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 농장’ 또 덮친 한동훈 법무부…“농민에 칼 든 나라”
김기성입력 2023. 4. 19. 07:05수정 2023. 4. 19. 15:30 댓글37개
[영상] 외국인 농업노동자 무차별 단속에 절규
“외국인 없이 농사 불가능한 상황 된 지 오래
합법 쓰고 싶지만 없다, 불법 봐달란 게 아냐”
법무부의 불법 체류 외국인 농업노동자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2일 경기도의 한 농촌 지역 비닐하우스에서 타이(태국) 국적의 농업노동자 2명이 모종용 고구마에 물을 주고 있다. 김기성 기자
들판에는 사람 한 명 보이지 않았다. 물을 댄 논에도, 씨감자를 묻어야 할 밭이랑에도 사람은 그림자도 안 비치고 뿌연 황사만 자욱했다. 읍내로 나가는 마을 앞 도로에는 늙은 농부가 탄 낡은 경운기만 “탈탈탈탈” 요란한 엔진음을 내며 지나갔다.
지난 12일 찾은 경기도 여주시 가남읍 대신리의 한 농장도 인적이 드물긴 마찬가지였다. 고구마 출하를 앞두고 분주해야 할 농산물 창고에는 적막만 흘렀다. 포장을 위해 쉼 없이 돌아가야 할 고구마 선별작업장의 컨베이어벨트에선 흙먼지만 뽀얗게 묻어났다. 땅콩과 감자를 심어야 할 창고 근처 밭도 잡초들만 수북이 머리를 내밀었고, 고구마 싹을 틔우는 비닐하우스도 사람 하나 없이 썰렁했다.
이곳은 두어달 전만 해도 외국인 농업노동자들로 시끌벅적했던 곳이다. 그러나 최근 법무부의 불법체류 외국인 농업노동자 단속반이 훑고 간 뒤 모든 것이 변해버렸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살던 숙소 곳곳에는 주인 잃은 옷가지와 이불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이날 숙소 주변에서 점퍼 차림의 기자를 맞닥뜨린 한 타이(태국)인 노동자는 후드를 뒤집어쓰고 잰걸음으로 자리를 옮겼다. 말을 걸려고 다가서자 “나 불법 아니에요, 아니에요”라며 손사래를 쳤다.
“도둑질하는 것도 아닌데 지금껏 가슴 졸이며 고구마 심고 감자 캐고 그래 왔습니다. 법에는 피도 눈물도 없다지만, 유독 농민들을 향해 이렇게까지 칼을 휘두르는 나라가 어디 있습니까.”
노동자 귀국 비용 쥐여주고, 야산에 올랐다
마을 안 이곳저곳으로 기자를 안내하던 고구마 농장 주인 고석재(57)씨가 분통을 터뜨렸다. 농과대를 졸업하고 객지에서 사업을 하던 고씨는 10여년 전 고향에 돌아와 5만평 남짓한 논밭을 일구며 부농의 꿈을 꿨다. 새 종자도 개발해보고 시설도 늘렸다. 마을에선 ‘토박이 대농’으로 불렸다.
고씨의 꿈은 지난 2월1일 산산조각이 났다. 승합차 2대에 나눠 탄 법무부 직원 10여명이 갑자기 농장에 들이닥쳤다. 이들은 외국인 농업노동자들이 머물던 농장 숙소를 급습했다. 이날 12명의 농업노동자가 불법체류 혐의로 붙들려 갔다. 고씨가 “농번기에 이러면 다 죽는다”고 통사정을 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붙들린 사람들은 외국인보호소로 보내졌다.
고씨는 엿새 뒤 경기도 화성의 외국인보호소를 찾아갔다. 한여름 땡볕에서 농사를 도와줬던 이들을 나 몰라라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내게 돼 미안하다”며 한 사람당 70만원씩의 귀국 비용을 쥐여준 뒤 농장으로 돌아왔다.
지난 12일 오후 외국인 농업노동자들이 단속돼 상품으로 출하하지 못한 고구마가 창고에 그대로 쌓여 있다. 김기성 기자
눈물에 탄식만 나왔지만, 벌여놓은 농사를 포기할 수 없었다. 어떻게든 농장을 돌려야 했기에 알음알음으로 찾아온 외국인들을 다시 고용했다. 단속을 피해 밤 10시부터 새벽 5시까지 고구마 선별작업장을 가동했고, 법정공휴일 등 법무부 직원들이 쉬는 날만 골라 ‘숨바꼭질 농사’를 지었다.
하지만 법무부 단속반은 끈질겼다. 같은 달 22일 고씨의 농장을 새벽에 급습한 법무부 직원들은 3시간 넘게 숙소를 에워싸고 대치하다가 안에 머물던 외국인 노동자 6명을 모두 잡아갔다. 최소 20명이 필요한 농장에서 18명이 단속에 걸려 강제추방 절차를 밟게 됐고, 농장주 고씨는 ‘불법 고용’한 외국인 노동자 한 명당 200만~300만원 안팎의 범칙금을 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어림잡아 5천만원이 넘는 ‘범칙금 폭탄’을 떠안은 것이다.
“별수 있습니까? 유서를 썼죠. 어차피 다 망해 죽어 나자빠지는데 더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더라고요. 마을 야산에 올라가 목숨을 끊으려던 때, 저를 애타게 찾는 마을 방송 소리를 들었습니다. 조금 있으니 가족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들도 올라오더라고요.”
농업인력 80~90%가 외국인이지만
고씨가 이날 여러차례 강조한 것은 ‘단속을 해도 상황을 봐가며 하라’는 것이었다. 그는 “일손이 부족한 농촌 현실을 외면한 무차별 단속으로 농심이 썩어들어가고 있다. 대책도 대안도 없는 농업노동자에 대한 실적 올리기 식 단속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고 했다.
“불법을 봐달라는 게 아닙니다. 대책을 마련해달라는 겁니다. 농민 목소리에 귀를 열지 않으면 나라의 근간이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입니다.”
경기도 여주시 가남읍의 한 농장주인 고석재씨가 일손이 없어 멈춰 선 고구마 상품 선별작업용 컨베이어벨트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이 농장에는 외국인 농업노동자 20명이 있었으나, 지난 2월 법무부의 두 차례 단속으로 18명이 강제 출국당했다. 김기성 기자
외국인 노동자 단속으로 날벼락을 맞은 것은 고씨뿐만이 아니다. 여주지역에서 지난 2~3월 단속을 당한 농가는 30곳이 넘는다. 대부분 고구마와 땅콩, 감자 등 밭농사를 짓는 농민들이다. 농기계를 주로 사용하는 논농사에 견줘 상대적으로 수작업이 많이 필요한 일들이다. 고씨는 “품앗이로 돌아가던 농업구조는 완전히 변했다"며 "외국인 노동자 없이는 농사가 불가능한 상황이 된 지 오래"라고 했다.
나날이 강도를 더해가는 단속에 대한 공포에 여주지역 농민들은 ‘농업인력수급 여주대책위원회’를 꾸렸다. 여주시농민회를 비롯해 여주시친환경농업인연합회, 여주시고구마연합회, 여주친환경출하회, 여주시인삼연구회 8개 농민·농업단체가 참여했다. 지난달 17일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더는 농민들을 범죄자로 만들지 말고 농번기 단속을 유예하고 대책을 마련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남정현 여주시 친환경출하회 사무국장은 <한겨레>에 “농업이 100% 기계화·자동화되지 않는 이상, 불법체류 외국인이라도 고용하지 않으면 농사를 지을 수 없다. 마구잡이식 단속은 농촌을 한층 피폐하게 만들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국내 농업인력의 80~90%가 외국인들로 충원되고 있다. 그러나 취업비자 근로자와 계절근로자 등 합법적인 농업인력은 10% 미만으로 추산된다. 김영준 농업인력수급 여주대책위원회 사무국장은 “계절근로자 등 합법적 경로를 밟는 농업노동자는 상시 근로가 가능한 축산업과 대규모 시설원예 농가에서 주로 일하기 때문에, 농번기에 집약적으로 일할 노동력이 필요한 다수 농가들에겐 합법 노동자를 쓰는 것은 언감생심”이라고 했다.
“텅 빈 들판에서 울고 있는 농민들을 보라.” 지난달 17일 여주시청에서 열린 농민 집회에서 김남익 여주시고구마연합회장이 한 말이다.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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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7나의 댓글
이정희9시간전
농민 여러분은, 양곡매매법 거부하고 농민들이 죽든말든 상관없는 매국노 윤완용 정권을 아직도 지지하시나요? 이게 투표의 결과입니다!
허정수8시간전
윤정부의 대표적 정책은 강약약강 정책!!!! 부자 대기업 규제 세금 대폭 감세 해제하고 서민 농민 노동자들 비리덩어리 불법덩어리 종북세력으로 규정!!! 각종 지원들 대폭 감세 및 철폐!!! 윤정부는 상위 1% 정부!!!!
atonal79시간전
검찰공화국;; 지들은 맘대로 법 위에 군림 하고 국민은 개돼지 취급ㅡ 그래도 국짐당 찍을 농민 또 있을껄?;;;
always7시간전
니들이 뽑은 대통령,그 사람이 뽑은 법무부장관! 자업자득이지.
goldrich9시간전
하여간 저 바보를 빨리 탄핵해야 나라가 산다 지 들만 잘쳐먹고 잘살면 되는것들이다 어서 탄핵을 ㅠ
Youngmaru9시간전
강남3구당은 이런 고통을 모르지 종부세로 고통받지 않게 감세한게 그들이 한 일이지
ljyh9시간전
농업은 기초 산업이다. 농민을 무시하면 아무리 발전한다 해도 기근이 흔들리는 모래성 쌓는 국가 될것이다.
씨신8시간전
괞찮아유 그래도 우린 2찍이여유 나라를 팔아먹어도 국ㅎ이여 빨갱들아
바람9시간전
불법이 잘못이지만 외국인 근로자들의 임금, 숙식 등 문제점 등을 해결해 주고, 인구도 줄어드는데 활성화 방법을 강구해 주어야 합니다.
클리에3시간전
저놈 말고도 금감원장도 검사 출신인데 포퓰리즘 한다고 금융기관 다 때려잡고 있지 않냐
당신이라면9시간전
윤석열 정부가 한 짓이네~! 어린아이에게 칼을 맡긴 격
알레그란6시간전
땅 싸게 사서 개발하려고 법무부시켜서 농민 못살게 하려는것 어닐까요?
Gay zong9시간전
불법을 방치하면 더큰 문제 인구믄제 해법을 제시하라
지영9시간전
그럼 너라도 텅빈 들판으로 가라
루탄둥이2시간전
매국노 윤벌구 똘마니 똥훈이 짓거리네
나무늘보28분전
동훈씨 부천에 있는 당신 빌딩 불법 증축 한거 왜 원상복구 안하냐 이게 공정이고 정의냐?
숯뎅이54분전
농가의 대다수가 70대 이상! 굥짜장을 뽑을 때는 아무 생각이 없었지
이준희2시간전
또다시 선거철이 되면 최면에 걸린것처럼ᆢ 우리가 남이가ᆢ를 외치시겠지
청라골1시간전
제목 앞에 굳이 한동훈 법무부라고 한 저의가 뭐요? 한겨레 답네.
케이진1시간전
불법체류자는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모조리 잡아들여서 추방 및 영구 재입국 금지하라 서울 구로권 경기 안산권 중국인 대책도 시급하다 불체외국인은 사회의 독버섯이다
꿀호떡1시간전
야, 니 건물 불법 증축한거나 철거해 헛바닥 자식아!!!
권오준2시간전
똥 오줌 못가리는 윤가네 모지리들
춤서리32분전
국내 농사일 인력이 없는 이유가 뭔지 먼저 살피고 개선이 먼저 아니가?게다가 농업인구 많은 경남.부산 2찍들이 사고는 지들이 치고 수습은 세금으로 하려는 생각들 뿐이더만, 다음 선거때도 매국노당 한표 줄거면서 지들 이윤이 걸렸을때만 정부탓
지키고싶따55분전
농촌 어르신들 굥정권 지지율 90% 아마도 다음에는 더 높을것 같슴다. Why? 지금 이런건 문재인 노무현 김대중 때문리니까....ㅋㅋㅋ 정치 쉽죠?
오늘도씩씩하게2시간전
불법 체류자 단속하는 것이 농민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늬1시간전
불법은 단속해야지
흥부와놀부2시간전
불법 외국인에게 너의 모든 것을 빼앗기는 것은 걱정 안해 보았나 ? 시간이 지나면 군림하게 되는 것을 ??
hub7분전
안타깝지만 불법체류자는 여러가지 사회 문제를 야기합니다 이런저런 사정 다 봐주면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때 누굴 탓할건가요?
조지아블루19분전
저 농민중 2찍이들은 후회할까?
violet42분전
그렇다고 불법에 눈감을순 없는일
블루오션1시간전
불법 외국인이 사고치면 단속 안하고 뭐하나고 따질거다
이시스1시간전
서민들에게는 법의잣대를 아주 칼같이 내밀고 돈있고 힘있는것들에게는 관대한 정부다 검찰도 똑같이 움직이는 혀를 찰수밖에없는 나라 대통령 잘못뽑은것들 다 니들이 자처한거다
이쁜악마1시간전
외국인 노동자가 사고치면 왜 단속 안하냐고 난리칠거면서
아주조아1시간전
각자 할일을 하는 것임 법무부는 불법체류자를 단속해야하고 정부와 국회는 적법한 해외 인력을 수급할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함 불법체류자는 범죄에 노출될수있는 확률이 높기 때문에.......
나라1시간전
몇번 찍었어요? 다음 총선때는 투표 잘합시다. 농업은 나라의 근간입니다. 그저 검찰권력만 휘둘러서 지들만 잘 살면 그만인자들 믿지마세요. 지금도 그곳 국회의원 국힘당이지요? 그자는 뭐라합디까? 아마 찍소리 못하고 있을듯...그저 공천에만 눈이 멀어 빨아주기만하지...아마 총선때와서 감언이설로 녹이겠죠. 또 넘어가지 마세요.
moveriver1시간전
이나라와서 최저임금 10년일하고 귀국한 필리핀인들 자기나라가서 집짓고 자동차에 오토바이에 자랑하는거 페북으로 보는데 국내노동자 쥐어짜서 갸네들 부자만들어주니 들어와 눌러앉지 오히려 내국인은 최저안주고 일 줄어들면 나오지말라 는데 많음 외노자는 나갈때 노동부에 고발해서 퇴직금도다~챙겨감 역차별심각
moveriver1시간전
불법 노동자 쓰지마라 당신 살고자 국내 노동자 죽이지 말고 의뭏튼 감정팔이 기레기 국내 노동자 살펴봐라
김권수2시간전
기시내용은 그렇다치고, 제목에 왜 한동훈이 들어가나? 법대로 집행 잘하고 있고, 법이 잘못 되었다면 고치면 되는 것 아닌가? 농민을 선동하여 특정인을 깎아내리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그러니까 언론을 개러기 취급하는 거여!
노도쌍호3시간전
강남에만 살던 똥후니가 뭘 알겠냐....지 딸은 미국 유학보내고...돈 벌러온 외국인 노동자와 농민만 잡는거지....
낭낭8시간전
여주시장은 뭐하고 있나? 해결하지 않고?
정정당당1시간전
불법인줄알고 외국인 불법입국 노동자를 쓰는 농민이 문제다. 철저하게 단속해라. 법무부장관 잘 하고 있다.
ssogari81812시간전
저사람 이주 작정을했구만.. 법 은 지가 어겨놓고 큰소리치구만. 욕심을 버리시오 일손이없슴 부인과 둘이서 할만큼만 농사를 지으시오. 난 그렇게하고있슴..