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용서
한우를 많이 키우던 어떤 사람이 축산 농사가 잘 안되어 쫄딱 망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빚을 안게 된 그는 죽을까 결심도 하였지만 그것마저도 여의치가 않았습니다. 그는 가족들이 더 많은 피해를 당할까봐 모든 것을 버리고 아무도 연락이 되지 않는 곳으로 멀리 도망쳐 버렸습니다.
처음에는 막노동판에 나가 일을 하며 그런대로 살 수 있었지만 점점 더 힘들어지는 일로 인해 결국에는 노숙자 신세가 되었습니다. 낮에는 구걸을 일삼으며 밤에는 산에 올라 잠을 자는 그러한 생활을 무려 20년 동안이나 하였습니다.
노숙자 생활이란 여름에는 그런대로 견딜 수 있지만 겨울에는 엄청난 고통을 감내해야만 했습니다. 얄팍한 이불과 비닐 한 장을 덮고 혹한 속 추위를 견디는 밤이란 너무도 고통스러운 나날이었습니다.
살을 애는 추위가 닥친 어느 겨울날 구걸도 제대로 못해 5일을 굶었습니다.
그때 그는 무작정 걷고 걸어서 도착한 곳이 강원도 횡성이었습니다. 그곳의 한 마을을 지나다가 소를 키우는 축사가 보였습니다. 그는 옛날 생각이 불현듯 나서 축사쪽으로 걸어가자 축사에서 일을 하는 사람이 보였습니다.
거지 행색이지만 용기를 내어 그 사람에게 먹을 것과 겨울을 지내게 해 달라고 통 사정을 하였습니다. 물끄러미 쳐다보던 주인은 따뜻한 밥을 내어주면서 지낼 곳도 마련해 주었습니다.
그는 예전의 기억을 가다듬어 겨울 동안 소를 정성껏 돌보았습니다.
그가 돌보던 소는 너무나 우량종으로 자랐습니다. 그러자 주인은 더 머물 것을 권유했고 그도 거기서 몇 년을 지냈습니다. 노숙자의 티도 벗어나고 주인은 이 사람의 지나온 시절을 알고 암암리에 가족을 수소문하였습니다. 그리고 송아지 2마리를 주면서 자신의 소유물로 따로 잘 키워보라고 했습니다.
그 송아지들이 무럭무럭 잘 클 무렵인 어느 날 키가 크고 잘 생긴 남자가 찾아왔습니다. 그가 바로 이 남자의 아들이었습니다.
둘은 얼싸안고 한참이나 울었습니다.
아들은 이십여 년간 아버지를 찾아 안 가 본 곳이 없었습니다. 아버지는 비로소 가족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고 한 것이 가족에게는 도리어 엄청난 고통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미국의 지미카터 전 대통령은 어느 모임에서 이런 말을 하였습니다.
“가족이란 특히 부부는 사랑이 30% 용서가 70%”라고 하자 그의 부인이 일어나서 “사랑이 10% 용서가 90%입니다” 라고 했습니다.
가족이나 부부의 관계도 살아오면서 사랑보다는 용서할 때가 훨씬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서로에게 물어보면 이해하고 용서한 경우가 사랑하였을 때보다 비중이 훨씬 많습니다.
2013년 박지성이 소속한 멘유의 퍼거슨 감독이 은퇴를 선언했을 때 그 이유를 이렇게 말했습니다.
"제 아내를 위해 감독직을 그만두려 합니다. 남은 여생을 아내와 함께 지내기 위해서입니다". 그는 아내와 같이 가정생활을 해 보지 않은 지가 수십 년이나 되었습니다. 그는 아내를 위해 수많은 상패와 트로피, 그리고 영광의 휘장을 창고에 넣어두어야 했습니다.
연말연시 수많은 지인에게 문안 인사와 격려 인사를 하지만 정작 자신의 가족에게 감사와 고마운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한 번쯤 돌아보며 이제껏 하지 못한 감사를 이 해가 가기 전에 해보면 어떨까요
가족은 어쩜 나를 가장 많이 기다려주며 용서하며 사랑해준 소중한 사람입니다.
첫댓글 용서하기. 쉽진 않지만...
용서보다는 이해입니다.
이해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견뎌야하고 용서도 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