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가지 코스로 화려하게 펼쳐지는 미스터리 만찬
“크리스티아나 브랜드와 필적할 만한 작가를 찾으려면 위대한 작가들 중에서도 가장 위대한 자들, 가령 애거사 크리스티나 존 딕슨 카, 엘러리 퀸 같은 작가들을 찾아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_앤서니 바우처, 《뉴욕 타임즈》
각양각색의 미스터리 단편 16편을 5가지 코스로 독자에게 선보이는 『초대받지 않은 손님들을 위한 뷔페』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크리스티아나 브랜드의 매력 넘치는 스토리텔링일 것이다. “1940년대 영국 미스터리 작가 중 개연성에 심혈을 기울인 작가로는 거의 유일하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크리스티아나 브랜드의 ‘이야기꾼’으로서의 재능은 단편에서 더욱 강렬한 빛을 발한다. 또한 퍼즐 미스터리부터 도서 추리, 서술 트릭, 스릴러, 범죄 소설, 미스디렉션과 놀라움 가득한 반전이 함께하고 있어 미스터리 장르가 보여줄 수 있는 다채로운 묘미를 단 한 권으로 든든하게 만끽할 수 있다.
그중 첫 번째 코스 ‘코크릴 칵테일’은 이름으로부터 예상할 수 있듯이, 크리스티아나 브랜드의 추리소설 시리즈의 주인공 ‘코크릴 경위’가 활약하는 단편 작품들로 채워져 있다. 켄트 주의 토링턴에서 근무하는 중년 경관인 코크릴은 여러 미스터리 소설 속 탐정들 중에서도 가장 친절하고 온화한 탐정 중 한 사람으로 손꼽힌다. 첫 번째 단편「사건이 막을 내린 뒤에」에서 코크릴 경위는 이미 종결된 사건을 다시 되짚어보며 진상을 바로잡는다. 「피를 나눈 형제」는 똑같은 외모를 이용해 수사를 혼란에 빠뜨리려는 쌍둥이 형제가, 「잔 속에 든 독」은 남편과 내연 관계라 주장하는 여자를 독살한 여성이 코크릴 경위에게 쫓기는 과정을 그린 도서 미스터리다. 「말벌집」은 《엘러리 퀸 미스터리 매거진》의 후원으로 영국추리작가협회(CWA) 내에서 개최된 미스터리 단편소설 경연 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작품으로, 크리스티아나 브랜드의 특기인 인물들 간에 복잡하게 얽힌 심리 묘사가 흥미로운 동시에 단서와 복선을 완벽하게 수습하는 반전 결말이 돋보인다.
「살인 게임」은 그다음 해에 개최된 미스터리 단편소설 경연 대회에서 2위를 차지한 작품으로, 소설로는 처음으로 크리스티아나 브랜드의 이름이 에드거상 후보에 오르게 한 작품이기도 하다. 밀실에서 벌어진 하나의 사건과, 그곳에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서 벌어진 또 다른 사건과의 기괴한 연관성이 흥미를 돋우는 걸작으로, 크리스티아나 브랜드의 특기인 교묘한 서술과 복선 회수 능력이 번뜩인다.
「희생양」 또한 불가능 범죄를 주제로 한 중편 미스터리로, 「살인 게임」과는 또 다른 의외의 결말로 충격을 안겨준다. 또 범죄를 저지르는 자와 그를 이용하려는 자가 자승자박하고 마는 유머 넘치는 에피소드(「스코틀랜드에서 온 조카딸」), 범죄자와 그를 집에 들인 여성의 긴장감 넘치는 맞대결(「너무나 괜찮은 사람」), 복수와 악행으로 인한 응보가 거듭되며 씁쓸한 뒷맛을 남기는 단편 작품(「회전목마」, 「수군거림」, 「신의 힘」) 등, 한두 가지로 수렴되지 않는 작품들을 갖춘 이 단편집에 ‘미스터리 뷔페’라는 호칭은 조금도 어색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