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고시원이 저소득층의 숙소로 전락하면서 안전 사각지대로 방치돼 있다. ‘벌집’처럼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밀집된 생활을 하지만 화재안전 설비는 미흡하기 때문이다.
◇ 화재발생
12일 새벽 2시쯤 경기 수원시 팔달구 매산로2가 4층짜리 상가건물 3층 마이룸 고시원에서 불이 나 우모씨(21) 등 4명이 숨지고 4명이 부상했다. 이날 불은 314호 손님 마모씨(30)가 담배연기를 없애기 위해 향촛불을 켜놓고 잠들었다가 촛불이 책상에 옮아붙으며 번진 것으로 조사됐다.
불이 난 고시원은 상가건물 3층 90평 공간에 사무실을 포함, 1~2평짜리 방 44개가 중앙복도를 중심으로 양쪽에 쪽방 형태로 붙어 있으며 주로 일용직 노동자 43명이 투숙했다.
고시원 실내 중앙복도는 폭이 70㎝ 안팎으로 한사람이 겨우 지나다닐 정도였으며 1인실 방도 1.5평 정도로 한사람이 누우면 꽉 찰 만큼 비좁았다. 이런 방에 이불과 책상, 책꽂이 등 인화물질이 많아 화재진화에 어려움이 컸다.
◇ 생명을 담보로 한 생활
서울 신림동 일대 고시촌에서는 대개 자정이 넘으면 방범을 이유로 건물 현관에 쇠사슬을 감아놓거나 열쇠를 채워놓는다. 이 때문에 불이 날 경우 밖으로 빠져나가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노량진의 한 고시원 원장 윤모씨(45)는 “소방서 등에서 감독 나올 때를 제외하면 밤에는 거의 문을 쇠사슬로 감아놓는다”며 “그렇지 않으면 전문 경비업체에 방범위탁을 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위험한 줄 알면서 모험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요즘 고시방은 수험생들의 공부장소가 아니라 숙박업소로 전락해 유흥업 종사자 및 일용직 노동자, 가출 청소년 등이 술에 취한 채 잠이 드는 경우가 많아 화재가 나도 긴급 대피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 구조적 문제
소방당국은 2003년 1월 고시원을 ‘신종 다중이용업’에 포함시켜 각 방마다 소화기와 휴대용 조명등을 설치토록 규정했으나 그 이전부터 영업을 하고 있는 고시원에 대해서는 소방설비 설치 의무가 없고 단지 소방검사만 받도록 돼 있다.
이번에 불이난 고시원도 2002년부터 운영돼 소방설비의 의무가 없었으며 지난달 수원 중부소방서로부터 ‘화재감지 및 경보불량’으로 시정명령을 받았으나 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소방당국은 고시원이 현재 서울에 1,000여곳 등 전국적으로 2,500여개가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