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너지 못할 것은 다 강이라는 생각, 그러므로 지천으로 널린 것이 강이다 하품하다 흘린 눈물처럼, 슬픔이란 미천한 내가 미천한 그대의 눈동자를 마주할 때 보이지 않게 흐르는 강 울컥 물비린내가 나는 강
한 사람을 오래 사랑하면서도 어쩐지 실패했다는 느낌 나는 헤어질 준비를 다 끝낸 사람처럼 자꾸 허탈하다 그러므로 최대한 밀착된 거리에서 만나고 있다는 거 그건 어쩜 그대를 볼 수 없는 것이었으므로 하여 기꺼이 나는 방종했다는 걸 거리에서 만나는 저 사내 거주지 불명의 저 사내와 눈이 마주친 순간 알았다 앞을 보면서 그러나 아무것도 보지 않는 그 눈빛 앞에서 나는 변방의 곽리자고처럼 또 백수광부의 처처럼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누가 보거나 말거나 대로변에 앉아 소주를 마시는 사내여 소주를 마시며 행려도 벗어놓고 구걸도 벗어놓고 사내는 길 건너를 망연히 보고 있다 노상에서 노천에서 끝없이 이어진 사내의 행려가 지금 사내를 내려놓으려는 듯 강심으로 걸어 들어가려는 사람처럼 가지런히 신발을 벗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