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윤희의 자기돌봄 요가 에세이
어깨를 펴기보다 등을 먼저 세워라
통증을 예방하고 당당한 어깨를 갖기 위한 3가지 원칙
강의실에 들어오면서 어깨가 너무 아프다며 울상을 짓는 중년 여성이 있었다. 이 여성이 호소한 주된 통증 부위는 어깨와 등 위쪽을 덮고 있는 상부 승모근이었다. 그녀는 등이 굽고 어깨 관절 움직임이 둔해지면서 목과 등 통증까지 생겨 체형교정을 받았다고 했다. 두 달 전부터 권유받아서 실천하고 있다는 자세교정법은 “날개뼈를 뒤로 모으라”는 것이었다. 쉽게 말해 “어깨를 펴라”는 처방이었다.
그녀는 이 처방대로 매일, 어깨와 가슴을 펴고 생활했지만 상태는 점점 나빠졌다고 한다. 그녀의 어깨와 위쪽 등은 갈수록 한 덩어리가 되어 딱딱하게 굳어져 갔고 심지어 손만 대도 아파서 지압을 받지 못할 정도였다. 왜 이렇게 된 걸까? 우리는 누군가 가슴을 펴라거나 어깨를 펴라고 하면, 어깨를 뒤로 밀고 가슴은 앞으로 내밀게 된다. 본의 아니게 상체 전체를 뻣뻣하게 긴장시키는 이 자세는 편하지도, 자연스럽지도 않다. 얼마가지 않아 자신도 모르게 자세를 풀게 된다.
사람의 몸은 여러 조직과 기관들이 서로 긴밀한 연관성을 갖고 기능하는 복합적인 유기체이다. 특히 어깨는 척추와 양 쪽 날개뼈, 팔뼈 등 상체의 주요 근골격과 연결되어 움직이는 가장 복잡한 관절이다. 이 점을 고려하지 않고 어깨를 펴는 것에만 신경을 쓰면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날개뼈를 뒤로 모으는 것처럼 단순한 방법은 오히려 목과 어깨, 등의 상태를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체형교정, 통증치료 전문가들은 굽은 어깨를 일반적으로 ‘라운드숄더’라고 부르고 치료 대상으로 본다. 라운드숄더란 머리 위에서 어깨를 내려다봤을 때 양쪽 어깨가 몸 앞쪽으로 반원처럼 말려 있는 상태를 말한다. 그러나 우리의 어깨는 구조상 누구나 ‘라운드숄더’ 상태이다. 모든 일상생활이 팔을 앞에 둔 채 이루어짐에 따라 어깨가 옆으로 반듯하거나 뒤로 둥글 리가 없는 까닭이다. 문제는 각도다. 등의 굽은 정도를 보면 라운드숄더가 정상각도에서 얼마나 벗어나 있는지를 알 수 있다.
디지털 기기 앞에 많은 시간 앉아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라운드숄더를 셀프 체크해 보자. 첫째, 어깨와 팔의 힘을 빼고 거울 앞에 선다. 라운드숄더가 심하면 손등이 좌우 바깥쪽을 향해 있지 않고 정면을 향한다. 이런 경우에는 누워서 손을 바닥에 놓을 때도 손등이 위를 보는 상태가 편하게 느껴진다. 두 번째 체크 법은 바닥에 등을 대고 누워 어깨의 뒷부분이 바닥에 붙는지, 뜨는지를 보는 것이다. 어깨가 바닥에서 뜨는 것에 그치지 않고 턱이 천장 쪽을 향해 들려 있다면 적극적인 교정이 필요하다는 신호다.
지나친 라운드숄더 상태를 개선하려면 무엇보다 ‘등 세우기’를 먼저 해야 한다. 몸의 기둥인 척추가 굽어 있게 되면 어깨가 단독으로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다. 기둥을 세우려면 기둥 받침대가 자리를 잘 잡아야 한다. 즉, 척추의 받침대인 골반을 세워야 한다. 앉을 때마다 골반 아래 근육을 최대한 뒤쪽으로 펼치고 앉으면 등이 곧아진다.
이런 방식으로 척추를 세우면 어깨가 자연스럽게 아래쪽으로 내려가며 편안해진 것을 알 수 있다. 평소 많은 시간을 구부정하게 앉아 어깨를 들어 올리고 지낸다는 것을 상기하면, 어깨 주변 근육을 딱딱하게 만들어 통증을 일으키는 잘못된 습관 하나를 고친 셈이기도 하다.
두 번째는 쇄골 바로 아래 상부 가슴 근육인 소흉근을 부드럽게 만드는 것이다. 소흉근이 어깨를 앞으로 잡아당기지 못하도록 풀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소흉근이 짧아진 상태에서 굳게 되면 등을 세우는 데도 방해가 된다. 테니스 공과 같은 볼을 소흉근에 대고 굴려서 소흉근의 움직임을 부드럽게 깨우자. 가슴을 펴는 스트레칭은 그 다음 순서다.
마지막으로 뱃심을 키워야 한다. 복부 힘이 약하면 상체가 바로 설 수 있는 근본 기력이 달리게 된다. 복부 근육들은 요추를 잡아 주는 핵심 역할을 하므로 복부 근력을 키우는 것은 등 전체를 세우는 데 필수 요소이다.
▲ 전통 활 자세(왼쪽)와 활자세 변형. [임수진 기자] ⓒ스카이데일리
이와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는 요가 자세로 활자세(Dhanurasana, 다누라사나)가 있다. 배를 바닥에 깔고 엎드린 상태에서 양손으로 두 발등이나 발목을 잡고 활과 같은 모양을 취하는 것이다. 전통적인 활자세가 부담스럽다면 활자세 변형 동작으로 시작해도 무방하다.
변형 동작에서는 무릎과 두 손바닥을 바닥에 대고 엎드린 자세에서 오른쪽 다리를 들어올리고 왼손을 등 뒤로 뻗어 들어올린 오른쪽 발목을 잡는 동작을 취한다. 이런 식으로 팔과 다리를 좌우 한 쪽씩 번갈아 실행하는 좀 더 쉬운 버전이다.
어깨가 굽어진다면 어깨를 바르게 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어깨를 펴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면 부작용이 생긴다. 그보다는 틈틈이 골반을 세워 등을 자주 펴주며 소흉근을 부드럽게 맛사지하고 복근을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게 할 때 어깨 통증도 예방하고 당당한 어깨를 가질 수 있다.
강윤희 몸마음챙김학교 대표
출처 스카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