과거와 달리 디플레이션 대공황이 발생해도 달러를 포함 신용화폐 시스템 자체가 큰 위기를 겪게 될 것입니다. (이 부분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제가 얼마전 도시 형성과 그 과정에서 이루어진 화폐의 광물화 이야기까지 꺼낸 것입니다.)
물론 단기로 주식이나 실물 투자를 하는 분들은 버냉키의 한 마디 한 마디로 천국과 지옥을 오가겠지만 미래의 불학실성에 대비하는 프레퍼의 관점에서는 피할 수 없는 것은 결코 피할 수 없다는 전제에서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생존준비라고 봅니다.
첫댓글 저도 비빔밥님과 비슷한 생갹을 했는데, 이렇게 명확하게 표현을 해주시니 더욱 이해가 잘 가네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생존준비라는 말씀 명심하겠습니다.
좋은 글 써 주셔서 고맙습니다. ^^
다스림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즐거운 한 주 보내세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앗! 감사합니다만 제 나이에 존경은 아직 무립니다..^^
grace님 덕분에 글을 쓰게 되었네요..좋은 글 소개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즐거운 한 주 보내세요!!
해박한 지식으로 깊이가 있는 설명 감사드립니다.
큰 도움이 됩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노는날님도 즐거운 한 주 보내세요~~
미국이 2007년 1차 금융위기때 원인으로 전세계의 지탄을 받았으니 이번엔 싹 빠지겠죠 물론 그뒤에선 무한한 공작을 하겠고 앞으로 어떤식으로 위기가 찾아올지 보이지 않네요 1차때와는 좀 다른 방식인건 분명하겠죠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차피 돌리고 돌리는 폭탄, 어디서 터지느냐가 중요하겠죠?!
감사합니다. 평안한 밤되세요
우석님 반갑습니다!! 즐거운 한 주 보내세요~~
이제 좀 정리 된 것 같습니다. 잘 봤습니다.
도움이 되셨다니 다행이네요!! caesar님도 즐거운 한 주 보내세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생각은 더 복잡해 지네요.
확실한 것은 위기가 멀지 않다는 점인데 어떤 모양으로 올 지가 관건이겠네요.
사기꾼은 모든 카드를 다 쓰고 나서야 배째라
하며 뻔뻔하게 나오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