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명 : 화니갤러리, 도병락전 'Memory-Existence'
유형 : 대전전시회
날짜 : 2025년 10월 21일~11월 4일
관람시간 : 10:00~18:00
장소 : 화니갤러리, 대전 중구 대흥로 71번길 27(대흥동)
문의처 : 화니갤러리, 042)226-3003
작가는 80~90년대 유화작업에서는 집요하게 식물의 생명력을 구현하는 데에 골몰했었다. 이후 잠시 다른 영역을 탐구하였으나 이내 다시 본래의 자리로 돌아오게 되었다. 이는 과거로의 회귀가 아닌 과거를 바탕으로 새로운 영역을 구축하고자 한 것이며,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끊임없이 돌파구를 모색한 것이다.
이와 같은 도약은 인내심을 요구할 만큼 섬세한 작업 방식을 통해 이뤄진다. 하얗고 부서지기 쉬운 우드락 위에 구불구불 식물의 형상을 스케치한다. 1차로 윗면을 일일이 칼로 오려내고 나면, 칼이 만들어낼 수 없는 유려한 곡선들은 2차로 열선 도구를 이용해 모두 파낸다.
우드락은 상처가 나기 쉬운 소재이기 때문에 작업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의도치 않은 흔적들이 남기 마련이다. 이 불규칙적이고 유연성 짙은 상처들은 시간이 그 자리를 훑고 지나갔음을 보여 준다. 이로 인해 오랜 시간의 흔적과 풍화, 얼룩으로 물든 벽지, 찢겨 지고 밀린 상처들 혹은 눅눅한 담벼락 같은 분위기가 연출된다. 적조하고 차분한 이 화면은 금욕적으로 젖어 있다. 또한, 불규칙하게 뻗어 나가는 뿌리의 형상들은 때론 작가의 손에 의해 분리되기도 하고, 결합하기도 한다. 이러한 일련의 활동들은 식물을 성장시키는 세포들의 분열과 증식을 암시하는 듯하다.
지난한 시간 속에서도 결국은 스스로를 키워 나가는 식물의 질긴 생명력이 시간을 배경으로 화면을 부유한다. 이와 같은 여정이 만들어낸 결과물은 성장을 위해 상실된 것들에 덤덤한 회상일지도 모르며, 기억, 추억, 상실과 소멸에 대해 바치는 헌사에 가깝다. 오래되고 낡은 것들에 대한 작가의 취향이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모든 지난간 상처를 치유하는 것은 흐르는 것이며, 그 위에 강인한 생명력이 떠올려진다.
과거 최악의 상황 속에서도 작은 틈을 통해 스멀스멀 기어 나오던 생명의 근원이 획일화를 강요하는 자본주의 앞에서는 어쩐지 모두 메말라버린다. 작가는 자본 시장이 요구하는 사치스러운 표현이 없으면 존재의 가치를 잃어버리는 그 모든 것들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지니고 있다.
우리는 하나의 씨앗에서 여럿의 열매가 맺고 그 알알이 수없이 많은 희망으로 전환되는, 자유와 창의가 피어나는 삶을 추구해야 한다. 강한 생명의 뿌리는 유의미와 무의미의 존재를 모두 포용한 상태에서, 감정적이고 나약한 나의 존재를 인정하는 상태에서 뻗어 나가는 것이다.
문화가 모이는 곳 "대전공연전시" http://www.gongjeo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