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영도대교가 들어 올려진다” 행사중단 2년 4개월만에 재개
내일부터 주 1회 이벤트 재개, 원도심 관광 활성화에 도움 기대
부산시, 상인들 행사 확대 요구엔 “핵심 부품 베어링 감당못해 곤란”
부산 영도대교 도개 행사가 11일 2년 4개월 만에 재개된다. 2020년까지 매일 열렸던 도개 행사는 매주 토요일 오후 2시 주 1회 개최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사진은 2020년 초 도개 행사의 모습. 부산시설공단 제공
국내 유일의 도개교인 부산 영도대교를 들어 올리는 이벤트가 2년 4개월 만에 재개된다. 도개교란 다리가 한쪽 또는 양쪽으로 들어 올려지면서 배가 지나갈 수 있도록 만든 다리다. 과거엔 매일 한 차례씩 도개 행사를 열었지만, 핵심 부품의 수명 연장을 위해 주 1회 개최하는 것으로 조정됐다.
부산시와 부산시설공단은 영도대교 도개 행사를 11일부터 재개한다고 9일 밝혔다. 행사는 매주 토요일 오후 2시부터 15분간 열린다. 사이렌이 울리며 교각 양방향의 교통이 통제되고 다리가 올라가며 가수 현인의 ‘굳세어라 금순아’ 등 옛 음악이 울려 퍼진다. 최대 각도인 55도에서 관광객 기념사진 촬영을 위해 잠시 멈춰 선 다리는 다시 서서히 하강한다.
철거 논의가 오갔던 영도대교는 도개 기능을 복원해 2013년 11월 재개통했다. 일제가 군수물자 보급을 위해 1934년 11월 준공한 이 다리는 배가 다리 아래로 운항하도록 하루 7차례나 들어 올려졌으나, 육상교통이 발달하면서 1966년부터 도개가 전면 중단됐다.
2013년 재개통 후 도개 행사가 매일 열리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2020년 2월 25일부터 잠정 중단됐다. 그 이후 안전점검을 위해 매월 두 차례 시범 운행됐으나 관광객이 참여하는 도개 행사는 2년 4개월 만에 처음 개최된다.
과거엔 도개 때마다 심한 진동이 발생해 안전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2019년 8월 두 차례 도개 행사 때 회전축 베어링의 진동이 상판 상승 때 초당 10.04mm, 하강 때 초당 10.57mm였다. 이는 국제 베어링 진동 기준치인 초당 1.4mm을 7배 이상 넘어선 수치. 다만 부산시설공단 관계자는 “대한기계학회에 안전성 검사를 의뢰한 결과, 일시적인 외부요인에 의해 발생한 현상일 뿐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받았다”고 밝혔다.
인근 상인들은 도개 행사 빈도를 늘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영도대교와 50m 떨어진 지점에서 1952년부터 2대째 건어물을 팔고 있는 차모 씨(66)는 “재개통 초기 인파가 몰려 특수를 누렸으나 코로나19와 도개 중단이라는 악재가 겹쳐 매장 문을 닫고 온라인 판매만 한다”면서 “원도심 관광 활성화와 침체한 상권 회복을 위해 도개 행사 확대가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백유인 건어물시장번영회장도 “127개 점포의 상인 대다수가 더 자주 도개 행사를 여는 것을 원한다”며 부산시에 정책 조정을 주문했다.
그러나 부산시설공단은 ‘핵심 부품 수명’을 들어 도개 행사 확대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시설공단 관계자는 “매일 도개를 하면 회전축을 움직이는 베어링이 25년을 버틸 수가 없고 교체엔 많은 예산이 소요된다”면서 “베어링을 교량 내구연한(100년)까지 같이 쓰기 위해 이런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부산시가 2020년 7, 8월 인근 주민과 상인 300명에게 ‘매일 도개’ 여부를 물은 결과 59.7%(179명)가 반대했고 40.3%(121명)만 찬성했다. 시 관계자는 “도개 행사 탓에 15분 동안 도로에 그대로 정차하고 있어야 해 영도구를 드나드는 운전자들이 불편을 겪었다”면서도 “도개 행사를 더 자주하는 데 대한 의견을 다시 한 번 수렴해 보겠다”고 밝혔다. 부산경제정의실천연합 도한영 사무처장은 “도개 행사 외에도 음악 공연 등 이색 프로그램이 시행돼야 더 많은 관광객이 몰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2013년 11월부터 2020년 2월까지 영도대교 도개 행사를 찾은 방문객 수는 92만8330명이었으나 2019년 11만8950명 등으로 매년 줄어드는 추세다.
김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