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거부권’ 채상병 특검법 두 번째 폐기
민주 “대통령·국힘, 민심 배신” 규탄
한동훈 주장 ‘제3자 추천’ 고려 가능성
조국혁신당 “부결 후회하게 만들 것”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채 상병 특검법’ 재의결 안건이 부결되자 해병대 예비역 연대 회원들이 구호를 외치며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25일 ‘채 상병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 재표결 끝에 자동폐기되자 정부·여당을 강력히 규탄하며 특검법을 재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제시한 ‘제3자 특검 후보 추천’ 방식을 배제하지 않고 특검법 재입법에 나서는 동시에, 별도 입법이 필요 없는 상설특검 도입도 함께 검토하는 ‘투 트랙 전략’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이날 본회의 재표결에서 채 상병 특검법이 부결되자, 야당은 즉각 국회 중앙홀에서 규탄대회를 열어 강하게 반발했다. 박찬대 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해병대원 순직 사건의 실체적 진실과 수사 외압, 국정농단 의혹을 국민 앞에 낱낱이 밝혀드리는 그날까지 계속 전진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은) 특검 거부가 확실한 탄핵 사유란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냥 채 상병 특검 받을걸’ 후회하게 만들어주겠다”고 말했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이날 특검법 부결 뒤 즉각 채 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과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로비 의혹 등을 수사 대상으로 적시한 ‘윤석열 수사 외압 특검법’을 대표발의했다.
야당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상대로 한 압박 수위도 높였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한 대표가 전당대회를 앞두고 제안했던 (특검법) 수정안이 뭔지 제발 보고 싶다”며 “국민의힘에서는 (한동훈 수정안을) 즉각 발의하라”고 적었다. 이날 폐기된 특검법은 특검 후보 2명을 모두 야당이 추천하도록 했는데, 정부·여당은 이를 “선수가 심판을 고르는 것”이라고 반대했다. 그런데 한 대표는 당대표 경선 과정에서 ‘대표가 되면, 특검 후보 추천권을 대법원장 등 제3자에게 주는 채 상병 특검법을 당에서 발의하겠다’고 약속했다.
민주당 안에선 조희대 대법원장이 윤석열 정부 들어 임명됐다는 점을 들어 한 대표가 제시한 방안에 반대하는 의견이 적지 않다. 하지만 원내지도부는 특검을 도입할 수 있다면 이를 완전히 배제하진 않을 방침이다.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대법원장이나 대한변호사협회장 등 제3자 추천 방식도 여당과의 협상에서 검토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조국혁신당과 개혁신당도 유사한 태도다.
민주당은 이와 동시에, 상설특검 도입을 위한 국회 규칙 개정도 검토 중이다. 2014년 제정된 상설특검법은 개별 특검법을 만들 필요 없이 국회 본회의 의결만으로 특검 도입이 가능하다. 현재 국회 규칙상 상설특검 추천 권한을 가진 위원회 7명 가운데 4명이 국회 몫이고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이를 2명씩 나눠 갖고 있는데, 민주당은 규칙을 개정해 4명 모두 야당 몫으로 돌릴 계획이다.
한편, 이날 방청석에 있던 해병대 예비역 연대 관계자들은 자리를 뜨기 전 특검법 부결에 항의하며 “한동훈은 지금 당장 채 상병 특검법을 발의하라”고 소리쳤다. 그러자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이들의 퇴장을 요구하며 “의사 진행을 똑바로 하라. 개판이다”라고 몇차례 소리를 질렀다. 우 의장은 “(해병대 예비역 연대 쪽이 방청석을) 나가고 있는데 무슨 개판이냐. 말 함부로 하지 말라”며 “어느 국회에서 국회의장에게 개판이라고 하냐. 굉장히 유감”이라고 맞받았다.
강재구 기자 j9@hani.co.kr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