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내 방에서 영화 보겠다 졸라대는
레오를 달래고자 평소보다 30분 일찍 어린이집에
도착하여 보니 담임인 이보은선생이 깜짝~ 반갑게 맞이했다.
아무런 이유 없이 코피가 나는 아이를 보고 무척 당황해서
사뭇 염려가 되던 차에 보호자가 일찍 방문해준 것이 다행스레
여겨져 안도했던가보다.
코 막은 휴지를 꺼내고 아이를 보니 별 이상이 없어 보였는데
콧물인줄 알고 옷소매로 닦아서 티셔츠에 피가 묻어 있었다.
천연스레 장난을 치며 아파트에 도착하자 왜 집으로 올라가느냐며
아이가 다소 실망한 표정을 짓기에 옷과 신발을 갈아신고 가야겠다
살명하니 "아~ 비가 그쳤지!"라는듯 금방 밝아진 낯으로 올라가더니
신속하게 옷을 갈아 입고 할머니에게 인사를 한 다음 차에 올랐다.
차 안의 시계와 온도계를 켜고 시간과 기온 보는 법을 알려주며 보니
서서히 기온이 내려가서 16시 11분 현재 8.5℃를 가리키고 있었는데
아마도 18시가 지나 귀가할 시각이 되면 기온이 뚝~ 떨어질 듯하였다.
참으로 오랜만에 두 시간 가까이 궁금했던 영화들을 둘러보면서 과자에
이어 '안매운 라면'을 달래기에 스프를 넣지 않고 끓인 라면을 접시에
담아주었더니 시장했던지 맹맹한 라면을 반 봉지 이상 먹어치웠다.
정각 여섯 시에 미련을 접고 컴퓨터를 끄는데 동의하는 아이가 오늘따라
무척 대견스럽고 커 보였는데, 내내 경쾌한 태도로 종알거리며 귀가했다.
이후 나는 아침에 장화바람이라 하지 못한 관절운동(골프 스윙)을 한 다음
다이소에 가 스킨과 로션등을 사들고 발안도서관으로 직행하였는데 기온이
뚝뚝 떨어져 제법 두툼한 차림임에도 한기가 느껴졌고 추위 탓인지 진입로의
주변에도 이면주차한 차량이 훨씬 적었다.
점차로 독서의 관심영역이 넓어져서 새와 곤충도감을 포함한 네 권의 책을
선별하였지만 인문학에 관련된 서적과 릴케의 시집이 보이지 않아서 다소
아쉬웠다.
돌아오는 길에서의 기온은 4℃였는데 느긋하게 살펴보니 자동차 조수대쪽의
전조등과 안개등이 켜지지 않았다. 에전부터 그 쪽에 습기가 자주 차서 커버를
갈았음에도 여전히 비만 내리면 안쪽에 물기가 가득 차곤 한다.
차 안에도 습기가 많이 차 있기에 현관 앞으로 주차하면서 윈도우에 커버를
씌워두었지만 내일 아침에 성애를 긁을 일이 줄어들지는 모르겠다.
발 다친 할매가 엘리베이터 있고 병원 가까운 딸네 집에 있으므로 아침에 늦게
출발하고 오후엔 일찍 귀가해도 되어서 내겐 오히려 편하게 되었는데, 다행히
오늘 병원에 가 본 결과 差度(나아가는 상태)가 좋대서 안심이 된다.
다치기 전에도 괜시리 아침저녁으로 오갈 것 없이 딸네 집에서 자주 지냈으면
나도 편하고 다칠 일도 없지 않았겠는가 싶으니 만큼 차후 완치가 된 이후에도
예전마냥 자주 오갈 것 없이 딸네에서 편하게 지내도록 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