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의 집값 하락은 2년 만이다.
비즈니스워치, 이하은 기자, 2022.09.01.
전국 집값이 내려가는 상황에도 꿋꿋이 상승했던 강원도가 최근 하락 시류에 합류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8월 셋째 주, 2년 3개월간의 상승세를 끊고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이다. 일주일 만에 다시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여전히 하락 가능성이 있다.
속초 등에서 수억 원씩 하락한 거래가 발생했고, 분양하는 족족 빠르게 팔렸던 신축 아파트들도 맥을 못 추는 모습이다. 각종 교통 호재와 '세컨드 하우스' 열풍으로 주목받았던 강원도의 상승 행진은 이대로 끝일까요?
1. 하락장에도 꿋꿋하던 강원도 하락 조짐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강원 지역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 2020년 5월4일부터 올해 8월8일까지 119주 동안 상승했다. 이 기간 누적 상승률은 16.06%에 달한다. 올해 들어 전국적으로 집값이 하락하기 시작한 때에도 강원 지역은 굳건했다.
그러다 지난달 15일 2년 3개월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보였다. 아파트 매매가격이 전 주에 비해 0.02% 하락한 것이다. 일주일 후인 22일엔 매매가격 변동률이 다시 0.01%로 상승 전환하긴 했습니다만, 여전히 집값 하락의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강원도 부동산시장을 대표하는 춘천·원주에서는 매매가격이 이미 몇 달째 하락 중이다. 춘천은 지난 6월 말부터, 원주는 5월 초부터 하락세를 보였다. 그나마 강릉·속초가 여전히 상승세를 유지하며 집값을 지탱하고 있는데 이 지역에서도 하락 거래가 속속 포착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6월 입주한 신축 아파트인 속초 조양동 '속초2차 아이파크' 전용 84㎡는 입주 2달 만에 1억원 이상 떨어졌다. 지난 6월에는 4억3361만원(24층)에 팔렸는데, 이달 5일에는 3억2500만원(8층)에 거래됐다.
분양시장도 열기가 식은 건 마찬가지다. 8월 분양한 원주 원동 '두산위브더제니스 센트럴 원주'는 일부 주택형에서 미달이 발생했고, 평균 3대 1의 경쟁률로 마감했다. 지난 7월 분양한 무실동 '제일풍경채 원주 무실'이 823가구 모집에 2만8873명이 몰리며 평균 3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분양실적도 함께 악화했다. 주택보증공사(HUG)에 따르면 강원은 올해 1분기 96.2%의 초기분양률을 기록했지만, 2분기엔 64.6%로 급감했다. 초기분양률은 분양 후 3개월 초과~6개월 이하인 사업장에서 총 분양 가구 수 대비 계약을 체결한 가구 수의 비율을 말한다.
2. 금리 인상엔 장사 없다며 교통 호재도 끝인가?
강원 지역 아파트가 상승세를 보인 데는 수도권에서 가까운 비규제지역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강릉에는 지난 2018년 KTX 강릉역이, 속초에는 2017년 서울-양양고속도로가 개통하면서 수도권 접근성이 개선됐다. 문제는 이같은 호재가 이미 수년간 집값에 반영된 데다 금리가 인상되면서 매수세가 꺾였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수도권과 마찬가지로 강원 지역 부동산시장에도 타격이 서서히 올 것으로 내다봤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금리 인상 등으로 부동산시장 전반적으로 약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강원 지역에도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특히 속초와 원주 등은 올해 상반기까지 상당히 많이 올라서 당분간 집값이 주춤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지역 대부분이 비규제지역인 덕에 수요가 꾸준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비규제지역에선 주택담보대출(LTV) 비율이 최대 70%까지 적용돼 자금부담이 적다. 신축 아파트 분양의 경우 유주택자와 가구원도 1순위 청약에 지원할 수 있고, 재당첨 제한 등이 없다. 오는 2027년 개통 예정인 동해북부선 강릉-제진 철도건설 사업과 춘천·속초를 연결하는 동서화고속철도사업 등 앞으로 교통 호재가 남아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리얼투데이 관계자는 "앞으로 강원도를 향하는 도로망과 철도가 개통되면 더 많은 투자자들의 발길이 강원도를 향할 전망"이라며 "교통 개발 호재들을 갖춘 곳에 분양하는 단지들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말했다.
이하은 (lee@bizwatch.co.kr) 기사 내용을 보완하여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