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졸업식을 하루 앞둔 16일 오후에도 태안 이원초등학교 6년생 16명을 포함한 전교생은 방과 후 수업을 받았다. 학원 가려면 버스 타고 읍내까지 나가야 하는 아이들을 위해 10명 교사들이 여름·겨울 방학 할 것 없이 매일같이 보충 수업을 해왔다. /손민석 객원기자 kodef@chosun.com
사교육도 멀기만 하다. 학원 구경이라도 하려면 6㎞ 떨어진 이웃 원북면으로 나가야 한다. 그나마 공부를 가르쳐주는 교습소는 없고, 태권도장이나 피아노학원뿐이다.학습 학원은 20㎞ 가까이 떨어진 태안읍까지 나가야 하는데, 읍내로 가는 버스는 한 시간에 한 대꼴이고, 하도 길이 험해 눈·비라도 쏟아지면 버스가 끊기는 일도 잦다. 초등학생들이 읍내까지 버스 타고 학원을 다닌다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뜻이다.그래서 선생님들이 나섰다. 1∼6학년 전교생을 오후 5시까지 학교에 남겨 방과 후 수업을 받게 했다. 1993년 내리분교가 폐교되면서 이원초교에 흡수되자, 장거리 통학생들을 위해 학교버스가 운행되기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저녁때까지 학생들을 모아 놓고 공부를 가르치기 시작한 것이다.명철진 교장은 "우리 학교 교사들은 '부모 역할까지 해내야 한다'는 생각으로 아이들을 돌본다"며 "통학 버스가 안 다니는 곳에 사는 아이들은 교사가 직접 집에 바래다 주면서 공부를 가르쳐왔다"고 말했다.교사들은 수업 시간을 최대한 확보하는 전략을 짰다. 방학에도 3주 이상 매일 4시간씩 보충수업을 계속했다. 학교 행사는 최소화하고, 운동회와 학예회도 격년제로 치러 수업 공백을 최소화했다.학년 초에는 교육청의 진단평가 결과에 따라 학생 각자에게 학습 목표를 정해 준 뒤, 담임 교사가 이를 책임지고 지도하는 '기초학력 책임 지도제'를 도입했다. 아침 자습시간과 점심 자투리 시간을 활용한 '사제(師弟) 동행 독서' 제도를 만들어 담임 교사와 학생들이 함께 책을 읽은 후, 토론이나 편지쓰기 등을 통해 논리적 사고력도 키워주도록 했다.2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두춘희 교사는 "학력은 결국 공부한 시간에 비례한다"며 "가정이나 학원 대신 학교가 충분한 학습시간을 채워주기 위해 노력한 결과"라고 했다.
조선일보 : 2009.02.17 03:3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