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 ‘행성’을 읽었습니다. 전작 ‘문명’의 후속작품입니다. 천신만고 끝에 살아남은 인류와 고양이가 새로운 대표를 뽑으면서 소설은 끝이 납니다. 새로운 대표로 7명의 후보가 등록하고 자신들의 꿈을 이야기하였습니다. 정치인의 대표는 지난 어려움을 자신이 대표로 있는 동안에 해결했으니 자신이 대표를 맡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군인의 대표는 자신이 군대를 동원해서 지난 어려움을 해결했으니 자신이 대표를 맡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생명공학자는 바벨 바이러스를 퍼트려 상대방의 소통을 차단했고 어려움을 해결했으니 자신이 대표를 맡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호모사피엔스의 시대는 지나갔기에 생명공학을 이용해서 새로운 인류를 만들자고 했습니다.
원주민 대표는 모든 불행의 원인은 인류의 탐욕과 발전 때문이라고 하면서 다시 예전의 상태로 돌아가자고 했습니다. 이방인들이 오기 전에 아메리카는 생명이 가득한 풍요로운 땅이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니 자신이 대표를 맡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종교인 대표는 이런 모든 불행은 인간이 하느님을 섬기지 않고 타락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니 다시금 하느님께로 돌아가자고 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이 대표를 맡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천문학자의 대표는 지구는 포기하고 이제 다른 행성을 찾아가자고 했습니다. 먼저 달에 기지를 만들고 더 나아가서 태양계를 넘어 새로운 행성으로 가자고 했습니다. 인간의 능력으로 다른 행성으로 가는 것이 가능하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이 대표를 맡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소설의 주인공인 고양이 바스테트는 후보로 등록하면서 자신만의 새로운 ‘꿈’을 이야기합니다. 인간뿐만이 아니라 모든 종이 함께 소통하고 연대하자고 합니다. 인간이 자신만의 욕심과 교만으로 세상을 정복하려고 하면 ‘감염병, 테러, 전쟁’의 악순환은 계속 될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석유를 무작정 뽑아내면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합니다. 지금처럼 환경을 오염시키면 기후변화로 가뭄, 태풍,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제3의 눈을 통해서 다른 종들에게 나누자고 이야기합니다. 자신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던 것은 제3의 눈으로 보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이 대표를 맡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마치 이사야 예언자가 꿈꾸었던 세상을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사막에 샘이 넘쳐나는 세상입니다. 사막에 꽃이 피어 향기 가득한 세상입니다. 사자와 어린양이 함께 뛰노는 세상입니다. 어린아이와 늑대가 손을 잡고 다니는 세상입니다. 정의와 공의가 강물처럼 흘러넘치는 세상입니다.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그 때로 돌아가자는 이야기입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어쩌면 소설을 통해서 탐욕의 눈이 아닌, 욕망의 눈이 아닌 겸손의 눈으로, 사랑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자고 하는 것 같았습니다. 지구를 떠나는 것이 문제의 해결이 아닙니다. 기존의 방법과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의 뜻대로, 하느님의 의로움으로 문제를 해결하자고 합니다.
세상 사람들이 바라는 ‘버팀목’이 있습니다. 성공, 명예, 권력, 재물입니다. 그 버팀목을 얻기 위해서 때로 누군가를 속여야 하고, 양심을 팔아야 하고, 폭력을 사용해야하고, 소중한 것들까지 버리게 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나를 지켜주는, 영원한 생명에로 안내해주는 버팀목이 될 수 없습니다. 가까이하면 할수록 우리의 영혼을 병들게 하고, 내면에 있는 영원한 생명의 불꽃을 꺼지게 합니다. 아버님은 하느님의 품으로 가셨지만 아직도 제게는 든든한 버팀목이십니다. 성인이 되신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도 사제들에게는 언제나 기댈 수 있는 버팀목이십니다. 돌아보니 수많은 분들이 제게 버팀목이 되어주셨습니다. 그분들의 기도와 사랑이 오늘 저를 있게 한 것입니다.
오늘 세례자 요한은 이야기 합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기댈 수 있는 분이 오십니다. 온 우주의 버팀목이 되 주시는 분이 오십니다.’ 그분은 하느님의 아들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그분은 ‘하느님의 마음에 드시는, 하느님의 아들’이라고 고백합니다. 2000년 전에 오신 예수님께서는 끊임없이 희생하고, 자신을 봉헌하며 온전히 사랑할 때 참다운 세상이 도래하고, 모든 이가 평화롭게 살 수 있는 세상이 된다는 것을 알려 주었습니다. 용서와 화해가 진정한 승리를 이룰 수 있음을 보여 주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감추어진 것을 드러내 보이셨습니다. 들을 귀가 있는 사람은 알아들을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이제 주님과 함께하면, 주님을 믿으면 참된 평화와 아름다운 세상을 만날 수 있고, 주님과 함께하면 우리 안에 내재된 하느님의 힘과 하느님의 뜻을 찾을 수 있으며, 주님께 의지하면 우리 모두는 영원한 생명에로 인도될 수 있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2023년에는 우리를 영원한 생명의 나라로 인도해주는 ‘성체성사’와 가까이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